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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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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2,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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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3,230

작성
23.03.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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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 젊음이란 다 부질 없는 것

DUMMY

* * *


캔에 남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켠 선호는 쓴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우는 계기였어. 절대적인 힘이란 건 없다. 위협은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다. 모든 순간에 대비하지 못했다면 약점을 남겨둔 것이다. 정체를 들키면 안 된다. 내 능력을 상대에게 전부 보여선 안 된다. 눈에 띄어서도 안 된다. 등등. 미안한 말이지만, 정우를 보면서 많이 배웠지.”


맥주 캔을 흔들어 더 이상 내용물이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선호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더 꺼내왔다.


치이익. 딱!


“좋다. 맥주 한 캔도 아껴가며 마셨는데 이제는 아끼지 않아도 되고 너무 좋다.”


행복한 표정으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휴대전화 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니 엄마였다.


“엄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이긴, 우리 아들 잘 있나 궁금해서 전화했지. 별일 없지? 학교도 잘 다니고?”


꼴은 이래도 대학생이다.


“당연하지.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럼. 누구 아들인데. 엄마는 아들 믿지. 알바는? 아직도 샌드위치 가게에서 알바하는 거야? 힘들진 않아?”


“응. 익숙해져서 할만해.”


‘근데 엄마, 나 오늘부로 그만뒀어. 다신 알바 안 할 거야.’


소리치며 자랑하고 싶었다. 엄마 아들이 300억이나 가진 부자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훔친 돈이라고 말할 수 없어 속으로 삼켜야 했다.


“에효~ 공부에 열중해도 모자랄 판에 알바나 하고 있고······.”


“···대학생이면 지 용돈은 지가 벌어야지.”


엄마의 한숨 뒤에서 아빠 목소리가 들렸다. 선호는 오랜만에 들은 아빠 목소리에 반가워 아빠를 불렀다.


“아ㅃ······.”


“당신이 사고만 안 쳤어봐! 애가 알바 할 일 있겠어?!”


못 불렀다.


“그러게 왜 쓸데없이 사업을 한다고 설쳐! 설치기를!”


엄마의 한 맺힌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 벌써 3년째 듣는 엄마의 한탄은 여전히 강력했다. 보지 않아도 뻔하다. 아빠는 한 마디도 못하고 꼬릴 말다가 엄마의 잔소리가 심해지면 배가 아프다며 슬그머니 화장실에 숨는다. 화장실 문 앞까지 따라간 엄마의 잔소리는 30분은 지속될 것이다.


“엄마 안녕.”


들리지 않을 인사와 동시에 통화 종료를 눌렀다.


“나도 자세한 내막은 몰라. 얼핏 들어서 아는 건 아빠가 3년 전 사업 실패로 큰돈을 날렸다는 정도? 그때부터 시작이었지. 가장의 권위가 아주 바닥까지··· 아, 가장은 엄마였지.”


풀이 잔뜩 죽은 아빠의 얼굴이 떠오르자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아빠! 기다려! 내가 다 갚아줄게. 아빠 설움 당장 다 보상해 줄게!”


그러나 옥탑방을 울리는 외침은 이뤄질 수 없다. 훔친 돈, 그것도 300억이나 되는 거금을 합리적으로 설명(거짓말)할 방법이 없었다.


“아니다. 아빠··· 좀 오래 기다려야겠다.”


선호는 아쉬운 입맛을 시원한 맥주로 씻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안 되는 거야. 어떻게 갑자기 능력이 강해진 거지? 소위 말하는 각성이라는 걸 한 건가? 아니면 위기 상황에 튀어나온 우연? 확실히 하고 싶더라. 그래서 갖은 방법을 다 써봤지.”


* * *


몇 번이나 안방의 인기척을 살폈다. 몇 번이나 물 마시는 척 부엌을 드나들었다. 두 분 다 잠든 게 확실했다. 선호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소파를 지그시 응시했다.


‘그때처럼 갑자기 큰 힘을 쓰면 안 돼. 천천히. 조심스럽게.’


집안에서 가장 무거운 물건은 냉장고였다. 한영을 날릴 정도의 힘이라면 냉장고도 거뜬히 들 수 있어야겠지만, 일단 소파부터 시작했다.


‘들려라. 들려라. 들려라.’


주문을 외듯 속으로 아무리 외쳐도 긴 소파의 한쪽만 겨우 들리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우연이었다 해도 한 번 성공했다면, 불가능은 아니란 뜻이었다.


‘들려! 들려··· 들리라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처음 염력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때처럼 손을 앞으로 뻗어도 보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감정이입을 해봐도 소파를 완전히 드는 건 무리였다.


‘젠장!’


어제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한영을 반죽음으로 만들었던 힘은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확실히 느낌이 있었어. 그건 분명 내 힘이었다고. 그런데 왜 지금은 안 되는 거야? 그때랑 지금이 다른 게 뭔데?”


대상 없는 울분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공허함과 실망감만이 남을 뿐이었다.


풀썩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왜 학교에선 되고, 집에선 안 되는 거지? 학교랑 집이 다른 게 뭐가 있··· 아!”


그 단순한 사실을 이제 깨달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모든 훈련은 집 안에서 했다. 아니, 밖에서 능력을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능력을 얻고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집 밖에서 능력을 사용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래! 밖이야! 밖이었던 거야!”


당장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었다. 가설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아무리 늦은 밤이라 해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능력을 사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적 없는 곳으로 가기엔 시간도 너무 늦었다.


“일단 자자. 자고 내일 생각하자.”


아쉬움을 억지로 누르며 잠을 청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기대, 설렘, 흥분 등이 기분 좋게 머리와 가슴을 헤집고 다녔다.


부푼 설렘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어제 잘 못 잤어? 눈이 왜 그렇게 충혈됐니?”


“몰라. 그냥 좀 설쳤어.”


얼렁뚱땅 대답하고 아침밥을 순식간에 입에 밀어 넣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가방만 들고 도망가듯 뛰어나온 선호는 버스 정류장 대신 아파트 상가 화장실로 향했다. 가방 속에서 운동복을 꺼내 갈아입고 모자까지 깊게 눌러썼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 속에 선호를 알아볼 수 있는 흔적은 없었다.


‘준비 완료.’


집에서 제법 떨어진 산 등산로 입구에 내린 선호는 주변을 살폈다. 예상과 달리 평일 오전임에도 사람은 제법 있었다.


‘사람 없을 줄 알고 산으로 왔더니 뭐가 이렇게 많아? 평일에 회사 안 가나?’


그런데 자세히 보니 대부분 노인이었다.


‘아하, 아침 산책하시는구나. 잘됐네. 어르신들이 높은 곳까지 가시진 않을 테니 조금만 올라가도 사람 없겠네.’


그러나 선호의 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헉··· 헉··· 죽을 것··· 같아··· 사··· 살려··· 살려줘······.”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거칠게 호흡했다. 온몸에 비 오듯 흐르는 땀은 모자와 옷을 다 적셨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 등산로 입구를 지난 지 고작 10분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지금까지 등산로에서 마주친 사람 대부분이 노인이었다.


‘그래. 이제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안 보일 거야. 어르신들 안 보일 때까지만 가자. 얼마 안 남았어. 할 수 있어.’


아니, 못 할 것 같았다. 당장 죽을 것 같았다. 운동은 고사하고 체육 시간에 공 한 번 제대로 차본 적 없는 체력으로 등산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노인들의 체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한계를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 하나로 버텼다.


‘X발. 어떻게 된 거야? 벌써 한 시간도 넘게 올라왔는데 어떻게 아직도 내려오는 어르신이 있는 거야? 조금 있으면 정상인데?’


정상까지 800m 남았다는 팻말을 떠올렸다. 아직도 간간히 내려오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전부 정상에서 내려오는 건데······.


“에이썅! 몰라! 더는 못 가.”


결국 포기하고 바위에 걸터앉았다. 인적 없는 곳을 찾아 산을 찾았지 정상이 목표는 아니었다.


“와··· 젊음이란 거 다 부질없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내려오는 노인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니면 그냥 내 체력이 저질인 건가? 이런 체력이면 초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성인병으로 객사하겠네.”


한 번에 30분 이상 걸었던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운동이란 걸 해 본 적도 없었다. 조금 멀다 싶으면 버스나 택시를 이용했기에 체력이 필요하단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등산을 해 보니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운동··· 해야겠다.”


하지만 당장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었다. 호흡이 안정된 선호는 몸을 일으켜 등산로에서 벗어나 거친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풀과 나무를 헤치며 점점 깊은 골짜기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자 물 없는 골짜기가 나왔다.


“좋아. 여기서 해 보자.”


주변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적당한 바위를 골랐다. 어지간한 성인 남성도 들기 힘들 것 같은 크기였다. 소파 하나 겨우 움직이는 게 고작인 힘으로 들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제발 되자. 부탁이다. 제발 들려라.”


주문을 외듯 중얼거리며 방위를 향해 힘을 집중했다.


드드득


힘을 집중하자마자 바위가 흔들리며 주변의 작은 돌덩이가 굴러떨어졌다. 이윽고 지우개를 들어 올릴 때처럼 별다른 무리 없이 순식간에 바위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어라?”


허공에 떠 있는 바위는 땅에 박혀있을 때보다 훨씬 컸다. 도저히 사람이 들 수 없는 크기였다. 그런데 정작 힘은 별로 안 들었다. 집에서 가벼운 물건을 들 때와 다르지 않았다.


“움직여 볼까?”


바위는 거짓말처럼 생각대로 움직였다. 손으로 연필을 쥐고 좌우로 흔드는 것처럼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이번엔 위아래로 움직여 봤다. 더 높이, 낮게, 높이, 낮게, 위, 아래, 위, 위, 아래··· 자꾸 위아래로 흔들리는 바위··· 어디선가 익숙한 멜로디가··· 농담이다.


내친김에 바위를 골짜기 아래로 던졌다. 바위는 야구선수가 던진 공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일직선으로 날아가 커다란 바위에 부딪혔다.


꽝!


선호가 능력을 이용해 던진 바위는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파편을 날렸다. 동시에 엄청난 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쳤다.


“우와··· 우와! 우와아아아!!”


한영을 날린 게 우연이 아니었다. 정우와 비교해 보잘 것 없는 능력이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어쩌면 정우보다 훨씬 강력한 능력일지 몰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능력을 확인한 결과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웬만한 두께의 나무는 충분히 부러뜨릴 수 있고, 몸집만 한 바위도 큰 힘 들이지 않고 들어 올릴 수 있었다. 힘의 한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승용차 한 대는 거뜬히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에서 내려는 발걸음이 가벼워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다 죽었어. 이제 정우가 없어도 괜찮아. 이 정도 능력이면 전부 이길 수 있어. 이제부터 내가 학교의 왕이 되는 거야!’


길고 길었던 설움이 끝나고 광명만 있을 거란 희망에 벌써 설레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왜 집에선 이렇게 안 되는 거지? 실내에서 힘이 약해지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나? 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빠지면 어떡하지? 소파도 들지 못하는 힘으론 철현이 한 명도 이기지 못할 텐데.’


한껏 부풀었던 설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기대와 희망도 종적을 감췄다. 현실적인 문제는 다시 불안을 야기했다.


‘확실해질 때까지 능력을 밝히면 안 돼. 100% 자유자재로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자. 그래. 18년이나 기다렸는데 그거 하나 못 기다리겠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눈앞의 힘에 취해 방심하면 정우와 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 선호는 정우를 떠올리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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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 뭐야? 지금 뭐였어? 23.04.20 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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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이게 어딜 봐서 저승사자야?!! 23.04.10 4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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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Z시 중앙대교 붕괴 사고 23.04.04 53 0 11쪽
16 15. 뭐 어때? 친구잖아 23.04.02 49 0 19쪽
15 14. 서부 고등학교 쌍둥이 23.03.31 54 0 13쪽
14 13.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ㅠㅠ 23.03.29 52 0 17쪽
13 12. 어떻게 된 학교가 괴물 천지야? 23.03.27 53 0 13쪽
» 11. 젊음이란 다 부질 없는 것 23.03.24 54 0 12쪽
11 10. 선호의 각성 23.03.22 55 0 17쪽
10 9. 짜잔! 선호의 보물창고를 소개합니다. 23.03.20 60 0 15쪽
9 8. 조폭이 학교에 왜 와? 23.03.17 66 0 15쪽
8 7. 뻔뻔하지만 착한 도둑놈 23.03.15 69 0 18쪽
7 6. 왕따의 복수 23.03.13 66 0 13쪽
6 5. 양심 없는 놈이 양심 없는 놈한테 양심 운운하는 게 가장 비양심적인 거 몰라? 23.03.10 76 0 14쪽
5 4. 님들, 공감 능력 부족? 사회 부적응자? 23.03.08 83 3 15쪽
4 3. 쓸모없는 초능력 23.03.06 85 4 18쪽
3 2. 왕따의 하루... 딸깍? 23.03.03 110 4 14쪽
2 1.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 욕실에 불 켜놓고 왔단 말이야 23.03.01 158 3 25쪽
1 프롤로그 : 지구정복을 선언하다 23.02.27 237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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