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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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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5.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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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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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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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66화. 정진(正進) (3)

DUMMY

맹세컨대 법형은 태어나서 지금껏 이미 발산한 경력─ 격공강기의 폭풍을, 검기(劍技)로 베어 끊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백보신권의 경력은, 곧 휘몰아치는 회오리 폭풍이다. 용오름을 시작한 그 거센 바람에 칼을 들이민다고 바람이 베이겠는가? 정녕 거세게 부는 바람을 칼로 베어 멈출 수 있겠는가?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날카로운 검을 들이밀어도 바람은 그 칼날을 비끼어 흐를 뿐, 칼로 바람을 베어 끊을 수는 없는 법이다.


폭발하는 경력을 베어 끊는다는 것 역시 같은 이야기다. 사람의 몸을 베어 끊을 수는 있을지언정, 그 몸 안에 흐르는 기의 흐름을 어찌 베어 끊는단 말인가?


그것도 날이 있는 칼이 아닌, 손가락으로 말이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저 손가락으로 검기(劍氣)를 발하여 이 몸을 베어냈더라면, 이렇게까지 놀랍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형의 기억과 상식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간에, 혼신의 공력으로 펼친 수라멸진격의 강기권풍은 마치 산들바람처럼 갈라지고, 그것을 행한 검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제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검결지를 노려보던 법형은 순간, 시야가 어두워진 것을 느꼈다.


“거기까지 해두지 그래.”


법형의 시야를 가린 등은 무허의 것이었다.


“일케 늦게 나타남 뭐 어뜩하잔 거유?”


핏, 득구가 핀잔하자 무허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야말로 정도를 너무 모르는 게 아닌가? 다른 곳도 아니고 소림에서 이런 사달을 벌인 것도 모자라서, 방금 그 한 수는··· 사람의 목숨을 해치기라도 할 생각이었는가?!”


평소 보여주던 가벼운 모습과 달리 엄하게 꾸짖는 무허의 태도에 득구의 배알이 꼴리는지 이맛살이 잔뜩 찌푸려졌다.


“아니, 뭐 죽일라 그런 건 저쪽이 먼저고···. 그리고 뭐 진짜로 모가지라도 딸 생각이었음 맨손으로 했겠수? 참내···. 이것도 많이 봐준 거구만.”


무허자의 등 뒤에서 득구의 말을 곱씹던 법형은 무허자의 어깨를 짚었다.


“무허자.”

“예, 대형.”

“이 소년과 아는 사이였나?”

“아는 사입니다.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요.”

“한데 이 소년은 왜···.”


무허자는 민망한 웃음을 짓고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전에 골패를 한 번 같이 친 적이 있는데··· 제가 그날 돈을 먹고 날랐거든요.”


법형은 순간 입이 콱, 틀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소린가? 도사란 놈이 골패 판에서 돈을 먹고 날랐다는 것부터가 상식 밖의 이야기인데─ 고작 그따위 이유를 빌미로, 그것도 소림사에서 이런 난장판을 벌였다고? 아니, 그보다 이런 자들이 어떻게 감히 소림의 산문을 넘을 수 있었지?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대형, 이 일은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임?”


법형은 두 눈썹을 어긋매꼈다.


“지금 농담이라도 하시는 것인가? 상황을 보시게! 이게 어디 누구 한 사람이 책임진다고 하여 책임질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시는 것인가!!”

“···뭐, 생각보다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만.”

“뭐라?”


무허는 어깨를 으쓱, 들어 보이고 말했다.


“어디 심각하게 다친 분은 아직 안 계시잖습니까? 약간의 내상, 혹은 거동이 조금 불편한 정도의 타박상을 입으신 분은 보입니다만. 적어도 제 눈엔 심각한 중상자는 안 보이는데요.”


무허는 눈 거울을 한 차례 고쳐 쓰고서 말을 맺었다.


“이 정도면··· 글쎄요? 이를테면, 조금 실전적인 대련을 했다고 봐도 좋은 정도 아닐까요?”

“···뭐라? 대련?!”

“물론, 상대방은 혼자였고, 맨손이었으며, 나이도 어린 강호 초출인데다 그 출신마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뜨내기 소년’이지만··· 어쨌거나 나한진을 상대로 굉장히 분전했다고 봐야겠지요. 이런 일이 널리 알려지면 소년의 명성에는 참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만, 글쎄요. 쌍방 모두에게 도움이 될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무허의 말에 법형의 얼굴에 지푸라기 같은 금이 갔다.


“···무허 자네, 그리 보지 않았는데 사람이 참 간사해졌군.”

“간사하다니요, 하하. 도반(道伴: 수행 동지) 대형. 그런 말에는 아무리 저라도 상처받습니다.”

“흥!”


법형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겠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무허도 그의 뜻을 이해했는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시라는 뜻으로 양 손바닥을 펼쳐 보였을 뿐이다.


“···.”


그런 무허의 모습이 얄밉기는 했지만, 법형도 내키는 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형이 맡은 나한당의 당주 자리는 실상 임시직에 가까웠던 탓이다. 현재 소림의 모든 역량은 수정전을 구축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나한당의 신임 당주가 취임하는데 아무런 과정과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전임인 법홍 사형을 포함해 나한당에서 상위의 고수로 꼽히는 이들은 전부 수정전으로 차출된 탓에, 아직 구체에도 발을 들이지 못한 법형이 당주직을 수행하게 되었으니 사실상 전례 없이 무력하고 부족한 나한당이 구성된 셈이다.


문제는 작금이 아니라 후일이다. 정천맹이 자리를 잡고, 확실한 조직으로서 체계를 갖춘 이후 원종대사의 눈은 반드시 나한당으로 돌아올 것이다. 과연, 그때에도 법형이 그대로 계속 당주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만약 나한당을 맡자마자 듣도 보도 못한 저잣거리 왈패 소년 하나를 감당치 못했단 이야기가 돌면, 그 가능성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당주에 미련 따윈 없다. 그러나···.’


어차피 떠맡듯이 맡은, 분수에도 안 맞는 당주직은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본래 직함이란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이가 잡아야 만사가 형통한 법이다. 애초에 과분하다고 생각했으니, 이 자리를 내려놓는 것까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역시 ‘그다음’이다.


드높은 소림의 엄격한 입실제는 실패자를 용납지 않을 것이다.


바늘구멍 같은 그 좁은 틈새를 뚫고 여기까지 올라왔건만, 이제 다음 벽은 영원히 도달할 수조차 없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다. 무인에게 있어서 성장이란, 말 그대로 존재 의의니까. 진보하지 않는 무인은 더 이상 무인이 아니다.


‘불자인가, 무인인가?’


나한당에 처음 입당하면 듣는 질문이다. 불자인가, 무인인가. 법형은 이렇게 답했다.


‘불자지만, 무인입니다.’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아마 그날이 바로 ‘무인 법형’의 마지막 날일 것이다. 그렇기에 법형은 무허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뒷일은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하나!”


법형은 싸늘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는 결코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이네.”


법형의 그 말에 무허는 씩,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저도 기억해두도록 하지요.”

“뭐라?”

“갚을 빚은 잘 잊어버려도, 받을 빚은 절대 잊지 않는 편이거든요. 저한테 빚지신 거잖습니까? 갚으실 날을 손꼽아 기다리도록 하지요.”

“···.”


입을 꽉 다문 채 도드라진 턱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법형을 뒤로 한 채, 무허는 득구를 이끌고 총총히 사라졌다.



* * *



“거, 하는 짓이 좀 그렇잖수?”


득구의 말에 무허는 피식, 웃었다.


“나 혼자 깨끗하게 군다고 해결되는 바닥이 아니거든, 이 바닥이.”

“솔찌 울 도련님은 아무 말 하지 말랬지만 말요. 도사 양반이 그 빌어먹을 책, 그거 홀라당 먹고 날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 정도로 꼬이진 않았던 거 아뇨?”

“이미 걸협 어르신께서 한마디 일침하고 가셨다네.”

“아, 그 할배 진짜. 승질머리 하곤.”

“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긴 하네만. 내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네. 이해해 달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각자의 목적과 사정이 얽히면 예상치 못한 일이야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알아줬음, 싶군.”

“난 그렇게 복잡한 건 모르겠고, 하나만 얘기하겠수다.”

“···자네에게 조언을 들을 날이 오다니.”

“아이 씨···.”


무허는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말했다.


“경청하겠네. 말씀하시게나.”

“오다가다 화검 양반하고 아는 사이가 됐수.”

“그건 나도 알고 있네.”

“근데 그 양반이 참, 사람이 진국이더랍디다.”

“물론, 그것도 잘 아는 이야기지.”

“나는 말요, 그 양반을 보면서 울 도련님이 말하는 싸움이 뭔지, 빌어먹을 짐승의 세상과 싸우는 게 뭔지 이해할 수 있었수.”


득구의 말에 무허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런가?”

“사람은 말요. 서로 간에 등 뒤를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이거요.”

“···서로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

“내가 믿어주면, 그만큼 나를 믿어주는 사람 말요. 그런 사람하고 같은 편에 서면··· 글쎄, 무슨 싸움이든 질 것 같지가 않더라, 이 말요.”

“···.”


득구의 말을 듣던 무허는 결국 대꾸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여름에 처음 설총을 만난 이후 그가 보여주는 강함을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이때까지도 무허는 그것을 정확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무허가 한 번도 추구해 본 적이 없는 강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득구의 말을 듣는 순간, 무허는 단번에 그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그리고 설총의 진짜 강함이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언젠가 제갈민이 했던 말마따나 이 득구란 녀석과는 정신세계가 비슷한 건가?


“뭐, 도사 양반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 근데 말요, 세상에 자기 사정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수? 심지어 댁은 울 도련님이나 한현보에 어떤 빌어처먹을 사정이 있었는지도 다 봤던 거 아녔수?”

“···그랬지.”

“근데 그렇게 홀랑 집어먹고 날랐잖수.”


굳은 얼굴로 득구를 가만히 쳐다보던 무허는 한숨을 푹, 내쉬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얼굴에는 철판을 깔았지만, 붉어진 귓테까지 어찌할 도리는 없었던 모양이다.


“제길, 오늘은 정말 뼈가 다 저리는군, 그래. 어르신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어째 다들 앞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나 혼자 뒷걸음질 친 것 같군 그래.”

“알면 정진하쇼.”

“···정진이라니.”

“그런 의미 아뇨? 바른길로 나아가라는(正進).”


아마도 득구는 정진(精進)의 두 글자를 정진(正進)으로 잘못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득구의 오용(誤用)은 무허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허는 잠시 주먹을 꽉 틀어쥔 채 입을 다물고 득구의 얼굴을 쳐다보다 눈을 감았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도드라진 턱이 그가 많은 생각을 입 안에서 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득구는 그런 무허의 반응을 보며 흐흥, 콧소리를 내고 말했다.


“생각이 많은 거 같은데.”

“···알면 좀 조용히 해주게.”

“뭐, 멋대로 생각하시고, 나는 이만 가볼 테니까.”


무허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간신히 펴느라 무허의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배려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친구로구먼그래.”

“나한테 뭘 기대하쇼. 댁두 우리 사정 다 고려해가면서 움직인 거 아니잖수.”


무허는 씩,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래, 차라리 이러는 편이 나도 속 편하지.


“그럼, 빚 하나 갚은 셈 치지.”

“이걸로? 웃기지 마십쇼, 도사 양반. 어딜 날로 먹을라구?”

“···다 갚았단 뜻은 아녔네만. 하나 갚았다고 했잖나, 하나.”

“말로 안 했으면 갚은 셈 칠 생각이었잖수? 뻔뻔하긴.”

“···틀린 말이 아니라 더 뼈가 아프군.”


득구는 씩, 웃으며 몸을 날렸다.


“그럼, 앞으로 잘하쇼. 앞으로는 말요.”


답도 듣지 않고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득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무허는 우드득, 목을 좌우로 꺾었다. 살아온 세상이 달라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떤 이는 모든 것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무허는 복잡한 심경을 안고서 발을 옮겼다.



* * *



“왔어요?”


흔치 않은, 아니 처음 보는 일이다. 제갈민이 득구를 반기는 상황 말이다. 득구는 저도 모르게 팔에 돋아난 소름을 쓸었다.


“갑자기 왜 그러슈? 안 어울리게?”

“에이, 진짜! 사람이 반겨줘도···! 에헴!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갈민은 쪼르르 득구 곁으로 달려갔다. 득구는 소스라치며 몸을 피하려 했지만, 머리 위로 치켜든 제갈민의 손을 보고 얌전히 몸을 움츠리는 것으로 타협하고 말았다. 얌전히 오그라든 득구의 귀에 손을 가져다 댄 제갈민이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말했다.


“속닥속닥.”

“뭐, 뭐라고요?”


제갈민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눈가에 어린 살기를 본 득구는 얌전한 어린양처럼, 그냥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알겠습니다.”


흐흥, 그제야 웃는 얼굴로 돌아온 제갈민은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서서 말했다.


“사정은 다 설명했고, 한 소협도 동의했으니··· 이제 남은 건 쌍비인께서 결단하시는 일뿐 아닐까 싶군요.”


내가 동의하긴 무슨 동의를 하냐며 소리치려던 득구는 저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었다. 처음 느껴보는 고요하고도 맹렬한 살기가 득구의 오감을 자극해왔기 때문이다.


“결단··· 이라고?”

“그래요.”


살기를 발산한 이는 마치 구겨지듯 주저앉은 사내였다. 전신 곳곳에 핏물이 스며든 가사를 보면, 몸이 성한 상태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쇳소리처럼 갈라지는 목소리를 들으면 겉만 상한 것이 아니라 속도 많이 상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사내의 두 눈만큼은 시퍼렇게 불을 켜고 있었다.


“감히 나, 사천제일고수 쌍비인을 겁박하는 것인가?”

“선택의 기회를 드린 것이 어찌 겁박일 수 있는 것이죠?”

“선택이라니···!”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쉭쉭, 쇳소리를 내는 쌍비인의 태도에 부드럽던 제갈민의 태도도 한결 냉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선택이지요. 지금 당장 탈주자 신분인 쌍비인을 이리 모신 것만으로도, 저희가 얼마만큼의 호의를 베풀고 있는지를 이해 못 하실 정도로 사리 분별이 어두운 분은 아닌 줄로 압니다만.”

“감히 이 쌍비인에게 호의를 베푼다고? 사리 분별이 어두워?!”

“···왜? 불만 있냐?”


낮게 으르렁거리듯 구정삼이 입을 열고서야, 쌍비인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 쌍비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제갈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관자놀이에 한 손을 얹고 머리를 꾹꾹 누르던 제갈민은, 조금 온화한 어조로 다시 말을 붙였다.


“이런 식으로 계속 평행선을 달려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저희 신병을 맡고 있는 원종대사의 제자, ‘주규’가 이 방에 들이닥치기라도 한다면, 저희로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어 버릴 테지요. 안타깝지만, 그렇게 되면 저희로서는 쌍비인과의 모든 관계를 부정하고 신병을 넘기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주규?! 주··· 주규가··· 그자가 여기를···?!”

“예.”

“그자가 이곳에 온단 말인가···?!”


방금까지 살기를 발하던 쌍비인은 어디로 갔는지, 지치고 병든 초로의 사내가 되어 버린 그는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정녕 그자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거예요.”

“그자야말로 백련교의 주구, 아니 수괴다! 그 악마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쌍비인은 자신의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양손에는 커다란 대바늘이라도 박혔던 것인지, 한 손에 아홉 개씩, 열여덟 개나 되는 구멍이 나있었다.


작가의말

공지글을 쓰다가 뜻밖의 배달사고(?)가 좀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ㅋㅋ 편집 도중에 실수로 뭘 잘못 눌렀는데, 바로 업로드가 되더라고요.


공지 사항으로 안내 드린 대로, 이번 주부터 극랑전은 주 5회 연재, 평일 연재로 변경됩니다! 아쉬운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부디 어여삐 봐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26 추가: 무당 소속인 무허가 소림의 법형에게 ‘사형’이란 호칭을 쓰는 것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대형’이란 단어로 수정을 좀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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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 n1832_ps..
    작성일
    24.03.26 18:32
    No. 1

    항상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오늘 연재분 중 무허가 법형에게 사형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같은 사문이 아니니 사형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 거 아닐까 싶은 의견입니다. ㅎㅎ
    주5일 연재도 잘 부탁 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KaHaL
    작성일
    24.03.26 19:32
    No. 2

    지적 감사드립니다!ㅎㅎ 저 딴에는 능글맞은 무허가 '정천맹의 한 식구'임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쓴 단어인데, 오히려 어색할 수도 있겠군요. 다른 좋은 표현을 잘 찾아보겠습니다!ㅎㅎ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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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72화. 운예지망(雲霓之望) 24.04.18 148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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