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레벨업을 하게 되어 상처와 마력들이 회복되는 일은 프로스트 또한 이미 겪어본 일이었다. 앨리스를 블레이즈한테서 구할 때에도, 검황국에서 수십 명의 병사들과 암살자들과 싸울 때에도.
극적인 상황에 회복한 경우 충분히 역전의 발판을 지금껏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 또한
-크레바스 [Crevasse]
패도검-투지의 기억 속에 있던 가람이라는 인물이 사용한 최후의 기술이, 설산 하나를 몬스터들과 함께 통째로 매장시켰던 그 기술이 오로지 힉스만을 노리고 사용되었다.
쿠구구구구
“어디 마법이 봉인된 상태로 도망쳐보라고!”
프로이트의 재머 트리거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었고, 힉스는 가공할 마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용할 방도가 전혀 없었다. 그저 수십 갈래로 갈라지는 대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것이 힉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빌어먹을......! 끝까지 네 놈이 문제구나.”
거대한 마력을 보유했음에도 그가 가진 한계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죽지는 않겠지만 당장 끝모를 지하 너머까지 처박히는 것은 힉스도 원치 않았다.
“나를 잊은건 아니겠지.”
재머 트리거도 대단한 기교였으나, 중간중간 사용되는 너브 쇼크(Nerve Shock)가 온전한 대지를 찾아 움직이는 와중에도 행동에 제약을 건다.
“최고다. 역시 나를 쓰러뜨린 녀석 다운 힘이다!”
허큘리스 또한 뛰어난 명궁의 솜씨를 발휘하는 능력인 [6번째 과업 : 스팀팔리데스의 괴조]를 활성화시켜 거대한 바위를 힉스의 도주로 차단에 힘썼다.
“우오오오오!”
코메트의 강화마법은 아슬아슬하게 지속되고 있었다. 남은 것은 얼어붙어 갈라지는 대지의 구덩이 저편으로 힉스를 처박는 일 뿐. 포효하며 모든 마력을 대지를 부수는 데에 사용한다.
“저곳은 낭떠러지다. 체크메이트로군.”
힉스가 도약한 곳이 허공임을 확인한 소닉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단 세 명이 만들어낸 기적. 쓰러뜨리지는 못하더라도 크게 한 방은 먹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씨익
그러나 자유낙하 상태에서 어둠에 가려지기 전 힉스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설마?”
“어니 틀니! 당장 쫓아가.”
“틀니? 버르장머리 없는 노......”
“마법 제약이 풀린다고!”
프로스트의 호통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프로이트가 서둘러 텔레포트 해보려하지만 이미 어둠 저편에서부터 거대한 열기가 치솟고 있었다.
-플레임(Flame)
-컴프레션(Compression)
힉스가 본 최강의 마법사라고 할 수 있는 퀘이사 공작의 마법의 기본 마법 두 가지가 불완전하게나마 발동되어 지상을 향해 솟아오른다. 압축된 초고열의 불꽃이 제약이 풀리자 끝없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저건 퀘이사의 기술!”
프로이트가 더 이상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불길 너머에 존재할 힉스를 향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틀니 멈춰, 혼자서는!”
“내가 따라갈테니 저 불부터 없애라. 싹바가지.”
“젠장.”
희령이 어깨를 붙잡자, 프로스트는 황급히 빙설의 부 수 십장과 투지를 꺼내었다.
-프로스트(Frost)
패도검과 도술이 만들어낸 냉기가 거대한 불꽃의 마법과 충돌했다.
치이이이익
증기가 지상을 가득메움과 동시에 희뿌연 안개 너머로 한 인영이 지상을 향해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전광(電光)”
한 줄기 번개가 된 희령이 그 인영을 쫓듯 쇄도한다.
“흐흐흐. 그것이 최대로 낸 힘이라면 아쉽군. 아마 마지막 기회였을테니 말이야.”
걷힌 안개 너머로 힉스의 손에서부터 프로이트가 힘없이 추락한다.
“내가 가지.”
“프로스트 마검을 꺼내라!”
“이미......!”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프로스트와 허큘리스, 소닉은 각자 역할을 인지했다. 소닉은 가슴 이 뻥 뚫린 상태로 추락하는 프로이트의 구출을 허큘리스와 프로스트는 희령을 도와 힉스의 상대를 위해 움직였다.
“마검-그람 해방(解放)”
마검에 내재되어 있던 마력을 검에 둘렀고,
“네메아의 사자.”
과업의 힘을 끄집어내 빈틈이 생긴 힉스를 향해 쇄도했다. 생각하는 바는 같았고, 합을 미리 맞추기라도 한 듯 희령의 일격을 막고있던 힉스의 한 팔을 잘라내었다.
“......!”
“해답을 찾았다. 빌어먹을 군바리새끼야.”
“한 번 더 간다!”
공중에서 패도검-전력을 밟고 한 번 더 도약한 허큘리스. 그보다 먼저 프로스트는 도술로 바람을 일으켜 그람을 휘둘렀다.
“마력 침식인가?”
“이미 늦었어.”
그람의 보랏빛 마력은 두꺼운 힉스의 마력의 막을 뚫고, 틈을 벌렸다. 당연히 빈틈을 놓칠 허큘리스가 아니었기에 강대한 일격이 또 한 번 힉스에게로 향한다.
“배리어. 플레임 스피어”
하지만 더 이상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 마법의 사용이 자유로워진 힉스가 재빨리 허큘리스의 두 번째 공격을 막아낸다.
치지지직
비록 한 팔을 잃을 정도의 피해를 입었으나, 빼앗은 코어의 마력은 아직까지도 충만했다.
-텔레포트(Teleport)
공간이동의 마법마저 익힌 힉스가 순식간에 방심하고 있던 소닉의 뒤에서 나타난다.
“싹은 확실하게 잘라야겠지.”
“이런......!”
프로이트를 구하기 위해 방심한 틈. 그 틈을 정확히 힉스는 노리고 나타났고, 소닉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죽기 직전인 프로이트를 내주고 자신이 사느냐, 아니면 프로이트를 살리고 자신이 희생하느냐. 답은 정해져있었다.
‘굳이 여기서 퇴장한다면 내가 하는 편이 맞겠지.’
콰직
거대한 마력이 그대로 물리력이 되어 사람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소닉!”
허큘리스는 자신이 마법사가 아님을 후회했고, 희령은 재빨리 이동하여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프로이트를 붙잡았다.
“......”
프로스트는 지상에 남은 전력이 이제 자신을 포함해 단 셋뿐임에 말문이 막혔다. 마법의 사용도 움직임도 자유로워진 이상 하찮은 도발도 더 이상 힉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변화는 갑자기 찾아왔다.
“커흑......”
갑자기 검붉은 피를 게워내는 힉스. 팔이 잘렸다고는 하나 그는 그 어떤 내상도 입지 않았었다. 모두가 당황하는 그 때, 지상에 나타난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인물이었다.
“앨리스.....?”
코어를 본래 품고 있던 인물이자, 프로스트가 사랑하는 여자였다.
“어떻게....... 네가 살아있는 거지?”
고통을 참으며 힉스는 눈앞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마력의 완전한 정착까지 걸릴 시간을 고려하여 죽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살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힉스. 제가 온 이상 끝입니다. 코어를 더 이상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없을 거예요.”
손을 내미는 앨리스. 그에 호응하듯 힉스에게서 내뿜어지던 거대한 마력의 흐름에 흐트러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유저라는 녀석들이 온 순간부터 되는 일이 없군. 흐허허허허”
입 속에 계속해서 쌓이는 피 때문에 불쾌한 웃음소리를 내는 힉스. 그러나 표정에는 포기와는 다른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다 사용해주마.”
“싹바가지 막아!”
빙정결박(氷晶結縛)을 사용하기 위해 투지를 꺼내들었지만 한 발 늦고 말았다.
-스페이스(Space)
-컴프레션(Compression)
-컴프레션(Compression)
-컴프레션(Compression)
-컴프레션(Compression)
-컴프레션(Compression)
...
...
...
공간 마법으로 지정된 공간에 압축마법을 끝없이 사용한다.
“강화 마법이 없어도 상관없다.”
마력이 본래 주인인 앨리스에게로 돌아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힉스가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은 퀘이사 공작의 마력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였다. 강화마법이 없다면 할 수 있는 만큼 같은 마법을 중첩사용하면 될 뿐.
공간이 계속해서 압축되어가자, 최악의 마법 블랙홀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 어디 막아봐라! 유저들이여. 흐흐흐흐”
- 작가의말
이제 끝을 봐야겠죠~~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