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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f6495_karajan1342 님의 서재입니다.

백조의 시대 2 - 동쪽으로 가는 길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7.23 17:28
최근연재일 :
2022.03.28 23:59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78
추천수 :
10
글자수 :
90,939

작성
21.07.30 21:05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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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5화 - 길흉화복

DUMMY

국태왕은 그 날 업무를 마치고 황태후전을 찾았다. 마침 쉬고 있던 조이는 평도를 맞았다.


"황태후 폐하. 소신이옵니다."


"아. 국태왕이시군요. 내게 할 말이라도 있으신겝니까."


"신이 황태후 폐하의 명을 받들어 황제선출을 미룬다고 했사옵니다만 신이 그 까닭을 몰라서 이렇게 찾아왔나이다."


"그게 궁굼해서 오셨습니까? 내가 이로가 황제 되는 것을 꺼리기라도 할까봐서 그러십니까?"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신이 감히 그리 생각할 까닭이 있겠나이까."


"당분간은 경륜 있는 국태왕께서 나라를 안정시켜 주셔야 합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대행황제께서도 돌아가신 한강 상국이나 국태왕을 비롯한 여러 중신들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가 없었던 분입니다."


"폐하......"


"이로만큼은 중신들에게 휘둘려서는 아니됩니다. 이로는 국태왕의 아들이 아닙니까? 그러니 국태왕께서 장차 황제가 될 아드님의 길을 닦아주셔야지요."


"폐하의 뜻 알겠사옵니다."


조이는 말을 마친 뒤에 한가지 말을 했다.


"아 참. 법명대사께서 지금 여기로 오고 계시다는데 알고 계십니까?"


"스승님께오서 말씀이시옵니까?"


"그래요. 내일 아침 쯤이면 오실 겁니다."


법명대사. 백조제국에게 멸망한 아룸그라드 왕국의 마지막 왕자로써 일치감치 왕위를 포기하고 승려가 되길 자처했던 인물. 지금이야 80이 넘은 노승이지만 만일 그가 왕위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아룸그라드 왕국은 번성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욕심을 초월한 사람으로써 평도를 위시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하지만 법명대사는 예정보다 이틀 더 늦어 왔다. 평도는 백조성 남문에서 그를 만났다. 흰 수염을 늘어뜨린 채로 나타난 그는 남루한 옷차림이었다.


"스승님!"


"아이고, 국태왕이 아니신가?"


평도는 고개를 숙이며 그와 손을 맞잡았다.


"오시기를 안망하며 기다렸나이다. 예정보다 좀 늦으셨사옵니다."


"그래요. 아룸그라드를 거쳐서 왔지. 항상 그 곳만 보면 옛날 생각이 나서 이끌리게 되거든....."


법명대사는 비록 60년 전에 버린 나라라지만 거기에 대한 미련만큼은 남아있었다.


"스승님...."


"아차, 이런이런. 상중인 곳에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것 같군. 자, 어서 들어 가십시다."


법명대사는 들어와서 짐을 풀고 평도의 안내를 받아 제니의 제실로 왔다. 그는 지팡이를 집어들고 들어와 제니에게 묵념을 드렸다.


"오셨습니까. 대사님."


"예. 황태후 폐하."


"부디 대행황제께서 좋은 곳으로 가시게 빌어 주십시오."


"대행황제께서는 덕이 많으신 분이셨으니 분명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법명 대사는 황제의 관에 연꽃을 놓고 다시 묵념을 드린 뒤 나왔다. 때 마침 이로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님!"


법명대사는 이로의 총명한 눈을 보고 당장에 그를 알아차렸다.


"오호라? 이 분이 바로 장차 이 제국의 황제가 되실 분이시군 그래."


"소인 이로가 대사님을 뵙사옵니다."


"허허. 소인이라니 당치도 않소이다. 내가 대행황제와 태후를 뵙느라 미쳐 미뤄둔 일이 있는데 두 분에게 드릴 말이 있으니 가십시다."


법명대사는 국태왕의 집무실로 와 자신의 보따리를 풀어 왠 통을 꺼냈다. 동그란 통에 담겨진 여러 나무 막대들. 그 물건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유물인 듯 했다.


"국태왕, 이게 뭔지 아시오?"


"모르겠사옵니다만 그 물건이 무엇이옵니까?"


"옛날 우리의 조상일지도 모르는 동양인들이 길흉화복을 점쳐보기 위해서 쓰던 도구인데 이거에 대해서 말할 것이 있어요."


"말씀 하시옵소서."


법명대사가 말하려는 사이 경수가 나타났다.


"대사님 아니시옵니까?"


"이런, 태왕자도 오셨군요."


"제 아들 놈이 대사님이 오셨다는 말씀을 하셔서 한 마디 가르침이라도 받고자 왔습니다."


"그런 소리는 무슨...."


"그런데 뭘 하고 계셨습니까?"


"스승님께서 동양인들이 고대부터 쓰던 점치는 도구에 대해 말씀 하고 계셨습니다."


경수는 점치는 도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법명대사는 계속 이야기 하면서 옛날의 일을 회상했다.


"1548년의 일이었을 게요. 아룸그라드 왕국의 마지막 왕이셨던 내 아버님은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과 군사들을 이끌고서 여기 있는 국태왕의 아버님 되시는 세르실리온 대왕의 군대를 맞아 싸우셨지.."


1548년이면 아직까지는 평도가 전장터에 발을 들여 놓지 않았던 시기이다.


"그 때 내가 테르미드 사원에서 그 소식을 듣고 정이라도 남은 탓인지 이 통으로 점을 쳐 봤소. 그런데 대흉(大凶)이라는 막대를 그만 뽑아버렸지."


"아....."


평도는 자신도 모르게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법명대사는 평도가 안심될만한 말을 했다.


"내 조국은 그렇게 망했소. 세르실리온 대왕이 성군이었는지라 항복한 백성들과 내 아버님은 목숨을 건졌지만 아버님은 얼마가지 않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었소."


추억에 젖어있는 법명대사를 두고 경수는 산통을 깨 버렸다.


"대사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오늘 주시려는 말씀이 이것이온지요?"


"아니죠. 나는 그 후에 이 도구의 위력을 알고 50년간 나만 아는 깊은 곳에 묻어놓고 일절 쓰지를 않았어요. 하지만 내가 얼마 전에 백조제국 여황제께서 세상을 뜨셨다는 말을 들은 뒤에 내 제자들이 한 번 써 보라고 하더군."


"해서 50년 만에 이 통을 쓰셨다는 말씀이옵니까?"


"써 봤지."


"스승님.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모두가 숨 죽이는 가운데 법명대사는 단 한마디만 했다.


"대흉(大凶)."


그의 말은 앞으로 드리울 백조제국의 암울한 미래를 직견하는 것이었다. 경수는 조심스레 물었다.


"대사님.... 진짜로 대흉이 아니겠지요?"


"정히 그러면 이 자리에서 내가 통을 흔들어 볼테니 태왕자께서 뽑아 보시구려."


경수는 심히 놀라 아니하려 했지만 자신의 속에서 나오는 관심은 그것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는 숨을 죽이며 막대 하나를 뽑았다.


"음.....!"


"대흉이다!"


경수는 대흉을 또 뽑았다. 그는 그를 믿을 수 없어 통을 다 뒤적였다. 통 안에는 대길부터 길, 평온, 흉 등의 많은 글자들이 쓰여 있었다.


"아아......"


경수는 자신이 잘못뽑았다는 생각에 자책했지만 법명대사는 모두에게 말했다.


"그건 나와 태왕자가 아니라 여기 국태왕이나 황태제가 뽑아도 대흉이 나올 겁니다."


"스승님!"


"내가 이 나라를 망하라고 축원하는 건 절대로 아니오. 분명한 것은 차일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오."


"하오시면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분명 이 나라나 황실을 위협하는 존재가 근처에 있는 게 분명하오."


평도는 스승인 법명대사의 말을 믿으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설명했다.


"스승님의 말씀이 틀리셨다는 뜻은 아니옵니다만 저는 황실의 어른이고 또 지금은 잠시 나라 전반의 일을 감국하고 있는 처지이옵니다. 이런 입장에서 어찌 미신을 믿겠습니까?"


경수도 더불어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대사님. 국태왕의 형님 되시고 제 매형이 되시는 선황제께오서도 말년에 주술사와 점술가의 말만 믿으셨다가 옥체가 피폐해지시어 돌아가시지 않으셨습니까?"


"이것들 보시오!"


"예....에?"


법명대사의 큰 호통. 좌중이 조용해졌다.


"당신들이 이것을 미신이라고 하던 진실로 믿던 내게는 중요하지 않소이다. 다만 나는 미리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있어서 대비를 하라는 게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왜 엉뚱한 소리만 하는게요?!"


"하오시면 저희가 무엇을 대비하면 되겠습니까?"


법명대사는 크나큰 힌트를 주었다.


"국태왕. 나는 서방(西方)이 의심 스럽소."


"대사님....."


"뭐 조만간 알게 되겠지. 그럼 나는 이만 일어나 보겠소이다."


"어디를 가시려고요?"


"오랜만에 백조성에 왔는데 국사 감투 쓴 노인네는 만나보고 가야하지 않겠소?"


"아, 그러셔야지요. 혹시 모르니 황궁 안에 있는 시종들을 붙여드리겠습니다."


"되었소. 이 훤히 밝은 날에 번잡스럽게 그리 할 필요 없소. 그럼 이만."


법명대사가 마르실 국사를 만나러 가자 이로는 두 어른에게 말했다.


"대사님께서 서방이 의심스럽다고 하셨는데 어찌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을 알고서 말씀 하시는 듯 하옵니다."


"음... 그렇다면 스승님께서 우리 내부 사정을 다 알고 계셨더라는 말이냐."


"직감적으로든 뭐로든 예견 하셨을 것이 분명하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 자리에 없는 도리, 남안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점점 바로크니 제국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사돈의 말씀이 참으로 맞지 않습니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전권대신과 바로크니 대사에 대해서 철저한 감시망을 펼쳐야 할 줄로 압니다."


그 즈음, 대사 마드리안은 푸하와 대사관 지하실에서 밀담을 나누었다.


"저, 합하. 이렇게 숨어서까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겠사옵니까?"


"대사는 그 무슨 답답한 말이오. 지난번 세작 사건은 기지로 잘 벗어났다지만 우리의 상대가 누구요? 이나라가 영웅으로 칭송하는 국태왕과 성군의 자질을 지닌 황태제, 그리고 앞일을 내다보는 것은 도가 트인 태왕자. 그 외에 무수한 사람들이오. 그들이 누구요? 나는 고사하고 우리 황제 폐하와 견주어도 문제 없을 뛰어난 사람들이오."


"그러시면 저희가 어찌해야겠습니까. 어떻게든 이 곳을 빠져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면 대사는 대사관을 정리할 준비를 다 마쳤소?"


"예. 합하께서 지시하신대로 정리를 하되 저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중요한 문서들만 챙겨 두었습니다. 지시만 하시면 떠나실 수 있습니다."


"좋소. 전쟁이 일어나던 아니 일어나던 이는 폐하의 명이시니 조심해서 준비 하도록 하시오."


바로크니 대사관을 정리하고 떠나려는 푸하와 마드리안. 이들이 정녕 바로크니 제국으로 함께 돌아간다면 20년 넘게 이어져 온 양국의 마치 혈맹과 같은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깨지게 될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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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 담판 21.12.15 20 0 11쪽
15 14화 - 체포령 21.11.17 16 0 12쪽
14 13화 - 광야평원 전투(하) 21.11.14 20 0 11쪽
13 12화 - 광야평원 전투(상) 21.11.08 19 0 10쪽
12 11화 - 서백조 함락(4) 21.08.08 28 0 11쪽
11 10화 - 서백조 함락(3) +2 21.08.07 25 1 11쪽
10 9화 - 서백조 함락(2) 21.08.06 22 1 11쪽
9 8화 - 서백조 함락(1) +2 21.08.04 30 1 11쪽
8 7화 - 엄히 꾸짖노라 21.08.03 18 1 14쪽
7 6화 - 필사적인 도주 21.08.01 18 1 11쪽
» 5화 - 길흉화복 21.07.30 27 1 10쪽
5 4화 - 선출을 보류하라 21.07.28 22 1 10쪽
4 3화 - 탐색 +2 21.07.26 24 1 11쪽
3 2화 - 리베와 푸하 21.07.24 26 1 11쪽
2 1화 - 서쪽에서 동쪽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21.07.23 47 1 13쪽
1 등장인물 소개 21.07.23 56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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