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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855
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19.05.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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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부_23 측전무후와의 첫 만남

DUMMY

하지만 곧이어 이어진 건물 뒤편의 풍경으로 난 어렴풋이 그녀의 존재를 가늠할 수 있었다.


“와~ 연예인 같다.”


이런 상황에서 마주친 게 아니라면, 요즘 쏟아지고 있는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하나일 거란 예측을 할 만한 미모의 아가씨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익숙한 듯 뒷문을 찾아 들어가는 모습은 비밀의 정원을 더욱 은밀하고 욕망과 열락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탄생시키는 여전사들이란 짐작을 가능케 했다.


“그럼.. 아까 그 포스 작렬 왕비 마마는 마담인 건가?”


예외가 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포스가 남달랐던 그 여인은 저 아방궁의 안주인이 틀림없었다.


“오 박사도 그렇고 주변에 참 기센 여전사들이 많네.”


그 여인을 언젠간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장기 투숙을 결정한 순간 전기 포트부터 장만했었다. 가뜩이나 커피를 달고 사는 내가 저녁부터 새벽까지 창문에 들러붙어 저 아방궁을 지켜보려면 릴레이 커피 흡입은 필수.


방안에 배치해 놓은 의자와 조그만 탁자를 아예 창 앞으로 옮겨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앉아 있었다.


치치 치이익


간간이 전기 포트에서 들려오는 물 끓는 소리가 지루함을 달래주곤 했다.


관찰 첫날이니만큼 호기심 어린 내 눈에 들어찬 모든 광경은 그저 낯설고 신기할 뿐이었지만, 새벽녘이 되자 집중력이 흐려졌다.


“망원 렌즈를 이용해서 사진이라도 찍어놔야 하는 건가?”


짙은 어둠이 내려앉자 내로라하는 멤버쉽 인사들이 하나둘 도착했지만 거들먹거리며 비밀의 정원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내들의 모습 중 내가 아는 이는 현재까지 한 사람도 없었다.


“하긴 정재계고 법조계고 내가 아는 인사들이 누가 있겠어.. 기껏해야 뉴스나 포탈에 나왔던 인사들이 전부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허무맹랑한 사건 조사 준비 작전은 아닌 듯싶었다.


“진짜루.. 탐사 보도하는 기자들이 취재 중 사용하는 망원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준비해서 사진 자료를 모아 놔야 하는 걸까?”


순간 사진 자료를 수집하는 행위 자체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이젠 정말 위험에 한발 다가선 기분이랄까?


“내일 장비들부터 알아봐야겠다. 준비해야 할 장비들이 꽤 있네.”


은밀한 뒷조사를 실행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실감했다.


내 남자의 흔적을 쫓는 일은 장난처럼 한번 시도나 해보는 가벼운 뒷조사도 아니었고 호기심 천국도 아니었다.


오늘 하루 관찰한 정황만으로도 내가 위험에 한발 들여놓은 것이란 현실을 바로 직감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였다.


탐사 보도 전문 기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취재에 임하듯 나 또한 어떤 위험이 내 미래에 도사리고 있는지 예측 불가한 상황을 감수해야만 한다.


“일단 부딪혀보자. 사진 자료를 수집해야 하니 낼 당장 카메라부터 구입!”


고삐를 죄듯 어수선한 마음을 다잡고 나니 각오가 단단해지긴커녕 심란함에 정신머리가 더 혼란스러웠다.


“후후후훅 후훅”


심호흡을 반복하며 의연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불안감은 내게서 떨어져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있다. 강보람! 그래! 가즈아!”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또다시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는 사이 창밖의 어둠은 검푸른 색으로 변해버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피곤해서 눈알이 아렸다. 쏟아져 내리는 졸음을 이기려고 뻑뻑해진 눈꺼풀을 치켜뜨는 것이 힘겨웠다.


“슬슬 하나둘 껴 나오기 시작하는군.”


어깨에 벽돌 두 장씩은 얹은 채 온갖 가오를 잡으며 아방궁으로 들어갔던 고관대작들이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정원에서 하나둘 비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술에 쩔고, 흥에 취해 부축을 받으며 비밀의 정원을 벗어나 검푸른 새벽녘 이슬을 맞고 있었다.


몇몇은 딸 또래로 보이는 유흥업소 아가씨를 옆에 끼고 차에 탑승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으이그. 메스꺼워라. 쉰 놈들이 저런 어린 애들을..”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거들먹거리고 큰소리를 치며 어린 아가씨들을 차에 태우는 모습에 비위가 상해 토가 나올 뻔했다.


“앞으로 매일 저 꼴을 봐야 하는 거잖아. 갑자기 내 팔자가 왜 이렇게 된 거야..”


누굴 탓하겠는가.. 이게 다 독특한 남자 취향을 가진 내 탓이지..


멀쩡한 경찰도 많은데 하필 고르고 고른 놈이 조직의 또라이 형사. 그것도 밥 먹듯 분실되는 위험천만한 꼴똥.


“별무리.. 살아는 있는 거지?.. 보고싶다. 무지하게..”


단순한 감이나 촉이 아니라 내 안의 영험한 기운이 그가 살아있다는 확신을 내 심장에 깊숙이 심어주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그는 잠시 의도적으로 분실된 것이지 하찮은 놈들에게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 분명히 살아있을 거야. 어딘 가에..”


그때 창 너머로 초저녁에 내 호기심에 불을 지폈던 포스 작렬 왕비마마가 뒷문을 이용해 그녀의 궁전을 벗어나고 있었다.


여전히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으며 자신의 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정도 포스면 그냥 왕비가 아니라 측천무후 수준이네. 저 여자에게 딱이네. 측천무후.”


난 그날 밤 이후로 성도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측천무후라는 칭호를 내려줬다.


“풋. 보면 볼수록 잘 어울리는 호칭이네.”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원거리에서도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막연히 그녀의 깊은 고뇌가 내게도 전이되는 기분이었다.


“뭐냐.. 이 싸한 기분은..”


창 너머로 그녀를 지켜보는 내내 알 수 없는 유대감이 형성되고 있었다.


내게 비친 그녀의 진중한 고뇌는 그녀가 어쩌면 적진의 적군이 아닌 나와 한편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멀리서 감지되는 그녀의 신중한 표정은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뭐냐. 이 요상한 기분은..”


그녀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그녀의 뒷모습에서 느껴졌던 여운과 잔상이 내 눈동자에 여전히 남았다.


“기다리시오. 측천무후. 우리가 곧 만나게 될 날이 그리 머지않았소!”


그렇게 낯선 곳에서의 첫날 밤은 가슴 벅찬 긴장과 호기심, 알 수 없는 묘한 기운들로 가득한 채 다음 날의 햇살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아후.. 뻐근해. 삭신이 엄청 쑤시네..”


낯선 곳에서 날 선 하룻밤을 범죄 소굴일 수 있는 비밀의 정원 옆에서 긴장하며 웅크리고 잤더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욱신거렸다.


“휴우.. 이런 압박과 익숙치 않은 환경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자신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개되는 상황과 환경이 내가 의도한 데로 돌아가 줄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일단 저질러 보자!”


카메라를 구매하기 위해 분노의 자판 두들기기를 하며 검색을 하고 있을 때였다.


띠리리링


조민이었다.


“무슨 일이지?”


-- 네. 조민씨.


-- 대체 어딥니까?


조금은 날 선 목소리.


‘화났나?’


-- 네?


-- 어제 집에서 안 잔 거 맞죠? 무슨 일 있었습니까?


‘이런.. 사실대로 실토해야 하나? 어쩐다..’


옆 동 아재 조민은 내가 밤새 아방궁을 감시하는 동안, 불이 꺼진 내 집을 관찰하고 있었나 보다.


그를 속일 방법은 없어 보였다.


-- 주소 알려 드릴 게 오늘 저녁 이곳에서 봬요.


서울 한복판 호텔 주소를 받아 들은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적이고 선이 고운 눈매가 살짝 커졌다가 이내 침착하게 내려앉은 후 깊은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주소가 지니는 의미를 해독하기 위해 그 잘난 두뇌를 풀가동하고 있겠지. 풋.’


-- 저녁엔 다 알게 될 테니 종일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아요.


-- 이따 퇴근 후 봅시다.


내친김에 벌떡 일어나 카메라와 망원렌즈를 구매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는 길에 짐도 챙겨야겠다.”


언제 다시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간밤에 지켜본 장면들은 긴 여정이 될 거라 확신했던 이전의 예상보다 훨씬 더 지루한 과정과 불확실한 미래가 될 수도 있음을 직감하게 했다.


막연한 감이 아닌 확신이었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불장난 같은 시도가 아닌 저들만큼이나 치밀하고도 은밀한 탐사 보도로 이뤄져야 한다.


“어쩌면 조민을 설득해 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어.”


오늘 저녁 조민을 만나면 지금까지 세운 내 계획을 모두 털어놓을 생각이다.


내 진심과 각오가 제대로 전달된다면 그도 무작정 반대하지만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 탐사 보도의 첫걸음은 카메라와 망원렌즈를 구매하는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다.


“구매하긴 했다만..”


손에는 이미 카메라 장비 세트를 들고 있었지만 내가 제값을 치르고 구매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일 시작 전부터 벌써 덤탱이를 쓴 건 아니겠지?”


왠지 본격적인 작전 개시 전부터 바가지를 쓰며 산뜻한 출발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에그.. 신경 끄자.”


시간이 지날수록 바가지 가능성은 사실이 되고 있었다.


“시작부터 인생 경험 징하다.. 쓰디 쓰구만.”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내가 험난한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정신 똑! 바로 차리자.”


각오를 새삼스럽게 다지고 각성하고, 나 자신의 무능함과 무지함을 자책하며 오후를 보냈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창밖은 어느새 새로운 어둠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제와는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비밀의 정원, 클럽 메듀사는 오늘 저녁도 몹시 분주해 보였다.


“오호~ 그림 좋아. 아~주 맘에 들어, 크큽”


창 옆에 카메라 삼각대까지 설치하고 카메라 위치를 세팅한 후 살펴보니 눈앞의 그림이 제법 그럴싸했다.


그리고 마침내 조민과 담판을 지어야 할 순간도 도래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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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1부_27 베일 속 여인, 왕마담 19.05.11 49 0 9쪽
26 1부_26 강아지녀의 등장 19.05.11 44 0 11쪽
25 1부_25 문성열의 추궁 19.05.09 34 0 10쪽
24 1부_24 한 배를 타게 된 예쁜 남자 19.05.08 32 0 9쪽
» 1부_23 측전무후와의 첫 만남 19.05.08 40 0 10쪽
22 1부_22 내 남자의 흔적 쫓기 19.05.07 33 0 11쪽
21 1부_21 사라진 사체 19.05.07 48 0 11쪽
20 1부_20 다시 사라진 내 남자 19.05.06 47 0 11쪽
19 목을 조여오던 긴박함 19.05.06 31 0 10쪽
18 고속도로 위의 추격자 19.05.05 34 0 11쪽
17 안타까움의 다른 표현 19.05.05 34 0 11쪽
16 내 마음 속 영웅들 19.05.04 40 0 11쪽
15 내 남자는 무사할 수 있을까? 19.05.04 39 0 12쪽
14 은밀하게 위대하게 19.05.03 50 0 10쪽
13 열려라, 뒷문 19.05.02 41 1 12쪽
12 날아가는 거 전문인 검사와 형사 19.05.01 46 1 12쪽
11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19.05.01 43 0 9쪽
10 내 남자가 사라지기 한 달 전 19.04.29 46 0 12쪽
9 벗겨진 양파 껍질 19.04.28 47 0 12쪽
8 편하게 고기 먹던 인연, 문성열 19.04.27 43 0 10쪽
7 뜬금포 MOON 19.04.26 47 0 10쪽
6 매정한 수컷들 19.04.25 70 0 10쪽
5 요상한 프레임 19.04.24 73 1 12쪽
4 예상 밖의 전개 19.04.23 71 1 11쪽
3 또 다른 침입자 19.04.22 88 1 10쪽
2 예쁜 남자, 조민 19.04.22 109 1 10쪽
1 실종된 지 2주째 +2 19.04.21 25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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