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성현이 이끌고 있는 검황국 소속의 랭커들과 병력들. 마법제국의 어치브 마법사들을 주축으로 꾸려진 대규모 마법사들은 더 이상 투입 되지 않는 병력들에 대해 의아해 하면서도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의구심이 들면서도 나서야만 하는 상황.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앨리스가 가진 무한에 가까울 정도의 마력을 사용해 과학국이 얼마 안 가 새로운 일을 벌일 것이라는 것쯤은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법제국.”
성현의 시선 끝. 어림잡아 30km는 될 법한 길다란 황무지 너머에 위치한 만 명의 어치브 마법사들이 보였고,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 순간이었다.
“......”
그의 바로 옆에 있던 한 명의 랭커. 검황국의 황제인 쉔롱에게 세뇌 당했기 때문에 별 다른 태도 변화나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을 인지한 듯 흉흉한 기세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용장군.”
“예.”
황실에 유저가 아닌 원주민들로 구성된 기존의 병사단은 해체되었고, 새롭게 구성되었다. 그 중 장의 위치에 오른 용장군은 황성이 이미 리한나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성현에게 최대한의 예를 취했다.
“저들과 부딪히지 않을 것이다.”
“마법사들 또한 같은 생각인 것 같군요.”
“예리하군.”
“눈칫밥으로 숙청당하지 않고 장군까지 올랐으니까요.”
배신을 우려했고, 자신 중심의 개혁을 바랬던 쉔롱의 피의 숙청에서도 살아남은 용장군의 눈치는 빨랐다. 성현의 눈치를 살폈고, 세월을 노장만이 맡을 수 있다는 전장의 흐름 또한 예측할 수 있었다.
“이대로 수도까지 진격한다. 도사들은 지맥이동술을 펼쳐라!”
이후에 성현이 말할 지시까지 재빠르게 파악한 그는 고작 200남짓의 병사들 모두 신속히 전장을 향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어치브에서도 말단에 속하는 마법사. 그러나 후방에 덜덜 떨고 있는 마법사들은 모두 그녀보다 전투력도, 직급도 낮은 위시즈들이었다.
“바로 대규모 마법을 준비하면 되는 겁니까.....?”
“기다려. 거리의 우위는 이쪽에 있다. 하물며, 저들과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과학국의 앨리스라는 여자다.”
“하시면.....?”
“포탈을 연다. 지금 과학국의 수도는 거의 마비상태라는군. 어떤 녀석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있을 때, 바로 본진을 친다.”
100명당 한 명씩 주어진 포탈석이 일제히 깨지기 시작하고, 하늘색 타원형 입구가 사람들 사이사이로 생성되기 시작했다.
“포탈로 이동하자마자 지급된 아카이브 북을 사용해 대규모 마법을 시전한다!”
전장의 등장은 화려해야 하는 법. 하물며, 마법사라면 추구할 수 있는 이상의 극한까지 끌어올려 보여주는 것이 가능한 이들이었다.
“만파식적님은 마법사가 아니셨나요?”
치킨샐러드가 만파식적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가 옆에서 지켜본바, 만파식적의 마법의 위력은 주변의 랭커들과 비교해 한 없이 약해보였고, 실제로 확인할 수밖에 없던 그의 능력치는 전혀 다른 지표를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
이름 : 만파식적
레벨 : 45
직업 : 향자(向者)
종족 : 휴먼
능력치
힘 : 21
민첩 : 25
마력 : 54
이상 : 124
지능이 위치해야할 자리에 있는 이상이라는 수치. 124라는 숫자는 당연히 랭커의 최소 조건을 만족했음을 의미했지만 시선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진짜 능력을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이곳은 전장이니 묻겠습니다. 향자라는 직업, 이상이라는 스테이터스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습니까?”
아니어도 좋았다. 그러한 특이점을 지닌 유저를 영입하는 것도 그가 길드 소닉의 정보원으로서 갖추어야할 덕목이었으니까.
“지....직접적인 전투에서는 쓸모가 없지만......”
당당해야할 만큼 특수한 무언가를 지닌 만파식적이었지만 그의 태도는 당당하지 못했다.
“하, 알겠습니다. 우선은 저희 길드에서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치킨샐러드에게는 기회로 다가왔고, 최대한 생색을 낸 후에 최소 영입, 최대로는 길드의 노예까지도 그의 머릿속에는 그려지고 있었다.
“우선은 로젤린이라는 유저의 말을 믿고 활동하는 것 같으니 저희도 서둘러 도시로 이동하죠.”
허큘리스에 의해 무너져가는 도시를 둘러싸고 각지에 숨어있던 랭커와 유저들이 모래와 화약 먼지 저편에서 이동해오고 있는데, 나름 큰 규모의 길드인 소닉이 빠질 수는 없었다.
그리고 도시로 향하는 유저의 그룹들 중 거대한 그룹이 도시로 진입하려는 순간 도시의 상공에서 백개의 포탈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늘색의 타원 너머로부터 나타나는 만 명에 이르는 마법사들. 그들이 일제히 아카이브 북에 저장해두었던 마법을 펼쳤다.
Elemental Arrow 10000중첩. 가장 기본적인 속성 공격 마법들을 최대 개수로 그리고 가능한 최대의 위력으로 아카이브 북 안에 저장해두었던 모든 것을 도시의 상공에서부터 쏘았다.
불, 물, 번개, 얼음, 바람 등 가릴 것 없이 형형색색의 마법 화살이 엄청난 넓이와 내구를 자랑하던 과학국 수도 상공에서 지상을 향해 쏟아졌고, 그 위력은 과학국의 핵 이상의 폭풍을 몰고 왔다. 아니, 그랬어야만 했다.
“저건 무슨.....!”
강철의 거신, 거대 로봇 등 표현하자면 끝도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건X. SF물의 끝판왕.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 영화의 로망 10기가 일제히 무너져가는 도시의 지하에서부터 등장하고 막을 수 없을 것 같던 모든 마법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파지지지직
벚꽃색의 투명한 막이 모든 공격을 막아내며, 전장에 새로운 변화를 알렸다.
휘우우우웅
철컥 철컥 철컥
그것들의 장갑이 일제히 열리며, 성인 남성크기의 미사일이 모든 전장을 향해서 발사되었다. 피아 구분치 않는 포격. 이미 전력의 상당수를 잃었기 때문이며, 저 기체가 가동한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는 의미였다.
짝 짝 짝
허큘리스가 지상까지 활짝 개방되어 밝아진 하늘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그의 정면에서 들려오는 박수소리가 그 상념을 깨부셨다.
“4성.”
“맞아. 과학국의 대장 중 한 명인 펜타곤이다.”
담배 연기를 입과 코로 길게 내뱉으며, 나타난 이는 과학국의 대장 펜타곤이었다.
“대장이 있는 것을 보니 제대로 찾아오긴 한 모양인가.”
“너희가 노리는 프로젝트 코어, C-341은 이곳에 없는데?”
“그래도 전쟁을 끝내려면 대장의 목을 쳐야하지 않겠나.”
“크크큭. 그건 부정할 수 없군.”
서로 최대한 여유를 가장한 대화였지만 허큘리스는 대검을 언제든지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고, 펜타곤 또한 꼬나물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고 있었다.
“과학국의 대장은 약도 거하게 빨았나? 자신감이 장난 아니야.”
“고작 약 좀 투여했다고 상대할 수 있을 만한 변태로는 보이지 않는다만.”
대검을 쥔 전라의 거구와 그에 꿀리지 않는 거구를 지녔지만 각 신체 부분마다 푸른빛을 뿜는 기계를 장착한 사이보그 인간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검을 내던졌다.
초진동으로 인해 격납고 내에 듣기 싫은 굉음을 내는 대거와 거구의 남성과 동일한 크기를 지닌 대검이 서로 공중에서 격돌했고, 서로를 향해 튕겨져 바닥에 꽂혔다.
“크기만 큰 줄 알았더니.”
“그 검도 작은 것과 달리 실한 매력이 있군.”
다이아조차도 손쉽게 베어버릴 수 있는 초진동 대거와 패도검 – 전력의 충돌끼리의 싸움은 무승부. 그러나 ‘검들만의 충돌’로 끝날 싸움도 아니었기에
““우오오오!””
거구의 두 남성이 동시에 검을 내지르며 격돌했다. 전력은 생긴 것과는 달리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펜타곤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고, 대거의 공격은 그 어떤 공격도 버티던 허큘리스의 강인한 육체에 타격을 주지 못했다.
“전투에 있어서는 절대로지지 않는다.”
[1번째 과업 : 네메아의 사자]
아무도 뚫을 수 없던 절대적인 가죽과 자신을 잡으러온 사냥꾼 모두를 잡아먹은 사자의 힘이 그에게 깃들며, 괴력의 주먹이 펜타곤을 향해 미친 듯이 휘둘러졌다.
퉁 퉁 퉁
그러나 들려오는 소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어를 때리는 듯한 소리뿐이었다.
“절대적인 방어는 너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나? 기술이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다.”
어떻게 버틴 것인지 놀랄 틈도 없이 펜타곤의 주먹이 허큘리스의 안면을 노리고 정확하게 들어갔다.
타격이 없을 것만 같았던 허큘리스였지만 펜타곤의 공격은 그에게 닿고 말았다. 그의 입가를 따라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좀 치는군.”
“그쪽은 칠 줄 모르는 편인가?”
“기술도 힘인 것은 인정하지. 그쪽을 만만하게 봤다는 것도. 그러니 이제 진심으로 쳐죽여주겠다.”
패도검 – 전력(戰力)
패도검의 힘을 사용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사용해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그도 그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어디 한 번......!”
파직
펜타곤의 몸에 이식된 실패 코어들과 스테로이드로 강화된 신체능력으로도 인식할 수 없는 속도로 허큘리스의 주먹이 그의 안면을 강하게 가격했다.
얼굴 형태를 넘어 안쪽의 뼈까지 뭉개져버릴 정도의 위력이 그를 덮쳤고, 넓디 넓은 격납고의 벽면을 몇 번이고 뚫고 날려진 후에야 충격이 가셨다.
“이게 주먹이다.”
- 작가의말
과제에 치이며 살고 있습니다.....ㅜㅜ
오늘은 변칙적으로 14시 15분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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