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두 마리 토끼를 위한 먹이
“ 으... 어디 좋은 곳이라도 찾으신
모양입니다. ”
연회를 빌미로 핏셔백작과 연을
맺었으나 그 뒤로 별다른 진척이
보이지 않는 것에 자극이 필요할 것
같아 게일공의 집무실을 들어서는
순간 진동하는 술 냄새.
“ 핏셔백작과 말문을 텄다는 게
소문이 났는지 이놈 저놈 할 거 없이
아부를 해대며 접대를 하는 데 내가
뺄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
“ 그래도 가려서 나가셔야 합니다.
공의 말씀대로 겨우 입을 뗀 정도인데
그것을 원점으로 돌리게 된다면
지금의 재미도 영영 맛보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
“ 오자마자 잔소리구나. 어차피 더 이상
엮일 일도 없으니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야지. “
“ 이번 수확제 때 카지노에서 재미있는
경매가 이뤄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시고 계신지요? “
“ 불법적인 것이 올라오는 거라면
모를까 공개적인 경매가 흥미로울 게
뭐 있다고. ”
“ 글쎄요. 아직 시작도 않은 경매의
정보가 새었는지 핏셔백작님을 비롯해
모든 귀족들이 황실의 눈치를 보면서도
손아귀에 힘을 풀지 못한다고 하는군요. “
비밀인데 혼자만 알지 못한다. 그토록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면서 정작
백작에게서 정보를 공유 받지 못했다니
안타까움 눈빛으로 말을 거니
“ 소문은 원래가 그럴싸하게 부풀려
있게 마련이야. 그래야 조금이라도
사람이 모이지. 경매라면 더더욱
기껏해야 온의 도자기거나 아슬란의
향유 정도일 텐데. “
“ 진짜 귀족이 되고는 싶으신 겁니까? ”
“ 뭐~! ”
“ 친목도모나 하시라 핏셔백작님과
연을 맺어드린 게 아닙니다. 그들
사이에서 도는 고급 정보를 기꺼이
내놓을 정도로 격을 올리기 위함인데
관심이 너무 없으시니 답답해서 하는
말입니다. “
술이나 퍼마시고 같잖은 아부나 듣고
있는 게 한심해 보인다 말하는 것에
제대로 열 받았는지 눈썹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켜 올랐다.
“ 그들이 직접 내어놓지 않아도 뭐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게일공에게 목을 매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니까. “
“ 그 인간들이 그리 호락호락한 줄
아느냐? ”
“ 그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제가
게일공에게만 드리면 되는 일인 것을. ”
“ 하? 네가 무슨 수로. ”
자존심에 눈은 감았지만 미끼 냄새에
입을 반쯤 벌리고 있는 고기마냥
머리를 들이미는 게일.
“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카지노 경매에 참여하시겠습니까? ”
마지막.
별 거 없는 단어인데도 사람들은
매번 망설인다. 마치 그 속에 뭐라도
숨었나 궁금해 미치는 묘한 매력을
가진 그 한 마디에 얇은 귀를 댄
게일공은 바로 내 손을 잡았고
난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을
확신하며 던컨으로 향했다.
“ 얼굴 보기가 전보다 어려워진 것
같네. ”
의뢰 아니면 굳이 사적으로 만날
이유가 없는 일부러라도 피하고
싶은 인간이 삐진 아이 마냥 토라진
표정을 보이는 것에 어이가 없다.
“ 고래싸움에 등 터질 새우가 될
뻔한 일을 정리하고 나서 숨을
고르느라 설마 저를 기다리신 건
아닐 테고 헥터가의 일 진행을
궁금해 하시는 것이면. “
“ 루이가 부러우면 네가 들어갈
것이지 이제와 마음을 바꾸고 무슨
변덕인 건지. ”
이 인간은 진짜 날 도구로 쓰고 싶어
안달이 났던 걸까 내가 리비에르가에
정식으로 입적 되기 위한 서류가
오간 것을 알고 있는 눈치다.
“ 제가 후원을 받는다면 수장님에게도
좋은 일이지 않습니까? 밀린 대가를
두고 기약 없이 마냥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고. “
“ 그 이야기는 됐고, 오늘 날 만나러 온
용건이나 말해. ”
신부님이 말씀하신대로 입맛만 다실 뿐
맨 손일 때와 횃불을 들고 있는 손일 때
확연히 차이 나는 늑대의 반응이 제법
고소했다.
“ 게일공께서 광산계약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계신 것이 의아해서
확인 차 들른 것입니다. “
“ 지금 상태에서 그런 것엔 별 관심을
둘 것 같지 않던데 굳이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
핏셔백작을 비롯한 4대 가문과 연을
맺으려면 그럴싸한 것이 필요하다.
고작 대공가의 출입은 관심만 받을 뿐
게일공에겐 확실한 무엇이 있어야
함에 칼에게 2왕자와 계약을 하기 전
“ 2왕자와 광산 계약을 순조롭게 맺기
위해선 전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
확실히 광산 계약은 게일공에게 좋은
패가 될 것이라 난 칼에게 전제 조건을
달아 계약을 성사 시켜준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 내가 신부님의 양녀로
입적 될 것을 알고 약이 올라 골탕
먹이려고 하는 게 괘씸했지만 굳이
벌집을 들쑤실 필요는 없기에
“ 보석 감정과 세공 관련 일은 지금
제국 내 헥터가를 따라올 가문이
없습니다. 황실에서도 그것을 높이 사
작위까지 내린 것을 보아도. “
“ 좀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자에게
어릿광대 놀음마냥 애원이라도 하란
말이야? 그 자가 아니라도 관심을
보일 이들이 얼마나 많은 데. “
“ 그래서 곧장 경매에 붙인 것입니까? ”
“ 헥터가보다도 더 큰 물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걸 마다할 리 없잖아. ”
“ 아무리 좋은 것도 급하면 체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계약을
성사 시켜드리기 위한 조건이었는데. “
“ 이제 와서 서운하다니 내가 할
말인 걸. 그리 걱정되었다면 게으른
게일공을 내게 보내려 애쓰지 말고
네가 와서 날 설득이라도 했다면
좋았지 않아? 그럼 내가 좀 더
인내심을 내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
신부 뒤에 완벽하게 숨은 게 얄밉다는
걸 이젠 대놓고 으르렁 대는 칼.
하지만 그렇게 풀려 버린 칼의 경계로
난 좋은 걸 보았다.
“ 제가 수장님께 서운할 일이
무엇이라고 음흉한 귀족들에게
수장님이 당하시기라도 하면 어찌
하나 걱정 되어 솔직히 반응하는
헥터가가 좀 더 안전할 것 같아
그리한 것임을요. 특히나 이번처럼
특별한 다이아스포어인 경우는
더더욱. “
“ 하긴 보석에 관심을 많이 두지 못해
처음 채굴 되어 들어 온 다이아스포가
여간 실망스럽지 않았어. 투명한
크리스탈과 별반 차이도 없는 데다
당장 시장에 내놓지도 못한다니. “
“ 헥터가의 보석 감정사를 부르지
그러셨습니까. ”
“ 굳이 그럴 필요 없었어. 이미
보석 감정하는 이들 사이에서 유명
하였으니까 그들이 말한 대로 보석을
빛에 두고 여러 각도로 살피니 하나도
아니고 몇 가지 색으로 바뀌는 것에
왜 그리 목을 매는지 알겠더군. “
‘ 그래서 진짜는 등록을 안 한 거고? ’
이미 다른 나라 상인들보다도 먼저
발 빠르게 움직여 아슬란 현지
광산에서 채굴한 것들을 선별까지
마친 상태.
“ 채굴 간섭권이 얼마나 좋은 지
이제 아시겠지요? ”
“ 그 덕에 좋은 걸 건지긴 했지. ”
“ 오~ 특별한 걸 찾으신 듯한 데 이번
경매에 그것도 올리실 예정입니까? ”
“ 글쎄, 그건 왜? ”
“ 진상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물건을
그리 내놓는다면 귀족들 간에 갈등만
조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일이
커지기라도 하면 황실에서 간섭이 들어
올 텐데. 차라리 조심히 헥터가를 통해
움직이시는 것이 어떨지요? “
“ 부르는 게 값이 될 텐데 헥터가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
“ 헥터가는 불가능하지만 헥터가라는
통로를 통과하는 이라면 가능하겠지요. “
쌓아 놓은 재력이 귀족가를 위협할
정도라 해도 한계는 드러난다.
신부님 아니 이젠 나의 아버지가 되신
모엘경이 나를 위해 고개를 숙인
이유이기도 하고.
“ 뭐 귀족들 간의 갈등이라면 보는
재미가 나쁘진 않겠지만 그게 내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고려해
봐야겠지. “
귀족들의 보이지 않은 경쟁으로 득을
얻을 수 있단 걸 바로 알아채는 칼.
대 놓고 자신이 꼬리를 흔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 같은 작위를 가졌어도 조금 더
위인 것을 강조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요. 헥터가와 광산 계약을
공유한다면 사교계에선 헥터가를
무시할 순 없을 것입니다. “
“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될까. ”
알면서도 굳이 내 입으로 듣길 바란다니
언제고 리비에르에서 소식을 받으면
그 입부터 공손하게 만들고 말테다.
열 받지만 지금은 때가 아님에
“ 수익을 두고 고민하신다면 염려
놓으십시오. 핏셔가에 계약서를
공유하였다는 정보만 무심히 흘려
주시면 됩니다. “
“ 그런 거야 어렵지 않지. ”
“ 던컨은 헥터가의 재력 배경이
될 것이고 헥터가는 던컨이 귀족들과
나아가 황실과의 거래를 열 시 통로의
역할로 서로에게 득이 되면 모를까
실은 없을 것입니다. “
“ 좋아. 내 품위에도 손상이 없다니. ”
“ 좋습니다. 그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게일공과 계약 공유에 관련한 협업서를
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
그렇게 칼을 구슬려 게일공과
다이아스포어 광산계약을 공유하도록
다짐을 받은 난 곧장 그 길로 헥터가에
들어갔다. 마침 가족이 다 모였다고
하니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루이에게 먼저 소식을 알린 후
자연스럽게 전달하도록 시켰다.
“ 모처럼 한 가족이 다 모였구나. ”
“ 위치에 정신이 팔려 정작 제일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나 봅니다. ”
여전히 입만 살은 루소경.
“ 그래서 할아버님께 좋은 소식을
드리려고 합니다. ”
백작과 루소경 사이를 교묘히 파고드는
루이.
“ 아카데미에서 재 입학을 허락
받기라도 한 것이냐? ”
“ 그건 아니지만 어쩜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아닐까 합니다. ”
“ 학업은 제 아무리 노력해도 끌어주는
스승이 없으면 나아가지 못하는 법인데. ”
“ 다이아스포어에 대한 일입니다. ”
“ 공부만 하던 네가 그걸 어찌 알고? ”
“ 가문의 배경은 가문의 역사이며 제
뿌리인 것을 가장 기본을 먼저
익히는 것이 순서라 관련된 것들을
공부하다 알게 되었는데. “
그러면서 넌지시 게일공을 향하였다
이내 눈을 돌려 헥터백작을 향한 뒤
“ 던컨에서 아버지께 광산계약을 공유
하고자 하는 서신을 보냈습니다. ”
“ 던컨의 수장이? ”
한동안 잘 지낸다 싶더니 또 술독에
빠진 것에 못마땅해지던 찰나라
못 미더운 물음에 루이는 달뜬 표정을
유지하며
“ 아버님~ ”
“ 그...그게 협업이 이루어지는 대로
말씀 드릴 예정이었습니다. ”
“ 그래도 먼저 연락을 취해 여러 번
서신을 보낸 것만 보아도 이는
분명 진행 될 일입니다. “
“ 비네가 많이 들떴구나. ”
차를 한입 올리며 쓴 웃음을 날리는
루소.
“ 이는 결코 단순히 재력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명망 있는
가문들과 거래를 트던 던컨이 다른
가문도 아닌 우리 가문에 고개를
숙인 것만 보아도 큰 수확일 것입니다.
앞에서 조아리고 뒤로는 수군대던
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쳐 줄 기회를
얻은 것이니까요. “
두 손을 불끈 쥐며 마치 자기 일인냥
점점 늘어가는 루이의 연기에 진심
감동이라도 받으셨는지 헛기침에
차를 드는 백작의 주름이 한껏
솟아 올랐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여태 받은 설움을 돌려 줄 수 있다
생각을 한 것인지.
‘ 이젠 경계를 해야 하겠지? ’
달라지는 백작의 표정에 루이를
어린애마냥 비웃던 루소의 얼굴이
살짝 이그러지다 이내 풀리며
게일공을 향해 활짝 웃는데
머릿속은 다양한 생각들로
가득 차는 것에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작가의말
오늘도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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