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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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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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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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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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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실전감각을 키워라 (2)

DUMMY

윤형철은 황급히 의자를 끌어당기며 모니터 앞에 앉았다.

“저, 저··· 남자는?”

잠시 화면을 정지시킨 그가 플레이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화면은 김진수가 골목에서 허탕을 치고 그곳을 떠난 뒤로 한 참이 흐른 뒤였다. 지금까지 이 CCTV 화면을 확인했던 경찰들은 딱 그 부분까지만 돌려봤다. 그 이상은 확인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윤형철은 CCTV 영상을 보다가 다른 생각에 잠겼었고, 갑작스런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그 동안 화면을 정지시켜 두지 않았다. 덕분에 그 비어 있던 막다른 골목에서 뒤늦게 누군가 조심스럽게 빠져나가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윤형철이 화면을 확대시켰다. 그러자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

예상대로 놈은 오한수였다.

“으음··· 대체 어디에 숨어있었던 거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놈이 숨어 있던 그 골목을 김진수가 확인했고, 뒤이어 도착한 다른 경찰들도 샅샅이 살펴봤다. 그런데 그 누구도 오한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투명인간이 된 것도 아닐 테고······.”

궁금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건 놈을 잡은 뒤에 확인해도 되는 일이었다. 그보다도 지금은 오한수가 골목을 빠져나간 다음 어디로 움직였는지 살펴보는 게 더 급했다. 운이 좋으면 놈의 목적지까지 계속해서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요즘 세상에는 CCTV가 없는 곳이 없으니까.

그렇게 윤형철은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CCTV의 영상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다른 경찰들이 하나, 둘 출근할 무렵에야 그는 어지럽혀진 책상을 정리한 뒤 조용히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


“네? 투, 투기장이라니요?”

박태수가 기겁하며 물었다.

강민호는 일부러 마치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평온하게 대답했다.

“그냥 이종격투기 시합을 한다고 생각하게. 현재 자네의 신체능력이라면 시합을 치르는 데에는 문제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하, 하지만······.”

박태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자신의 신체능력이 월등히 좋아졌다는 사실은 실감하는 중이었다. 아니, 좋아진 정도가 아니다. 당장 누구와 맞붙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느낌이 그렇다는 것일 뿐.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시합을 치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힘이 세다고 해서 다 잘 싸우는 건 아니니까. 그는 격투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심지어 학창시절에도 친구들과 싸움박질 한 번 해본 적이 없었다. 뭐, 일진에게 찍혀 신나게 두들겨 맞아 본 적은 더러 있었지만.

그런데 내일 당장 그 험악한 싸움꾼들과 격투 시합을 치르라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저, 절대 못합니다. 저는 겁이 많아서 그런 거 못해요.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습니까?”

강민호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문제일세.”

“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제가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지요.”

“음··· 자네 돈 많나?”

“아, 아니요. 근데 그건 왜요?”

“내일 잡힌 시합은 보통의 시합보다 더 중요한 경기네. 아마도 전국의 큰손들이 이미 어마어마한 금액을 걸었을 것이네. 그 중에서는 나에게 건 사람도 있을 테지. 아니, 아마 꽤 많을 걸세.”

“그, 그런데요?”

“만약 내일 자네가 거기 나가지 않으면 그 돈을 다 배상해줘야 하네. 그 뿐이면 그나마 괜찮은 편일 텐데··· 아마도······.”

“아, 아마도 뭐요?”

“그 큰손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놈들은 그렇게 도박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거든. 자신들의 유희를 자네가 망쳐버렸으니 어떻게든 보복을 하려 들 걸세.”

“에이, 설마요. 고작 그런 일에 보복이라니요.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박태수의 말에 강민호가 빙긋 웃었다.

“그래, 자네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이지. 하지만 말일세. 정말로 돈이 많은 자들은 그런 게 무엇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네. 생각해보게. 모든 걸 다 얻었어. 돈이 많으니 아무런 걱정거리도 없지. 그런데 그런 삶은 때로 무료한 법이거든. 그래서 그들은 자꾸만 자극적인 것을 찾아 헤매지. 그런 그들에게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는 것은 자네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별 일 아닌 것이 아니야.”

“······.”

박태수는 그런 사람들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의 말대로 이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그, 그럼 어떡하라고요. 정말 저보고 투기시합에 나가라는 겁니까?”

“왜 겁나나?”

“당연하죠!”

“왜?”

아니 왜 라니!

“그야··· 죽을 수도 있잖아요. 죽지 않더라도 크게 다칠 수도 있고, 또 맞으면 아플 거 아닙니까.”

박태수가 그렇게 항변했다.

하지만 듣고 있던 강민호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자네, 그 왼팔에 감고 있는 붕대는 뭔가?”

“아, 이거요? 이건······.”

박태수가 포장마차에서 조폭과 싸웠던 이야기를 간단히 말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왼팔에 자상을 입었고, 응급실에 들러 간단한 처치를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그러자, 강민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얼추 베인지 세 시간은 지났겠네?”

“그렇죠.”

“붕대를 한 번 풀어보게.”

“네? 부, 붕대는 왜요?”

“일단 풀어보면 알게 될 걸세.”

박태수는 미심쩍은 눈으로 강민호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응급처치 받은 붕대를 왜 풀어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일단은 그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

붕대를 풀자 맨살이 드러났다.

그런데.

“헉!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칼에 베인 상처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새살이 돋아난 부분이 본래의 피부색보다 조금 옅다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로 다 나아버린 것이다.

박태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강민호는 그걸 보고도 태연자약했다. 마치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얼굴이다.

박태수가 호들갑을 떨었다.

“혹시 회복 능력도 가지고 있었던 겁니까? 다른 사람을 치료해주는 것도 될까요?”

“회복 능력이라······.”

그렇게 중얼거리던 강민호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내게만 주어진 특별한 능력은 아닐세. 그저 우리 능력자들의 신체적 특성이라고 하면 될 테지. 보다시피 웬만한 상처는 금방 아물어 버린다네.”

“와! 그럼 무서울 게 없겠는데요?”

“그렇다고 너무 맹신해선 안 되네. 그 회복력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능력자들이 가진 기운의 양에 따라 달라지지. 그걸 믿고 몸을 함부로 굴리다가는 비명횡사하기 딱 좋을 걸세.”

“그건 좀 아쉽네요.”

“아무튼, 중요한 건 이걸세. 적어도 능력자가 아닌, 일반인과 싸울 때는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네. 이래도 투기시합이 겁나나?”

“음······.”

박태수는 어쩌면 해볼 만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회복력이라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목숨을 잃지는 않을 테니까.

“좋아요. 일단 그 투기시합에 대해 설명부터 해주세요.”

강민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었다.


박태수는 퀭한 눈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차가 없었지만 강민호에게는 고급 외제차가 있었다. 어제 하루 동안 강민호는 박태수에게 기본적인 싸움 기술을 가르쳤다. 노쇠한 몸으로 직접 대련을 하거나 시범을 보일 수는 없었기에 대부분 격투기 영상을 보여주며 이론적인 설명을 곁들이는 식이었다.

덕분에 박태수는 밤을 꼬박 샜다. 그러고 아침이 되자, 강민호가 자동차 열쇠와 투기시합이 열리는 곳의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건넸던 것.

“승차감은 죽이네.”

차는 정말 부드럽게 잘 나갔다. 이른 아침이어서 도로도 뻥 뚫려 있었다. 그래도 마음먹은 것처럼 속도가 나진 않았다. 아무래도 운전을 한 지도 오래되었고, 그의 차가 아니어서 조심스러웠다.

박태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씁쓸히 웃었다.

“꼭 내 신세 같네.”

차가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그걸 몰고 있는 박태수가 운전에 서투른데다 차까지 낯설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마찬가지로 그의 신체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의 몸은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능력을 갖고 있어도 그걸 활용하는 것에는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은 힘을 내보자!”

박태수는 상념을 떨치고 그렇게 외쳤다. 사실 어제 밤새 격투기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는 동안에도 줄곧 고민했었다.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일까.

이러다 정말 큰 일 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다른 대책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일의 주도권이 박태수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내 이런 식으로 끌려 다니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흥! 내가 변수라면 변수에 걸맞게 행동해 줘야지.”

물론 지금은 힘들다. 아직은 적응하는 단계니까. 하지만 아주 조금씩이나마 감춰진 실체가 드러나는 중이다.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치게 되면?

놈들이 감추고 있던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선다면?

그때는 박태수도 참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차는 어느새 며칠 전 강민호가 다녀왔던 그 물류창고의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박태수는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운 뒤 시간을 확인했다.

정확히 오전 7시 30분.

시합은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니까 아직 3시간 반이나 남은 상황.

“가만 보자. 강민호 관장의 닉네임이 붉은 까마귀라고 했지? 그리고··· 아, 그래, 손 여사! 그 여자를 찾으라고 했었지.”

강민호는 손 여사라고 불리는 여자가 이 투기시합의 실질적인 관리자라고 했다. 그러니 그녀를 찾아가서 대진표를 확인하고, 오늘 맞붙을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으라고 했었다.

그렇게 박태수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며 차에서 내렸을 때였다.

뒤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게 누구신가? 요즘 잘 나가는 붉은 까마귀잖아!”

박태수는 뒤를 돌아봤다가 그렇게 말한 자의 몸집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미, 미친!’

키가 거의 2미터는 될 것 같았다. 게다가 민소매 셔츠의 드러난 부분이 죄다 문신으로 빼곡했다.

문신은 뱀, 용, 이구아나, 알 수 없는 기호 따위가 뒤섞여 있었다.

‘파충류 애호가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라? 혹시 날 기억 못하는 건가? 이야, 그럼 무지 섭섭해지는데?”

“······.”

“뭐야? 진짜 기억 못하는 거야?”

“누구시더라? 미안하지만 제가 기억력이 좀 안 좋아서······.”

“······.”

파충류 애호가의 눈동자가 정말로 뱀처럼 변했다. 딱 봐도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

문제는 그가 왜 이러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거였다.

‘빌어먹을 이런 놈에 대한 얘기는 없었잖아!’

놈이 썩은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하긴, 잘나가는 붉은 까마귀가 나 같은 놈까지 기억할 리가 없지. 그래도 시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남의 여자를 가로챘으면 미안해서라도 기억을 해야지!”

“!”

남의 여자를 빼앗았다고?

세상에!

강민호 관장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몹쓸 사람이었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박태수가 강민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 그 말은 저 파충류 애호가의 분노를 현재는 박태수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과도 같았다.

일단은 놈이 화를 누그러뜨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인정부터 하고 보자.

“아, 이제 기억나네요. 그때는 제가 철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어떻게··· 지금이라도 사과를 할까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파충류 애호가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너 이 새끼!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아, 아니······.”

박태수는 놀리는 거 절대 아니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파충류 애호가의 거대한 그림자가 그를 향해 덮쳐오고 있었다.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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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실전감각을 키워라 (5) 20.06.12 148 2 12쪽
24 실전감각을 키워라 (4) 20.06.11 145 4 12쪽
23 실전감각을 키워라 (3) 20.06.10 154 3 13쪽
» 실전감각을 키워라 (2) 20.06.09 164 3 12쪽
21 실전 감각을 키워라 (1) 20.06.08 186 3 12쪽
20 그날의 기억 (4) 20.06.05 187 4 12쪽
19 그날의 기억 (3) 20.06.04 188 3 12쪽
18 그날의 기억 (2) 20.06.03 195 3 12쪽
17 그날의 기억 (1) 20.06.02 2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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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힘을 흡수하다 +2 20.05.26 292 4 12쪽
11 진술 20.05.25 280 4 12쪽
10 강민호의 능력 20.05.22 319 4 12쪽
9 미션을 받다 20.05.21 385 4 12쪽
8 오래된 영상 20.05.20 391 5 12쪽
7 메모리칩을 찾아서 (3) 20.05.19 395 5 13쪽
6 메모리칩을 찾아서 (2) 20.05.18 428 4 13쪽
5 메모리칩을 찾아서 (1) +2 20.05.15 467 7 12쪽
4 경찰 심문 20.05.14 480 6 12쪽
3 만나긴 했는데 20.05.13 524 7 12쪽
2 넌 누구니? 20.05.12 616 5 13쪽
1 유혹 +2 20.05.11 938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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