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852
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19.04.24 20:37
조회
72
추천
1
글자
12쪽

요상한 프레임

DUMMY

이틀 후


예상대로 나는 진술을 위해 양 형사의 거주지 관할 경찰서를 방문해야 했다.


경찰의 질문 또한 예측한 대로 사실이 아닌 왜곡된 목격자 진술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디리링


“네, 조 경위님. 지금 막 나왔어요. 아니요. 회사 들렀다가 제집으로 갈게요. 더 이상 민폐 끼치는 거 마음 편치않아요.”


핸드폰 너머로 완강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내 집으로 와요. 해 줄 얘기가 있어요. 가능한 일찍 퇴근할게요.”


“무슨 얘기하려는 거지?”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쯤은 나도 짐작할 수 있었다. 슬슬 찜찜한 기분은 두려움으로 변하고 있었다.


다운된 기분에 밥맛이 있을 리 없었지만 먼저 퇴근한 나는 조민을 위해 간단한 저녁상을 준비했다.


모르는 사람인 그에게 이렇게 신세 지고 있는 것도 미안하고 부담스러웠다.


삑삑삑삑삑삑


당연히 조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에 마음 졸이며 문이 열리는 걸 지켜보았다.


“대체 상황이 왜 이렇게까지 된 거야..”


철컥


하나, 둘, 셋!


휴우.. 그였다. 당연한 거였지만..


나와 마주치자 그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해맑은 미소였다. 아름다운 그의 미소에 지금 상황이 더 현실 같지 않았다.


“먼저 퇴근했네요. 서두르긴 했는데 벌써 8시 30분이네요. 배고프죠?”


“아니요. 조 경위님이 배고플 것 같네요.”


“배고파요~ 어서 먹자구요.”


저녁 식사 내내 그는 말이 없었다.


“조 경위님?”


“밥 먹고 얘기해요. 할 얘기가 길어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른 채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긴 얘기란 건 대체 뭘까?


“커피는 내가 탈게요. 앉아 있어요.”


커피가 아니라 소화제부터 먹고 싶었다.


“솔직하게 얘기해 주세요. 뭔가 저한테 불리하게 사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오늘은 솔직하게 얘기해 줄게요. 어쩌면 법적 대응을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법적 대응이요?”


“양 형사 집에서 떨어졌던 사람.. 사망했어요. 사인은 자동차에 부딪히면서 입은 상해 때문이에요. 근데.. 2 명의 목격자에 따르면 보람씨가 휘두른 의자에 맞아 떨어지면서 지나가던 차에 부딪힌 거라더군요. 차는 도난 신고된 차량이었어요. 운전자에게서 얻어낸 진술은 없는 상태입니다. 대부분 목격자는 사망자가 차에 부딪힐 때 목격한 사람들이에요. 현재로서는 그 2명만이 3층 발코니에서 보람씨와 사망자가 있었던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말했잖아요. 발코니에서는 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난간 밖으로 나가는 걸 확인한 후에 발코니로 나갔다니깐요.”


“목격자 진술이 보람씨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아요. 목격자 진술 대로면 정당방위가 아니라 과잉방위로 사람이 사망한 거예요.”


답답하고 화가 났다. 내 얼굴에 그런 감정이 그대로 표출됐는지 그가 내 곁에 다가와 앉았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변호사를 구해서 제대로 법적 대응을 하면 되니깐.”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조 경위님은 그 날 왜 홍 형사님 집에 온 거죠? 다른 경찰들과 같은 이유로 출동하셨던 게 아니잖아요?”


“제가 현장 조사 담당은 아니지만 홍 형사님 실종 사건을 내사하고 있습니다. 직접 확인할 게 있어서 찾아갔었어요. 더는 자세히 말해 줄 수 없어요.”


“그럼 우연히 방문하셨는데 그런 일을 당하신 건가요?”


“예. 홍 형사님 집에 보람씨가 있어서 조금 당황했어요.”


“네..”


“몇 가지 물어볼게요. 두 분 만나지는 얼마나 됐나요?”


“5개 월정도. 근데 사실 홍 형사님이 무척 바빴어요. 만날 때면, 오래된 연인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만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았어요. 오빠에 관해 물어보시면 그리 알고 있는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 말하고 나니 좀 서글펐다. 사람들에게 남친이라고는 했지만 정말 그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았다. 자주 만날 수 없어 무척 그리웠고 그리워서 늘 애틋한 마음이었다.


그나마 그의 집을 드나 들었던 건 그가 늦게 귀가하는 날, 잠깐이라도 보기 위해 그의 집에서 만나고는 했다. 늦은 밤, 데려다주고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 사망자는 좀도둑이었나요?”


조민은 대답 대신 잠시 나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아니요.”


“그럼요?”


“홍 형사님과 관계된 일이라서 얘기하기 곤란합니다.”


“이젠 저와도 관련된 일이잖아요. 알려주세요.”


“제가 조사한 바로는 홍 형사님의 정보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어떤 정보를 위해서 만났던 사람.”


“그런 사람이 왜 오빠 집을 뒤지려고 나타난 거지요?”


“그걸 알아내야죠. 그게 내 일인데.”


“혹시 오빠와 같은 특수수사과 소속이신가요?”


“아닙니다. 홍 형사님팀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 때문에 특수수사과에 파견된 사이버수사대 소속입니다. 홍 형사님께서 수사 중인 사건을 함께 협력 수사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에 관한 얘기는 해드릴 수 없습니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아요. 휴우.. 그 사망자 때문에 무척 찜찜하긴 하네요.”


“혹시 보람씨.. 아닙니다.”


그는 뜸을 들이다 이내 말을 끊었다. 그러나 그가 물으려던 질문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혹시 집안에 오빠가 특별한 물건을 숨길만한, 짐작 가는 장소가 있는지 물으려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건 바로 커피머신인데. 지금 그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사실 그와 알고 지낸 건 불과 며칠밖에 안 됐다. 덥석 믿고 모든 걸 말하기엔 서로 아는 바가 너무 없는 거 아닌가?


조금 더 지켜본 다음에 말하는 게 좋을 듯싶었다.


“문제는..”


맞다! 문제는 오빠의 집을 다시 뒤진 두 번째 침입자가 내 존재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랬으니 내 집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겠지.


“홍 형사님 집을 뒤진 두 번째 침입자의 존재를 모르는데 그자가 보람씨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보람씨 거주지를 알고 있는 것이 사건 당일 보람씨를 미행한 것인지 아니면 따로 보람씨에 관한 뒷조사를 한 것인지 아직 모르겠어요. 그러니 조심 하자는 겁니다. 집은 알고 있으니 당연히 거처는 옮겨야 하고.. 직장은..”


“직장은 어쩔 수 없잖아요. 알고 있다고 해도. 그리고 물건을 찾기 위해 집을 뒤진 거면 제 신변에야 무슨 일이 생길까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민폐 아니니깐 당분간 여기서 지내요. 고집부리지 말고. 직장 다닐 때도 주변 신경 좀 쓰고요. 마음이 불편하겠지만. 서둘러 침입자 신변확보할게요. 조금만 조심하고 있어요.”


“예..”


이젠 이 집에서 쫓아낸다고 해도 내가 들러붙어 있을 판이다. 무섭고 두려웠다. 그리고 불안했다.


이렇게 지내야 하는 것도 걱정스러웠고 앞으로 내 미래에 벌어질 일들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방메이트가 됐다.


“요에서 자는 거 혹시 불편한데 참고 있는 거예요?”


“아니요. 요가 두툼해서 푹신해요. 아늑하고 좋아요. 휴우..”


“방바닥 내려앉겠네. 보람씨 한숨 소리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자요. 당장 무슨 일이 생기는 거 아니니까.”


“당장 아니면 나중엔 무슨 일이 생긴다는 건가요?”


“거참.. 왜 이리 말꼬리를 잡아.. 어서 자요. 오늘 진술까지 해서 엄청 피곤할 텐데.”


그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사이버 수사관이라서 저렇게 곱상하게 생긴 거였나?


사실 울 오빠도 특수수사과지만 생긴 건 곱상하지. 김 형사가 조폭처럼 생긴 거지. 김 형사와 조폭의 차이는 경찰 공무원증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다.



며칠 후


나를 지켜 줄 것 같던 조민도 결국 나를 지켜주지 못했다. 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었다.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 꿈을 꾸고 있는 거 같았다. 재판을 받는 현실 때문이 아니라 일어났던 사건이 사실과 다른데 그것이 마치 사실인 양 둔갑해 재판이 진행될 수도 있는 현실이 마치 꿈만 같았다.


일단 조민의 집에서 더는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희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마워 희준아. 이 집에서 계속 지내는 거 너무 미안해서..”


--“언제부터 니가 내 집을 네 집처럼 드나드는 게 미안한 일이었냐? 푸흐흐.”


“하긴 구렇넹.. 크흐흐흐. 그럼 낼 저녁에 보자규~.”


그나마 희준이와 몇 마디를 나누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 풀렸다.


장희준. 내 첫사랑이자 첫 남자. 나의 영원한 남사친이다.


나, 강보람. 장희준의 첫사랑이자 첫정이며 영원한 여사친이다. 희준이는 여사친으로서의 내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여자하고는 결혼할 수 없다고 하는, 내 24년 지기 죽마고우다.


6살 때부터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다.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거대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한 조그만 초등학교를 6년 동안 함께 다녔다.


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있는 중학교를 3년 내내 함께 다녔고 희준이가 과학고등학교를 가면서 3년 떨어져서 고딩시절을 보내다가 같은 대학교에서 만나 다시 3년을 함께 다녔다.


그렇게 우리는 한 부족민처럼 수도권 아파트 이웃으로 20년을 넘게 함께한 사이다. 어릴 때는 단짝으로, 한때는 연인으로 그 이후에는 영원한 남사친, 여사친으로 헤어짐 없이 붙어 지냈다.


나의 비밀을 아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티비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 이야기를 하자 처음엔 개뻥치지 말라고 했다.


희준이는 내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된 후 만났을 때 자신이 법대를 가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내가 이런 일을 당할 줄이야.


문제는 이 사건 수사가 전개되면서 더 이상 정당방위냐 과잉방위냐만이 쟁점이 된 게 아니었다.


수사 중 내가 홍 형사의 연인인 것이 밝혀지면서 경찰은 내 뒷조사도 시작했다. 뒷조사를 시작하면서 이 사건의 전개는 요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나를 그저 평범한 홍 형사의 여친으로 생각했던 경찰은 내 직장과 이력을 확인한 후에는 더 철저한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망자의 사고가 단순 무단 침입 사건이 아닌 홍 형사의 실종과 나와의 관련 연계성 확인을 위해 내 이력이 낱낱이 파헤쳐졌다.


그들은 새로운 사실을 캐낼 때마다 놀라워했고 결국 이 사건이 단순 침입 사건인가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


경찰 조사 도중 나는 이런 질문을 받아야 했다.


“실종된 홍 형사와는 어떻게 만났지요?”


“우연히 만났습니다. 우연히..”


순간 그 대답에 자신이 없었다. 정말 그와 내가 우연히 만난 걸까?


그런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건 정황상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직감 때문이었다. 내게는 우연이었지만 홍 형사에게는 우연이 아니었을 수도 있단 의심이 들었다.


난 미성 MDS에 근무하고 있었다. 개발팀이었기에 시스템 설치와 설치 후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가 시스템을 설치해주고 각각의 기관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 후 관리 하는 공공기관과 규모가 큰 민간 기업은 여러 곳이다.


업데이트와 관리를 위해 개발팀은 시스템을 드나들 수 있었다. 공공기관의 저장 기록물과 데이터를 보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위치였다.


단지 기관에서 비밀로 하는 문서들을 볼 이유가 내게는 전혀 없었다. 홍 형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조민 집에서의 마지막 밤.


아침을 거르는 그를 위해 바나나를 사두었다.


SNS에서 본 감동 사연을 흉내 냈다. ‘말하는 바나나’


각각의 바나나에 일일이 개별 메시지를 적었다. 나름, 감동을 주는 뭉클한 글귀를 쥐어 짜내느라 새벽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말았다.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 더욱 미안해요.’


‘흔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간절함을 담아 이 말을 하곤 하지요. 파이팅!’


바나나 한 꾸러미가 8개나 되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5개 이후부터는 아이디어 고갈로 고생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1부_27 베일 속 여인, 왕마담 19.05.11 49 0 9쪽
26 1부_26 강아지녀의 등장 19.05.11 44 0 11쪽
25 1부_25 문성열의 추궁 19.05.09 34 0 10쪽
24 1부_24 한 배를 타게 된 예쁜 남자 19.05.08 32 0 9쪽
23 1부_23 측전무후와의 첫 만남 19.05.08 39 0 10쪽
22 1부_22 내 남자의 흔적 쫓기 19.05.07 33 0 11쪽
21 1부_21 사라진 사체 19.05.07 48 0 11쪽
20 1부_20 다시 사라진 내 남자 19.05.06 46 0 11쪽
19 목을 조여오던 긴박함 19.05.06 31 0 10쪽
18 고속도로 위의 추격자 19.05.05 34 0 11쪽
17 안타까움의 다른 표현 19.05.05 34 0 11쪽
16 내 마음 속 영웅들 19.05.04 39 0 11쪽
15 내 남자는 무사할 수 있을까? 19.05.04 39 0 12쪽
14 은밀하게 위대하게 19.05.03 50 0 10쪽
13 열려라, 뒷문 19.05.02 41 1 12쪽
12 날아가는 거 전문인 검사와 형사 19.05.01 46 1 12쪽
11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19.05.01 43 0 9쪽
10 내 남자가 사라지기 한 달 전 19.04.29 46 0 12쪽
9 벗겨진 양파 껍질 19.04.28 47 0 12쪽
8 편하게 고기 먹던 인연, 문성열 19.04.27 43 0 10쪽
7 뜬금포 MOON 19.04.26 47 0 10쪽
6 매정한 수컷들 19.04.25 70 0 10쪽
» 요상한 프레임 19.04.24 73 1 12쪽
4 예상 밖의 전개 19.04.23 71 1 11쪽
3 또 다른 침입자 19.04.22 88 1 10쪽
2 예쁜 남자, 조민 19.04.22 109 1 10쪽
1 실종된 지 2주째 +2 19.04.21 259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