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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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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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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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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3,230

작성
23.04.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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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3. 그만 힘 빼고 같이 가자.

DUMMY

화염은 비호를 삼키고 거리를 가로질렀다. 동시에 여자는 비호를 안고 빠르게 화염을 피해 날았다.


‘아직 정확한 능력은 모르나 A급 특수반원이 확실해. 고작 이 정도 기습 공격에 당할 리 없어.’


여자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비호의 능력을 모른 상태로 저공 비행한 게 실수였다. 화염이 퍼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보다 비호의 손이 더 빨랐다. 비호는 여자의 다리를 붙잡고 힘껏 휘둘렀다.


콰앙!


바닥을 미끄러졌던 여자의 반대편 건물에 보기 좋게 처박혔다. 부서진 잔해에 깔린 대만은 온몸에 느껴지는 통증을 이기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무식한 새끼가······.”


다행히 통증에 비해 큰 부상은 없었다. 건물 벽이 부서질 정도로 처박힌 것치곤 경상에 가까웠다. 팔도 움직여 보고 허리와 다리를 움직여도 별 무리가 없었다.


“어떻게 안 다칠 수가 있지?”


주변을 살핀 대만은 그 이유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뒤에 고속비행 능력의 여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벽에 부딪힐 때 그녀가 충격 대부분을 상쇄시켰던 것이다. 다행히 여자도 큰 부상은 없어 보였다.


“이봐! 괜찮아? 괜찮냐고?”


서둘러 여자를 흔들었다. 이대로 비호가 들이닥치면 반항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잡힐 게 뻔했다.


“으··· 으으······.”


옅은 신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더 크게 흔들었다. 대만의 거센 손짓에 여자는 조금씩 의식을 찾는 듯 보였다. 이윽고 의식을 완전히 찾았는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어?”


몸을 일으키는 반동으로 그만 여자의 가면이 벗겨졌다. 충격으로 인해 끈 끊어진 가면이 바닥을 뒹굴었다. 대만은 반사적으로 여자의 얼굴을 봤다.


20대 초반의 제법 예쁜 얼굴엔 당혹감이 가득했다. 여자는 빠르게 가면을 쥐고 얼굴에 덮었다.


“모, 못 봤어! 정말 못 봤어!”


얼굴을 가리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함이다. 대만은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강하게 부정했다. 여자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정말이야. 정말 못 봤다고. 내가 바보도 아니고 네 얼굴을 볼 리가 없잖아.”


필사적인 부정이 통했던 걸까? 여자는 말없이 몸을 일으켰다.


쿠웅! 콰앙!


건물 밖에서 치열한 충돌음이 연속해서 이어졌다.


“그대로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넌 데리고 나간다.”


대만은 섬뜩함을 느끼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자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빠른 속도로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젠장··· 저것들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왜 이렇게까지 해서 날 살려두려는 거지? 다른 특수반원이 합류하기 전에 도망치려면 날 버리고 가는 게 유리하잖아? 내 입을 막으려면 날 죽이고 도망치는 게 빠를 텐데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아무리 머릴 굴려도 두 여자, 혹은 그 이상으로 보이는 집단의 의도에 대해 조금의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를 놈들이 가장 위험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밖에선 격렬한 전투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도망치려면 지금이 기회였다.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부서진 잔해 너머로 문이 보였다. 투박한 철문은 분명 밖으로 통하는 문이 확실했다.


끼이익


문밖엔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반대편에선 여전히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다른 놈들이 합류해도 저쪽으로 가겠지? 내가 이렇게 잡힐 줄 알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사방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골목을 걸었다. 작은 소리만 들려도 움찔 놀라 몸을 숨기면서도 최대한 빠르게 골목 끝을 향해 걸었다.


‘그래. 계속 싸워라. 너희들이 격렬하게 싸울수록 내가 빠져나갈 확률은 높아진다. 으흐흐.’


한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않으며 천천히 나아가는데 골목 끝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여럿 들렸다. 황급히 몸을 숨기고 살짝 동태를 살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특수반원 여럿이 부리나케 뛰어가고 있었다. 방향 상 전투 현장으로 향하는 게 확실했다.


‘좋았어! 전부 내 예상대로야!’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른 인기척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살피는데 문득 그림자가 드리우는 게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공격할 수 있게 손을 뻗으며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휴우··· 괜히 긴장했네.”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때,


“너 여기서 뭐 하냐?”


머리 위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놀란 대만은 시선보다 먼저 손을 뻗어 화염을 날렸다. 온 힘을 다해 화염을 날리며 고개를 든 대만은 당혹감에 거친 신음을 토했다.


“허억!”


믿을 수 없었다. 손끝에서 시작된 화염은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 듯 축구공만 한 크기의 공간에 빨려들고 있었다. 화염으로 가득 찬 붉은 구(球), 그 뒤로 저승사자-성천이 공중에 떠 있었다.


“우와아아악!”


성천의 기괴한 모습을 알아본 대만은 공포에 잠식된 비명을 질렀다.


“시끄러.”


그러나 비명은 길지 못했다. 성천의 손짓 한 번에 이전에 당했던 것처럼 강한 압력에 바닥에 짓눌렸다.


“으으으······.”


“뭐냐, 너? 설마 혼자 도망치던 거였냐? 네 친구는 저렇게 열심히 싸우는데?”


건물 너머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소리는 아직도 선명하게 전해졌다.



어디서 솟았는지 모를 수십의 고드름이 비호를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비호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목적을 잃은 고드름은 애꿎은 시설만 부수고 뚫고 벽에 박혔다. 화염을 뚫고 나와 대만과 비행 능력자를 도왔던 얼음 능력자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비호가 더 빨랐다.


“체크메이트!”


여유롭게 읊조리며 얼음 능력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뻗는 비호의 주먹이 얼굴에 맞기 직전, 비행 능력자가 얼음 능력자를 붙잡았다. 덕분에 비호의 주먹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갈랐다.


비행 능력자는 얼음 능력자를 안고 빠르게 비호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와! 너, 진짜 빠르다? 다른 직원들만으론 너 잡기 어려웠겠는데?”



최준화 반장의 지시로 주변을 감시하던 비호는 하늘을 나는 거대한 물체를 확인했다.


“저게 뭐지? 매눈 보여?”


무전기를 타고 매눈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건물 잔해야. 강 건너 공사장에서 날아오고 있어.”


“진짜? 거기서 저런 속도로 던진다고? 엄청난 놈이네? 우리 쪽 피해는?”


“없어. 아무래도 시선 끌기 같아.”


“후움··· 확실히 무슨 짓을 꾸미고 있구나.”


“현장으로 가라.”


최준화 반장의 목소리에 움찔 놀랐다.


“현장이라뇨? 어디요? 설마 강 건너 공사장 가라는 거예요?”


“A-4 구역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가서 직접 제지해.”


“진짜요? 어떻게 들어왔대요? 난 아무것도 못 봤는데?”


주변을 완벽하게 감시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능력자가 침투할 만한 여지는 없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폭발마로 의심하고 있던 대만을 안고 있는 비행 능력자와 얼음 능력자가 막 포위망을 빠져나가기 직전이었다. 세 명이나 되는 적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처치할 생각으로 냅다 얼음 능력자에게 발차기를 먹였다.


‘아자! 한 놈 아웃!’


동료를 버리고 도망치는 비행 능력자와 대만도 반대쪽 건물에 처박았다. 순식간에 세 명의 용의자를 모두 처치한 비호는 환호를 질렀다.


“이제 집에 가서 쉴 수 있다! 퇴근이다!”


그러나 두 여자는 별다른 부상도 입지 않았다. 개인의 능력도 뛰어났고, 연계도 훌륭했다. 겉으론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동료들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매눈깔 이 기지베는 서포트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건물 밀집 지역이라 매눈이 위치를 다시 잡길 기다렸는데 아직 아무 소식도 없었다. 평소라면 매눈과의 연계로 범인을 제압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조금만 버텨. 대원 몇 명이 거의 도착했어.”


매눈의 목소리에 울컥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반 대원 몇 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젠장, 저것들이 내가 불리한 거 눈치챌까봐 사정을 자세히 말할 수도 없고······.’


“언니들! 그만 힘 빼고 같이 가자. 내가 잘해 줄게.”


파삭!


대답 대신 비호가 서 있던 자리에 커다란 얼음이 생겼다. 순간적으로 비호 주변을 얼렸다. 다행히 위기를 모면한 비호는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쟤들은 네 동료가 아니라고?”


“네! 맞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는 처지였습니다.”


좁은 골목에 무릎 꿇은 대만은 필사적으로 연관성을 부정했다. 성천은 진짜 저승사자처럼 손을 반대쪽 소매에 넣고 서 있었다. 뒤쪽으로 화염구가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다.


‘기습당한 걸 빌미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복장부터 하는 짓까지 어디 하나 멀쩡한 게 없는 이 미친놈 앞에서만큼은 무조건 빌자.’


탁월한 선택이었다. 타격은 없었지만,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비행 능력자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특수반원이었다. 중앙본부 특수반장까지 있는 마당에 특수반과 부딪히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회를 보던 중 혼자 도망치는 대만을 발견했고, 동료의 무책임한 행동의 책임을 잔인하게 물을 생각이었다.


“하아··· 솔직히 믿음은 안 간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젠장··· 죽었구나.’


“근데······.”


‘응?’


“한 번은 속아줄게. 얼굴도 모르는 년한테 맞고 처박힌 걸 생각하면 너라도 곤죽을 만들어야 속이 좀 풀릴 것 같은데··· 지금 상황이 이러니 속는 셈 치고 넘어간다. 대신!”


사라졌던 희망이 다시 돌아와 세상을 밝혔다.


“개코! 안다고 했지?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 알았지?”


“예! 걱정마십시오! 제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찾아내겠습니다.”


“좋아! 각오가 좋네. 이만 가자.”


무릎 꿇고 있던 대만의 몸이 둥실 떠올라 선호를 따라 하늘로 천천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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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이게 어딜 봐서 저승사자야?!! 23.04.10 45 0 16쪽
19 18. 아무리 악당이라도 예의는 좀 지키자. 응? 23.04.08 44 0 12쪽
18 17. 얼씨구, 이것들 봐라? 23.04.06 47 0 13쪽
17 16. Z시 중앙대교 붕괴 사고 23.04.04 53 0 11쪽
16 15. 뭐 어때? 친구잖아 23.04.02 49 0 19쪽
15 14. 서부 고등학교 쌍둥이 23.03.31 53 0 13쪽
14 13.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ㅠㅠ 23.03.29 52 0 17쪽
13 12. 어떻게 된 학교가 괴물 천지야? 23.03.27 52 0 13쪽
12 11. 젊음이란 다 부질 없는 것 23.03.24 53 0 12쪽
11 10. 선호의 각성 23.03.22 55 0 17쪽
10 9. 짜잔! 선호의 보물창고를 소개합니다. 23.03.20 60 0 15쪽
9 8. 조폭이 학교에 왜 와? 23.03.17 65 0 15쪽
8 7. 뻔뻔하지만 착한 도둑놈 23.03.15 69 0 18쪽
7 6. 왕따의 복수 23.03.13 65 0 13쪽
6 5. 양심 없는 놈이 양심 없는 놈한테 양심 운운하는 게 가장 비양심적인 거 몰라? 23.03.10 76 0 14쪽
5 4. 님들, 공감 능력 부족? 사회 부적응자? 23.03.08 83 3 15쪽
4 3. 쓸모없는 초능력 23.03.06 85 4 18쪽
3 2. 왕따의 하루... 딸깍? 23.03.03 110 4 14쪽
2 1.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 욕실에 불 켜놓고 왔단 말이야 23.03.01 158 3 25쪽
1 프롤로그 : 지구정복을 선언하다 23.02.27 237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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