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2,506
추천수 :
21
글자수 :
323,230

작성
23.03.15 18:30
조회
69
추천
0
글자
18쪽

7. 뻔뻔하지만 착한 도둑놈

DUMMY

* * *


“그날부터 말 그대로 학교는 지옥이 됐어. 정우는 학교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됐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왕이라고 해야 할까? 나야 좋았지. 이젠 괴롭히거나 시비 거는 애들도 없이 편한 마음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거든. 정우가 살갑게 대해주는 유일한 사람인 덕에 여러모로 편했지. 근데 말야······.”


선호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와중에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정우한테는 비밀인데··· 나 사실 그때 정우가 엄청 무서웠어. 당장 배가 불러서 나한테 관심 없는 사자 옆에 있는 느낌이랄까? 언제라도 내 목을 단번에 물어뜯을 수 있는 존재 옆에 있는 게 불안하지 않겠어? 아무튼! 그래도 몸은 편해서 좋았지. 그런데··· 도대체 어떤 놈이야?”


허공에서 몸을 돌려 바닥을 봤다. 경광등이 정신없이 번쩍이는 경찰차와 소방차가 즐비한 가운데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푸른색 양복을 정갈하게 입은 금발의 사내였다.


“아하! 저 놈이네. 실력 좋은데? 저기서 하늘을 나는 날 맞춘 거야?”


다시 몸을 돌려 하늘을 올려봤다. 어둠 속에 하늘에 둥실 떠 있는 돈뭉치가 어렴풋이 보였다.


“집중해서 봐도 보일까 말까 한데··· 응?”


어깨 너머, 지상에서 다시 밝은 빛이 번쩍였다. 이윽고 한 줄기 빛이 빠른 속도로 선호를 멀찍이 지나쳐 검은 하늘을 가로질렀다.


“헐··· 아까는 요행이었냐? 근처도 안 왔다. 멍청한 놈아··· 아아아··· 악! 안 돼!”


하늘을 가로지르는 얇은 빛은 정확히 돈뭉치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조금 전의 충격을 생각하면 돈뭉치를 가로루 만들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다.


“으아아아악!!”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힘을 집중했다. 지상에서 뻗은 빛에 명중하기 직전 가까스로 돈뭉치를 움직였다. 빛은 아슬아슬하게 돈뭉치를 비켜 하늘로 사라졌다. 선호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몸을 돌렸다.


“샤워하다 물기도 닦지 못하고 왔는데··· 그동안 돈 모이길 얼마나 기다렸는데··· 먼지 뒤집어쓰면서 범죄자들이랑 실랑이까지 벌이고 겨우 얻은 건데··· 그걸 망쳐! 나쁜 자식들! 가만두지 않겠어!!”


이번엔 한 번이라 피할 수 있었지만, 만약 같은 공격이 동시에 여러 번 쏟아지면 돈을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다시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 그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선호는 합리성보다 감정에 몸을 맡겼다. 스스로를 합리적이라 표현한 것과 너무나도 다른 선택이었다.


“내가 저 돈을 모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내 노동의 대가를 망가뜨리려는 도둑놈들아!”


다 틀렸다.

첫째, 스스로 모으지 않았다.

둘째, 노력하지 않았다.

셋째, 범죄는 노동이 되지 못한다.

넷째, 도둑놈은 너고, 그들은 경찰이다.


“닥쳐!”


또 틀렸다. 난 닥치지 않을 거고, 내가 더 세다.


“젠장, 빌어먹을 작가놈······.”


선호는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였다. 점점 지상에 가까울수록 금발의 사내와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선호가 메뚜기 일당을 괴롭힐 즈음 도심 반대편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환자를 이송할 구급차가 부족해 경찰 순찰차까지 동원했지만, 위급 환자도 제대로 이송하지 못할 정도였다. 거기에 불을 끄기 위해 투입된 소방차, 또 일어날지 모를 폭발로부터 피난하기에 정신없는 사람들까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에 피난 행렬까지 겹쳐 복잡한 대로에 한 사내가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전쟁터 같은 주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푸른 양복에 금발 머리의 사내는 주변에 조금도 관심 없다는 듯 하얀 연기를 허공에 내뿜으며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군중을 헤치며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금발의 사내에게 다가왔다. 금발의 사내는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정신없죠?”


“경위님, 알아보셨어요?”


금발 사내의 질문에 경위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무슨 일 있나요?”


“아뇨. 그건 아닌데··· 제가 알아볼 수 있는 선에선 최대한 알아보긴 했는데 별 소득은 없고··· 괜히 욕만 잔뜩 얻어먹었습니다.”


“무슨 말이죠?”


“어떻게 알았는지 시장이 직접 저희 서장에게 따졌답니다. 이 상황에 구조 작업에 열중하지 않고 엉뚱한 짓이나 한다고··· 경찰이 시민 구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은행이나 뒤지고 다닌다고 난리를 쳤답니다.”


서장에게 차인 정강이가 아직도 얼얼했다.


“더러워서 진짜··· 은행 현금 동향 알아본 게 그렇게 잘못입니까? 반장님 말씀대로 시선 끌기일 수도 있다. 테러가 동쪽 시가지에만 집중되었으니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지역을 수색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가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아무튼, 반장님 때문에 전 서장에게 제대로 찍혔습니다.”


“시장이 직접 나서고 서장까지 노발대발했다면 뭐가 있는 것 같네요.”


입을 샐쭉 내밀던 경위는 사내의 말에 반색하며 찡그렸던 표정을 활짝 폈다.


“그렇죠? 저도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있어서 일부러 특정 은행을 언급했더니 바로 반응이 왔던 겁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반장님 추측이 맞는 것 같네요.”


“잘하셨습니다. 경위님은 이제 그만 빠지세요.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번 일로 불이익을 받으신다면 제게 연락하세요. 도와드리겠습니다.”


“반장님께서 직접 그렇게 말씀하시니 마음은 편하네요. 근데 정말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이 정도 사고를 칠 정도면 보통 놈들이 아닐 것 같은데요?”


“괜찮습니다. 평소에도 하는 일인 걸요.”


“하긴··· 저 같은 일개 경찰이 중앙본부 특수반 반장님을 걱정하는 것도 웃기네요. 그나저나 오랜만에 고향 오신 걸 텐데 휴가 중에 이런 일이나 겪으시고··· 참 운도 없으시네요. 아닌가? 반장님이 계신 것도 모르고 이런 짓을 벌인 그놈들이 운이 없는 걸까요?”


반장은 옅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고생하십시오.”


“아!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몸을 돌리려던 경위가 발을 멈췄다.


“예. 말씀하세요.”


“오늘 저와 만난 사실과 제 부탁에 대해 함구하셨으면 합니다.”


“당연하죠. 제가 그 정도 눈치는 있······.”


묵묵히 대답을 듣고 있던 반장이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하늘을 올려봤다.


“왜 그러십니까?”


경위의 물음에 반장은 대답 대신 하늘을 향해 활 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지만, 왼손엔 활을 쥐고 오른손으론 시위를 당기는 듯 보였다.


‘뭘 하는 거야? 하여간 초능력자라는 것들은······.’


강한 빛이 번쩍이는 바람에 경위는 황급히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무··· 무슨······.”


팔을 슬쩍 위로 들자 빛나는 활의 시위를 당기고 있는 반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활시위엔 마찬가지로 빛나는 화살 같은 형태가 걸려 있었다.


슈우우우


반장이 오른손을 가볍게 놀리자 활에 걸쳐있던 긴 빛의 화살이 빠른 속도로 하늘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경위의 눈엔 한 줄기 빛으로 보일 정도였다.


콰앙!


그저 어둡기만 한 하늘로 뻗은 빛줄기는 하늘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뭡니까? 뭐가 있었던 겁니까?”


“날파리였습니다.”


덤덤하게 대답하는 반장의 손엔 언제 그랬냐는 듯 빛나는 활이 사라지고 없었다.


“날파리라니요? 누군가 있었다는 건가요?”


“네. 명중했으니 조만간 이쪽으로 떨어지겠군요. 다른 무리가 있을지 모르니 물러나시죠.”


“에이, 무슨 말씀입니까? 이 사달을 일으켰을지 모를 용의자인데 경찰이 꽁무니 빼야 되겠습니까? 그리고 중앙본부 특수반 반장님 계신데 뭐가 걱정이겠습니까? 하하하.”


“그럼 용의자 신원 확인은 경위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다른 무리가 없는지 살펴··· 하나가 아니었나?”


“네? 누가 또 있습니까?”


어둠 속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반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사람의 형상은 아니군요. 너무 멀고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사람은 아닙니다. 물건 같은데······.”


빛이 번쩍이더니 반장의 왼손에 빛의 활이 다시 생겼다. 반장은 자세를 잡고 시위를 당겼다.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에 빛의 화살이 나타났다.


‘와··· 멋있다. 저 기럭지, 외모에 빛나는 활이라니··· 크흑~ 남자가 봐도 멋있네.’


주변에 초능력이 발현되는 것을 보면서 내심 부러웠다. 한 인간, 남자, 경찰로서 다양한 초능력을 바랐다. 초능력을 이용한 범죄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절실히 초능력을 바랐다. 그렇지만 평범한 인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피슈웅


빛의 화살이 빠른 속도로 활을 벗어나 검은 하늘을 가로질렀다. 경위에게 목표가 보이지 않지만 한껏 기대를 품고 빛줄기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빛줄기는 그대로 쭉 뻗어 어둠 속 어딘가에 있을 무언가에 명중할 것이다. 그리고 또 엄청난 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폭발을······.


“어라?”


경위의 기대와 달리 빛줄기는 그대로 하늘로 뻗어 사라져버렸다. 놀란 얼굴로 반장의 표정을 살폈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반장의 얼굴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물러서세요!”


“네?”


지금까지와 달리 강압적인 반장의 말에 놀란 경위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하늘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이 점점 다가왔다.


“··· 했는··· 알··· ··· ··· ··· 도둑놈들아!”


날 선 감정들이 가득 담긴 외침 속에 한 마디는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도둑놈들아? 뭐야? 뭐가 오는 거야?’


경위는 달아나던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이윽고 목소리의 정체가 눈에 들어왔다.


‘뭐야? 사람?’


너무 빨라 사람이라는 형태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콰앙!!!


반장을 중심으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여파로 사람들이 종잇장처럼 날아갔다. 경위도 예외는 아니었다.


‘빌어먹을 초능력자 놈들··· 사람 없는 데 가서 싸우라고.’


허무하게 날아가며 분노를 토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진 못했다.


선호의 분노에 찬 충격파는 반장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바닥이 움푹 팰 정도의 충격 여파는 주변으로 퍼져 사방을 둘러싼 건물에까지 미쳤다. 유리창이 깨져 도로로 쏟아지고 사람과 차가 힘없이 날아갔다. 일부 건물의 벽은 무너져 아래로 쏟아졌다.


“크흑!”


공격을 눈치채고 빛의 활을 들어 방어한 덕에 직접적인 충격 대부분을 막아냈다. 그러나 땅을 팰 정도로 엄청난 위력 덕에 간접적인 충격까지 막지 못했다. 반장은 고통을 이겨내며 충격의 여파가 사라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온몸을 짓누르던 힘이 사라지자 빠르게 자세를 고쳐잡고 활시위를 당겼다.


‘어디냐?’


자욱한 먼지 속에서 적의 동태를 살폈다. 조금의 움직임만 보여도 바로 공격할 수 있도록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저기다!’


인기척을 느낀 반장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시위를 튕겼다.


콰앙!


‘명중했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친 몸을 튕겨 먼지 밖으로 뛰어나갔다. 거리에도 먼지가 자욱해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명중을 확신했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활시위를 슬쩍 당긴 상태로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적의 기운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공격도 분명 명중했다. 그 높이에서 떨어졌는데도 이런 공격을 가할 정도면 평범한 능력자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집중해도 적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적이 무사하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공격의 낌새는 전혀 없었다.


서서히 먼지가 걷히며 사물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참하게 부서진 건물이 보이고, 폭발의 잔해가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주변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 정도 충격에 일반인이 무사할 리 없다.


‘안일했다. 자리를 옮겼어야 했다. 민간인의 피해가 없는 곳에서 공격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이제 와 후회 해도 돌이킬 수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더 큰 피해가 없도록 공격자를 막는 것뿐이다.


고요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외에 건물을 휘도는 바람 소리가 전부였다. 이제 먼지는 거의 걷혀 주변이 뚜렷이 보였다. 처참한 몰골. 다른 폭파 현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처참했다. 온갖 것들이 부서지고 망가져 처참하게 일그러진 가운데 사람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 정도 충격이면 산 사람이 없는 게 당연하지. 응?’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몇 번이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처음 봤던 그대로, 사람의 흔적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사람은 고사하고, 시체, 부상자 한 명 보이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막혔던 귀가 뚫린 듯 어수선한 소리가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졌다. 반장은 황급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에는 마치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수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매달려 있었다.


그 중엔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경위였다. 경위도 반장을 알아보고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반장님! 반장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부상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놀란 얼굴로 아우성, 몸부림치고 있지만 멀쩡해 보였다. 그리고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줄이 길게 늘어지는 것처럼 서서히 내려와 하나둘 무사히 바닥에 닿았다. 지상에 발을 디딘 사람들 대부분은 영문을 모르는 눈치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경위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폭발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제 몸이 하늘로 치솟았죠. 어디 처박혀 끔찍하게 죽겠구나 생각했는데, 제 몸이 하늘에 매달려 있더라고요.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하늘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적! 적은 어떻게 됐습니까? 보셨습니까?”


“봤죠. 근데··· 모르겠습니다.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죽다 살아나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한 마당에 다그치는 반장이 야속했지만, 워낙 다급하고 심각한 표정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에 매달려서 보니 잘 보이더군요. 폭발로 인한 파편이 사방으로 튀는데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매달린 곳엔 닿지 못하고 튕기더군요. 전 처음엔 반장님 능력인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곳에 무지막지한 공격을 날린 놈이 사람들을 구할 거라곤 생각 못 했으니까요.”


‘그자가 시민들을 구했다는 건가?’


“아무튼, 폭발이 일어난 곳, 그러니까 반장님이 계셨던 곳에 자욱했던 먼지를 뚫고 반장님의 빛 화살··· 이렇게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그게 뻗어 나오더니 하늘에서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아, 명중했구나. 이렇게 가까운 거리라면 적도 당했겠지. 했는데··· 멀쩡했습니다. 상처 하나 입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얼굴은? 어떤 자인지 얼굴은 보셨습니까?”


“웬걸요. 어지간히 정체를 숨기고 싶었던지 두 팔로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리던데요? 그래도 목소리는 들었습니다. 한··· 20대 초중반? 젊은 놈이던데요?”


“목소리요? 뭐라고 했습니까?”


“별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아래로 내려갈 테니 너무 무서워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확신했죠. 아, 이놈이 우리를 구한 거구나. 이 사달을 일으킨 놈인지, 지나가던 평범한 초능력자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목숨은 건졌죠. 하하하.”


“다른 건 없었습니까?”


“다른 거라··· 아! 복장이 특이했습니다. 뭐랄까··· 집에서 놀고먹는 백수가 새벽에 집 앞 편의점에 담배 사러 나온 것 같다고 할까요? 참나··· 그런 꼬라지는 또 처음 보네요. 어디서 그런 옷을 구했는지 나도 하나 사고 싶더군요. 등에 버젓이 ‘이화여대 해병대 전우회’라는 말도 안 되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에 10년은 입었을 것 같은 촌스런 녹색 츄리닝 바지, 한술 더 뜨는 건 욕실 슬리퍼를 신고 있더라고요. 꼴만 보면 이 사건의 주범은 아닌 것 같던데요?”


도무지 상황이 그려지지 않았다. 허름한 복장이야 정체를 숨기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민간인에게 얼굴 들키는 것을 꺼리는 범인이 가면도 쓰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 아무 상관도 없는 초능력자인가?’


그러나 마냥 안심하기엔 상황이 너무 절묘했다.


‘흔치 않은 비행 능력자가 이 시간에 사고 현장 위를 날아갔다. 게다가 그가 날아온 방향은 서쪽이다. 단순히 내 추측일 수도 있지만, 의심되는 곳에서 날아온 것이 단순히 우연일까? 더군다나 그 능력······.’


두 번의 공격에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건 차치하더라도 그 짧은 순간에 거리에 있던 수백 명의 시민을 한순간에 하늘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보호막으로 보호까지 했다.


‘도대체 무슨 능력이지? 동료가 옆에 있었던 건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느껴지거나 보이지 않았다. 동료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미 추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으니 알 도리가 없었다. 반장은 휴대전화를 꺼내 조작하며 경위에게 물었다.


“그리고 어떻게 됐습니까?”


“어떻게 되다니요?”


“그 말을 남긴 뒤 말입니다.”


“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사라졌죠. 하늘로 슝~”


반장은 휴대전화를 바쁘게 조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최근 1시간 동안 인근에 나타났던 초능력 등록자를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았다.


‘CCTV를 피하기위해 하늘을 날고, 내 공격을 받고도 멀쩡한데 사람들까지 구하는 능력자라··· 도대체 뭐 하는 놈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24. 뭐야? 지금 뭐였어? 23.04.20 36 0 11쪽
24 23. 그만 힘 빼고 같이 가자. 23.04.18 42 0 10쪽
23 22. 어떠냐? 야근 공무원의 분노 발차기가! 23.04.16 37 0 12쪽
22 21. 드디어 찾았다! 23.04.14 47 0 12쪽
21 20. 와! 대단한 사람이었네. 23.04.12 42 0 12쪽
20 19. 이게 어딜 봐서 저승사자야?!! 23.04.10 45 0 16쪽
19 18. 아무리 악당이라도 예의는 좀 지키자. 응? 23.04.08 45 0 12쪽
18 17. 얼씨구, 이것들 봐라? 23.04.06 47 0 13쪽
17 16. Z시 중앙대교 붕괴 사고 23.04.04 53 0 11쪽
16 15. 뭐 어때? 친구잖아 23.04.02 50 0 19쪽
15 14. 서부 고등학교 쌍둥이 23.03.31 54 0 13쪽
14 13.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ㅠㅠ 23.03.29 53 0 17쪽
13 12. 어떻게 된 학교가 괴물 천지야? 23.03.27 53 0 13쪽
12 11. 젊음이란 다 부질 없는 것 23.03.24 54 0 12쪽
11 10. 선호의 각성 23.03.22 56 0 17쪽
10 9. 짜잔! 선호의 보물창고를 소개합니다. 23.03.20 60 0 15쪽
9 8. 조폭이 학교에 왜 와? 23.03.17 66 0 15쪽
» 7. 뻔뻔하지만 착한 도둑놈 23.03.15 70 0 18쪽
7 6. 왕따의 복수 23.03.13 66 0 13쪽
6 5. 양심 없는 놈이 양심 없는 놈한테 양심 운운하는 게 가장 비양심적인 거 몰라? 23.03.10 77 0 14쪽
5 4. 님들, 공감 능력 부족? 사회 부적응자? 23.03.08 83 3 15쪽
4 3. 쓸모없는 초능력 23.03.06 85 4 18쪽
3 2. 왕따의 하루... 딸깍? 23.03.03 110 4 14쪽
2 1.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 욕실에 불 켜놓고 왔단 말이야 23.03.01 158 3 25쪽
1 프롤로그 : 지구정복을 선언하다 23.02.27 237 5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