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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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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5.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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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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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68화. 부처님 손바닥 (1)

DUMMY

양성진은 집주인 노인장이 차려다 준 술상 앞으로 바싹 당겨 앉았다. 그가 자연스럽게 술병을 집어 드는 것을 본 설총은 그를 제지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왜? 먼저 맛 좀 보겠나?”

“뭐가 들었나, 한 번 확인해볼까 하고요.”


양성진의 눈썹이 꿈틀, 뒤틀렸다.


“에이, 설마 술에다 독을 타려고?”

“아마 독은 아닐 겁니다.”


설총은 술병을 뜯고 향을 먼저 맡은 후 혀에 대고 맛을 보았다. 맛을 확인한 설총이 곧장 침을 뱉는 것을 보니, 확실히 무언가를 넣긴 넣은 모양이었다.


“뭔가?”


양성진의 표정이 매우 심각해졌다.


“하제(下劑: 배설을 돕는 약)로군요.”

“하제? 설사약을 넣었단 말인가?”

“아마도 나팔꽃 씨겠지요. 향이 진한 걸 봐선, 얼마나 써야 할지를 몰라 그냥 막 넣은 모양입니다. 이 정도 양이면, 배탈이 나는 걸 넘어서 사람이 죽을지도 모를 수준인데 말이지요.”


설총은 다시 한번 입안을 쓸어 침을 뱉은 후 말을 이었다.


“전문가라고 볼 순 없겠군요.”

“제기랄···.”


양성진의 얼굴이 야차처럼 일그러졌다. 스멀스멀 옅은 살기까지 피어오르는 것이 여간 분노한 것이 아닌 듯했다.


“간만에 목 좀 축이나 했더니만.”

“···그쪽입니까?”

“아니, 숭산에 오른 뒤로는 어째 한 모금 목을 축인 일도 없잖은가?! 이 정도로 오래 참았음, 슬슬 한 잔 걸지게 마실 때도 됐지, 젠장!”


보아하니 어지간히 술이 고팠던 모양이다. 술병을 쳐다보는 양성진의 눈빛은 밤새도록 혈변을 쏟아내더라도 마시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다. 설총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정주에 당도해서 조사를 마친 뒤, 시간이 있다면 한잔 사지요.”

“하하, 그래 준다면야!”


양성진의 급격한 태세 전환에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설총은 이내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득구 녀석과 같은 과(科)였군.


어쩐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기묘하게 친숙하더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중 하나일 거라고 봅니다.”

“둘 중 하나라?”


설총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여는데 양성진이 쯧, 혀를 찼다. 검지를 좌우로 까딱이며 쯧쯧 혀를 차대던 그는 씩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서 말했다.


“내가 한 번 맞춰보지.”

“···그냥 제가 말하면 안 될까요?”


심히 기운 빠지게 만드는 설총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양성진이 말을 이어 나갔다.


“음! 이 집의 주인은 사실 도둑이었던 걸세! 은전을 보고 눈이 회까닥 돌아버린 나머지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리 짐을 털어버릴 셈이었지만, 우리가 의심하는 걸 보고서는 설사약을 탄 술을 준 게지!”

“그럴 거면 설사약이 아니라 그냥 독한 술을 줘도 되는 거 아닙니까? 잠들게 만들기는 그게 더 좋을 텐데요?”

“···그게 아니라면! 사실은 진짜로 죽여서 묻어 버리고 돈을 뺏을 생각이었는데 마땅한 독약이 없어서 그랬던 거지! 음, 내가 생각한 거지만 정말로 완벽하군!”

“그럴 담력도 없어 보이지만··· 목적이 돈은 아닐 겁니다.”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입술을 댓발 내민 양성진이 툴툴대며 되물었다.


“왜 그렇게 되나?”


설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확실해. 확실히 녀석과 같은 과로군.


“목적이 돈이었다면 굳이 술에다 하제를 타는 등의 번거로운 일을 벌일 필요가 없지요. 애당초 방도 아닌 창고에 하룻밤 묵어가는데 은전으로 값을 치렀는데, 이 이상 욕심을 부리면 어떤 꼴을 당할지는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짐작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뭐 욕심 좀 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대상이 평범한 필부였다면 그랬을 수 있지요. 혹은 아녀자라든가. 나이 어린 소년, 혹은 강호 초출의 백면서생으로 보이더라도 그럴 수 있고요. 그런 경우라면 독살하든, 잠든 틈을 노리든 하는 그런 범죄를 계획해 볼 법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저희 모습은 어떻지요?”


양성진은 설총과 자신의 몰골을 돌아보았다. 백련교도들과의 몇 차례에 걸친 접전으로 땀과 먼지, 피가 엉겨 냄새나고 더러운 몰골이다. 거기에 무기까지 꼬나들면 누가 봐도 저잣거리서 굴러먹다 온 왈패나 진배없었다. 강호행을 하는 중인 낭인 무사일지라도 이 정도로 자기 관리를 못 하진 않을 것이다. 왕년의 걸협이라면 또 모를까.


“지금 양 형이 생각하신 그대롭니다. 누가 봐도 위험한 사람들이죠. 앞서 여섯 집이 은전을 보고도 방을 내주지 않았던 건 지극히 상식적인 선택인 겁니다.”

“흥, 뭐 그렇다 칩세.”


아이처럼 떼를 쓰는 양성진의 태도에 설총은 피식, 웃고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이 자는 제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었죠.”

“미끼?”

“조금 전의 그거 말입니다.”


잠시 멍청한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던 양성진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아하, 너무 야박하게 굴면 재미없을 거라던 그거?”

“그렇게까지 대놓고 협박을 한 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이해하도록 암시를 한 셈이니 그런 셈 치지요.”

“근데 그게 어찌 미끼란 말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시지요.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사람 피를 본 무인 두 사람을 집에다 들여놨는데, 두 사람이 수군거리면서 한다는 소리가 이런 식으로 야박하게 굴면 재미없다, 뭐 이런 말이나 하고 있으면··· 양 형은 어찌하시겠습니까?”

“반쯤 죽여 놔야지.”

“···만약 양 형이 무공을 모르는 필부, 그것도 노인이라면요?”

“···글쎄. 관아에 달려가든가, 도망을 치든가?”

“그것도 아니라면 두 왈패의 상한 기분을 달래줄 만한 무언가를 대령하든가.”


양성진의 눈이 다시 술병으로 쏠렸다. 마시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찰랑거리는 술병을 쳐다보는 것이 지극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던지, 양성진은 차마 말 못 할 애처로움으로 가득 찬 눈을 감아버렸다.


“그런데 그 술에 약을 탔다?”

“바로 그 지점이 아주 비상식적인 거지요.”

“그래서 결론은?”


결론부터 말하겠다고 했을 때 잘라먹은 사람이 누구더라? 라는 설총의 시선을 뻔뻔하게 받아넘긴 양성진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결론은?”

“이 노인은 자기 의지로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란 뜻이지요.”


설총의 말을 들은 양성진의 눈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백련교?”

“그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쪽은 가능성이 좀 낮다고 봅니다.”

“그럼 다른 한 곳은 어디란 말인가?”

“있습니다. 천가방··· 이란 곳이.”

“천가방?”


양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굴렸다. 언제 한 번 들어본 것 같은데···.


“아, 공의현의 그 왈패 놈들?”

“정확하게는 하낙나루의 수비들이라 하는 편이 정확하겠지만··· 이번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에 가장 깊숙하게 개입해 있던 놈들이지요.”


양성진은 두 눈썹을 어긋매끼고 말했다.


“어쨌거나 놈들은 백련교의 주구, 사실상 백련교가 스스로 백련교임을 드러내지 않고서 은밀히 활동하기 위한 일종의 연막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양성진의 말에 설총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생각해보니, 천가방의 이야기나 이번 천하지회가 있기까지 그 수면 아래에서 벌어졌던 이야기 등은 할 시간이 없었다. 대강의 이야기는 연통을 맡아준 무허자에게서 얼마간 들었을 테지만, 세세한 내용까지 다 알고 있을 리야 만무하다.


아무래도 성격상, 그런 자질구레한 부분을 챙겨 들을 인물이 아니기도 하고.


“간략하게 설명해드리자면, 천가방의 방주인 천중은 백련교도라 볼 수 없는 자입니다. 명백하게 개인의 목적을 가진 자이니··· 이런 말은 썩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그자는 백련교와 일종의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물론, 제 시각이지만요.”

“협력 관계? 백련교와?”

“그렇습니다.”

“흠···.”


양성진은 비뚤게 꼬인 눈썹만큼이나 꼬인 속내가 드러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거참 복잡하구만. 죄 무덤 속에나 들어갔을 줄 알았던 백련교 놈들이 기어 나왔다기에 이번에야말로 놈들을 내 손으로 직접 깨강정을 내줄 기회로구나 했는데 말이지. 별 잡다한 것들이 죄다 들러붙어서 이건 뭐···.”

“그러게나 말입니다.”


쓴웃음을 짓는 설총의 얼굴을 마주 보며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인 양성진이 말을 이었다.


“어쨌건 자네가 그렇다니 그런 것이겠지.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라고 당주가 있는 거 아닌가? 세세한 설명은 됐으니, 큰 것만 말해주게.”

“후후, 편해서 좋군요.”

“그럼, 사내란 모름지기 속 편하게 살아야 제맛인 게지!”


설총은 양성진에게 천가방과 백련교의 관계, 천중이란 인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양성진은 천중의 행적을 듣다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단순한 왈패의 경계를 한참이나 넘어선 것 같은데 말일세···?”

“맞습니다. 단순한 왈패라고 보기엔 어려운 자입니다.”


설총은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검지로 툭툭 두드리면서 말을 이었다.


“문제는, ‘왈패’라는 인식이지요.”

“그 말코 놈한테까지 한 방 먹여줄 정도면 보통 놈은 아닐 건데··· 하긴, 나 역시 자네에게 그 행적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를 왈패 이상으로 보진 않았을 테지.”

“그런 부분입니다.”

“어쨌거나, 그럼, 자네는 지금의 이 마을 역시 천가방의 지배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거기까지는 가정이나 추정의 영역이지만, 최소한 거래, 내지는 협박을 받는 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니 확실히 설득되는군. 현실성이 있어. 하는 짓은 일개 왈패나 다를 바 없지만, 손을 잡은 곳이 백련교니까. 그보다 더한 짓도 가능하겠지.”

“저로서는 단순히 백련교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건 아무래도 별개의 문제겠지요.”


설총의 말에 양성진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가 또 문젠데?”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천가방이 본진으로 삼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백호소입니다. 아무리 규모가 작고 관의 입김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대명제국의 ‘군’아닙니까?”

“흠···.”


군문세가 출신이라 그런지, 건성으로 듣던 양성진의 눈가에 흥미가 붙기 시작했다. 관부나 군과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없는 강호의 무가들은 대부분 썩어 빠진 관리들을 우습게 보지만 군문세가들은 다르다.


군부와 살을 맞부딪히다 보면, 관리들이 썩어 빠져도 이 ‘대명제국’이란 거대한 나라를 유지하는, 그 거대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뼈저리게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럼, 그 천가방이란 놈들 뒤에 백련교 말고 또 다른 힘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인가?”

“그건···.”

“그건?”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니, 그거참 위험한··· 응?”


싱겁기 짝이 없는 대답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양성진은 김빠진 얼굴로 설총을 쳐다보았다. 설총은 어깨를 으쓱이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까 하는 심증만 있는 상태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어려운 일들은 많은데, 정작 그런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지 전혀 드러나질 않으니··· 당장에는 모른다 말곤 할 수 있는 말이 없지요.”

“그 주규란 자는 황자라 하지 않았던가?”

“유력한 자입니다만, 20년이 넘도록 이름도 숨긴 채 살아야 했던 사내에게 그런 권력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글쎄요. 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야 그렇겠지만··· 그것 외에는 달리 없잖은가?”

“맞는 말씀입니다. 그 부분엔 동의하지만, 주규 그자를 볼 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일종의 ‘배우’라는 점입니다.”

“‘배우’? 허···.”


양성진은 감탄하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표현이로군. 확실히, 천하지회 당시에 사람들의 이목을 휘어잡는 모습은, 그야 멋들어졌지만··· 가면극이라도 보는 기분이더란 말이야.”


설총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리고 배우가 있다는 것은··· 그 배역이 연기할 각본을 누군가 썼다는 뜻이고요.”

“각본이라···.”


설총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지금으로서 그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원종대사가 아닐까 싶지만··· 원종대사 역시 조건이 맞질 않아요. 하남성에서야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할 수는 있겠지만, 소림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천가방의 행보를 묵인해주는 건 아무래도···.”


설총은 말끝을 흐렸다. 꼭 그렇지만도 않을 수 있음을 알아버렸으니까. 그러나 그런 상황의 문제를 떠나서, 원종대사와 소림이란 문파가 갖는 성향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왈패와 손을 잡고 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솔직히 천하지회에서 자네 아버님이신 하남제현이 무슨 꼴을 당했는가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소림의 방장이 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말일세. 하지만 소림의 자존심상 그런 왈패 무리와 어울리는 것은, 아무래도 좀 무리가 아닐까 싶네.”

“저도 거기엔 동의합니다. 때론 이득이나 명분보다 자존심이 앞설 때가 있고, 사소한 일일수록 더 그런 법이죠.”

“그렇다면, 결국에 흑막은 흑막일 뿐이라는 겐가.”

“글쎄요, 연화신산께서는 무언가 생각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양성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난 도무지 그 여자의 속내는 이해할 수가 없더군.”

“아마 근거가 확실치 않은 정보를 지레짐작으로 넘겨줄 수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야 그렇긴 하지만, 손자에서도 ‘회의(懷疑)와 의혹(疑惑)이 있는 군대는 필시 곤경에 처할 것’이라 이르지 않았던가? 난 그 여자의 그런 태도가 썩 달갑잖군.”

“다 생각이 있을 거라며 얼버무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손자의 구결은 지휘관에게 주는 교훈이지만, 신뢰는 어느 한쪽만 쌓을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그렇게 말하는 설총의 얼굴도 썩 밝지만은 않았다. 때론 아군에게도 알리지 말아야 할 비밀이란 것이 있다. 당장 설총 자신만 해도 멸혼산에 중독된 사실을 감추는 중이 아닌가?


“자네 말은 일리가 있네만, 난 동의 못 하겠군. 속내 검은 사람은 신뢰 못 해.”

“···그렇습니까.”


단호하기 그지없는 양성진의 태도에 설총은 더는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에게도 그 나름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타인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까지는 언제나 시간이 필요하다.


“이야기는 이제 접어두세.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으니 말이야. 이제 어찌할 셈인가?”


양성진은 당장이라도 창을 꼬나들고 밖으로 뛰쳐나갈 기세로 말했다. 그런 그를 멀뚱히 바라보던 설총은 크게 기지개를 켜더니, 이내 짚단 위로 풀썩 드러누워 버렸다.


“이, 이봐? 뭐 하는 겐가?”

“예?”

“자네 말에 따르면, 지금 우리는 제 발로 함정에 들어온 셈 아닌가?”

“그렇지요?”

“그럼, 당장이라도 움직여야 할 것 아닌가?”

“이 시간에요?”


양성진은 입을 뻐끔거렸다. 지금까지 위험하단 이야기를 한 것 아녔나?


“이제 술시가 막 지났으니··· 아마도 축시는 되어야 움직일 겁니다. 여긴 외진 곳이고··· 해가 떨어진 후에 이동하려면 횃불이나 제등(提燈)이 필요한데··· 우리가 위험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으니 잠들었다고 확신하기 전까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기 어렵죠···. 그리고···.”

“그리고?”

“양 형도 좀 자두는 게··· 드르렁!”


머리 댄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잠든 설총을, 양성진은 어처구니가 달아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아까 좀 자려고 했을 때는 깨우더니?


“아···. 이게 말코 놈이 말하던 그 선재(善哉)인가 뭔가로구나.”


열 뻗칠 때마다 뚜껑에 가득 찬 김을 빼며 중얼중얼 선재, 선재를 읊조리는 무허자의 흉내를 내던 양성진은 이내 짚단 위로 풀썩, 몸을 던졌다.


작가의말

말씀드린 대로, 이번 주말부터는 주말 연재가 없습니다. 부디 너른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동안 주말에는 신작 구상 및, 집필을 위해 시간을 쏟아야 하겠지만... 새로운 일자리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할 테니, 오히려 주말이 더 바빠질 수도 있겠네요ㅎㅎ 새로운 자극이 있으면 빠르던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늘어진 주말, 독자 여러분께서는 느긋하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여러분들께 양보(?)할 테니까요!

헛소리는 이쯤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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