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반갑습니다.

오로라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11,066
추천수 :
141
글자수 :
323,477

작성
20.06.16 09:00
조회
139
추천
2
글자
12쪽

실전감각의 키워라 (7)

DUMMY

“······.”

“······.”

뜨거운 열기, 장내가 떠나갈 것 같은 함성과 목이 터져라 자신이 돈을 건 선수의 이름을 외쳐대는 소리로 가득했던 장내가 처음으로 침묵에 휩싸였다.

모두가 충격에 빠져버린 탓이었다.

그만큼 방금 보여준 자이언트 강의 행동은 잔인했다. 그는 패배를 선언한 선수의 팔을 무자비하게 부러뜨렸다. 그런데 그저 부러뜨린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절대 팔꿈치가 뒤로는 굽혀지지 않는다. 그런 팔꿈치를 완전히 뒤로 꺾어버렸던 것.

게다가 폭주기관차의 한쪽 팔을 불구로 만들어버린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한쪽만 이러면 균형이 안 맞잖아? 그치?”

그리고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멀쩡한 다른 팔을 잡아 또다시 꺾어질 수 없는 반대쪽으로 꺾어버렸다.

불행 중 다행은 폭주기관차가 이미 기절해 버린 까닭에 또다시 그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는 정도.

사실, 이런 시합에서 선수들이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더러는 불구가 될 정도로 크게 다치기도 했다.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방금 자이언트 강의 행동에 관중들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그 상대가 다름 아닌 폭주기관차였기 때문이다.

“마, 말도 안 돼······.”

“내, 내 돈! 이번에는 폭주기관차에게 몽땅 걸었는데!”

“자이언트 강이 저렇게 강했었나?”

“미친! 이러면 저 놈이 우승 후보잖아!”

침묵이 깨어지고 곧 이런 관중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소란은 자이언트 강이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링 위에 올라서서 두 팔을 번쩍 치켜드는 세레머니를 펼치자, 터져 나온 뜨거운 환호에 묻혀버렸다.

“우와아아아!”

반전의 충격은 잠깐이었을 뿐, 결국 이곳의 관중들 대부분은 그저 잔인한 격투를 관전하며 아드레날린의 분출을 즐기려는 것뿐이었다.

자이언트 강은 오직 자신을 향한 환호소리를 들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이거야!’

지금까지의 승리로 돈은 벌만큼 충분히 벌었다. 그럼에도 아직 투기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느낌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본래의 실력이었다면 언감생심 꿈꿔 보지도 못했을 강자를 꺾고 듣는 환호였다.

이 모든 것이 오늘 만난 오한수라는 사람 덕분이었다. 물론 아무 대가 없이 그런 능력을 자신에게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한수가 원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바이기도 했다. 그로서는 손해 볼 것이 전혀 없었다.

흥분한 자이언트 강의 시선이 선수들의 대기석 쪽으로 향했다. 곧 그의 시야에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박태수가 잡혔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피식 웃은 자이언트 강이 검지를 뻗어 박태수를 가리켰다. 관중들의 고개가 대번에 박태수를 향했다. 모두가 그와 자신을 주목하자, 자이언트 강은 뻗고 있던 검지 대신에 이번에는 엄지를 들어 올렸다가 서서히 아래로 떨궜다.

‘다음엔 네 차례야 새끼야!’


박태수는 어이가 없었다.

자이언트 강이 대놓고 자신을 도발했기 때문이다. 방금 그의 싸움은 인상 깊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차장에서는 본 실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던 모양이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폭주기관차의 실력이 더 뛰어났다. 박태수가 봤을 때, 폭주기관차는 힘과 체력, 반응 속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런데도 결국 승자는 자이언트 강이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마지막 공격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어!’

박태수는 둘의 승부가 결정 지어졌던 그 순간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먼저 자이언트 강의 도발이 있었다. 그 도발은 의도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먼저 공격해오길 기다렸다는 건데······.’

그렇다면 자이언트 강은 애초에 폭주기관차의 공격을 완벽히 막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자신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확신했을 것이다.

그럼 그 확신의 근거는?

‘······.’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자이언트 강은 분명 폭주기관차의 주먹에 얼굴을 정통으로 강타 당했다. 스쳐 지나가거나 빗맞은 것이 아니다. 폭주기관차의 주먹에 힘이 덜 실린 것도 아니었다. 분명 제대로 힘을 쓰는 자세였고, 당시 박태수는 어렴풋이나마 그 주먹에 실린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얻어맞은 얼굴은 멀쩡했고, 오히려 때린 주먹이 부러졌다. 일반인들 간의 싸움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뭐 타고난 골격이 튼튼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 하지만 이런 싸움꾼들 사이에서도 그게 가능할까?

아니다.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

그것도 본래 자이언트 강은 저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직접 상대했을 때도, 그의 목을 조르며 기절 직전까지 갔을 때도 그런 느낌은 없었다. 마치 갑자기 없던 능력이 생긴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박태수는 자신도 모르게 등허리가 서늘해짐을 느꼈다. 불현 듯 떠오른 무언가 때문이다.

‘초능력···?’

만약 자이언트 강 또한 능력자라면?

그가 지금까지 특별한, 예를 들자면 상대의 주먹에 정통으로 가격당하고도 멀쩡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지녔으면서도 숨겨왔던 거라면?

그러면 가능하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능력이 오늘 생겼을 수도 있다. 사실 자이언트 강에게 능력이 있었다고 가정해도, 지금까지 잘 숨겨오던 것을 하필 지금 드러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가능할까?

박태수는 고개를 흔들려다가 멈칫했다.

‘왜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지?’

지금까지 없던 능력을 하루아침에 갖게 된 사람은 자이언트 강 만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이 그렇지 않은가.

그런 일이 자신에게만 일어나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만약 정말로 자이언트 강에게도 능력이 생긴 거라면··· 지금부터는 경계할 대상을 바꿔야 했다. 손 여사가 알려준 다섯 중 아직 넷이 남았지만, 그래도 가장 조심해야 할 선수는 지금부터 자이언트 강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방금의 도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박태수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던가.

‘일단은 지켜보자.’

아직 그의 시합도 몇 번 더 남았을 것이다.

그때도 능력을 사용한다면 분명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박태수가 그런 생각에 빠진 사이, 어느새 세 번째 시합이 속전속결로 끝나버렸다. 처음 두 번의 시합에 비해 평범했던 이들끼리의 대결이어서 그랬는지, 별로 볼 것도 없었다. 승자는 춘천에서 내려온 삼십대 남자였는데 덥수룩하게 기른 턱수염 때문인지 털보라는 닉네임을 가진 자였다.


그 뒤로도 시합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오후 다섯 시까지 모든 예선과 8강전을 끝내고 세 시간의 휴식을 취한 다음, 여덟시부터 곧바로 4강과 결승전을 연달아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승자는 돌하르방, 자이언트 강, 털보, 난폭 원숭이, 신의 한숨, 마도로스까지 총 여섯 명으로 늘어 있었다.

이 여섯 명 중에는 탑 파이브에 드는 난폭 원숭이와 신의 한숨이 포함되었다. 박태수는 그들의 시합을 보며 다시 한 번 감탄했었다. 그 둘은 왜 사람들이 그들을 상위 다섯에 포함시키는지 이해할 수밖에 없도록 놀라운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그들과 맞붙은 상대가 불쌍해질 정도로.

아무튼, 이제는 박태수도 무대에 올라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은 선수는 총 넷.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남은 넷 중에 무려 탑 파이브에 드는 선수가 두 명이나 된다는 것. 그 둘은 바로 커플파괴자와 지옥의 파수견이었다.

박태수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저 둘은 피하게 해주세요!’

시합의 대전은 사회자가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쪽지가 담긴 공을, 그때그때 무작위로 통에서 뽑아 발표하는 식이었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제 8강전 까지 딱 두 번의 시합이 남았습니다. 아시다시피 8강부터는 무기의 사용도 허용이 됩니다. 무지무지 기대되시죠? 그러니까 바로 가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선수는··· 와우! 여러분, 그 무시무시한 커플파괴자입니다!”

컨테이너가 들썩일 정도로 관중석에서 난리가 났다.

커플파괴자의 인기가 좋은 모양이었다. 선수 대기석에서 조명을 반사시키는, 번쩍이는 대머리를 한 남자가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무대로 올라갔다.

사회자는 잠시 커플파괴자와 악수를 나눈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상대 선수를 호명하겠습니다. 커플파괴자와 맞붙을 선수는······.”

그렇게 말을 흐리며 통속에서 빨간 공을 집어든 사회자가 그 속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는 선수 대기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박태수는 움찔 놀랐다.

‘서, 설마! 아, 아니겠지? 우연이겠지?’

방금 사회자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건 우연이 아니었다.

“커플파괴자와 맞붙을 선수는··· 바로 붉은 까마귀입니다! 여러분! 정말 기대되는 매치가 이뤄졌습니다. 마음껏 즐기십시오!”

결국, 사회자가 그렇게 발표했던 것이다.

‘아, 젠장!’

박태수는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러다 애써 마음을 다잡고 무대를 향해 걸어가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 때문이었다.

물론, 이 환호는 박태수를 향한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강민호를 향한 것이었다. 지금껏 그가 수많은 시합을 통해 쌓아올린 명성 때문일 테니까.

박태수는 그걸 아는 데도 심장이 쿵쿵 뛰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비로소 무대 위로 올라섰을 때는 그 감정이 극에 달했다.

‘와! 이 느낌은 뭐지? 강민호 관장도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했던 걸까?’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숨이 가빠올 지경이었다.

그때, 그런 박태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커플파괴자가 입을 열었다.

“소문 들었다. 너 손 여사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어엉?”

“아닌 척 해도 소용없다. 이미 소문이 파다하니까.”

커플파괴자가 그렇게 말하며 슬쩍 자이언트 강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

박태수가 이 미친 새끼는 또 뭔가 하고 있던 차에, 놈이 말을 이었다.

“특별히 조언 하나 하지.”

“?”

“헤어져라. 그러면 이 시합에서 네놈이 느낄 고통을 줄여주겠다.”

“······.”

괜히 커플파괴자라는 닉네임을 쓰는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덕분에 박태수는 관중들의 환호에 잠깐 들떴던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도발을 하시겠다?’

이제부터 벌어질 놈과의 시합은 물론이거니와 이런 말싸움에서도 뒤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박태수가 일부러 한쪽 입 꼬리만 말아 올리며 말했다.

“어이, 대머리.”

“!”

“부러우면 그냥 부럽다고 해라. 하긴 그런 머리로는 평생 솔로일 수밖에 없었겠지. 눈이 부셔서 어디 같이 데이트라도 하겠어?”

너무 직설적이었나?

별로 강하게 도발한 건 아닌 것 같았는데, 예상 외로 커플파괴자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박태수의 말을 듣고는 턱을 떨어뜨린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이럴 때는?

더욱 몰아쳐서 혼을 쏙 빼놓아야 한다.

박태수가 쐐기를 박았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대머리가 정력이 쌔다며? 그거 사실이야? 어··· 아, 미안. 생각해보니 쓸 일이 없었을 테니까 확인을 못해봤겠네. 와, 진짜 미안!”

“···너··· 너, 너 이 새끼!”

커플파괴자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놈은 지금 분노로 인해 이성을 잃기 직전일 것이다. 솔직히 박태수는 방금 그 말이 끝나자마자 놈이 무턱대고 달려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심 준비하고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참을성이 강한 놈이었다.

이건 나쁜 징조였다.

그런데 잠깐 그러고 있자니, 어느새 놈의 몸에서 떨림이 멈췄다.

커플파괴자가 어느덧 안정을 되찾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단했다. 하마터면 도발에 넘어갈 뻔했어. 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지? 나도 꽤 연습했는데 허무하게 밀리고 말았네. 그래도 꽤 흥미로웠어. 아, 네가 솔로였다면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

놈은 제대로 미친놈이 틀림없었다.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로라 프로젝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첫 번째 승리, 상처뿐인 영광 20.06.18 129 2 12쪽
28 Dirty Fight 20.06.18 136 2 13쪽
» 실전감각의 키워라 (7) 20.06.16 140 2 12쪽
26 실전감각을 키워라 (6) 20.06.15 137 2 12쪽
25 실전감각을 키워라 (5) 20.06.12 148 2 12쪽
24 실전감각을 키워라 (4) 20.06.11 145 4 12쪽
23 실전감각을 키워라 (3) 20.06.10 154 3 13쪽
22 실전감각을 키워라 (2) 20.06.09 165 3 12쪽
21 실전 감각을 키워라 (1) 20.06.08 186 3 12쪽
20 그날의 기억 (4) 20.06.05 187 4 12쪽
19 그날의 기억 (3) 20.06.04 188 3 12쪽
18 그날의 기억 (2) 20.06.03 195 3 12쪽
17 그날의 기억 (1) 20.06.02 210 2 12쪽
16 털어놓다 +1 20.06.01 220 4 12쪽
15 포장마차 혈전 (2) 20.05.29 217 2 12쪽
14 포장마차 혈전 (1) 20.05.28 236 3 12쪽
13 신은 공평하다 20.05.27 267 4 12쪽
12 힘을 흡수하다 +2 20.05.26 292 4 12쪽
11 진술 20.05.25 280 4 12쪽
10 강민호의 능력 20.05.22 319 4 12쪽
9 미션을 받다 20.05.21 385 4 12쪽
8 오래된 영상 20.05.20 391 5 12쪽
7 메모리칩을 찾아서 (3) 20.05.19 395 5 13쪽
6 메모리칩을 찾아서 (2) 20.05.18 428 4 13쪽
5 메모리칩을 찾아서 (1) +2 20.05.15 467 7 12쪽
4 경찰 심문 20.05.14 480 6 12쪽
3 만나긴 했는데 20.05.13 524 7 12쪽
2 넌 누구니? 20.05.12 616 5 13쪽
1 유혹 +2 20.05.11 938 15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