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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5.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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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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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55화. 시험, 혹은 수색 (2)

DUMMY

“백련교의 정보망과··· 원종대사의 관계?”

“네.”

“원종대사와 ‘사부님’의 목적은 다르다고 했었지. 하지만 두 사람의 방식은 같아. 바로 ‘정천맹’이지. 두 사람은 같은 도구를 통해서 서로 다른 목적을 쟁취하려 하고 있어.”


연화는 스승이 준 문장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월동주.


“이걸 백련교··· 아니, 천가방과 소림에 적용해봐. 그동안의 행적을 놓고 말이야.”

“천가방과 소림이라···.”


연화는 눈썹을 어긋매꼈다. 천가방과 소림은 비교 대상이 되기에 그 간극이 너무나도 컸다. 하나 절묘하게 맞물리는 구석은 있었다. 원종대사와 현문진인이 같은 방식을 차용했기에 움직임은 같지만, 물밑에서는 목적이 서로 다르기에 그 톱니바퀴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것과 달리 이쪽은 반대로 전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기묘할 정도로 톱니바퀴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구석이 있었다.


예를 들면, 소림이 천하지회를 선포한 시점과 같이.


“왜 무당이 아니라 소림이 천하지회를 선포했을까?”


연화는 손가락으로 찻잔을 톡톡, 두드렸다.


“맞아요. 그게 처음부터 의문이었죠. 무허자가 ‘그걸’ 가져다준 사람은 현문진인인데··· 어째서 무당이 아닌 소림이 천하지회를 선포하기까지 이어졌는가···.”

“시점의 문제였지. 우리 장문의 본래 계획은 무림대회를 열고, 한현보의 가주와 소가주, 즉, 하남제현과 설총 아우를 뒤에서 몰래 슬쩍 빼돌릴 작정이었단 말이야?”


연화는 눈썹을 찌푸렸다. 무허가 설총을 아우라고 부른 것과 자기가 속한 문파의 수장을 두고 ‘뒤에서 몰래 슬쩍’ 따위의 단어를 붙이는 무허의 태도, 어느 쪽에 눈썹을 찌푸린 것인지는 연화 본인만 알 일이었다.


“한데, 그 하남제현은 어느샌가 사라졌고, 소림에서는 마치 모든 것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천하지회를 선포해버렸지. 물론, 그만한 명분이 갑자기 생기도 했지. 사독파파의 건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건은 아니니까. 결국, 그렇다는 건?”

“으음···.”


연화는 침음을 삼키며 말을 아꼈다. 확실히, 담하 스승님 역시 같은 근거를 토대로 같은 결론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어디까지나 추측이며, 짐작에 불과하다.


그야, 증거가 없으니까.


무려 원종대사의 일이 아닌가? 천하삼절이자, 계묘혈사의 영웅이며, 강호에 있어서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사람이다. 그런 이를 탄핵(彈劾)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에 걸맞은 명분과 증거, 그래─ 아주 확실하고 또렷한 증거가 필요하다.


‘정황증거’ 따위의 말장난이 통할 상대가 결단코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삽시간에 선수를 빼앗겼으면서도 애초에 ‘사부님’은 무당 내에서 천하지회가 열리는 것을 막을 생각이었으니 옳다구나 하고 기뻐하더라고. 생각 없이 말야.”

“···‘장문인’과 ‘사부님’에 대한 사견은 좀 빼고 말씀해주지 않으시겠어요?”

“거북해?”

“듣기에 좋지는 않군요.”


무허는 씩, 웃었다.


“신산께서 좀 참아주셔.”

“···후.”

“어쨌거나, 방금 이야기했잖아? 하남제현을 몰래 빼돌릴 생각이었다고.”

“···그랬죠.”

“그래서 알게 된 거지.”

“무엇을요?”

“청풍칠주가 바람을 맞았더라고.”

“···!”

“선약이 있더군. 아니, 이 경우엔 선객(先客)이 있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겠지.”

“선객이라.”


무허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하남제현의 행적이 언제, 어디로 이어져 있었을 것 같아?”

“···소림이겠군요.”

“시기가 너무 딱 들어맞아. 마치 자로 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야.”


무허는 손깍지를 끼고서 탁자에 기대고는, 그 손깍지에 입을 가려놓은 채로 말했다.


“그래, 단언하지. 천가방과 소림은···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같은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 아까도 말했지만, 그 관점으로 보면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지지.”

“단언할 정도로 증거가 많은 것 같진 않지만···.”


연화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천가방이 하남제현과 진량의 분쟁에 개입한 시점과는 확실히 딱 들어맞는군요.”

“충분히 의심할 만하지 않아?”


연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느릿하게.


“그렇게 생각한다면··· 누군가가 큰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은 모양새로군요.”

“내 생각도 그래.”


무허는 손가락을 하나 펴들고 말했다.


“여기에 곧 있을 비무회에서 딱 한 사람만 등장하면··· 완벽하지.”

“어떤 사람요?”

“뭐, 예를 들면··· 권력 경쟁에서 밀려난 황자라든가, 원종대사의 숨겨진 제자라든가.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고.”

“듣기만 해도 상상력이 빈곤해지는 느낌이로군요.”

“뭐, 이게 각본이라면 애초부터 막장이라구. 전(前)이라고는 하지만 천하제일인이 악의 근본 같은 놈들의 주구가 된 건데.”

“그건 그렇군요.”


연화는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나른한 표정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애초부터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이 계속됐군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던 연화는 피식, 웃었다.


“피곤하네요.”

“동감이야.”

“어쨌거나, 이쯤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도록 하죠. 무허자께서 주신 정보는 유념해두겠어요.”


연화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무허는 다급하게 손깍지를 풀었다.


“잠깐, 아직 할 이야기가 좀 남았어.”

“···또 뭔가요.”


지겨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에 무허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들을 던져서 미안하긴 한데··· 어쨌거나 나는 연화신산에게 ‘협력’을 한 거잖아? 그렇다면 연화신산도 나한테 ‘협력’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협력’인가요.”


잠시 고민하던 연화는 다시 자리에 앉아 말했다.


“확실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허자에게 빚을 남겨둘 수는 없겠죠. 정천맹에 지지표를 던져야 한다는 건 부탁이 아니었으니···.”

“이해해주니 고맙군.”

“말해보세요.”

“두 가지 있어.”

“두 가지요?”


연화의 표정이 어떻든 간에, 무허는 막무가내로 말을 이었다.


“일단 들어봐. 그쪽에도 손해는 없는 거니까.”

“들어보고 결정하지요.”

“그거면 족하지.”


무허는 눈거울을 고쳐 쓰고 말했다.


“우선··· 천하지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게 하나 있어.”

“천하지회 ‘안’에서 말인가요?”

“그거 말곤 다른 길이 없잖아.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이 작살나지만, 바위 안에서 돌원숭이라도 깨어나면 바위가 작살나는 거라고.”

“흐응···.”


연화의 얼굴에 흥미가 돌았다. 무허는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한 소가주를 정천맹의 기수(旗手)로 만들 생각이야. 일종의··· ‘상징’이랄까.”

“한 소가주를요?”


연화의 표정에 언뜻 놀라움이 스쳤다. 잠시 무허의 눈을 쳐다보던 연화는 생각했다. 진심이었군, 빚을 졌다는 말이. 하지만,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진심인가요?”

“진심이야.”

“어째서죠?”

“알면서 꼭 이유를 물어야···. 아니, 그렇지. 이 정도는 말해줘도 좋겠군. 기왕이면 한 소가주를 만났을 때 꼭 이야기를 전해주라고.”

“···이유나 빨리 말씀하시죠.”

“그보다 나은 사람이 없잖아.”


지극히 사적으로 보이는 의견이었지만, 연화도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지금으로서 한 소가주만큼 정천맹의 기수로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 명분, 실력, 사상까지. 단, 배경이 문제지만 말이다.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정천맹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지는 곳이든 간에,”


무허는 그답지 않게 진지한 어조로 말을 맺었다.


“그 이름값은 하는 곳이었음 하거든. 최소한의 양심으로 말이야.”

“···인정하긴 싫지만, 지극히 맞는 말이로군요.”

“혹시 모르지. 정말 그렇게 될지도.”

“희망 사항을 계획에 투영하지 마세요.”

“···반박을 못 하겠군.”


무허는 힘 빠진 표정으로 웃으며 눈거울을 고쳐 썼다.


“두 번째는요?”

“‘사부님’의 바람을 이뤄드리려고.”


이번에야말로 연화는 입이 콱 틀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무엇 때문에요?”

“이유가 필요해?”



* * *



연화는 천천히 또렷해지는 사물을 보며 상념을 정리해나갔다. 무허가 한 소가주를 정천맹의 상징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단지 그에게 빚을 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에게는 그런 기대를 걸 만한 가치가 있다. 얼마 전까지는 긴가민가했지만, 설총이 제갈민의 소식을 들고 왔을 때 했던 대화로 연화는 생각을 굳혔다.


이 사내는 기대를 걸어도 좋은 사내라고.


무허가 지금 깔고 있는 포석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설총의 무결함을 입증하고, 설총에게 무당이라는 ‘배경’을 깔아주는 것이다. 실제로 천하십이본의 대표들이 설총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바로 그의 보잘것없는 배경이니, 무허가 그의 배경을 자처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수의 장애물이 제거된다.


또 하나의 의미는···.


“···한 소가주와 그의 아우, 다시 말씀드리죠, 그의 ‘수하’인 그 소년은 그런 천가방과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인질이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 왈패들이 백련교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는? 명확한 증거가 있소?”


물론 그게 가장 중요하시겠지. 무허는 피식,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힘주어 말했다.


“녹림왕 이달호와 천가방의 천중은 같은 과정을 거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동일한 접선인의 흔적을 발견했죠. 파고들어 보니, 아주 오랫동안 음지에서 암약해 왔더군요. 그 흔적을 확인하는 것이 무척이나 난해했는데, 역용술 등을 이용해 정체를 감추고 철저하게 행적을 은폐해왔던 까닭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역용술이라니! 설마···.”


무허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설마입니다. 저희 무당의 청풍칠주는 그 암중 모략의 주축으로 사독파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허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맺었다. 장황한 설명을 마친 후라 약간 피로해 보였지만 그의 음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과 기운이 넘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의 말은 무시할 수 없는 설득력으로 충만해 있었다.


즉, 자리에 앉은 이들 대다수가 그에게 설득당했다는 뜻이다.


“잠깐, 그렇다면 비무회에서 주규, 아니 원종대사의 제자분이 한 이야기와 일치하지 않소이까?”

“아, 그 주 소협 말이오? 한 소가주와 마지막에 검을 겨뤘다는···.”

“그가 무슨 말을 했다는 거요?”

“비무회 당시에··· 혹시 거기 안 계셨소?”

“아니, 이보시오들! 지금 그게 문제요? 사독파파가 지난 15년간 암중에서 온갖 모략을 꾸몄다는 것이 아니오? 그걸 이제야 알게 됐다니···! 지금까지 천하십이본은 뭘 하셨던 거요?!”


누군가 금기어를 내뱉자, 좌중이 싸늘하게 굳었다. 아마 다른 이름이 대두되었더라면 감히 누구도 내뱉지 못했을 금기어다. 그러나 사독파파는 다르다. 사독파파는 지금까지 수많은 문파를 멸절시킨 전력이 있다. 멸문이 아니라 멸절이다. 사독파파가 손을 쓴 문파에서는 그 문간의 쥐새끼조차 살아 나가지 못했다.


상황이 심각해질 조짐이 보이자, 현문진인이 진화에 나섰다.


“하여! 지금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소이까! 다들 진정하시오!”


현문진인은 어흠, 헛기침을 내뱉고 나서 진중한 어조로 물었다.


“허면, 무허진인. 결론을 맺어주시겠소이까?”

“의장의 명을 받듭니다.”


무허는 눈거울을 벗어 품에 집어넣었다. 그의 눈이 온전히 드러나자, 이미 집중된 사람들의 이목이 한층 더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적어도 한 소가주는 백련교의 ‘적’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까 언급했던 약왕서입니다.”


간결한 결론이다. 간결한 만큼 이해가 쉬워야 했지만, 한설총은 몰라도 약왕서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에는 설명이 필요했다. 아니나 다를까, 팽수찬이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갑자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린지 모르겠군.”


팽수찬은 한층 목소리를 높여 질타했다.


“사독파파의 개입 건이라든가, 하다못해 한 소가주가 백련교와는 무관한, 아니 최소한 이번 정주에서의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겠소. 하나 약왕서라니? 물론 그 약왕서에 백련교주에 관한 비밀이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매우 중요한 문서이긴 하겠소이다만···. 그것이 대체 사독파파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요?”

“관련, 말입니까?”

“작금의 안건은 사독파파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소?”


무허는 씩 웃었다.


“백번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면, 지금 설명을 해보시구려.”


무허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실은 사독파파의 행적과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본문에서 약왕서를 해독한 결과, 사독파파의 멸혼산, 곧 실혼인을 만드는 실혼대법이 바로 그 약왕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실혼인···!”


순간, 좌중에 정적이 흘렀다. 방금 무허의 말은 명백한 논점이탈이다. 한껏 사독파파의 암중 모략과 행적 등을 나열하며 그 위험성을 강조하고 위기감을 조성했으면서, 기껏 나온 이야기가 실혼대법이라니.


논리로 보자면 엉망진창이었지만, 지금 그걸 따질 수 있는 사람은 좌중에 아무도 없었다. 사독파파의 실혼대법이라니. 죽는 것보다 더욱 두려운 것이 있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 망자의 영혼마저도 더럽히는 저주일 것이다.


바로 그 사독파파의 실혼대법의 근원이 눈앞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것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야, 약왕서를 공개하시오!”

“그렇소! 약왕서를 만천하에 공개해야만 하오!”

“그 내용을 낱낱이 밝혀서···!”


불이 붙으려는 사람들에게 무허가 찬물을 끼얹었다.


“악용하려는 사람이 나타나면요?”

“···!”

“누가 책임을 지실 겁니까?”


쥐라도 죽은 듯, 정적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지는 정적이었다. 무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입수한 당사자가 무당이니만큼, 무당이 책임을 지고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단, 무림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당연히 배제해야겠지요.”

“···오, 오오···!”

“하나, 그렇게 된다면, 우리 무당은 너무나도 과중한 책임을 지는 것인데···.”


무허는 슬쩍, 현문진인에게 눈길을 주었다.


“이것과 관련하여, 정천맹에 따로 기구를 설치하고 무당의 주관하에 점진적 공개를 진행해나가는 것이 어떨지···.”


현문의 얼굴은, 머릿속에서 벼락이 친 것 같은 표정이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진행하나 싶을 정도로 중구난방 마구잡이로 이야기를 끌고 와서는 이런 결론을 내버리다니. 현문은 온몸에 소름이 다 돋는 기분이었다.


‘약왕서’란 패를 가지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정천맹의 지분을 날로 집어먹을 수 있다면, 그건 사기다. 사실, 약왕서엔 그다지 특별한 내용이랄 게 없었으니까. 기껏해야 백련교주의 특이체질 정도?


무허가 언급한 실혼대법에 관해선 말할 것조차 없다. ‘그런 대법이 있다’는 언급이 전부다.


하지만 지금, 무허는 바로 그 사기 골패를 쳤고, 성공했다. 심지어 제발 무허에게 그 사기패를 팔아달라고 애걸복걸하게 만들었다.


‘이 자식···. 정말로 이걸 노리고···?’


현문진인의 속내가 복잡하게 꼬여가는 가운데, 무허는 그런 사부의 표정을 즐기며 조용히 입속으로 혼잣말을 굴렸다.


“후후, ‘사부님’. 사람들은 원래 말이 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게 아닙니다.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요. 아마 당신은 절대 모를 테지만.”


현문은 달싹이는 무허의 입술을 보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기에는 지금 현문의 머릿속은 너무나도 많은 것으로 꽉 차 있었다.


덜컹!


그때, 대웅전의 문이 열렸다.


“감히 누가 천하지회를 훼방하는 것이오!”


설총 맞은편의, 문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진주언문의 당여(黨與: 같은 편에 속한 사람들) 중 하나가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내공까지 실린 웅혼한 호통소리에 상대방은 한쪽 귀를 막고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굉장히 실례했구려. 아주 급박한 사안이 있어 이리 찾아온 것인데···.”


그는 바로 원종대사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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