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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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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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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1
글자수 :
323,230

작성
23.04.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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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6. Z시 중앙대교 붕괴 사고

DUMMY

* * *


위잉위잉~


휴대전화 진동과 함께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재난 문잔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선호는 책상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긴급 재난 문자

[경찰청] 10-15 22:03 Z시 중앙대교 붕괴 사고. 중앙대로 일부 폐쇄로 우회 바랍니다.


“무슨 일이지?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또 사고라도 쳤나?”


TV를 켜자 뉴스 채널에서 흥분된 기자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쏟아졌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중앙대교가 완전히 붕괴됐습니다. 아직 정확한 인명피해는 조사중이나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갑작스런 폭발 이후 사고 난 것으로 보이며, 일각에선 테러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이 많은 인력을 투입해 구조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한 상황입니다.”


카메라에 비친 사고 현장은 실로 끔찍했다. 무너진 다리의 중앙 부분은 일부를 남기고 강에 잠겨 있고, 강에 빠진 수많은 사람이 허우적거리며 애타게 구조를 바라고 있었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다리는 붉은 화염에 휩싸여 구조대원의 진입을 막아섰다.


“추가 붕괴가 우려돼 구조대의 진입도 어렵습니다. 경찰청 소속 능력자로 구성된 특수반이 구조에 투입되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발표해 인근에 있는 능력자들의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미등록 능력자라도 구조에 참여할 경우 미등록에 관한 위반사항을 감면할 것을 약속하며······.”


Z시라면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가까운 대도시였다. 그러나 선호는 흥미 없는 표정으로 TV 전원을 껐다.


“어떤 바보가 미등록 위반 감면받으려고 거길 가냐? 사람 구한 대가로 등록하라는 거랑 뭐가 달라? 하여간 공무원들 생각하는 거 하고는······.”


능력자 등록은 2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시행된 제도다. 능력에 따라 일개 대대에 맞먹는 능력자들을 국가의 통제 아래 두려는 제도였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처음엔 갖은 감언이설로 능력자들의 등록을 독려했다. 세금 감면, 연금 혜택, 공무원 수준의 복지 등 갖은 혜택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위치추적기 부착, 정기적인 위치 및 상태 보고, 사건 사고 등 갖은 국가적 상황에 강제 동원되기 일쑤였다.


실상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급격히 안 좋아졌고, 등록 건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결국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겨우 20%의 능력자만이 등록한 상태였다.


“당신들이나 X뺑이 치세요. 영웅놀이 해봤자 손해만 보는데 누가 가겠어?”


다시 한번 긴급 재난 문자 알림이 시끄럽게 울렸다.


긴급 재난 문자

[경찰청] 10-15 23: Z시 중앙대교 붕괴 사고. 중앙대로 추가 붕괴. 추가 피해 우려해 인근 주민 대피령 발령.


내려놨던 리모컨을 들고 다시 TV를 켰다. 여전히 기자의 흥분된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카메라는 사고 현장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추고 있었다.


“얼씨구, 저건 또 뭐야?”


다양한 능력으로 구조 활동에 열중인 능력자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복장이 있었다. 촌스러운 디자인의 원색 쫄쫄이 운동복(빨강, 파랑, 노랑, 보라, 검정)을 입은 다섯이었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타이트한 복장 탓에 얼굴을 가렸음에도 그들이 여자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화면에 보이는 다섯 명은 요즘 유튜브 등을 통해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인기 능력자 무리인 Y특공대입니다. Y특공대도 구조에 합류하는 모습입니다.”


이제 카메라는 Y특공대 다섯 명을 집중적으로 따랐다.


“보이십니까? 엄청난 능력입니다. Y특공대가 합류하면서 구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기자의 설명처럼 그들의 능력은 다른 능력자와 비교될 정도로 특출났다.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는 빨강, 강물 위로 사고 현장 인근까지 2차선 도로 너비의 얼음길을 만든 보라, 얼음 위에서 염력으로 사람을 꺼내 올리는 파랑, 물속에서 얼음 위로 사람을 던지는 검정, 수십 개의 붉은 불꽃을 사방에 뿌려 주변을 밝히는 노랑까지 모두 B급으로 보이는 능력자들이었다.


“유튜브로 보던 것보다 더 제법이네. 근데 쟤들도 미등록 능력자인가? 강제 동원된 걸론 안 보이는데··· 어디 보자.”


휴대전화 인터넷으로 Y특공대를 검색하자 현재 뉴스 영상부터 구경꾼이 찍은 영상, Y특공대 공식 유튜브 영상, 그리고 간략한 프로필까지 주르륵 나열됐다.


“유명인은 유명인이구나. 움··· 역시 미등록 능력자네. 근데 저렇게 대놓고 나온다고? 얼씨구?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수준이 지나치게 전문적인데? 이 새끼들 완전히 꾼이네. 꾼.”


Y특공대의 유튜브 공식 채널의 화려한 영상 수준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한동안 유튜브와 TV 화면을 번갈아 보던 선호는 이내 흥미를 잃었다.


“그래. 잘난 너희들끼리 열심히 뺑이 치세요. 난 잠이나 잘랍니··· 어?”


리모컨 전원 버튼을 누르려던 손을 멈췄다. TV 화면 속에 하늘을 날던 빨강 운동복이 절규하듯 외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물러나! 물러나! 폭발이다! 폭발이 일어난다!”


빨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위태롭게 버티고 있던 조각난 다리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여파로 기자가 먼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겨우 버티고 있던 카메라도 넘어졌는지 폭발 장면이 사라지고 어두운 하늘만 화면에 비췄다.


“와우! 어떤 놈인지 작정했네. 저렇게 많은 카메라가 찍고 있는데 대놓고 테러를 벌인다고? 그나저나 무슨 능력이려나? 화염 계열인가? 저 정도면 얼마 전에 은행 털던 그 미친놈 정도 하겠는데?”


폭발마의 광기 어린 눈빛과 흉측한 얼굴이 떠올랐다.


“하긴··· 미친놈이 한둘이겠어? 에효~ 잠이나 자자.”


썩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징그러운 얼굴에 진저리치며 TV 전원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야! 대박!”


예상대로 명준은 강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선호에게 달려왔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뻔했다.


“어제 뉴스 봤냐?”


“응.”


선호는 귀찮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대답했다.


“뭔 반응이 이렇게 건조하냐? 너 어제 실연당했냐?”


“미친놈이 또 미친 소리 하네. 그건 또 뭔 개소리야?”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그런 대박 사건을 접하고도 반응이 그럴 수 있냐?”


“요즘 같은 세상에 테러가 드문 일은 아니잖아. 피해자들이야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눼눼~ 어련하시겠어요. 그래도 그런 희대의 명장면을 봤으면 최소한의 반응이라도 보이는 게 예의 아니냐?”


“진짜 미친놈은 여기 있었네. 피해자가 수십 명이나 나왔을 테러가 희대의 명장면이란 건 또 무슨 개소리야?”


“엥? 뭐야? 너 못 봤구나?”


“뭘?”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나는 자연인이다냐? 어떻게 아직 그걸 못 볼 수 있지?”


명준은 빠르게 휴대전화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재생해 선호 앞에 내밀었다.


휴대전화 화면 속엔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화려한 불꽃이 사방으로 날리고 쏟아졌다. 하늘과 땅에서 수도 없는 폭발이 불규칙하게 일어났다. 붉은색 선이 그사이를 빠르게 흐르고, 하얀 얼음벽이 생겼다 부서지는 등 화려한 전투가 벌어졌다.


“뭔데?”


“뭐긴! 어제 다리 폭파한 폭파범하고 Y특공대 전투 장면이지. 넌 귀도 닫고 사냐? 쟤들이 지금 무슨 얘길 주고받고 있겠냐? 지금 다 이 얘기 중이잖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신경 쓸 가치를 못 느꼈다.


“열흘 전에 동부 지역 테러 기억하지? 거기 주범이 어제 낮에 탈옥해서 다리를 폭파한 거래. 그걸 Y특공대가 막은 거고.”


선호는 여전히 흥미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와, 이 새끼 진짜 뭐지? 네가 능력자들 일에 관심 없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냐? 그럼 이것도 관심 없냐?”


명준은 다른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동영상은 전투가 한창인 현장 바로 옆, 사고지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격렬한 전투의 여파로 인명 구조는 전날 TV로 확인했을 때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인력과 장비 부족이 절실한데 Y특공대까지 빠진 현장은 상당히 위급해 보였다.


그런데 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떤 전조증상도 없이 물에 빠진 사람들이 한 번에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심지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자동차까지 전부 공중으로 떠올랐다.


영상을 찍고 있던 누군가의 흥분된 목소리가 휴대전화를 빠져나와 강의실을 울렸다. 선호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끄고 명준에게 던지듯 건넸다.


“이건 또 뭔데?”


“몰라. 근데 X라 쩔지 않냐? 누군지 밝혀지진 않았는데, 덕분에 죽을 뻔한 사람도 엄청 많이 살릴 수 있었대. 전문가들 얘기론 여러 명의 능력자가 동시에 능력을 사용한 거라고 하는데, 일부에선 한 명이라는 말도 있어.”


“한 명?”


“그래. 그러니까 대박이지. 넌 모르겠지만, 이건 절대 한 명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거든. 그래서 내가 좀 알아봤는데······.”


명준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작게 속삭였다.


“너··· 염력왕이라고 들어봤어?”


“염력왕?”


“처음 들어보지? 1년 전부터 능력자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인데, 최상급 염력 능력자조차 흉내도 못 내는 엄청난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더라. 완전 개쩔지 않냐?”


“확실히 대단하긴 하네. 그럼 이 사람 덕에 전부 구조된 거야?”


“그렇다니까. 폭발 피해자는 몰라도 물에 빠진 사람 대부분은 그 염력왕 때문에 살아난 거지. 왜? 이런 건 흥미가 생기냐?”


“뭐··· 그 정도는 아니고.”


“하여간 재미없는 새끼예요. 그러니까 여태껏 여자친구가 없지. 너 군대 가기 전에 연애는 한 번 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 21살에 모쏠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비웃는다?”


“븅신··· 누가 들으면 여자친구 있는 줄 알겠네. 닥치고 수업 준비나 해.”


상처만 남은 대화를 마친 선호는 슬그머니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예상했지? 그래. 나야. 내가 바로 염력와······.”


빡!


뒤통수에 느껴지는 통증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명준이었다.


“뭐 하냐? 교수님 들어왔어.”


‘아오··· 쌍노무 새끼··· 오랜만에 폼 좀 잡으려고 했는데··· 어제 그 폭발이 영 찜찜해서 안 가볼 수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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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이게 어딜 봐서 저승사자야?!! 23.04.10 45 0 16쪽
19 18. 아무리 악당이라도 예의는 좀 지키자. 응? 23.04.08 44 0 12쪽
18 17. 얼씨구, 이것들 봐라? 23.04.06 47 0 13쪽
» 16. Z시 중앙대교 붕괴 사고 23.04.04 53 0 11쪽
16 15. 뭐 어때? 친구잖아 23.04.02 49 0 19쪽
15 14. 서부 고등학교 쌍둥이 23.03.31 53 0 13쪽
14 13.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ㅠㅠ 23.03.29 5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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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젊음이란 다 부질 없는 것 23.03.24 53 0 12쪽
11 10. 선호의 각성 23.03.22 55 0 17쪽
10 9. 짜잔! 선호의 보물창고를 소개합니다. 23.03.20 6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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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뻔뻔하지만 착한 도둑놈 23.03.15 6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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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양심 없는 놈이 양심 없는 놈한테 양심 운운하는 게 가장 비양심적인 거 몰라? 23.03.10 76 0 14쪽
5 4. 님들, 공감 능력 부족? 사회 부적응자? 23.03.08 82 3 15쪽
4 3. 쓸모없는 초능력 23.03.06 85 4 18쪽
3 2. 왕따의 하루... 딸깍? 23.03.03 110 4 14쪽
2 1.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 욕실에 불 켜놓고 왔단 말이야 23.03.01 158 3 25쪽
1 프롤로그 : 지구정복을 선언하다 23.02.27 237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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