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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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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2,484
추천수 :
21
글자수 :
323,230

작성
23.04.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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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1. 드디어 찾았다!

DUMMY

건물 안에 숨어서 힐끔힐끔 창밖을 살피던 대만은 깊은 한숨을 쉬며 벽에 기댔다.


“하아··· 큰일 났네. 이대로면 얼마 버티지 못할 텐데··· 나타난다는 협력자는 왜 안 나타나는 거야?”


건물에 가려 눈에 보이진 않지만, 특수반원들이 주변을 포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버티고 있을 뿐 적이 작정하고 쳐들어 온다면 잡히는 건 시간 문제였다.


“이딴 일 맡는 게 아니었는데··· 그놈의 돈만 아니었어도······.”


특수반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 오는데도 의뢰인은 지속적인 테러를 종용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이 이상은 위험했다. 대만은 확실하게 거부의사를 밝혔다.


“중앙본부 특수반까지 움직였다고! 이 상황에서도 계속 폭발 테러를 일으키라는 건 나보고 잡히라는 거잖아!”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나 팔 것 같은 허접한 가면을 쓴 상대의 목소리는 대만과 달리 차분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잡히면 우리에게도 유리할 게 없으니 절대 잡히게 두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기도라도 해주겠다는 거야?”


“하하하. 제법 재밌는 발상이지만 아쉽게도 아니다. 네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우리 동료가 찾아갈 것이다.”


“당신 말을 어떻게 믿지? 지금까지 내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당신은 전혀 나서지 않았잖아!”


“후움··· 듣고 보니 일리 있군. 그럼 이렇게 하지. 네게 주기로 했던 조건을 두 배로 늘려주지. 의뢰만 성공해도 네 가족에게 약속한 대가의 두 배를 주겠다. 이러면 됐나?”


솔깃한 제안이다. 이번 일을 맡은 것도 돈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맡았던 의뢰에 비할 바 없이 큰돈에 위험을 감수했다. 그런데 그 두 배를 주겠다면 협력자가 없어도 할만한 충분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약속된 협력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탈출을 도울 생각이었다면 특수반원들에게 포위되기 전에 나타났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늦었다. 아무리 날고 기는 능력이 있어도 이 많은 인원을 상대로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가만··· 설마 이 자식들 날 버린 거 아냐? 돈 안 주고 입 씻으려고? 젠장! 너무 순진했어. 내가 없는데 가족들한테 돈을 줄 리가 없잖아.”


합리적 의심이었다. 대만은 황급히 몸을 튕겨 창문 앞에 섰다.


“이대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 어떻게든 탈출을······.”


창 너머 어둠 속에 검은색 갓과 검은색 두루마기를 걸친 저승사자가 두둥실 떠 있었다.


“으아아악!!”


갑작스런 저승사자의 출현에 놀란 대만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승사자? 아니야. 그런 게 있을 리 없어. 잘못 본 걸 거야.’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저승사자는 조금 전보다 훨씬 선명한 모습으로 허공에 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건물이 떠나갈 듯한 비명 사이로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대만은 부들부들 떨며 주저앉은 채 뒷걸음질 쳤다. 엉덩이로 바닥을 밀며 허겁지겁 발버둥쳤다.


“아놔··· 이 새끼도 센스가 꽝이네.”


선호는 깨진 창문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 야!”


겁에 잔뜩 질린 대만은 선호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정신 차려!”


얼이 빠진 얼굴은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듯 보였다. 선호는 어쩔 수 없이 팔짱을 풀고 손을 뻗어 앞으로 살짝 흔들었다.


“커헉!”


몸을 짓누르는 압도적인 힘에 대만은 바닥에 大자로 뻗었다. 선호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대만의 몸을 들어 올려 몇 차례 바닥에 찍었다.


쿵! 쿵! 쿵!


선호는 연속적인 충격에 겨우 정신이 돌아온 것 같은 대만에게 스르르 날아갔다.


“야, 한 번만 얘기할 테니까 잘 들어. 난 저승사자 아니고 산 사람이야. 이 옷은 내 유니폼 같은 거고. 그러니까 멀쩡한 사람 괜히 명계에 취직시키지 말고··· 아오! 젠장! 내가 왜 이 설명을 계속해야 하는··· 건데!”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저승사자로 오해받고 설명하는 게 슬슬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선호는 결국 짜증을 참지 못하고 대만을 패대기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바닥 타일이 부서져 날리고, 상처 입은 대만의 피가 튀겼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패대기, 패대기, 패대기······.


“사··· 살려··· 죄송··· 다시는······.”


말 한마디 잘못한 대가는 참혹했다. 겨우 새어 나오는 목소리로 용서를 구했지만, 선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선호의 분풀이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휴우··· 이제 좀 속이 시원하네. 어이, 반성 좀 했지?”


겨우 숨만 쉬고 있는 것 같은 대만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 너도 힘든 것 같으니까 묻는 말에만 잘 대답해. 알았지?”


과연 말 한마디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은 몰골로 또 한 번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돌아가는 상황 보니까 폭발마 흉내 내고 다니는 것 같던데. 그러는 이유가 뭐야?”


“의뢰··· 가면 쓴 의뢰자가··· 폭발마처럼 도시에 테러를··· 그들이 지정한 곳에 폭발마 흉내 낸 테러가 의뢰······.”


다 죽어가는 몰골로 용하게 대답은 잘 했다.


“가면? 어떤 가면? 누군지 모르고?”


“음성 변조··· 머리끝까지 감추고 있어서 정체는 전혀 모릅······.”


“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아!”


폭발마에게 들었던 내용과 비슷했다. 폭발마의 탈옥을 도운 미지의 인물도 가면에 음성 변조로 정체를 완벽히 숨겼다.


“다른 건 없어? 예를 들자면··· 나라 전체가 주목할 만큼 큰 사고나 재난에 가까운 테러를 일으켜 많은 사람이 죽게 만들라는 얘기 같은 거?”


대만의 놀란 눈이 선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 왜? 맞아?”


“그··· 그렇습니다.”


‘얼씨구, 이 새끼들 봐라··· 이거 냄새가 엄청 구린데? 참! 내 정신 좀 봐. 이런 걸 물어볼 때가 아니잖아.’


“야! 너 개코라고 아냐? 황금 은행 양 회장 똘마니 중 하나라고 하던데.”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대만의 고개를 보며 선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와오! 드디어 찾았다!’


“진짜 알아? 뭐 하는 자식인데?”


“후각 능력자 아닙니까? 양 회장 아래서 일하는 개코는 그 녀석 하나뿐입니다.”


“그래! 그 자식 맞아! 그 자식 찾고 있는데 어떻게 찾아야 하냐?”


“네?”


“내가 그 자식한테 볼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어떻게 찾냐고.”


“연락처··· 알려드릴까요?”


“오! 좋아! 당장 알려줘!”


대만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조금 전 충격으로 회생 불가능한 수준으로 박살 났다. 대만은 박살 난 휴대전화 선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선호도 휴대전화 대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한참 마주치던 눈빛을 선호가 먼저 거뒀다.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선호의 뒤통수를 보며 대만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미소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빡!


선호의 손바닥이 대만의 머리를 후려쳤다. 겨우 회복하던 대만은 다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이 새끼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어디서 눈치 주고 지랄이야? 콱! 뒈질라고··· 연락처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


“다··· 다른 방법이라뇨?”


“인상착의라던가? 그래! 사진! 사진 같은 거!”


“사진도 휴대전화 안에······.”


선호는 민망함에 손을 치켜들어 대만을 후려치려 했지만, 더 때렸다간 대답도 못 들을 것 같아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자아··· 내가 다시 물어볼게. 이번엔 개기지 말고 잘 대답해야 한다. 알았지?”


잘못 대답했다간 무사하지 못할 거라 짐작한 대만은 고개를 몇 번이나 크게 주억거렸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내게 줄 정보는 없다는 거지?”


“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2차 빡침을 이를 악물고 겨우 참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선택해. 여기서 죽을 때까지 맞을래? 아님 나랑 같이 가서 그 새끼 찾는 거 도울래?”


“도··· 돕겠습니다! 꼭 돕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돕고··· 아니, 찾겠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찾아서 형님 앞에 대령하겠습니다!”


다행히 3차 빡침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대만의 대답에 선호의 얼굴은 한껏 흡족하게 변했다.


“좋은 자세네. 근데 왜 내가 형님이냐? 얼굴은 네가 더 삭아 보이는데? 가만··· 너 어째 낯이 익다? 너 나 모르냐?”


분명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그것도 제법 오랫동안 본 얼굴인 것 같은데 기억이 뚜렷하지 못했다.


“그··· 저는 형니··· 아니, 선생님 얼굴이 안 보입니다.”


“아! 그렇지!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일단 나가자. 특수반인지 뭔지 하는 놈들 뚫고 가야 하니까 꽉 잡고 있······.”


콰앙!


무언가 빠른 속도로 날아와 선호의 몸을 날려버렸다. 대만은 놀란 얼굴로 선호가 날아가 처박힌 벽을 보며 눈만 끔벅거렸다.


“가자.”


낯선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선호가 서 있던 자리에 괴팍한 가면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검은색 쫄쫄이 차림의 여자가 서 있었다. 가슴은 빈약··· 쿨럭··· 마른 체형의 여자는 놀란 기색이 역력한 대만에게 손을 뻗었다.


“가자.”


“누··· 누구?”


“얘기 못 들었어? 널 돕기로 한 동료, 협력자가 나다. 지금 특수반원들이 진입하고 있어.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 빠져나가야 해!”


고민할 필요 없이 손을 뻗었다. 여자는 순식간에 대만의 손을 낚아챘다. 대만을 안고 건물을 빠져나온 여자는 빠른 속도로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뭐, 뭐하는 거야? 이대로면 땅에··· 으아아악!”


그러나 대만의 우려와 달리 땅에 닿기 직전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지면 위를 날았다. 끔찍한 위기를 넘겼지만 안도의 한숨을 쉴 겨를이 없었다. 여자의 비행 속도가 너무 빨라 눈을 뜨고 있는 것마저 벅찰 정도였다.


“하늘로 날아가면 되잖아? 이 정도 비행 능력이면 하늘로 도망치는 게 더 빠르지 않아?”


“안돼! 중앙본부에서 최준화 반장이 왔어.”


최준화 반장의 악명은 능력 범죄자 사이에서 유명했다. 금발의 괴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체포 방식이 극악무도해 치를 떨게 만들 정도였다. 특히 자비 없는 빛의 화살은 비행 능력자에겐 죽음의 심판과 마찬가지였다.


“젠장! 그런 말 없었잖아! 금발의 괴물에게 찍히고 멀쩡한 놈 봤어?”


“시끄러워. 우리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아무튼 여기서 탈출하는 데만 집중하자.”


“금발의 괴물을 상대로? 어떻게?”


“일단 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내가 신호하면 골목으로 화염을 뿌려. 할 수 있지?”


“젠장, 젠장, 젠장!”


아무리 욕을 뱉어도 상황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알았어! 어떻게 하면 돼?”


“내가 알려주는 골목을 불바다로 만들어. 할 수 있지?”


“이봐, 내가 누군지 잊었어? 불꽃 남자 정대마안··· 흐갸악!”


여자의 비행 속도가 더 빨라졌다. 풍압에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와중에 여자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준비해··· 곧··· 오른쪽!”


파아앙


거대한 화염방사기에서 불꽃이 방출되듯 엄청난 화염이 순식간에 거리를 가득 채웠다.


“또 준비! 오른쪽!”


다시 한번 화염이 거리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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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 뭐야? 지금 뭐였어? 23.04.20 3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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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 어떠냐? 야근 공무원의 분노 발차기가! 23.04.16 37 0 12쪽
» 21. 드디어 찾았다! 23.04.14 47 0 12쪽
21 20. 와! 대단한 사람이었네. 23.04.12 42 0 12쪽
20 19. 이게 어딜 봐서 저승사자야?!! 23.04.10 45 0 16쪽
19 18. 아무리 악당이라도 예의는 좀 지키자. 응? 23.04.08 44 0 12쪽
18 17. 얼씨구, 이것들 봐라? 23.04.06 47 0 13쪽
17 16. Z시 중앙대교 붕괴 사고 23.04.04 52 0 11쪽
16 15. 뭐 어때? 친구잖아 23.04.02 49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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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어떻게 된 학교가 괴물 천지야? 23.03.27 52 0 13쪽
12 11. 젊음이란 다 부질 없는 것 23.03.24 53 0 12쪽
11 10. 선호의 각성 23.03.22 55 0 17쪽
10 9. 짜잔! 선호의 보물창고를 소개합니다. 23.03.20 60 0 15쪽
9 8. 조폭이 학교에 왜 와? 23.03.17 65 0 15쪽
8 7. 뻔뻔하지만 착한 도둑놈 23.03.15 69 0 18쪽
7 6. 왕따의 복수 23.03.13 65 0 13쪽
6 5. 양심 없는 놈이 양심 없는 놈한테 양심 운운하는 게 가장 비양심적인 거 몰라? 23.03.10 76 0 14쪽
5 4. 님들, 공감 능력 부족? 사회 부적응자? 23.03.08 82 3 15쪽
4 3. 쓸모없는 초능력 23.03.06 85 4 18쪽
3 2. 왕따의 하루... 딸깍? 23.03.03 110 4 14쪽
2 1.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 욕실에 불 켜놓고 왔단 말이야 23.03.01 158 3 25쪽
1 프롤로그 : 지구정복을 선언하다 23.02.27 236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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