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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오로라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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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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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날의 기억 (1)

DUMMY

박태수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궁금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런 궁금증을 풀어줄 누군가가 절실했는데, 드디어 그 대상을 만났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박태수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오로라 프로젝트라는 게 도대체 뭡니까?”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게 강민호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로라··· 프로젝트? 음··· 처음 듣는 말인데.”

“어··· 모른다고요? 아, 아니 이걸 보세요. 여기 이렇게 오로라 프로젝트라고 되어 있잖아요. 보이시죠?”

당황한 박태수가 그렇게 말하면서, 노트북 화면의 좌측 상단에 적혀 있는 프로그램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어주었다.

강민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적혀 있긴 하지만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르지. 정말 처음 듣는 말이니까.”

“······.”

“하지만 짐작 가는 바는 있지.”

“그게 뭔데요!”

“이야기 하자면 길어. 또 솔직히 이 이야기를 자네에게 해줘도 괜찮을지 아직 판단이 서지도 않고.”

박태수가 답답하다는 듯이 제 가슴을 두드렸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다고요. 보고도 모르시겠어요? 제 인생이 걸린 일이란 말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지극히 평범했던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괴물로 변해버렸어요. 직장에서도 잘렸고요. 어디 그 뿐인가요. 좋아하던 여자가 눈앞에서 칼에 찔려 죽었어요. 제가 그 범인으로 몰려서 경찰로부터 고초를 당하기도 했고요. 그런데요. 또 그 여자가 죽기 전에 마치 유언처럼 메모리칩을 찾으라고 해서 찾았더니, 이 빌어먹을 미션이라는 것이 떴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미션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보세요! 이 얼굴과 몸을 보고도 모르겠습니까? 하루아침에 제가 당신으로 변했잖아요! 그런데도 그런 말씀이 나오세요? 이래도 제가 그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습니까!”

말을 하다 보니 감정이 격해졌다.

그만큼 그동안 박태수가 겪은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강민호는 그런 박태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박태수의 항변을 들었고, 그렇게 흥분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도 아직 박태수에게 그 이야기를 해줘도 괜찮을지에 대한 판단은 서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때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

아마도 결코 이전의 평범했던 삶으로는 되돌아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확신이 필요했다. 아니, 적어도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 변화를 숙명처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했다.

강민호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박태수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는 그저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좋은 일도 있는 법이네. 자네에게 일어난 일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 아마도 최악이겠지. 그런데··· 어쩌면 지금의 자네는 그나마 나은 것일지도 몰라. 정말로 진실을 알게 되면 그걸 감당하기 힘들 테니까.”

“그럼 이대로 살아가라고요? 이 얼굴, 이 몸으로요?”

박태수가 어이없단 듯이 말했다.

강민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그 얼굴··· 어디 가서 못생겼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지금이 농담할 땝니까.”

그렇게 쏘아붙인 박태수가 한 마디 더 하려다가 그 대신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강민호라고 마음이 편할까. 그는 누구보다도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병약한 노인으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박태수는 그 뒤로도 몇 번인가 더 말을 하려다 머뭇거렸다. 생각이 복잡했던 까닭이다. 그러다 결국에는 이렇게 물었다.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만약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러니까 제가 그걸 듣고도 모든 걸 감당하게 된다면 나중에라도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될 가능성은 있는 겁니까? 아니면 영원히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겁니까.”

“만약 자네에게 일어난 일이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라면, 그리고 자네의 말대로 그 모든 일을 감당해 낸다면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될 걸세.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그렇다면 말씀해주세요.”

“정말 그걸 원하는가?”

“네. 더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남들의 눈에는 별 볼일 없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는 오리지널 박태수가 좋거든요.”

강민호가 마치 그 속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처럼 박태수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무언가를 결심했다는 것처럼 입매를 굳혔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알겠네. 뭐, 나도 이 상태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자네에게 희망을 걸어보는 편이 낫겠지. 정 그렇다면 일단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함께 머리를 맞대 보자고.”


그렇게 강민호가 과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고아였네. 열세 살 무렵, 내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지. 그 나이의 또래는 물론이고, 성인 남자들보다도 압도적으로 힘이 좋았거든. 별명도 헤라클레스였어. 언제나 힘자랑을 하고 다녔지. 고아였던 나에겐 내세울 것이 그것밖에 없었거든. 그런데 그게 좀 과했나봐. 어느 날, 검정색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고아원에 찾아왔어. 그리고 놈들이 날 어디론가 데려갔지. 오래된 병원 같은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강민호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일전에 박태수가 영상에서 보았던 그 갖가지 실험을 강제로 당했던 것.

강민호는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놈들의 실험으로부터 겨우 살아남았지. 나처럼 그곳에 강제로 끌려왔다가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능력자였어. 우리는 안도했지. 어쨌든 능력을 인정받고 살아남았으니까. 일부는 허황된 꿈을 꾸기도 했어. 놈들이 우리의 능력을 인정하고 이제부터는 극진한 대접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 끔찍한 실험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곧 깨닫고 말았어. 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우리 같은 극소수의 능력자가 아니었거든.”

“그, 그럼요?”

“아직도 놈들이 정확히 뭘 원했는지는 몰라. 다만 놈들이 우리에게 행한 실험의 내용으로 어렴풋이 그걸 짐작할 뿐이지. 그건 아마도 원하는 수만큼 능력자를 배양하는 기술이었을 거야.”

“!”

강민호는 그 어린 나이에 빈혈에 시달려야 할 정도로 피를 뽑혔다. 어느 날은 멀쩡히 자고 일어났는데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자는 동안 마취를 한 다음에 강제로 그의 몸을 해부했던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무슨 효과를 가진 약인지 알지도 못하는 주사를 수백 번도 더 맞아야 했다. 갑작스런 복통에 배를 움켜 쥔 채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적도 부지기수였다. 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에서 이가 맞부딪칠 정도로 오한이 일었던 적도 있었고, 밥을 먹다가 갑자기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 적도 많았다.

그렇게 잡혀온 그들은 실험체가 되었다. 그 사이에 죽어나간 사람도 수를 셀 수 없이 많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함께 생활하며 친해진 사람들이 무사한지, 혹시 간밤에 차디찬 시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서야 안도했던 나날들이 이어졌었다.

“도대체 그런 무서운 곳에서 어떻게 벗어난 겁니까?”

박태수의 질문에 강민호는 한 소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38번이라는 숫자를 가슴에 달고 있던, 자신보다 훨씬 더 여렸음에도 단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유일한 생존자.

당시 생존자들은 함께 생활하는 동안 서로의 능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능력에 대해서만큼은 알지 못했다. 그게 바로 38번 소녀였다.

그리고······.

“그날··· 그러니까 우리가 놈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한 소녀의 능력 덕분이었지.”

강민호가 회상에 잠겼다.


**


‘여길 벗어나야 해! 이대로 있다가는 다 죽고 말거야.’

정체 모를 약이 담긴 주사를 맞은 뒤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만에 깨어난 38번은 그렇게 생각했다. 놈들이 무슨 실험을 하든 버텨낼 수 있다고, 끝까지 살아남아 보이겠다는 결심을 했었는데, 일주일 동안이나 사경을 헤맨 후에야 생각이 바뀐 것이다.

‘혼자서는 힘들어.’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다행히 이곳에 함께 잡혀온 이들은 모두 평범하지 않았다. 38번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보통의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충분히 놀라운 힘들을 가졌다.

문제는 그들 모두가 이곳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육체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져 있었다. 탈출은 고사하고 놈들에게 사소한 저항이라도 해보려는 생각 자체를 품지 못했다.

그날부터 38번은 살아남은 사람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3번의 식사시간, 그리고 잠들기 전 한 시간이 전부였다.

놈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은밀히 접촉해야 했으므로 제법 시간이 걸렸다.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그들 모두와 이야기를 나눴고 모두를 설득하는 것에 성공했다.

다시, 일주일 뒤.

결전의 날이 밝아왔다. 이 날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당연히 이곳을 지키는 놈들의 숫자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그들 모두는 식당에 모였다. 마지막 사람이 도착하자, 33번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33번의 능력은 근거리 공간 이동.

그가 자신을 쳐다보자, 38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33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33번이 다시 나타난 곳은 식당의 출입문 양쪽에 서서 그들이 식사를 끝낼 동안 감시하던 놈들 중 하나의 등 뒤였다.

33번이 손날을 세워 놈의 목을 내려쳤다.

퍼억!

놈이 마치 썩은 고목처럼 쓰러졌다. 문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서 그들을 감시하던 놈의 동공에 경악이 어렸다. 놀라는 것도 잠시, 놈의 손이 재빠르게 상의의 안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저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모두가 안다.

이곳의 보안서버와 연결되는, 비상버튼이 달린 리모컨이다. 그 버튼이 눌러지면 탈출은 물거품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33번은 움직이지 않았다. 연이어 능력을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정작 저 놈을 처리할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곧 비상버튼이 들어있는 안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던 놈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놈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무, 무슨 짓이냐! 너희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염동력을 발동해 놈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고 있던 19번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이미 이곳에 무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익······.”

그제야 33번이 놈에게 다가가 놈의 목을 후려쳤다. ‘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진 놈의 상의 안주머니에 들어있던 비상버튼 장치를 꺼냈다. 33번은 그 장치를 보글보글 끓고 있던, 된장국이 담긴 솥에다 던져버렸다.

이제 모두의 시선이 다시 38번 소녀에게로 향했다.

38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다시 한 번 설명하지만 저는 힘을 쓰고 나면 한동안 깨어나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까 무사히 이곳을 벗어나느냐 마냐는 순전히 여러분들의 능력에 달려 있어요. 부디, 제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 실험실이 아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모두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릴 믿어. 반드시 탈출에 성공할게.”

“꼭 무사히 여길 빠져나간 뒤에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 가자고.”

“어린 너에게 가장 힘든 일을 맡겨서 미안하다. 대신 나도 최선을 다 하마.”

“이 아저씨만 믿어!”

다들 그렇게 38번에게 한 마디씩을 남겼다.

지금부터 그녀가 하려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아는 까닭이다. 무려 이 거대한 실험실의 메인 시스템을 장악해서 모든 보안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니까. 보안 프로그램이 무력화되면? 제아무리 놈들의 숫자가 많고 각종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해도, 그래봐야 일반인일 뿐이었다.

능력자인 그들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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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실전감각을 키워라 (6) 20.06.15 136 2 12쪽
25 실전감각을 키워라 (5) 20.06.12 147 2 12쪽
24 실전감각을 키워라 (4) 20.06.11 145 4 12쪽
23 실전감각을 키워라 (3) 20.06.10 154 3 13쪽
22 실전감각을 키워라 (2) 20.06.09 164 3 12쪽
21 실전 감각을 키워라 (1) 20.06.08 186 3 12쪽
20 그날의 기억 (4) 20.06.05 186 4 12쪽
19 그날의 기억 (3) 20.06.04 188 3 12쪽
18 그날의 기억 (2) 20.06.03 195 3 12쪽
» 그날의 기억 (1) 20.06.02 210 2 12쪽
16 털어놓다 +1 20.06.01 219 4 12쪽
15 포장마차 혈전 (2) 20.05.29 217 2 12쪽
14 포장마차 혈전 (1) 20.05.28 236 3 12쪽
13 신은 공평하다 20.05.27 267 4 12쪽
12 힘을 흡수하다 +2 20.05.26 292 4 12쪽
11 진술 20.05.25 280 4 12쪽
10 강민호의 능력 20.05.22 318 4 12쪽
9 미션을 받다 20.05.21 385 4 12쪽
8 오래된 영상 20.05.20 391 5 12쪽
7 메모리칩을 찾아서 (3) 20.05.19 395 5 13쪽
6 메모리칩을 찾아서 (2) 20.05.18 428 4 13쪽
5 메모리칩을 찾아서 (1) +2 20.05.15 467 7 12쪽
4 경찰 심문 20.05.14 480 6 12쪽
3 만나긴 했는데 20.05.13 524 7 12쪽
2 넌 누구니? 20.05.12 616 5 13쪽
1 유혹 +2 20.05.11 938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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