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배신
“ 누...누구냐~!! ”
호의적이지 않은 표정에서 바니아스
대장군이 보낸 자들이 아님을 직감한
아아는 본능적으로 샤말을 보호했다.
“ 굳이 입 아프게 물어 어디에 쓰려고? ”
빙글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에 빈정
거리는 말투는 가볍다. 그러나 문 밖에
정적은 너무나도 무거움에 목청을
최대한 가다듬고
“ 그대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제국의 존망이 결정될 수 있음을 인지
하도록 하게. “
“ 멍청한 주인에 그 하인 놈이라 제국을
진정 아끼는 자에게나 쓸 법한 말을
제국어를 겨우 깨친 놈들에게 쓰고
있으니 쯧쯧~ “
“ 굳이 황성을 두고 이런 누추한 곳에서
낭만이나 찾겠다는 순진한 왕자님의
수하가 우릴 너무 순수하게 바라본
탓이겠지 큭큭~ “
어린아이에게나 먹힐 만한 이야기를
다 큰 어른에게 하는 아아의 행동이
우습다는 듯 자기들끼리 잠시 킬킬
대더니 이내 무리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칼을 들어 위협하며
말했다.
“ 자~ 이제 충분히 상대해드렸으니
목숨이 아깝거든 걸친 것과 가진
것들을 좀 베풀어 보시지요
왕자 전하. “
“ 도대체 대장군은 어디에
있는 것이야. ”
이제껏 곁을 지키던 바니아스가 돌연
중요한 지금 갑자기 자리를 뜨는
바람에 불상사가 난 것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은 아아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자들이라 해도
제국의 치안을 무시하면 곤란하지.
도적놀이 하려다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마지막으로 경고할 때 조용히
물러나도록 해. “
“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뭐 굳이 명을 재촉하겠다는 걸
말릴 생각은 없어.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니 우리로서 나쁠 것도
없고. “
상대는 그렇게 말을 받아치며 점점
거리를 좁혔다.
“ 잘하면 살아남을 수도 있겠다. ”
샤말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
아아를 끌어다가 창문 쪽으로
뒷걸음쳤다.
“ 창밖으로 뛰어. ”
“ 네? ”
“ 못 들었느냐? 지금 밖에 기회가
없으니 얼른 창밖으로 뛰어내리란
말이다. ”
“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 내가 무사 하려면 아래에 무언가가
있어야지. ”
주인의 목숨이 먼저다, 그들이 있어야
자신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그 누구보다
아는 아아. 허나 죽음 앞에선 한낱
본능에 가까운 동물이라 망설이고 또
망설임에 샤말은 잠시 찌풀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홰액
“ 으~~~으아~~악~~!! ”
아래를 내려다보며 머뭇거리는 아아를
답답하다는 듯 냅다 밀어버리는 샤말.
전혀 예상 못한 그의 행동에 복면인들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 누가 감히 일국의 왕자 처소를 함부로
범하는 것이냐~!! ”
볼일을 마친 바니아스가 열려져 있는
방문을 보고 부리나케 올라와
복면인들과 대치했다.
“ 이제야 오셨군요. ”
“ 송구합니다. 생각지 못한 일정에 발이
묶이는 바람에. ”
“ 변명은 나중에 듣기로 피곤하니 얼른
치우도록 하세요. "
여태 시간을 끈 것에 지친 왕자는
귀찮다는 듯 바니아스에게 명령한 뒤
침대로 향했다.
“ 지금이다~ 덤벼~!! ”
우두머리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바니아스와 왕자를 향해
나서는 복면인들 그리고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병사들이 나서 좁은
방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려 던 그때
“ 대장군~!! ”
때 맞춰 뒤를 이어 들어오는 또 다른
일행. 베이대장과 그의 수하들이었다.
“ 아니~ 베이대장이 어쩐 일로? ”
“ 시찰단이 황성이 아닌 이 곳에
머무른다는 소식을 들어서 급히
찾았지요. ”
“ 그저 소란이나 일으키러 온 자들을
상대로 굳이 나설 필요는 없는데. ”
“ 잊으셨습니까? 여러 전투에서도
그렇고 특히나 붉은 사막 전투에서
저의 지략을 빌려드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리가 있을 수 없단 것을
말입니다. “
“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제 아무리 좋은 묘책도. ”
복면인들이 바니아스의 말을 기다려
주는 듯 묘한 자세를 취하더니 이내
칼날을 일제히 베이대장과 그의
수하들 쪽으로 돌렸다.
“ 거둘 수 있는 수완이 없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어 지금처럼. ”
“ 아...아니... ”
던컨수장이 약속을 어길 거란 예상을
하지 못하다니 분함을 감추지 못하는
베이에게
“ 제국에 세금도 내지 않는 이들이야.
그런 그들이 무얼 보고 움직일 것 같나?
맞아. 돈이지 그들을 움직이려 했다면
눈에 보이는 걸 들이밀었어야지 그깟
종이로 매수하려 했다니 어리석긴. “
“ 너무 순진했어. ”
어린아이의 말이라 너무 쉽게 믿어버린
탓에 어리석은 실수를 한 베이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 제대로 흔들어 놨어. 다들 아이
하나에 정신을 못 차리다니 기가
막힌 걸? 바니아스대장군 이참에
본국으로 돌아갈 때 하임성당의
그도 같이 들어가는 걸로 하지. “
“ 왕태자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면. ”
아아의 배신과 2왕자를 물밑에서
끌어낸 것이 모두 3왕자의 계획이었
다니 다시 한 번 더 끓어오르는 분노에
칼을 든 손에 힘을 주니
“ 나가셔야 합니다. ”
부대장이 베이를 말렸고 남은 부관이
앞을 막아 섰다.
“ 너희들을 두고 나 혼자 도망치라니
안 될 말이야. ”
“ 던컨이 3왕자와 손을 잡았다면
저희가 싸움을 벌였을 시 그것을
신호로 알고 올라 올 2왕자님이
위험합니다. “
서서히 열린 문으로 쓰러져 있던
병사들까지 합세한 것에 수적으로
불리한 그들이다. 허나 전사들을
방패 삼아야 한다는 마음에 망설이니
“ 시간을 지체하여 2왕자님께서
합세라도 한다면 꼼짝 없이
왕태자전하의 음독과 3왕자까지
죽이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참수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 허망한 결과를
얻자고 여태 제국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
“ 저희들의 죽음을 허무하게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
부관들까지 졸라 대며 베이를 재촉하는
것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앞세운 채
뒤로 조금씩 조금씩 물러서 열린 문을
향하는데 밑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 황급히 문을 닫고
“ 함정입니다~!!!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
필사적으로 막았다. 허나 베이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문을 연신 두들기며
흔들어 대더니 이내 베이를 비롯한
이들을 밀어내며 누군가 들이닥쳤다.
“ 왕자님 함정입니다. 저들이 돌아서...
어? ”
2왕자가 왔단 생각에 어떻게든 밀어
내려 말을 하려는 데 베이가 마주한
이들은
“ 왕위 찬탈을 위해 제국을 이용한 것도
모자라 제국민으로 하여금 타국의
왕자를 납치 및 감금하도록 사주하여
국가 간 분쟁을 유도한 죄를 물어
중앙으로 압송 하란 명령이다~
모두 포박해~!! “
제국의 중앙 친위대 소속 병사들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들의 등장도 잠시
“ 자..잠깐 납치, 감금이라니 설마~?! ”
근처에 대기하고 있을 2왕자가 지금의
소란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에
불안해진 베이와 부하들은 곧장 그들을
따라 나서려는 데
“ 2왕자와 남은 일행들은 무사해. ”
자신을 붙잡는 이를 보니 무례한 칼을
보호하던 피카스였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
“ 설명은 나중에 듣도록 하고 우선
이들과 함께 중앙으로 가 3왕자와
그 일행들이 자네들의 주인인
2왕자를 위협했다고 말해. 그 외는
일체 말하지 말고. “
“ 2왕자님은 왕자님은 괜찮은 건가? ”
“ 그래. 무사하시니 걱정 말고. ”
그렇게 짧게 말을 끝낸 후 샤말 곁에서
억울한 표정을 짓던 부하들에게
눈짓 하니 일제히 입을 모아
“ 자신을 누군가 해치려 하니 보호해
달라 하여 고용된 것 뿐입니다.
납치라니요~~우린 억울하다구요~! “
“ 이...이놈들~!! 감히 어디서
거짓이냐~!! 3왕자를 급습할 거란
소식을 전한 것이 네놈들이거늘~!! “
불리해진 복면인들이 곧바로 돌아서니
이에 분노한 바니아스는 고래고래 소리
질러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 듯 친위대 1소속 대장은
곧장 부하들을 시켜 모두를 죄수 마차에
태워 중앙으로 이송했다.
“ 어떻게 된 것인가? ”
베이경은 지금의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피카스에게 되물었다.
“ 그들도 똑같이 우리를 찾았어. ”
“ 아이와 만난 것을 안 것이군. ”
“ 특별한 아이는 아무래도 눈에 띄기
마련이니까. ”
“ 고민을 했을 텐데. ”
“ 돈이 되는 것에 걸었을 뿐이야.
수장님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으시니까. “
“ 우리가 운이 좋았단 말이군. ”
“ 평소라면 달랐겠지만 3왕자 못지않게
모두가 아이에게 매달리는 것 같단
말이지. 솔직히 조마조마했지만 뭐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으니 그걸로
된 거야. “
“ 3왕자의 방에 들이닥친 이들에
대해선 내가 따로... ”
“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어차피 그들이
선택한 거니까. ”
아무리 그래도 일국의 재상도 아닌
왕자를 상대로 벌인 일에 휘말렸는데
걱정하기는커녕 필요 없다는 듯 하는
태도가 거슬렸지만 어쨌든 일이 잘
된 것 같아 베이경은 더 이상
피카스에게 묻지 않고 돌아섰다.
“ 우리는 엄연히 제국 황제의 허락 하에
합법적으로 시찰을 온 시찰단이다.
아슬란의 파디샤를 대신하여 온
우리에게 납치라니 감금이라니~
당치도 않는 소리~!
만약 우리를 이대로 구금 한다면
아슬란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야~! “
그렇게 길길이 날뛰며 억울함을 호소
하는 바니아스에게 취조 담당자는
누군가를 불러오도록 하는데
“ 네...네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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