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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827
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19.04.23 22:15
조회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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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예상 밖의 전개

DUMMY

홍 형사의 실종은 서서히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문제는 검은 구름 속을 향해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없어진 물건들을 살펴보느라 엉망이 된 집구석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


“오늘은 다른 곳에서 지내는 게 좋겠어요.”


“네. 이틀, 호텔에서 지낼까 해요. 부모님 집이 수도권이긴 하지만 왠지 혼자 있고 싶어요.”


가까운 호텔로 향하던 중 그가 갓길에 차를 정차했다.


“아무래도 안심이 안 돼요. 오늘 밤 함께 지내요. 우리 집으로 가요.”


“네? 경위님 집에요?”


“부모님께서 지방에 거주하세요. 혼자 지내고 있어요. 안심해요. 방도 두 개예요. 원룸처럼 불편하진 않을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낯선 남자와 그의 집에서 밤을 함께 보낸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비록 그가 경찰이라고는 해도..


“아니면 호텔에서 함께 지낼래요?”


그건 더 이상하지 이 사람아! 아무리 경찰이라도 낯선 남자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밤을 보낸다는 게 뻘쭘한 거지 눈치 없는 경찰 같으니.. 장소가 문제가 아니지!


“하긴..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낯선 저와 함께 지낸다는 게 불편한 거지요?”


눈치는 있네. 그렇긴 하지만 오늘 밤 혼자 자는 것도 무서웠다. 희준이 집에 갈까 하는 생각도 하던 차에 그가 이런 뜻밖의 제안을 한 것이다.


“혹시 오늘 밤.. 제가 다른 곳에서 지내더라도 같은 침입자가 그곳을 기웃거릴 수 있다고 짐작하시는 건가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집 안에서 물건을 찾고 있었던 거지 보람씨가 타겟이었던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 물건을 뒤진 것이지 내가 타켓이었던 건 아닌 듯 보였다.


“유비무환입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요. 이미 보람씨 신분이 노출된 것 같으니까.”


“신분 노출..”


신분 노출이란 말에 등줄기가 찌릿했다. 누군가 나의 신상을 꿰고 있다는 소리다.


찝찝함을 넘어 등골이 오싹했다. 누군가에게 나도 해코지당할 수 있었다.


“내가 홍 형사와 관련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아낸 거겠죠?”


“그런 것 같아요.”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자 나도 덩달아 한숨이 길게 늘어졌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말아요. 말했듯이 보람씨가 아니라 그들이 찾고 있는 물건이 목표물인 것 같으니까.”


내게는 그거나 저거나 도진개진이다. 위험에 노출된 상황은 마찬가지였으니까.


“일단 제집으로 가요. 가서 천천히 다시 생각합시다.”


“네.”


우선은 나도 그편이 안심됐다. 어쨌든 내일이 주말이라서 며칠은 경찰의 보호 아래 지낼 수가 있으니까.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안.


그의 집은 아파트였다. 신혼부부들이 살기에 적당한 방 2개 있는 소형 아파트.


“내 집이다, 생각하고 며칠 지내요.”


“오빠 아니 홍 형사님 집이 저렇게 돼서 제가 혹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까요?”


“네. 이런저런 자세한 추가 진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첫 번째 침입자가 그 집 발코니에서 추락하는 걸 봤다는 목격자가 2명이나 있습니다.”


“처음부터 추락한 게 아니에요. 별 탈 없이 내려간 거로 보이는데.. 지면에서 차에 부딪히기 전에는요. 그런 거면 차 사고 아닌가요?”


“경찰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3층에서 추락하면서 차 앞으로 떨어져 치이는 걸 봤다는 목격자들이 있어요.”


“제가 휘두른 의자가 창틀에 부딪히면서 범인은 부상도 없이 난간을 제대로 붙잡고 내려갔어요. 제가 의자를 들고 발코니에 서 있긴 했지만 그건 범인이 아래로 내려간 걸 확인한 후 안전하다고 느낀 이후에 발코니로 나갔던 거고요.”


“난 보람씨 말을 믿는데 지금 달리 목격했다는 목격자들 진술이 있어요.”


“그 사람들 참 이상하네요. 처음부터 제대로 봤다면 그렇게 진술할 리가 없는데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진술을 맘대로 한 대요.”


“우선 좀 쉬어요. 보시다시피 난 집에서 요리 안 합니다. 음식 재료가 한 개도 없어요. 시켜먹던지 잠깐 아파트 상가에서 사 먹든지 합시다.”


“네. 편하신 대로 하세요.”


밥 생각은 전혀 없었다. 먹는다 해도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것 같았다.


집이 털린 것도 찜찜해 죽겠는데 사실과 다른 목격자 진술이라니. 대체 어떤 년, 놈들이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너무 긴장하고 신경을 썼더니 눈알이 아리고 전신이 욱신거렸다.


“눕고 싶으면 이 방 침대를 써요. 손님 방이에요. 가끔 동생도 오고 부모님도 방문하셔서.”


그의 차만큼 거실도 깔끔했지만, 손님 방도 무척이나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침대도 더블사이즈라 널찍이 대자로 뻗어 잘 수 있었다.


“눈 좀 붙일게요. 너무 긴장했나 봐요.”


“그래요. 마실 생수 갖다 줄게 목마를 때 마셔요.”


그가 옷장에서 꺼내 준 포근한 이불 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불에서 은은한 베이비 파우더 향이 났다.


섬유 유연제 냄새겠지만 조민과 잘 어울리는 향이란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큰 숨을 들이마시며 향긋한 냄새를 들이켰다.


아늑하고 포근한 기분에 어느새 스르르 눈이 감겼다.


얼마쯤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땐 방안은 캄캄했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 그래요?”


거실로 나오니 환한 실내등 아래, 하얀 피부의 낯선 사내가 노트북 너머로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었다.


그가 경찰, 조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자 마침내 전신에 소름이 돋으며 안심이 됐다.


부르르


나도 모르게 온몸이 부들거리고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괜찮아요?”


“아.. 네. 눈을 떴는데 순간 제 방이 아니라서 놀랐어요.”


피식


“앞으로 방에 있는 작은 스탠드 켜놓고 자요. 눈 떴을 때마다 놀라지 말고. 후훗.”


“네. 푸훗. 제가 너무 놀라며 뛰쳐나왔나 봐요. 저보다 형사님이 더 놀라신 것 같아요.”


“배고파요? 바람도 쐴겸 밖에서 간단히 먹고 들어와요.”


배가 고픈 건 아니었지만 가슴이 답답해서 바깥 공기를 쐬고 싶었다.


이젠 내게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밖을 나가면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는 습관이 붙어버렸다.


그런 내 모습에 그가 피식거렸지만 놀리거나 지적하지는 않았다.


“낼은 함께 마트에 가서 먹을 것 좀 사요. 월요일에 내가 출근한 후에는 가능한 집 밖으로 혼자 외출은 삼가요.”


“네”


사실 그 없이 혼자 외출하고 싶은 마음은 내게 일도 없었다. 당장 오늘 밤 혼자 잘 수나 있을지 그것부터 걱정스러웠다.


그의 아파트 거실 안


“그럼 잘 자요. 무서우면 문 닫고 자던지 그게 더 무서우면 문 열어 놓고 자요. 내 방문도 열어 놓고 잘 테니.”


“네. 방문 열어 놓고 잘게요.”


피식


“그래요. 내가 잠들 때까지 거실에서 일하고 있을게요. 안심하고 자요.”


예상대로 악몽을 꾸었다.


“허억 헉.”


눈을 뜨니 스탠드는 켜져 있어도 거실이 캄캄해서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서둘러 거실로 나가 불을 켰는데도 주변 모습이 낯설어 그저 무서운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들어찼다.


그의 방으로 다가갔다. 켜져 있는 거실 불빛 사이로 희미하게 조민의 자는 모습이 보였다.


살짝 방으로 들어가 벽에 기대앉았다. 그제야 마음이 안정되며 한시름 놓았다. 목이 타서 그의 침대 머리맡 작은 테이블에 놓인 생수를 슬쩍 마시고 안 마신 척 다시 제자리에 그대로 올려놓았다.


다시 벽에 기대앉아 있었는데 잠시 후 누군가 흔들어 깨어보니 조민이 나의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아니, 여기서 왜 이러고 자고 있어요?”


‘아.. 쪽 팔리게 이러고 잠이 든 거야?’


“아.. 악몽을 꿨어요. 놀라서 여기에 잠깐 앉아 있었는데 잠이 들었나 봐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놀라셨죠?”


“아니요. 아직 새벽이에요. 편안히 좀 더 푹 자요. 이부자리 깔아 줄게요.”


“네?”


“요 깔아 줄게 무서우면 여기서 자요.”


말하는 중에 그는 이미 옷장을 열어 꺼낸 요를 깔고 있었다.


“아니에요. 제 방에 가서 잘게요.”


“방에도, 거실에도 죄다 등을 켜 놨네. 불안하면 여기서 맘 편히 자요. 난 정말 괜찮으니까.”


더 이상 사양하고 싶지 않았다. 민폐여도 할 수 없었다. 정말 무섭고 불안해서 혼자 잘 수가 없었다.


“어서 눕지 않고 뭐해요? 좀만 더 눈 좀 붙이자 구요. 휴일인데.”


“네.. ”


요가 생각보다 푹신했다. 덮은 이불에서도 다른 이불에서 풍기던 베이비 파우더 향이 솔솔 풍기며 코끝을 자극하자 마음이 안정되어 잠이 스르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와 방 메이트를 하며 지내기를 3일.


“갑갑해도 안전하게 집 안에만 있어요. 가능한 일찍 퇴근해서 올 테니까.”


“네. 여기선 볼 일도 없잖아요. 다녀오세요. 어제 장 본 재료로 저녁 해놓을게요.”


피식


“요리 잘해요?”


“잘할 줄 아는 거로 해야지요. 푸훗.”


“그럼 기대하고 일찍 올게요.”


“저기! 조 경위님.. 시간 나시면 저번에 말씀하신 목격자 진술 좀 더 자세히 알아 봐주시겠어요?”


“그럴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요.”


“네.”


아무리 경찰의 집이지만 그가 떠난 집에 혼자 있으려니 불안했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실내 등을 켜고 온종일을 보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간이 밖을 정탐하며 흘끔거렸다.


그러나 그가 저녁에 당도하기 전에 이미 내게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양 형사의 절친 김 형사로부터 별로인 새로운 소식이 업데이트됐다.


홍 형사 집을 무단 침입하려던 첫 번째 범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사망에 내가 연루됐다는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에게도 조민에게 했던,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도 조민과 토시 하나 다르지 않은 같은 이야기를 내게 전했다.


“나야 보람씨 얘기를 전적으로 다 믿지. 근데 다르게 진술한 목격자들이 있어서 보람씨도 다시 자세히 진술해야 할 것 같아.”


대체 이건 뭔 개소리야. 도대체 어느 놈들이 그런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는 거야?


1층에서 내게 손가락질하던 놈들이 떠올랐다. 그놈들인가?


저녁 일찍 돌아온 조민의 표정이 별로 밝지 않은 것을 보고서야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김치찌개 백반집 차려도 될 것 같네요. 정말 밥도둑이네. 맛있어요.”


“양껏 드세요. 하루 폭식한다고 큰일 않나요.”


“그래요. 양껏 먹고 소화제 먹으면 되지, 뭐.. 푸훗.”


“김 형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저 좀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 건가요?”


“흐음.. 꼭 그런 건 아니고. 정확한 해명이 필요해지긴 했어요. 보람씨의 진술에 반하는 진술을 한 목격자가 한 명 이상이라서 다시 자세한 진술을 해야 할 거예요.”


“자세하게 덧붙일 진술도 없어요. 조민 형사님께 얘기한 게 전부예요. 내가 휘두른 의자에 오른팔만 조금 부딪혔고 멀쩡하게 난간을 짚고 내려갔어요. 잠시 후 차 사고가 나는 소리가 들렸고요.”


“알았어요. 일단 식사부터 해요. 그건 나중에 천천히 다시 그렇게 진술하면 되는 거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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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부_20 다시 사라진 내 남자 19.05.06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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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고속도로 위의 추격자 19.05.05 34 0 11쪽
17 안타까움의 다른 표현 19.05.05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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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날아가는 거 전문인 검사와 형사 19.05.01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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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뜬금포 MOON 19.04.26 47 0 10쪽
6 매정한 수컷들 19.04.25 70 0 10쪽
5 요상한 프레임 19.04.24 72 1 12쪽
» 예상 밖의 전개 19.04.23 70 1 11쪽
3 또 다른 침입자 19.04.22 87 1 10쪽
2 예쁜 남자, 조민 19.04.22 109 1 10쪽
1 실종된 지 2주째 +2 19.04.21 2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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