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방
“숫자가 슬슬 부족하지는 않나?”
“큭....!”
로스앨러모스의 클론들이 펜타곤의 클론 숫자를 넘어서면서부터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펜타곤의 클론들은 지상전과 허큘리스에게 쓰러진 숫자가 많은 반면 로스앨러모스는 클론을 선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연구와 전략에 몰두할 줄 알았더니.”
“문무를 겸비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군.”
심지어 로스앨러모스도 직접적인 전장에서 물러난 시간이 오래되었다고는 하나, 대장은 대장이었다. 숫자에서 밀리더라도 무력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조차도 산산히 부서져버렸다.
동등한 무력의 이들이 싸우는 전장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전략과 숫자. 하지만 이런 좁은 공간에서, 심지어 전략에 능한 로스앨러모스를 상대로는 어떠한 수조차도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었다.
“젠장.”
주력 무기라 할 수 있는 초진동 대검조차도 펜타곤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작동을 멈추고 말았다.
“과학국의 장점이기도하지만 단점인 부분이지. 첨단무기 대부분이 전기에 의존한다는 점 말이야.”
어느새 초소형 EMP펄스를 작동시킨 로스앨러모스에 의해 강제로 무장이 해제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지상으로 올려보낸”
“다스라도”
“끌고오지 않는 한은”
“나를 막기 쉽지 않을 테지.”
지상의 다스들이 모두 파괴되었다는 사실조차도 이미 로스앨러모스의 정보망에 들어온 사실이기 때문에 이는 조소에 가까웠다.
“이건 어떠냐!”
“......!”
자신의 클론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하자, 펜타곤 또한 최후의 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유사 코어. 허큘리스를 상대하기 위한 클론들에게 급히 부착한 원격 마력공급 장치였지만 이곳으로 온 클론들 또한 부착하고 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단지, 이전의 성공작들과는 다르게 대부분 시험작이거나, 시제품들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시밀러 코어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를 못했겠지.”
정곡이었다. 유사 코어의 본래 제품명 시밀러 코어의 경우 마력의 영역이다보니, 로스앨러모스가 아무리 책임자라고는 해도 대응할 기술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필요했다.
‘젠장. 그녀들을 믿는 수밖에.’
이후의 전세는 굳이 붙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EMP펄스의 사용으로 둘 모두의 무기가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서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펜타곤이 유리한 것은 당연했고, 나머지는 먼저 자리를 벗어난 로젤린과 로베르타를 믿는 것 뿐이었다.
“마력의 방향이 바뀌었어.”
“앨리스나 마력을 탈취한 녀석이 지상으로 올라간 것 같아. 탐지는?”
“바로 사용했어.”
힉스가 지상으로 전장을 옮긴 덕분에 지하의 마력흐름이 안정을 되찾았다. 때문에 마력을 넓게 퍼뜨려 탐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신성 마법은 진짜 도움이 전혀 안 되는구나.”
“다쳐도 치료 안 해줄 줄 알아.”
“다칠 일 없거든.”
투닥거리며, 복도 곳곳을 텔레포트하는 로젤린과 로베르타. 마력의 소모가 크더라도 지금은 펜타곤을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
“조용히 해봐. 이 층에 이상한 방이 두 개 있어.”
“두 개나?”
“가장 큰 문제는 두 방 모두 끝에서 끝에 있다는 거지.”
“찢어져야지 뭐.”
이후의 말은 필요 없었다. 동시에 로젤린과 로베르타는 등을 돌려 복도의 끝을 향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발포!”
“쯧....”
로베르타의 앞을 막아선 이들은 하부층의 방호를 맡은 과학국의 군인들이었다. 지하 시설의 중간층까지의 방어를 맡은 이들은 성현과 검황국의 이들이 쓸어버렸으나, 다음의 병력들은 아직까지 수없이 많이 남아있었다.
“팬텀. 텔레포트.”
마력을 잔뜩 잡아먹는 기술인 팬텀. 그러나, 상대하는 이들은 마력을 거의 보유하지 않은 이들이었기 때문에 효율은 남달랐다.
“내가 맞혔어!”
“츄릅. 꽤 이쁜이였는데......”
“잡담 그만! 당장 다음 지역으로 넘어간다. 침입한 자들은 보고된 바로는 아직까지 300이 넘어!”
많은 이들을 상대로 한 팬텀. 그럼에도 그들에게 보인 것은 구멍투성이가 되어버린 로베르타의 시체였다. 그들이 자리를 벗어난 것을 확인한 로베르타가 다시금 텔레포트를 사용하며, 복도를 이동했다.
“이건 또 뭐야.”
“응애. 응애.”
“침입자인가?”
“하...... 대단들 하시구나.”
어느새 탐지한 방의 저편으로 도착한 로베르타. 그녀의 앞에는 펜타곤의 유아기부터 청년기 이전까지의 모습을 한 펜타곤들이 방 안에 가득히 존재했다.
“쭈겨!”
혀짧은 소리를 내는 꼬맹이 펜타곤의 말을 필두로 아직 어리지만 능숙한 전투 실력을 보유한 클론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화기를 발사했다.
‘아카이브!’
그러나 상대는 환영 마법이 주력인 로베르타. 당황하여, 마법의 사용이 늦음을 직감하자, 곧바로 아카이브에 저장된 배리어를 펼쳐 방어했다.
“마력 무기를 사용해!”
배리어로 수십 발에 이르는 탄환을 막기 무섭게 시밀러코어가 장착된 화기를 주워들어 발포했다.
“쯧.”
팬텀(Phantom)
마력을 공급받아 배리어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로베르타는 황급히 팬텀을 사용했다. 물리력과 마력을 동반한 힘에는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사용한 것이다.
“저기다.”
“마력을 얼마나 받는 거야?!”
그러나 그마저도 시밀러 코어가 장착된 코어로 파훼되고 말았다. 대륙 전체의 마력과도 맞먹는 코어에서부터 공급된 마력이었다. 때문에 고작 100대의 마력으로 시전하는 팬텀은 무용지물.
“내 환영마법이 막혔다고 아무런 수도 못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꼬맹이들아.”
주력 마법 중 하나인 환영 마법이 봉인 당했음에 살짝 화가 오른 로베르타가 양 손을 펼쳐 트랩 마법을 방 전체에 뿌렸다.
그 시각 동시에 반대로 텔레포트한 로젤린 또한 얼마 가지 못해 병사들과 마주쳤다. 그러나 로젤린도 랭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들 중 하나라는 사실.
퍼버버벙
“끄아아악!”
“마법사 하나를 왜 못 막는 거냐!”
“군인들을 평소에는 존중해주지만 여기는 지구가 아니니까~”
신성이 가미되어 노란 빛을 뿜는 마력의 구체를 포탄처럼 발사한 로젤린의 앞에서는 군인들이 낙엽처럼 쓸려나가고 있었다.
간간히 발포된 화기나, 초음속의 레일건조차도 사용하는 이들이 뛰어나질 못하니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텔레포트.”
그리고 나타난 복도의 끝. 주변에는 이상하리만치 아무런 방도 없었다. 심지어 시작한 국가조차도 과학국이니, 로젤린에게는 좌우상하를 고민할 필요도 없이 딱 한 쪽을 향해 마력의 구체를 날렸다.
매캐한 연기를 뿜으며, 모습을 드러낸 오른쪽 벽면 너머의 방. 그곳에는 수많은 전선과 연결되어 있는 키스 상사가 거대한 유리관 안쪽에 있었다.
“아, 이 사람도 귀찮긴 했었지.”
“동작 그만.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조용히 몸을 이쪽으로 돌려라.”
“어머, 사람이 있었네.”
“이곳까지 잘도 찾아왔군.”
“너어어무 수상한 방이 있어서 말이야. 이렇게!”
시야를 교랸시키기 위해 로젤린은 노란빛을 폭산시켜 뒤에 있는 누군가의 시야를 멀게 만든 후에 유리한 위치로 이동하려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비 또한 되어있었던 듯, 로젤린의 몸 곳곳을 탄환이 꿰뚫었다.
“이미 독성과, 시야, 물리적인 대비까지 충분히 마쳤다. 그런 잔재주는 통하지 않아.”
“준비성 철저하네. 근데, 이건 몰랐을 걸?”
탄에 꿰뚫려 고통스러워하다 출혈로 죽는 것이 대부분의 마법사들의 패턴이었다. 그러나 로젤린의 상처는 그 잠깐사이에 사라져있었다. 몸에 드러나는 총상의 흔적이라고는 꿰뚫린 옷이 전부.
“신성 마법이라고 들어봤어?”
“.......배제한다.”
앞에 키스 상사의 클론이 생산되는 시설이 있음에도 텔레포트로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로젤린을 맞추기 위해 총을 난사하는 병사. 덕분에 장치 곳곳에서 스파크를 내뿜으며 이상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멍청하네.”
“라저.”
“지금 무슨 통신......!”
그리고 방은 폭파되어, 복도 너머까지 검은색 안개와 불꽃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 작가의말
요즘 야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써보고 싶은 마음은 개뿔. 이 작품이나 더욱 정진해야지요.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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