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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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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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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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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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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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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아무리 악당이라도 예의는 좀 지키자. 응?

DUMMY

어둠 속에서 눈을 뜬 폭발마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굴 안이었다.


“뭐야? 여긴 어디지? 내가 어쩌다 이곳에······.”


폭발로 시선을 끌고 군중 속에 숨어 도망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폭발과 함께 몸이 무언가 끌려 물속에 빠졌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에 끌려 물속에 빠져 기억을 잃었다.


“누구야?! 감히 어떤 놈이 나를!”


발버둥 쳤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무릎꿇고 앉아있지만, 몸을 구속하는 어떤 것도 없었다.


‘능력자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능력이지? 아무렴 어때. 모습만 드러내면 당장 폭발을······.’


마침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걸음 소리가 들렸다. 서서히, 느긋하게 가까워진 발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활짝 웃으며 해맑은 목소리로 손을 흔드는 20대 초반의 남자가 서 있었다.


퍼엉!


여느 악당처럼 망설이지 않았다. 상대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얼굴에 폭발을 일으켰다.


“킥킥. 멍청한 새끼··· 그래도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올··· 어라? 뭐야? 왜 아직도 안 움직여?”


폭발은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몸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연기가 걷히자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은 사내가 멀쩡히 서 있었다.


“아놔··· 또 이 지랄 하네. 넌 상도덕도 없냐? 적어도 얘기는 들어보고 공격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악당이라도 예의는 좀 지키자. 응?”


익숙한 목소리, 말투, 그리고······


‘또? 설마 이자식······.’


“오! 표정을 보니 내가 누군지 눈치챘구나? 반가워. 열흘쯤 됐지?”


“너 이 개자··· 커헉!”


온몸을 짓누르는 압도적인 힘에 폭발마의 몸이 바닥에 엎어졌다. 몸을 누르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난 짧게 물어도 길고 자세히 대답하는 거 좋아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단답형으로 얘기하면 많이 아프다? 이해됐지? 이해했으면 눈 깜박거려.”


자존심이 상했지만,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상태로 몇 분도 버티기 힘들었다. 폭발마는 힘겹게 눈을 깜박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몸을 짓누르던 힘이 사라졌다.


“착하네. 그럼 첫 번째 질문! 어떻게 탈옥했어?”


“경찰이 우리 능력자를 어떻게 구속하는지 알고 있나? 수갑이나 철창은 능력자에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 그래서 경찰은 구속 능력의 능력자를 활용한다.”


세간에 보편적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능력으로 능력 범죄자를 구속하는지 보안상의 이유로 전혀 알려지진 않았다.


“수면, 신체 구속, 빙결, 절대 공간 등 다양하다. 형이 확정된 능력 범죄자는 수면이나 절대 공간 등으로 구속하고, 조사 중이거나 형이 확정되지 않은 범죄자에 대해선 신체 구속이나, 빙결 능력이 사용되지. 난 빙결되어 있었고.”


“그럼 자력으로 풀려날 수는 없는 건가?”


“범죄자의 능력에 따라 구속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력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나 역시 그렇다. 정신을 차려보니 범죄자들 사이에 나만 빙결이 풀려있더군. 아, 아니지. 그 못난이들··· 메뚜기 패거리들도 풀려있었다고 봐야 하나?”


“무슨 소리지?”


“죽어 있더군.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죽어 있었다. 나도 같은 꼴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서둘러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선호는 Y특공대의 대화를 떠올렸다.


‘정말 폭발마도 모르는 걸까? 메뚜기 패거리를 먼저 처치한 게 실수 아니었을까?’


“으아악!”


갑자기 몸을 옥죄는 힘에 폭발마는 비명을 질렀다. 온몸의 뼈가 다 으스러질 것 같은 엄청난 힘이었다.


“왜 이러는 거야? 묻는 대로 얘기했잖아! 아악!”


“아, 거짓말해도 아프다는 말을 깜박했네. 널 풀어준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고? 혼자 경찰서를 탈출해서 아까 같은 사고를 쳤고? 이게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죽을래?”


“으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이 동굴을 울렸다.


“아··· 알았어! 얘기할게. 얘기한다고!”


몸을 옥죄던 힘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몸에 통증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폭발마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고통이 가시길 기다렸다.


“얼른 얘기 안 할래? 또 아프고 싶어?”


‘크흑··· 지독한 새끼······.’


폭발마는 이를 악물고 힘겹게 목소리를 끌어올렸다.


“사실 누군가 있었다. 가면을 쓰고, 목소리까지 변조해 누군지 전혀 모르겠어. 진짜야.”


“그놈이 뭐라고 했는데?”


“사고를 일으키라고 했다. 나라 전체가 주목할 만큼 큰 사고, 재난에 가까운 테러를 일으켜 많은 사람이 죽게 만들라고 했다.”


“그걸 네가 곧이곧대로 들었다고? 도망칠 수도 있었잖아.”


“그래··· 처음엔 나도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명의 능력이 문제였어. 내가 어딜 가도 추적할 수 있는 능력. 그래서 도망칠 수 없었다. 테러만 성공적으로 일으키면 놓아준다고 했지.”


“그 말을 믿어? 너 보기보다 엄청 순진하다? 그런 놈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거짓말이잖아.”


“물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거부하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테니까. 테러를 벌이고 잡혀도 결과는 똑같겠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는 일에 투자해야지 않겠어?”


“뭐래. X신이··· 하여간 나쁜 새끼들은 자기 합리화 쩐다니까. 그럼 내 얘기는? 내 얘기도 했어? 돈도 내가 가져갔다고 순순히 자백한 거야?”


“당연하지. 너에 대해 숨길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 그런데 이미 알고 있더군. 아마 메뚜기 패거리에게 다 들었겠지.”


“와··· 의리 없는 새끼들.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어떻게 손바닥 뒤집듯 돌변하냐? 하여간 범죄자 새끼들은 이래서 발전이 없어요. 아무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혹시 개코라고 아냐?”


“개코? 능력자인가? 처음 듣는데?”


“움··· 후각이 극도로 뛰어난 능력자라던데. 그 자식이 내 돈을 좇고 있는 것 같거든. 어떻게 방법이 없겠냐? 기껏 얻은 돈 뺏기긴 싫거든.”


“알려주면? 알려주면 날 살려줄 건가?”


“일단 들어보고. 네가 거짓 방법을 얘기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니 합당한 대답이라고 판단되면 살려줄게.”


폭발마는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거짓말을 구상하는 건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기다렸다. 이윽고 폭발마가 입을 열었다.


“나라면 내가 먼저 그 개코라는 놈을 찾는다.”


“왜?”


“뛰어난 후각 능력자면 아마 네 돈이 지난 흔적까지 찾을 수 있겠지. 시간이 제법 걸리겠지만, 결국 돈의 흔적··· 그리고 널 찾아낼 거다. 그러니 그 전에 그놈을 찾아내 처리하는 게 빠르지.”


제법 합리적인 발상이었다.


“그럼 그 개코는 어떻게 찾아?”


“하아··· 그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


깊은 한숨을 쉬던 폭발마는 선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는 것을 보고 서둘러 손을 흔들었다.


“미안, 미안. 내가 잠시 착각했어. 바로 말할게. 개코라는 놈 소속이 어딘지 알아?”


“황금 은행 양회장이 데리고 있는 놈이라고 알고 있어.”


“그럼 답 나왔네. 황금 은행을 통해서 알아보면 되잖아. 황금 은행에 들어가서 놈의 자료를 찾던지, 양 회장 측근 중 한 놈을 납치해서 협박하면 되지. 방법은 많잖아.”


“헐··· 누가 범죄자 새끼 아니랄까봐 죄다 범죄네. 아무튼 네 말처럼 그쪽을 통해서 알아보는 게 제일 빠르긴 하겠다. OK! 궁금증 해결!”


“그··· 그럼 이제 풀어주는 건가?”


“당연하지. 가봐.”


그러고 보니 어느새 몸이 가벼워졌다. 어떤 구속도 느껴지지 않았다. 폭발마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저쪽이야. 출구.”


해맑게 웃는 선호의 표정이 찜찜했지만, 길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바로 몸을 돌려 선호가 가리킨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아! 근데 너 내 얼굴 봤잖아.”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 개자시익······.”


능력을 끌어올리며 몸을 돌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못했다.


털썩


동굴 안에 폭발마가 쓰러지는 소리만 옅게 울렸다.


* * *


정우의 말을 곰곰이 곱씹었다.


‘절대 적당히 하지 마. 적당히 누르면 다시 일어나서 네게 덤빌 거야.’


그 말이 진심인지 머리 수술의 후유증인지 확실하진 않았지만, 다른 어떤 말보다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를 짓밟을 생각만 하는 애들이 한두 번 당했다고 포기하진 않을 거야. 그럼 정우 말대로 두 번 다시 덤비지 못하게 철저히 굴복시켜야 할까? 어떻게?’


차라리 죽이라며 악쓰던 정우의 섬뜩한 얼굴이 떠올랐다.


살인.


도저히 다가설 엄두도 나지 않는 끔찍한 단어다. 괴롭힘이 심할 때 한영이 죽었으면 했다. 끔찍한 사고를 당해 평생 불구로 살길 바랐다. 그러나 직접 살인을 떠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누군지 모른다면? 아니야. 그렇게 해선 막을 수 없어.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면, 처벌이 아니라 사고라고 생각할지 몰라.’


답은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싸움은 고사하고 한 번도 누군가를 공격해 본 적 없는 선호에게 이 문제는 너무나도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드르륵!


답답한 현실에 머리를 쥐어짜던 선호는 급하게 열리는 문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반장은 상기된 얼굴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야! 대박! 대박! 난리 났어!”


“뭐? 뭔데?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난리야?”


“지금 교무실 갔다가 몰래 들은 건데··· 놀라지 말고 들어라. 정우가 한영일 죽였대.”


교실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침묵에 잠겼다. 누구 하나 움직이거나 입을 열지 못했다. 심지어 숨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한동안 이어지던 침묵은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깨졌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철현이었다. 쌍둥이에게 당한 뒤로 조용히 지내던 철현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반장은 철현의 기세에 눌려 한풀 꺾인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나도 자세한 상황은 몰라. 정우가 한영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갔나 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한영일 죽이고 사라졌대. 그래서 지금 교무실에 형사들까지 와서 조사 중이야.”


반장은 말꼬리를 흐리며 조심스럽게 철현의 눈치를 살폈다. 철현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있었다.


“말도 안 돼··· 어··· 떻게······.”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쓰러지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교실 안 누구도 그런 철현을 안쓰럽게 쳐다보지 않았다. 심지어 정우에게 살해당한 한영을 안타까워하는 학생도 없었다.


‘그 지랄 할 때부터 언젠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내가 정우였으면 벌써 죽였다.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는데 지금까지 살아 있던 게 기적이지.’


‘꼴에 친구라고 울어? 쓰레기들. 너도 조심해라. 언제 칼 맞을지 모른다.’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은 학생들도 한영의 악행을 질리도록 봤기에 연민이나 애도는 없었다. 그저 더러운 쓰레기가 사라졌다는 안도감만이 남았다. 하지만 선호는 달랐다. 직접적인 피해자임에도 한영의 죽음을 기뻐할 수 없었다.


‘정우는? 살인자가 된 거야? 고작 그런 쓰레기 하나 때문에? 욱하는 성격은 있어도 그렇게 멍청한 짓을 저지를 것 같진 않았는데. 아니, 아니지. 제정신이 아니었어. 분명 수술 후유증 탓이야. 제정신에 그럴 리가 없지.’


띠링!


한영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흥분, 정우의 행동이 남긴 의구심에 정신이 팔려 메시지 알림음을 무시했다.


띠링! 띠링!


안 그래도 생각할 게 많은데 메시지 알림음이 연이어 울렸다. 마냥 무시하기엔 시끄럽게 울리는 알림음이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끌었다. 선호는 차라리 전원을 끄려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이정우]

야!

[이정우]


[이정우]

드디어


휴대전화 화면에 뜬 미리보기 화면을 확인한 선호는 황급히 주머니에 넣었다. 표나지 않게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선호를 신경 쓰지 않았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히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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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 뭐야? 지금 뭐였어? 23.04.20 36 0 11쪽
24 23. 그만 힘 빼고 같이 가자. 23.04.18 4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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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와! 대단한 사람이었네. 23.04.12 42 0 12쪽
20 19. 이게 어딜 봐서 저승사자야?!! 23.04.10 45 0 16쪽
» 18. 아무리 악당이라도 예의는 좀 지키자. 응? 23.04.08 45 0 12쪽
18 17. 얼씨구, 이것들 봐라? 23.04.06 47 0 13쪽
17 16. Z시 중앙대교 붕괴 사고 23.04.04 53 0 11쪽
16 15. 뭐 어때? 친구잖아 23.04.02 50 0 19쪽
15 14. 서부 고등학교 쌍둥이 23.03.31 54 0 13쪽
14 13.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ㅠㅠ 23.03.29 52 0 17쪽
13 12. 어떻게 된 학교가 괴물 천지야? 23.03.27 53 0 13쪽
12 11. 젊음이란 다 부질 없는 것 23.03.24 54 0 12쪽
11 10. 선호의 각성 23.03.22 56 0 17쪽
10 9. 짜잔! 선호의 보물창고를 소개합니다. 23.03.20 60 0 15쪽
9 8. 조폭이 학교에 왜 와? 23.03.17 66 0 15쪽
8 7. 뻔뻔하지만 착한 도둑놈 23.03.15 69 0 18쪽
7 6. 왕따의 복수 23.03.13 66 0 13쪽
6 5. 양심 없는 놈이 양심 없는 놈한테 양심 운운하는 게 가장 비양심적인 거 몰라? 23.03.10 77 0 14쪽
5 4. 님들, 공감 능력 부족? 사회 부적응자? 23.03.08 83 3 15쪽
4 3. 쓸모없는 초능력 23.03.06 85 4 18쪽
3 2. 왕따의 하루... 딸깍? 23.03.03 110 4 14쪽
2 1.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 욕실에 불 켜놓고 왔단 말이야 23.03.01 158 3 25쪽
1 프롤로그 : 지구정복을 선언하다 23.02.27 237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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