퀵바

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858
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19.05.06 09:27
조회
31
추천
0
글자
10쪽

목을 조여오던 긴박함

DUMMY

마침내 천지가 뒤흔들리던 질주는 멈췄지만 대신 내 남자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어서 내려!”


비좁은 샛길로 진입할 때부터 롤러코스터만큼 심하게 꿀렁거리는 차 때문에 이리저리 휩쓸린 머리와 몸뚱이는 내게서 이미 혼을 앗아간 상태였다.


샛길을 벗어나자 우리의 현 사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들어왔다.


“보람아, 서둘러!”


어찔한 정신머리를 겨우 부여잡고 황급히 차에서 내린 나의 손을 움켜쥐고 내 남자는 냅다 뛰기 시작했다.


형사의 여친으로 이런 꼴까지 당할 줄 알았으면 평소 운동 좀 열심히 해 놓을 것을..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는 힘겨운 현실을 그저 꿈처럼 겪고 있었다.


우리가 직면한 긴박한 상황은 그에게 말 한마디 붙일 수 있는 짬조차도 허락지 않았다.


샛길을 벗어난 시야에 들어오는 거라곤 2차선 국도 선상에 자리한 그 지역 두부 전문점뿐이었다.


우리는 2차선을 가로질러 그 두부 전문점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다.


“하아... 하..”


헐떡이며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입 밖으로 침이 흐르기 시작할 무렵 내 남자는 두부 전문점 주차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커다란 카니발이 한 대 정차되어 있었고 차는 시동이 걸린 채 자동차 문이란 문은 죄다 열려 있었다.


4명의 가족은 등을 돌린 채 음식점 출입구에 붙어있는 메뉴를 보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난 휴게소에서 돈까스 먹고 싶다고!”


아들내미 두 명 중 한 명의 볼멘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이윽고 성질이 난 가장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런 데 왔으면 이런 지역 전통 음식을 체험해야지 맨날 먹는 돈까스를 왜 여기까지 와서 먹어!”


그 가족 안주인까지 합세하며 가족의 옥신각신이 벌어지자 주정차 된 차는 그들의 관심 밖이 돼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우리는 차 뒤에 몸을 숨겼다.


별무리는 조심스럽게 차 트렁크 문을 열었고 내게 먼저 안으로 들어가라는 눈짓을 보냈다.


차 덩치만 컸지 트렁크는 그다지 넓지 않아 그가 들어오려면 내가 모로 누워야 했다.


마침내 내 남자까지 탑승을 마친 후 그는 최대한 신중한 몸짓으로 트렁크 문을 닫았다.




적막한 고요 속이었다면 들렸을 그 소음은 지척에 있는 고속도로에서 들려오는 과속 차량의 질주 굉음과 점심 메뉴를 놓고 실랑이 중인 가족들의 목소리에 묻혀 다행히 크게 들리지 않았다.


“흐음.. 다행이다.”


트렁크 문을 닫은 별무리는 몸을 틀어 내 쪽으로 뒤집었다.


여전히 빨라진 호흡을 쫓지 못해 얕게 헐떡이고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 그가 내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그리곤 팔베개를 만들어 나를 그의 품에 가두었다.


“이젠 괜찮아.”


내 귀에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에는 안도감이 실려있었다.


그 또한 여전히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지만, 사뭇 차분해진 그의 눈빛을 보니 미쳐 날뛰던 내 심장도 차츰 잦아들었다.


내가 조금 전 목격했던 그의 눈빛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의 한 조각이 될 것이다.


내가 곁에 있어서 더 혼이 나갔던 것일까?


내 손을 붙잡고 내달리던 그의 눈동자에는 다급함을 넘어 간절함이 전해지는 영혼을 잃은 눈빛이었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는 간절한 절박함이 박혀 있던 번뜩이는 눈빛.


나만큼 그에게도 이 상황이 긴박했음을 보여준다.


순간 밖에서 그 집안 가장의 볼멘소리가 들렸다.


“그래! 돈까스 먹자, 그거 먹자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옛말을 증명하듯 가장은 자식들의 성화에 백기를 들었고 가족들은 일제히 차량으로 몰려들었다.


모로 누워 부등켜 안고 있는 우리 모습이 그들에게 노출될 확률은 없어 보였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하나둘 차 실내로 탑승하자 행여 내 숨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됐다.


“씁.”


긴 숨을 한번 들이쉰 후 다시 뱉지를 못하고 숨까지 참고 있던 난 차량이 서서히 움직이자 그제야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누가 듣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럽게 엷은 숨을 내쉬었다.


그런 내 심정을 내 남자는 눈치챘던 것일까?


나를 더 힘껏 꽉 끌어안은 별무리의 입술이 내 귓불을 간질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젠 정말 괜찮아.”


그의 말이 믿음직스러웠고 마침내 나도 안정을 되찾았다.


심신이 안정되자 그 짧은 순간 땀범벅이 된 별무리에게서 쿱쿱한 땀 냄새가 났다.


쾌쾌하지만 그의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땀내가 그의 체향인 양 전해져 그런 긴박한 순간에서도 어처구니없이 마냥 좋았다.


‘흐음.. 내 남자 냄새.’


그 땀내가 뭐가 그리 좋다고 킁킁대며 맡는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그 체향에 취하자 긴장이 풀리며 잠까지 솔솔 찾아 왔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였을 뿐.


순간 또다시 정신이 곧추설만한 자극적인 소음이 차 밖에서 들려왔다.


뿌지직 뿌드득


자갈밭 위에서 귀에 몹시 거슬리는 타이어가 긁히는 소음이 지척에서 선명히 들려왔다.


끼이익


다급하게 멈춰선 자동차 두 대.






자동차 문이 닫히는 소리만으로도 그들 또한 민첩하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직감을 할 수 있었다.


“형님! 저거 홍 형사 찬데요!”


“이 쥐새끼 같은 놈.. 차까지 버리고 어디로 튄 거야! 너희는 저쪽을 훑어봐. 이 새끼 어디로 사라진 거야?”


어투만으로도 위압감이 전해지는, 척 봐도 건달들이란 예측이 가능했다.


나도 모르게 움찔하며 별무리를 더 거세게 끌어안자 그도 더욱 힘껏 나를 안아주었다.


우리가 탄 차량은 가속되어 좀 더 빠른 속도로 그 지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제발..’


이런 숨 막히는 상황에 가슴 졸이고 있는 건 분명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 장담한다.


별무리도 숨 쉬는 것조차 잊은 듯 가끔 크게 숨을 내쉬며 들썩이던 그의 가슴은 미동도 안은 채 멈춰버렸다.


어쩌면 그가 나보다도 더 긴장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뿌드득


자갈 위를 달리는 소리가 들리자 나도, 내 남자도 동시에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곧이어 차량이 심하게 덜컹거리자 우리를 태운 차량이 샛길에 진입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부으응


마침내 내달리기 시작한 자동차.


차량이 고속도로에 진입했다는 확신이 서자 나는 별무리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고 그는 내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입술에서 그의 따스한 체온이 전해지자 안도감이 배가 되며 얼어붙었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놀랬지? 이제 진짜로 괜찮다. 안심해.”


속삭이듯 전해진 그의 말이 끝나자 스르르 눈이 감겼다.


방금 겪었던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이 마치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고 그 끝은 영원히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우리를 태운 차량의 속력이 시속 100킬로를 넘어섰다는 감이 오자 이젠 정말 안심이 되어 잠이라도 청할 판이었다.


내 긴 한숨에 별무리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휴게소까지 30분 정도 운행해야 해. 힘들면 눈 좀 붙여.”


차 안은 어수선한 가족들의 잡담으로 시끄러웠고 그들의 귀에 우리의 속삭임이 들릴 리가 없었건만 서로의 귓속 깊숙이 파고들며 나지막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오빠도..”


세상에나.. 이런 상황에서도 잠을 잘 수 있다니..


그 말과 함께 난 곯아떨어졌고 나를 깨우는 오빠의 입술이 오른뺨에 느껴지자, 그제야 부스스 눈을 떴다.


“어머..”


“쉿!”


눈을 떴을 때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오빠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당황스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휴게소에 도착했어. 일어나 잠꾸러기야.”


피식


무척이나 민망했다. 자란다고 그 상황에서 잠이 오다니.. 미친 게야.


“저기! 저쪽에 주차할 장소 있네!”


그 집안 장남의 외침에 주차가 임박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마침 후방이 화단을 향하고 있어서 보는 눈을 피해 그들이 내릴 때 우리도 함께 트렁크를 열고 차 밖으로 빠져나왔다.


화단 앞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우리는 가족 전원이 차량 주변에서 사라진 걸 확인한 후 마침내 기지개를 켰다.


“아후~ 뻐근해.”


삭신이 쑤시고 어깨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우리도 여기서 한숨 돌리며 뭘 좀 먹자.”


“응, 근데 오빠 차는?”


“나중에 견인 요청할게.”


“그래야겠네..”


걱정스러운 내 표정을 읽은 그가 내게 장난기 가득한 헤드락을 걸었다.


늘 민망하면 하는 수작질이자 그만의 과격한 애정 표현이다.


“미안하다. 강보람.”


“오빠가 왜 미안해.. 오빠도 예상 못 한 급습이었잖아.”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무언의 대답은 그는 그런 급습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게 실토한 셈이다.


“일단 식사부터 하자. 나 배고파.”


“그래. 오빠 때문에 개고생한 강보람이 보스다. 보스 마음대로.”


식사하는 내내 그는 말이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피식거렸지만, 너무나 어색한 웃음이었다.


그는 포커페이스가 불가능한 직진남이었으니까.


“왜 그렇게 못 먹어. 강보람 너무 놀랐구나?”


“안 놀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니까 그건 사실대로 말할게요. 너무 놀라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 풋.”


그가 처한 지금 상황은 내 입에서 그 어떤 대답을 들어도 마음이 착잡했을 것이다.


괜찮다는 거짓말을 들어도 마음 편치가 않을 것이고 솔직한 답변을 들은 표정 또한 낯빛이 눈에 띄게 어두웠다.


“강보람...”


순간 아차 싶었다. 이놈도 전 남자 문성열처럼 자기 같은 놈 만나면 팔자가 사나워진다며 이쯤에서 끝내자고 하려는 건 아니겠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


버럭거리는 내 성난 하이톤을 예상치 못했던 그가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그냥.. 지금은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 돌아갈 방법이나 궁리해 봐요.”


“돌아갈 방법이야 택시 부르면 되고..”


식사하는 내내 우리 둘 중 먼저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슴이 막막하고 답답했다. 방금 겪은 사건은 내게도 적잖이 충격이었고 앞으로 벌어질 불확실한 미래도 꽤나 두려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1부_27 베일 속 여인, 왕마담 19.05.11 49 0 9쪽
26 1부_26 강아지녀의 등장 19.05.11 45 0 11쪽
25 1부_25 문성열의 추궁 19.05.09 34 0 10쪽
24 1부_24 한 배를 타게 된 예쁜 남자 19.05.08 32 0 9쪽
23 1부_23 측전무후와의 첫 만남 19.05.08 40 0 10쪽
22 1부_22 내 남자의 흔적 쫓기 19.05.07 34 0 11쪽
21 1부_21 사라진 사체 19.05.07 48 0 11쪽
20 1부_20 다시 사라진 내 남자 19.05.06 47 0 11쪽
» 목을 조여오던 긴박함 19.05.06 32 0 10쪽
18 고속도로 위의 추격자 19.05.05 34 0 11쪽
17 안타까움의 다른 표현 19.05.05 34 0 11쪽
16 내 마음 속 영웅들 19.05.04 40 0 11쪽
15 내 남자는 무사할 수 있을까? 19.05.04 39 0 12쪽
14 은밀하게 위대하게 19.05.03 50 0 10쪽
13 열려라, 뒷문 19.05.02 41 1 12쪽
12 날아가는 거 전문인 검사와 형사 19.05.01 46 1 12쪽
11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19.05.01 43 0 9쪽
10 내 남자가 사라지기 한 달 전 19.04.29 46 0 12쪽
9 벗겨진 양파 껍질 19.04.28 47 0 12쪽
8 편하게 고기 먹던 인연, 문성열 19.04.27 43 0 10쪽
7 뜬금포 MOON 19.04.26 47 0 10쪽
6 매정한 수컷들 19.04.25 70 0 10쪽
5 요상한 프레임 19.04.24 73 1 12쪽
4 예상 밖의 전개 19.04.23 71 1 11쪽
3 또 다른 침입자 19.04.22 88 1 10쪽
2 예쁜 남자, 조민 19.04.22 109 1 10쪽
1 실종된 지 2주째 +2 19.04.21 259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