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수치 10
스텟, 흔히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수치화한 이것이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으로서는 그 인간이 가진 강함의 척도가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과학국의 장비는 그 능력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의 화력을 지녔지만 마법국은 예외였다.
“정보가 급한게 문제야.”
“저기, 그러지 말고 그냥 만파식적님에게 물어보는게 어때요?”
“아냐, 설사 당장에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이 무언가를 알려준다는 것은 조언을 빙자한 간섭과 심하면.......”
“심하면.....?”
“앨리스 너를 노릴 수도 있어.”
이미 한국 사회에서는 법적으로나 인식상으로나 약자는 도리어 남자일지 몰라도 이곳은 한국이 아니었다. 옴니포텐스의 공통어로 한국어가 사용되기는 하지만.
“가장 문제는 레벨과 능력치가 비례하게 상승하는게 아니라는 점이지.”
“네, 저도 게임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강해지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옴니포텐스가 게임일 때 어떤식으로 강해졌는지는 알고 있어?”
“음...... 반복해서 무언가를 했을까요? 그때의 직업은 없었고, 계속해서 퀘스트가 생성되서 그것만하다 질려서 게임을 꺼버렸어요.”
앨리스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게임과 거리가 있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남들이 해보라길래 해본 케이스였고, 해보고 나서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앨리스는 운도 없구나.”
시작부터 시골에 처박혀버린 프로스트보다는 시작 상황이 좋았으나 결국 거기까지인 셈이었다.
“.......시엘 타운에서 서열이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사람들이 말이 통하겠지 아마.”
“그럼 당장 움직여요.”
하루에 이루어진 시골 탈출부터 로비에서 별 진전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하루면 과하다 생각했기에 이제는 움직여야만 했다.
“이봐, 자네들 마법을 배우고 싶나?”
“제자, 구합니다!”
“잡일 도우면서 연금술 배우고 싶은 분들 저한테 오세요!”
시엘 타운의 외곽과 여관 주변에서는 보지 못했던 광경이 큰 거리로 나오자 드러나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젊은 누님부터 후줄근한 망토를 걸친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제자나 일손을 구하는 모습이 거리에 가득했다.
“저 마법이 배우고 싶어요.”
“마법이라면 나도 흥미가 있긴 하지만......”
“그럼 같이 배워보는건 어때요?”
초롱초롱한 앨리스의 눈빛도 눈빛이지만, 새로운 판타지 라이프를 진행하면서 그럴싸한 기술하나도 없이 산다는 것도 무리이기에 길거리의 마법사들부터 마법제국의 일반시민들도 모두 다녔다는 마법학교 향했다.
거대하지만 마을의 색감과는 대조되는 허름한 벽돌과 벽 곳곳에 달라붙어있는 넝쿨들이 영화에서만 보던 마법학교를 떠올리게 한다.
“시엘타운 마법학교.”
“경비 아저씨께 여쭤보니까. 제국마다 마법학교가 있다는데요?”
“좋아, 한국어로 대규모 패치를 했을 정도면 행정실에서 입학도 말해볼 수 있을 거야.”
이후의 절차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6억의 사람들을 강제로 이주시킨데다 인프라에도 신경을 쓴 덕분에 유저인 이들이 다닐 수 있는 반도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반 배정이 있을 예정이에요. 우선은 마력수치를 산정해서 학년을 나눌 예정이니 마력수치를 확인하겠습니다.”
마력수치는 앨리스가 2. 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2라는 숫자를 작게 종이에 기입하고 행정반의 안경 쓴 선생은 곧장 프로스트의 정보도 확인하기 시작했다.
“......10? 어떻게......? 아니, 일단 죄송하지만 고 마력을 지니신 분은 학교에 입학이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학업을 원하신다면 국가 자격증을 취득하셔서 위시즈로 일을 하시면 국가차원에서 지원을 해드릴텐데........ 직업까지 가지고 계시니 그것 또한 불가능하겠군요.”
입학거부까지 당한 프로스트였다. 마력도 옴니포텐스의 평범한 사람들을 웃도는 수치에다 정체를 모르지만 직업까지 갖춘 상태였기 때문이다.
“정말 최악이군. 위시즈가 정확히 뭐길래 그러시는거죠?”
“위시즈는 가진 마력의 힘으로 바라는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등급과 지위를 주는 국가직입니다. 과학국의 솔져들과 검황국의 무인들이 제국에서는 위시즈로 불리는 것이죠.”
“숫자가 높을수록 좋은 직책과 강한 힘을 보유했다고 보면 되겠네요? 만파식적님도 꽤나 강하신 분이었구나......”
만파식적의 마력은 20 또한 위시즈-5라는 직업 또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랭커라는 상위권에도 들지 못했다고 말한 것을 보면 마법학교라는 교육장도 청년에게 그리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앨리스. 원한다면 학교를 다녀. 옆에서 들은 그대로 나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렇지만......”
“눈치 보지 마. 나도 일단은 하고 싶은게 생겼어.”
앨리스는 프로스트라는 생명의 은인과 자신이 배우고 싶은 마법이라는 것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그의 말에 곧장 수긍하고 말았다.
“네. 그럼 최대한 빨리 교육을 마쳐볼게요. 물론, 얻은 최대한 정보도 숙소에서 알려 드릴 테니, 걱정마세요.”
사람 대 사람은 믿기 어렵지만 국가 대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악법이라도 법이라는 체재가 있었으니까 신용의 차이가 남달랐던 탓이다.
‘앨리스는 학교에서 마법도 배우고 정보도 얻는 거지. 그 사이에 나도 직업에 대해 알아봐야겠어.’
만파식적의 위시즈라는 직업, 알렌의 과학국-소위라는 솔져 직업 둘 다 어떤 의미와 소속인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앨리스도 프로젝트코어라는 직업이 있긴 하지만 마법제국에 온 후로는 직업란이 x로 바뀌어 있었기에 문제는 x의 후계자라는 프로스트의 직업이다.
‘의심 가는 건 영감과 할망구하고 보냈던 3개월인데...... 정보를 확인하는 법을 그때는 몰랐으니까.’
수수께끼 투성이였다. 본인의 정보를 노부부가 사라질 때까지 하지 않은 것과 도움말의 도움을 받지 않은 자신의 안일했던 생활에 욕이 절로 내뱉어진다.
“이미 다 지난일인데 뭐.”
슬슬 포기하고 숙소에서 자신을 기다릴 앨리스에게 향하려던 차에 거리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콰콰쾅
“어이! 부수지 말라고!”
“여기서 장사를 하려면 자릿세를 내란 말이야!”
현실에서도 빈번히 깡패들이 하는 짓들이 옴니포텐스 세상의 거리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오호. 나름 신경 써서 만든 작품이군.”
“이리 줘!”
체격이 좋은 깡패들이 나무로 만든 좌판을 부숴놓고 물건을 발로 차버리는 행동까지는 좋았으나 다음의 행동은 학교 일진들이 하는 물건 뺏기의 모습이었다. 키 작고 연약한 동급생의 좋은 물건을 팔 높이 들어 올려 못가져가게 한 후에 품평하는 말투까지.
‘결과가 어찌되든 알 바는 아니지.’
처음에는 마법제국의 깡패들의 행동이 궁금해서 지켜봤으나, 결국엔 힘이 조금 강한 시민과 장사꾼의 트러블이었다. 따라서 마법을 사용한 교전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청년이었으나
화르륵
“적당히 하라고.”
“어이. 마법까지 사용하는 거야?”
“그래. 정당방위니까.”
“그런 작은 불씨로 우릴 해치우려하다니, 키키키킥”
키가 150은 될 법한 키의 꼬맹이 장사꾼의 양 손바닥에서 화염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화력을 따지자면 라이터의 불씨를 최대로 키운 정도의 크기지만 생물에게 불은 천적이라고 할 수 있기에 프로스트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키 작은 장사꾼의 손에서 불이 물건은 가져간 불량배에게 향했지만.
퉁 퉁
두발 모두 가로막혔다. 하늘색의 반투명한 유리막 같은 것이 불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히히힛. 보아하니 6정도의 마력인가본데. 우리는 8마력이라고?”
“학교도 자퇴할 수준의 엘리트인 우리가 질 리가 없지. 키히히히”
“도구를 보니까 마도구인 것 같은데. 진즉에 뺏길 잘했어. 어쩐지 마력이 샘솟는듯한 느낌도 들고 말이야.”
회심의 불꽃 공격도 통하지 않자 급기야 눈물을 흘리는 꼬맹이. 그 모습을 보다못한 프로스트는 돕기 위해 그들의 앞으로 나섰다.
“이봐, 그만하고 물건 돌려줘.”
“뭐야? 남 일 상관 끄고 돌아가슈. 방금 본 것처럼 혼쭐나 그러다.”
“키키킥. 정의의 사도 납셨구만.”
‘앨리스 때도 그렇고 진짜 ‘착하고 강한 용사’에 대한 환상이 있는 건가.’
오지랖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깡패들의 말이었지만 그냥 오지랖으로 치부하기엔 그의 능력치는 대충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불량배들을 쉽게 앞서고 있었다.
“나도 말해주지. 능력치가 깡패라면 나는 마력이 10이니까 그만 물러나.”
“10? 네가 10이면 나는 20이다 키히히히.”
“어이,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해. 오늘 술값은 이걸 팔아치우면 적당히 나오겠어.”
“.......”
퍽
“커헉....!”
힘과 민첩 수치에 의존한 프로스트의 주먹이 자신은 20마력을 가졌다고 비웃어대던 불량배 1의 명치에 제대로 들어갔다.
“뭐...뭐야? 무슨 속도가”
“설마 검황국 무인?”
“젠장. 빨리 배리어를.”
동료가 쓰러진 모습에 당황하던 불량배 2,3이 곧장 프로스트의 무력에 당황한 듯이 허둥지둥 일전의 반투명한 방어막을 펼쳐보인다.
통
“하하하. 이거 방ㅌ......”
쨍그랑
“두 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도 같았던 프로스트지만 그런 대사를 치게 가만히 둘 수 없었다. 또한 방금 주먹과 배리어의 충돌에서 본인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을 두른건가?’
분명 프로스트의 주먹이 배리어에 닿았을 때는 한계가 올때까지 두들길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들보다 가속된 사고의 흐름에서 느껴지는 변화. 그것은 분명 마력일 터인 힘의 이동이 주먹에서부터 불량배의 배리어까지 이동했다는 사실이었다.
“이...이, 이 녀석 진짜 마력이 10이라고?”
배리어를 펼친 상태로 혼자 남게 된 불량배 3은 어느새 프로스트의 정보를 본 건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맞아. 물건 돌려주고 얼른 꺼지시지. 네 친구들도 데리고 가.”
“히...히엑! 죄송합니다아!”
등장을 자세히 확인하지는 못했던 프로스트지만 도망가는 모습만큼은 눈에 담고, 부서져 버린 나무 좌판대를 훑는 꼬맹이 상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감사합니다.”
“.......그래.”
가까이서 보니, 꼬맹이 상인은 여자였고, 정보도 꽤나 기괴했다. 정보를 확인하느라 대답이 성의 없이 나온 것은 덤이었으나, 도리어 그녀의 현 심정에 공감한 모양새가 되었다.
이름 : 이자벨라
레벨 : 46
직업 : 마도공학자
종족 : 라쿤휴먼
능력치
힘 : 5
민첩 : 2
마력 : 7
지능 : 32
압도적인 지능수치와 일반 시민보다는 조금 앞서는 나머지 능력치들이 눈에 띄는 스텟의 여인이었다. 그리고
“라쿤휴먼?”
“히이익! 정보를 볼거면 말을 하고 보라구요!”
“아, 미안 속으로 생각한다는게 그만.”
“......생체융합의 산물이에요. 라쿤과 사람의 유전자가 결합된 경우죠.”
‘어쩐지 허름한 로브를 끝까지 안 벗더라니 여기도 종족차별이 있나보군.’
“사례를 하고 싶은데 제가 가진 돈도 없어서...... 저기........몸이면......”
“응? 나는 딱히 다른 종족한테는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만, 마도제국 법상 도움을 받으면 사례를 해야한다구요!”
“안하면 어떻게 되는데?”
“그야. 위시즈들에게 정보가 간다면 공정위원회에서 책정한 막대한 세금을 동시에 물거나, 능력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국가에서 지정한 최악의 몬스터 농작지로 잡혀가요.”
“그래서 네가 보상할 능력이 없다는걸 알고 아무도 돕지 않은거로군.”
“그것도 있고, 녀석들의 능력치가 생각보다 강해서 일거예요.”
이자벨라의 말에 프로스트의 머릿속에 찌릿하고 시엘 타운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의 기억이 스쳐갔다.
‘블레이즈 녀석.....!’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옛말이 있듯이 휘황찬란한 로브를 걸친 인원이 둘. 프로스트와 이자벨라의 주변에 갑자기 나타났다.
“당신은 마법제국 사례법을 어겼다고 위시즈-3 블레이즈에게서 신고가 들어왔는데. 맞는가?”
“앨리스란 자를 자신의 제자로 거둬들이는 것을 승낙하면 합의를 해준다더군. 동의한다면 이번 일은 넘어가도록 하겠다.”
‘마지막까지 앨리스를 걸고넘어지는군. 발정난 개자식이’
위시즈-3라면 5인 만파식적보다 두 계단이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양 옆에 자리한 정체불명의 이들은 느껴지는 감각만으로는 만파식적보다 최소 2배이상 강한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내가 잡혀가는 걸로 끝내도록 하지.”
프로스트의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 이들은 그 자리에 있던 셋을 감싸듯 안개를 일으켰다.
“이봐! 이자벨라.”
“네...넵!”
“보상을 하고 싶다면 시엘 여관 204호의 앨리스란 여자를 찾아가서 내가 돌아올때까지 같이 지내줘. 나는 조만간 찾아갈 테니까 학교 잘 다니라고 전해주고.”
“알겠어요!”
그리고 안개가 그 프로스트를 포함한 셋을 모두 감싸자마자 그곳에는 멀뚱히 눈을 깜빡이는 이자벨라만 남아 있었다.
- 작가의말
사진은 저작권 없이 자유로이 사용가능한 사진이고, 내용 전개는 프로스트의 능력치-기술 발전 순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글의 내용에는 큰 언급은 없지만 앞으로 나올 레벨과 능력치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고레벨 = 고 능력치 는 맞지만
레벨업 = 일정 능력치 지급 의 시스템은 아닙니다.
강함의 척도를 경지나 어떤 등급이 아닌 레벨로 표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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