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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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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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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6
추천수 :
21
글자수 :
323,230

작성
23.02.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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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프롤로그 : 지구정복을 선언하다

DUMMY

프롤로그


공영방송국의 8시 메인 뉴스 현장은 언제나처럼 분주했다. 앵커의 브리핑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십여 대의 카메라와 수십 명의 스텝이 바쁘게 움직였다.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달 독립을 선포한 중동의 H국 동부에 거주하는 하타르 민족이 어젯밤 수백 명의 능력자를 동원해 정부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미 미국과의 공조로 이 사태를 파악하고 있던 H국과 미국은 큰 피해 없이 하타르 민족의 쿠데타를 막아냈으며······.”


콰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촬영장 한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폭발의 여파로 일부 스텝이 다치거나 넘어지고, 카메라와 조명 등의 기기가 부서져 나뒹굴었다. 그래도 다행히 앵커에겐 폭발의 여파가 전혀 미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뉴스 진행 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태를 수습하는 대로 바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폭발의 흔적이 나부끼고 부상자들의 신음과 비명이 아우성치는 와중에도 앵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앵커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PD는 급히 광고를 틀며 소리쳤다.


“또 뭐야? 무슨 일이야?”


아수라장이 된 촬영장에 PD의 고함이 시끄럽게 울렸다. 그러나 누구 하나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낯선 웃음이 촬영장에 메아리쳤다.


“음화하하하! 내 이름은 태풍이다! 방송국을 날려버리기 전에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다! 아하하하!”


PD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요? 원하는 게 뭔데요?”


테러에 가까운 참상에 비해 PD의 목소리는 믿기지 않을 만큼 침착했다. 아니, 짜증이 잔뜩 섞여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방송에 내보내라.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눈앞에 보이는 인간들을 본보기로 다 죽여버리겠다!”


“해줘. 해줘. 어디까지 하나 따라줘.”


PD의 지시가 떨어지자 카메라 방향이 태풍을 향해 일제히 돌아갔다. 그런데 카메라 감독을 포함한 스텝의 얼굴에 의욕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임에도 귀찮음과 짜증만 얼굴에 가득했다.


“되는 거냐? 좋아. 내 이름은 태풍(颱風)이다. 이름 그대로 자연재해 수준의 바람을 자유자재로 일으킬 수 있는 S급 능력자다. 이제부터 이 나라는 내가 접수한다. 다시 한번 말한다. 이 나라는 이제부터 내 지시르으ㄹ··· 흐갸아각!”


카메라 잡혔던 태풍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태풍이 사라지자 PD는 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앵커님, 괜찮으세요? 방송 진행할까요?”


“네. 바로 시작하시죠.”


“들었죠. 스텝들 준비하시고, 10초 후에 시작합니다. 10, 9, 8··· 1. 큐!”


PD의 큐 신호가 떨어지자 화면에 앵커의 평온한 얼굴이 비쳤다.


“시청자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뉴스 촬영장에 괴한이 난입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안전하게 제압한 상태입니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다음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앵커의 자연스러운 멘트가 흘러나오자 PD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휴우~ 이게 도대체 몇 번째냐? 더러워서 직장을 옮기든지 해야지. 미친놈들이 공영방송국이라고 꼭 우리 회사만 찾아와요.”


“정말 살 떨려서 죽겠습니다. 지난번 난입 때 다친 영철이는 아직도 병원에 있어요. 경호 인력 충원 안 된대요?”


보조PD의 탄식에 메인PD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S급 경호원이 있는 건 우리 방송국뿐이야. 다른 방송국은 기껏해야 A급 한두 명이야.”


“그거야 만날 우리만 털리니까 그렇죠. 사고가 나기 전에 막아야 하는데 S급 한 명은 너무 적잖아요.”


“나도 갑갑하다. 그런데 S급이 너무 귀한 걸 어쩌냐? 국가 소속 S급이 8명이야. 그중에 한 명이라도 배치받은 걸 감사해야지.”


그나마 이번엔 피해가 적은 편이다. 물적인 피해야 어떻게 복구가 된다지만,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내일 아침 회의 때 내가 한 번 더 건의 할게. 지금은 집중하자.”


보조PD의 어깨를 다독이는데 거센 바람이 몰려와 머리카락을 날렸다.


‘이 새끼가 또······.’


통제실 안에 서류 등 가벼운 집기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걸 보며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리하셨나요?”


“네. 다행히 동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바람을 몰고 온 능력자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네. 그럼.”


능력자는 또 한 번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통제실 안은 또 한 번 어지럽게 종이 등이 나부꼈다.


“저 새끼는 꼭 이러네요.”


보조PD은 하늘하늘 흔들리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종이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어쩌겠냐? 그래도 저 인간 덕에 목숨 부지하는데. 이렇게 개판 쳐놓고 가도 그러려니 해야지.”


“근데 무슨 능력이에요? 항상 슉 나타났다가, 슉 사라지니 무슨 능력인지 볼 기회도 없네요.”


“너 모르냐? 김일훈이라고 유명한 능력자인데?”


“그래요?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헐··· 야, 너 어디 가서 방송국 직원이라고 하지 마라. 유치원 다니는 동네 꼬맹이들도 알겠다. 우리나라 유일의 이중 능력자잖아. 신체 강화에 고속비행까지 가능한 S급 능력자.”


“아, 그러고 보니 들어본 것도 같네요. 이중 능력자는 해외에도 몇 없다면서요?”


“그래, 임마. 그런 사람이 우릴 지켜주는 거······.”


콰앙!


통제실의 시선이 동시에 소리를 좇았다. 십수 대의 카메라 중 한 대만 남기고 모조리 벽에 처박힌 소리였다.


“저건 또 뭐야?”


유난히 넓은 양태(涼太)에 차양까지 늘어진 특이한 갓에 검은색 두루마기, 바지에 신발까지 온통 검은색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 복장,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저승사자 복장과 매우 흡사했다.


“얼씨구, 저 새낀 컨셉까지 확실하네요. 오늘 방송은 틀렸는데요?”


생방송 중 능력자들 난입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제법 흔했다. 하지만 하루에 두 번은 PD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난입 한 번으로도 방송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는데 두 번이면 오늘 방송은 확실히 망했다.


“미친 X끼들이 왜 하필 이 시간만 오냐? 아침 방송도 있잖아! X발, 지랄은 저것들이 하고, 욕은 왜 내가 먹어야 하냐고! X바알!”


분노에 찬 메인PD의 절규에 스텝들은 모른 척 자연스럽게 각자 할 일을 했다. 이럴 땐 내버려 두는 게 상책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저승사자 복장의 사내는 느긋한 걸음으로 앵커에게 다가갔다. 이런 상황을 숱하게 겪은 앵커는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원하시는 게 무엇입······.”


콰앙!


앵커 앞에 있던 거대한 탁자가 날아가 벽에 박혔다. 저승사자는 슬그머니 팔을 들어 앵커를 향해 손가락만 까딱했다. 그러자 의자와 함께 앵커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한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염력 능력자 같습니다. 스텝들 조심하세요. 자극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면서 경호원 기다립니다.”


키보드를 탁자에 내려찍으며 분노를 표출하는 메인PD를 대신해 보조PD이 지시를 내렸다. 생방송 중 난입해 방송을 이용하려는 능력자 대부분은 카메라 앞에서 사람에게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전하려는 의도가 비난받을 것을 우려한 행동이다. 그러나 간혹,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능력자들도 있다. 그들은 언제 사람을 공격할지 모를 위험한 존재였다.


저승사자는 천천히 앵커가 앉았던 자리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선 저승사자는 한 대 남은 카메라를 응시했다.


“찍고 있나요?”


우려와 달리 굉장히 침착한 목소리였다. 카메라 감독은 저승사자를 향해 앵글을 조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제 의지를 알리려는 의도니 잠깐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보조PD은 마이크로 침착하게 지시했다.


“잘했어요. 괜히 자극하지 말고 계속 그렇게 하세요. 스텝들, 언제 경호원 올지 모르니 뉴스 재개할 수 있도록 스탠바이하고 계세요. 방송 송출됩니다. 큐!”


스텝의 수신호를 확인한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듣고 계시는 목소리는 변조한 목소리입니다. 차양으로 가린 얼굴도 변장한 얼굴입니다. 체형도 제 실제 모습이 아니니 제가 누구인지 알아내려 괜한 수고하지 않길 바랍니다. 일단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터엉!


묵직한 충돌음과 함께 파동이 촬영장을 휩쓸었다. 사람과 각종 기기가 쓰러지거나 날아가고 벽이 무너지며 먼지를 날렸다. 아수라장이 된 촬영장과 달리 통제실에선 안도의 한숨이 메아리쳤다. 보조PD는 서둘러 마이크를 잡았다.


“현장, 괜찮나요? 아무 이상 없죠? 앵커님? 카메라 감독님?”


“네. 전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카메라가 넘어져서··· 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망가지진 않은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다른 스텝은요? 옆 사람 확인해 주세요. 다친 사람 없나요?”


“괜찮습니다.”


“저희도 이상 없습니다.”


“조명 몇 개 깨진 것 말고는 괜찮습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그럼 먼지 걷히는 대로 뉴스 진행하겠습니다. 현재 자리에서 대기하세요. 다시 한번 전달······.”


“이 새끼! 누가 마이크 잡으래?”


조금 전 소동에 정신을 차린 메인PD가 신경질적으로 마이크를 낚아챘다.


“아, 선배! 상황이 급해서 일단 저라도······.”


“이 새끼가 그새를 못 참고 선배를 재끼려고 하네. 너 이따 보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상황이 너무 급해서······.”


“그래도 침착하게 잘했다.”


츤데레 메인PD는 마이크에 입을 댔다.


“영재 PD 얘기 들었죠? 괜히 지금 움직이면 다치거나 동선 꼬일 수 있으니까 대기합니다. 알았죠?”


“선배······.”


감동의 눈으로 올려보는 후배의 얼굴을 무시하며 유리창 너머 촬영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엔 뭘 저렇게 요란한 거야? 아까처럼 밖으로 끌고 나가야지. 왜 여기서 지랄이야? 하여간 능력자란 것들은······.”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가득했던 먼지가 시간이 흐를수록 차츰 옅어지고 있었다. 통제실뿐 아니라 촬영장에 있던 스텝들은 숨을 죽이고 먼지가 가라앉길 기다렸다.


이윽고 사물이 구분될 정도로 먼지가 가라앉았다. 이미 방송 시간은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흘렀지만, 남은 시간이라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스텝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이제 좀 뭐가 보이네요. 자··· 이제 준비해 볼까요? 어? 잠깐, 잠깐만! 움직이지 마. 다들 기다리세요.”


희뿌연 먼지 속에 어렴풋이 사람 형상이 보였다. 메인PD는 고개를 앞으로 쭉 빼고 온신경을 집중했다. 그사이 먼지가 더 가라앉아 뿌옅게 보이는 형상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거 뭐야? 김일훈 아니야?”


당연히 저승사자를 끌고 건물 밖으로 나갔을 김일훈이 엉성한 자세로 서 있었다.


“저 새끼 왜 저래? 벌써 처리한 건가?”


먼지가 가라앉으며 서서히 뚜렷해지는 김일훈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근데 자세가 좀 이상한데요? 왜 저렇게 불편한 자세로 서 있죠? 응? 잠깐··· 저기!”


보조PD가 손가락으로 먼지 속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엔 익숙한 검은 형상이 있었다. 저승사자였다.


“뭐야? 아직 처리 못 한 거야?”


저승사자는 처음 자세 그대로 서서 손을 휘젓고 있었다.


“아오··· X발. 먼지······.”


먼지를 흩으려는 듯 얼굴 앞에서 연신 손을 흔들던 저승사자는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았다. 반면에 김영훈은 땀을 뻘뻘 흘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누··· 누구냐, 넌?”


김일훈은 아무리 힘을 줘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어지간한 파워형 A급 능력자는 상대도 되지 않는 힘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오··· 너 제법이다? 그걸 버텨? 괜히 S급이 아니네.”


잔뜩 내리깔고 무게 잡던 말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깐죽거리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슨 능력이냐? 고작 염력으로 내 움직임을 막을 수 없을 텐데······.”


“븅신, 뭐래? 능력자가 자기 능력 밝히는 거 봤냐? 너처럼 겉멋만 잔뜩 든 놈이나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는 거야. 등신아.”


“이 자시이ㄱ··· 아아악!”


김일훈은 말을 잇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팔이 비정상적으로 꺾여 부러졌다.


“이 새끼가 언제 봤다고 욕이지? 뒈질래? 응? 뒈지고 싶어?”


“아아악!”


반대쪽 팔도 뒤틀려 부러졌다.


“아오··· 생각할수록 열 받네? 너 때문에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잖아. 응? 나도 나름 스케줄이라는 게 있는데··· 일단 좀 맞자.”


쿵!


저승사자가 손가락을 까딱하자 김일훈의 몸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공중으로 치솟아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우수수 천장의 부서진 잔해가 아래로 쏟아졌다. 저승사자는 다시 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콰앙!


천장에서 빠르게 떨어진 김일훈은 바닥을 뚫었다.


쿵! 콰앙! 쿵! 콰앙!


저승사자가 손가락을 흔들 때마다 김일훈은 천장과 바닥을 뚫었다. 한참을 반복하던 저승사자의 손가락이 멈추자 천장에서 만신창이가 된 김일훈이 떨어져 바닥에 널브러졌다. 저승사자는 김일훈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다시 목소리를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방송 다시 시작할 수 있죠? 카메라 감독님, 괜찮아요?”


조금 전까지 끔찍한 폭력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에 방송국 안 스텝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한국에 존재하는 S급 능력자는 공식적으로 8명이 전부다. A급과 비교를 불허하는 그들의 능력은 군대와 맞먹을 정도로 평가받는다. 그런 S급 능력자 중 한 명인 김일훈이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된 게 믿기지 않았다.


“대박··· 특종, 특종이야.”


메인PD는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소리쳤다.


“카메라 세워! 당장 카메라 세우고 방송 준비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가늠되지 않지만, 메인PD의 흥분된 목소리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 스텝은 한 명도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둘러 방송 준비를 시작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스텝들을 지켜보는 저승사자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가 마무리되길 기다렸다. 이윽고 준비를 마친 카메라 감독이 메인PD의 지시를 듣고 저승사자를 향해 신호했다.


“준비 다 됐나요? 아, 됐군요. 그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제 소개를 하다 말았군요. 딱히 이렇다 할 닉네임은 없습니다. 다만··· 세간에선 염력왕이라 부르더군요.”


“염력왕?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뭐였지? 누구 염력왕이라고 들어본 적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메인PD에게 속 시원히 대답하는 스텝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 어디서 들어봤는데······.”


자신을 염력왕이라 소개한 저승사자··· 아니, 염력왕은 다시 말을 이었다.


“제 원하는 것은 한가지입니다. 그것을 세상에 알리고, 따라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부디 쓸데없는 저항으로 아까운 목숨을 허비하지 말길 바랍니다. 제가 원하는 건 아주 간단합니다. 그건 바로······.”


여기저기서 침 삼키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지구 정복입니다.”


고요했다. 뻥 뚫린 벽을 통해 간간이 들어오는 바람 소리 외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사람조차 없었다. 짧은 적막을 깬 건 저승사자였다.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하시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내일 밤, 미군 소속의 능력자들이 대기 중인 중동의 H국을 무력 제압하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십 년간 지속된 H국의 핍박에 독립을 원하던 히타르 민족을 무력 제압하여 민간인 사상자까지 다수 발생케 한 H국과 미국에 대한 응징입니다. 다시 한번 밝힙니다. H국을 무력 제압해 히타르 민족을 해방하고, 그 죄를 물을 것입니다.”


다시 적막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번 적막은 오래가지 못했다. 통제실에 있던 메인PD의 헛웃음에 이내 깨졌다.


“하, 미친놈이었네. 난 또 무슨 대단한 소릴 하나 했네. 저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제깟 게 얼마나 대단하다고 국가 단위의 병력이 있는 곳을 제압하겠다는 거야? 에이 썅, 괜히 긴장했네.”


“하하하. 그러게요. 김일훈을 제압한 것도 속임수 같은 거 아닐까요?”


“그렇지? 생각해 보니 S급 능력자를 저렇게 쉽게 제압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능력은 제법 있는 것 같은데, 그냥 사기꾼이네. 사기꾼.”


다른 스텝들의 생각도 두 PD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송을 지켜본 수많은 시민 중에도 저승사자의 황당한 선언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한 세계 수많은 사람 역시 정신병자의 헛소리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이 무시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다음날 H국 정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능력자의 습격을 받아 국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붕괴됐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비웃고 무시했던 머릿속에 한 단어가 맴돌았다.


‘염력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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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이게 어딜 봐서 저승사자야?!! 23.04.10 45 0 16쪽
19 18. 아무리 악당이라도 예의는 좀 지키자. 응? 23.04.08 44 0 12쪽
18 17. 얼씨구, 이것들 봐라? 23.04.06 47 0 13쪽
17 16. Z시 중앙대교 붕괴 사고 23.04.04 52 0 11쪽
16 15. 뭐 어때? 친구잖아 23.04.02 49 0 19쪽
15 14. 서부 고등학교 쌍둥이 23.03.31 53 0 13쪽
14 13.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ㅠㅠ 23.03.29 52 0 17쪽
13 12. 어떻게 된 학교가 괴물 천지야? 23.03.27 52 0 13쪽
12 11. 젊음이란 다 부질 없는 것 23.03.24 53 0 12쪽
11 10. 선호의 각성 23.03.22 55 0 17쪽
10 9. 짜잔! 선호의 보물창고를 소개합니다. 23.03.20 6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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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뻔뻔하지만 착한 도둑놈 23.03.15 6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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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양심 없는 놈이 양심 없는 놈한테 양심 운운하는 게 가장 비양심적인 거 몰라? 23.03.10 7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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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쓸모없는 초능력 23.03.06 85 4 18쪽
3 2. 왕따의 하루... 딸깍? 23.03.03 110 4 14쪽
2 1.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 욕실에 불 켜놓고 왔단 말이야 23.03.01 158 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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