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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857
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19.05.1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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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부_26 강아지녀의 등장

DUMMY

“강보람.. 매일 밤 개고생하며 지켜본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어. 사건은 내게 맡기고 혹시 모르니 네 신변에만 주의를 기울여.”


이쯤에서 한발 물러나야 할까?


그러나 난 현재 진행 중인 탐사를 중단한 할 마음은 일도 없었다.


CCTV에서 확인한 내 남자의 처참한 몰골이 떠오를 때면, 가슴이 미어져 혼자 두 다리 뻗고 잠을 자는 내 모습에 스스로 용서가 되질 않았다.


문 검사를 깜빡 속여 넘길 수 있는 재간이 내겐 없으니 중단선언은 없다고 이실직고 후 생떼를 쓰며 버티는 수밖에.


왕마담 제인 관련 첩보도 그의 간을 보며 따지고 잴 필요도 없는 정보다.


현재 보고되지 않은 정보라 하더라도 어차피 조만간 그의 귀에 들어갈 게 뻔한 정보니까.


‘이게 첫 번째 시험댄가?’


마치 문 검사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고 앉은 기분이었다.


미래 탐사를 위한 기본 역량은 갖췄단 인상을 심어줘야 할 시점이라고나 할까?


“이미 보고 받았을 수도 있는데..”


내가 뜸을 들이며 그의 표정을 관찰하자 평소에도 날카로운 그의 눈매가 더욱 예민해졌다.


“무슨 보고?”


“왕마담 제인을 알고 있어요?”


대답 없이 그의 시선이 한참 동안 내 눈동자에 머물렀다.


“흐흠..”


“너 때문에 낮술 한잔해야겠다.”


“네에?”


근무 중에 술이라니?!!


‘헬로우~ 문 검사가 맞으신 가요?’


“잠시 전화 좀 하고 올게.”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방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이 너무나 낯설었다.


“진짜 낮술 하려고 그러나?”


정말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문 닫히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그의 반응은 내가 저지르고 있는 어설픈 작전 수행이 얼마나 무모한 짓거리인가를 가늠케 했다.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에 흠칫 놀라 돌아보니 직원분이 문 검사가 마시는 소주 브랜드 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 시선에 포착되었다.


“이거 실화인 거냐?!!”


당최 이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내 손등을 꼬집어 보았다.


“아야! 실화구나..”


직원이 소주병을 탁자에 내려놓고 소주잔 두 개를 세팅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는 동안 흥분 게이지가 서서히 올라가서더니 급기야 심장이 쿵쾅거리는 울림이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엄청난 소식을 들려주려는 거 아니겠지?”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혹시 별무리에게 정말 무슨 변고가 생기기라도 한 건가?”


그런 생각에 미치자 걱정은 무한 상상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설마..”


문 검사는 내게 나의 별무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술까지 시켜놓고 뜸을 들이는 걸까?”


내 낯빛은 이내 흙빛이 돼버렸다.


벌렁대는 심장을 잠재우기 위해 손바닥을 가슴 위에 얹었다.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에 조금은 침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참으려 해도 눈동자엔 자꾸만 물기가 어렸다.


코끝이 찡해지는 것이 느껴지며 목덜미에 소름이 올라왔다.


투툭


비보를 전해야 하는 장본인이 들어서기도 전에 커다란 눈물방울이 손등 위로 떨어졌다.


드르륵


그가 조금만 더 늦게 들어왔다면 소식이 전달되기도 전에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을 텐데 그 사태만은 면할 수 있었다.


이미 코끝은 딸기코가 돼버렸고 울지 않은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지만, 눈두덩이 주변은 붉어져 있었다.


그런 내 몰골을 그가 난감한 듯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에휴..”


나의 상상력은 그의 한숨조차 별무리의 죽음을 암시하는 의도라 여겨졌다.


또다시 눈가에 물기가 핑그르 돌았다. 찡해진 코끝에 콧물이 맺히며 훌쩍거리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건만 매의 눈을 비껴갈 재간은 없었다.


“초상이라도 났어? 웬 눈물 바람이야..”


‘어엉? 저 말은 아직 초상이 안 났다는 얘기?! 그럼 별무리 사망 소식 때문에 술을 시킨 건 아닌 거잖아. 휴우.. 다행..’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주책을 부린 것 같아 급창피함이 몰려왔지만, 내 눈물 바람에도 다시 급랭 된 그의 태도에 머리칼이 쭈볏거렸다.


‘별무리 관련 비보가 아니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렇게 무게를 잡는 걸까?’


“사무실 다시 안 들어가도 되니까 한잔하자.”


‘워매.. 대체 이게 뭔 일이래?!’


눈이 동그래진 내 모습에 그가 피식거렸다.


웃었다는 건 대화의 주제가 그리 심각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혼자 연애라고 우긴 그와 함께 보낸 500일 동안의 알콩달콩 시기를 거치며 저절로 체득된 능력이 있다.


그의 제스처와 표정으로 그의 심중 읽기.


“현재까지 수사관들이 수집한 첩보로는 홍 형사.. 무사해. 부상 중이지만. 더는 알려줄 수 없으니 더 이상 묻지도 말고 어디 가서 발설하지도 마.”


‘다행이다.. 살아는 있는 거구나! 별무리야.’


“그리고 제인이란 유흥업소 마담 정보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관심 가져야 할 이유 전혀 없는 사람이야.”


“그 여자가 홍은하 정보원이었다면서요! 왜 나와 관계가 없는 여자예요?! 홍은하와 관련 있는 사람은 좋든 싫든 이미 나와도 엮인 인연이라구요!”


“그래서.. 그 여자와 독대라도 해서, 홍은하 어찌 된 거냐고 단판이라도 짓 게?”


빙고


어쩜 이리 족집게이실까?


“신내림이라도 받았어요? 멍석 깔고 1인 개인점사 10만 원은 받아도 되겠네요.”


“에휴.. 그런 농담이 나오니.. 너는?”


“그 여자와 담판 짓겠다는 결심은 농담 아니에요. 나중에 알게 될까 봐 미리 자백하는 거지만. 근데 무모하게 계획도 없이 당장 덤비겠다는 게 아니에요.”


“그 치밀한 계획 좀 들어보자. 대체 무슨 계획을 세웠는데.”


그의 눈빛에서 그저 비아냥거림만이 아닌 진중함도 읽혔다.


용기를 내서 어제 낮에 우연히 목격하게 된 유흥업소 아가씨 얘길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어제 오후에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업소 아가씨를 길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그 아가씨와 마주치는 순간 신은 내 편이란 노란 전구가 내 머릿속에서 반짝였다.


슬쩍 미행하면서 낮 시간대를 소일하는 그 여자의 동선을 확보했다.


“어제 여직원 한 명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그 여자가 근무 시간대 외에 방문하는 장소들을 확보했어요.”


그는 질문 대신 술 한 잔을 들이켜며 나의 다음 말을 경청했다.


“어느 조그만 옷가게를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어요. 단골인지 가게 구석에 설치된 커튼 뒤의 아지트에서 와 있던 다른 여자들과 수다를 떨더라고요. 근데..”


나도 목이 말라 술 한 잔을 들이켜며 문 검사의 눈치를 살폈다.


‘딱히 인상을 구기고 있는 거로는 안 보이는데.’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가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태생적으로 날카로운 찢어진 눈매가 솟아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 얘기에 관심이 있는 건가? 근데 오지게 심장이 쫄깃하긴 하네. 저 인간 앞에서 이런 자백을 하려니..’


왜 그렇게 목이 타던지 술을 물처럼 벌컥 들이마시고 다음 말을 이었다.


“커튼 뒤에서 다른 단골인 유흥업소 아가씨들과 주인장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어요.”


“무슨 사실?”


그의 눈이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번뜩였다.


그가 꽤 밀도 있는 관심을 가지자 나도 덩달아 흥분이 됐다.


분명 불그레하게 상기된 낯빛이었을 것이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여자가 예전에 홍은하를 갈구던 검사의 애인이었어요. 그 검사가 그 여자의 스폰이라고도 했고요. 변호사도 아니고 검산데 돈을 잘 버나 봐요? 아가씨 스폰도 감당이 되고.. 한두 푼도 아닐 텐데.. 어쨌든 현재 사는 오피스텔도 그 검사가 얻어준 거라고 하던데요.”


지난밤에 내 남자를 협박하며 갈구던 그 씹탱이가 낮에 본 강아지녀와 아방궁을 벗어난 후 얼싸 끌어안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했었다.


그리고 그놈은 단순히 내 남자를 윽박지르며 협박하던 쉐키가 아닌 나장해 사건 당시 그의 보석에 힘을 써주던 뒷배라는 소문이 돌던 악질 놈이었다.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보다 더 상세히 꿰고 있는 문 검사의 눈이 동그란 내 눈만큼이나 커졌다.


그 모습이 우스워 웃음이 튀어나왔지만, 지금은 그런 옅은 웃음도 사치란 생각에 목구멍 뒤로 꾹 집어삼킨 후 다음 말을 이었다.


“그 여자들.. 별생각 없이 이런저런 수다를 서슴없이 떨더라고요. 저도 그 옷가게 단골이 될 생각이에요. 지속적으로 드나들며 사건 해결의 단초가 될만한 첩보들을 수집할 생각이에요. 그건 그리 위험한 미션이 아니잖아요.”


또다시 그의 눈치를 살피며 그의 반응을 간 보고 있었다.


“너.. 딱 그 정도 수위에서만 설쳐라. 그 이상은 용납 안 해!”


“넵!! 당근이죠. 그 이상은 능력도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새빨간 거짓말이다.


난 그 이상을 이미 계획 중이었다. 커튼 뒤 여자들의 대화 중 정말 신박한 정보 하나를 건졌다.


“나 그 사이트 가입했어. IP카메라던가? 하여튼 뭔가로 우리 미쉘이 혼자 있을 때 미쉘이 뭐하나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야.”


미쉘은 그녀의 반려견이고 그녀가 언급한 사이트는 IP카메라로 자신의 반려견을 관찰할 수 있는 전문 사이트였다.


빙고


내가 해커라는 사실이 그때만큼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 물론 그 사이트를 해킹해서 그 강아지녀의 집구석을 관찰하는 건 범죄다.


그러나 내 남자에게 해코지하는데 일조했을 수도 있는 악질 놈을 핀셋으로 집어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단지 경찰인 조민에게는 훗날 누가 될 수 있으니 비밀로 할 생각이다.


관음증 환자들이 즐겨 하는 짓거리까지 하게 되다니..


내 인생이 홍은하와 연을 맺으며 이렇게까지 막장이 될 거라는 건 상상해 본 적도 없는데..


‘내 팔자가 진짜로 드신 걸까? 에휴.. 증말 개인점사라도 신청해야 하나? 사주에 더러운 액운이 박혔는지 확인이라도 하게..’


고개를 드는 순간 문성열의 눈과 마주치며 난 또 한 번 심장이 오그라들 뻔했다.


그는 관심법이라도 실행 중인 땡중처럼 내 눈을 노려보고 있었고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은 마치 내가 하고 있던 생각을 모조리 읽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아뿔싸!’


내가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지난 500일 동안 나만이 그를 읽을 수 있는 능력자가 된 것이 아니다.


그도 나란 인간의 머릿속에 들어와 앉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모질라기는.. 저 인간이 어떤 존잰데.. 내 심중을 간파하지 못하겠어.. 에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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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1부_27 베일 속 여인, 왕마담 19.05.11 49 0 9쪽
» 1부_26 강아지녀의 등장 19.05.11 45 0 11쪽
25 1부_25 문성열의 추궁 19.05.09 34 0 10쪽
24 1부_24 한 배를 타게 된 예쁜 남자 19.05.08 32 0 9쪽
23 1부_23 측전무후와의 첫 만남 19.05.08 40 0 10쪽
22 1부_22 내 남자의 흔적 쫓기 19.05.07 34 0 11쪽
21 1부_21 사라진 사체 19.05.07 48 0 11쪽
20 1부_20 다시 사라진 내 남자 19.05.06 47 0 11쪽
19 목을 조여오던 긴박함 19.05.06 31 0 10쪽
18 고속도로 위의 추격자 19.05.05 34 0 11쪽
17 안타까움의 다른 표현 19.05.05 34 0 11쪽
16 내 마음 속 영웅들 19.05.04 40 0 11쪽
15 내 남자는 무사할 수 있을까? 19.05.04 39 0 12쪽
14 은밀하게 위대하게 19.05.03 50 0 10쪽
13 열려라, 뒷문 19.05.02 41 1 12쪽
12 날아가는 거 전문인 검사와 형사 19.05.01 46 1 12쪽
11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19.05.01 43 0 9쪽
10 내 남자가 사라지기 한 달 전 19.04.29 46 0 12쪽
9 벗겨진 양파 껍질 19.04.28 47 0 12쪽
8 편하게 고기 먹던 인연, 문성열 19.04.27 43 0 10쪽
7 뜬금포 MOON 19.04.26 47 0 10쪽
6 매정한 수컷들 19.04.25 70 0 10쪽
5 요상한 프레임 19.04.24 73 1 12쪽
4 예상 밖의 전개 19.04.23 71 1 11쪽
3 또 다른 침입자 19.04.22 88 1 10쪽
2 예쁜 남자, 조민 19.04.22 109 1 10쪽
1 실종된 지 2주째 +2 19.04.21 25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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