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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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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7
추천수 :
141
글자수 :
323,477

작성
20.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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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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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그날의 기억 (3)

DUMMY

이쪽도 자신과 19번, 기절한 38번을 제외하면 10번, 4번, 5번, 21번, 이렇게 넷이 남는다. 그런데 이들 중 4번과 5번은 공격이 가능한 능력자는 아니었다. 그나마 4번은 방어막을 생성해 낼 수 있지만, 5번은 아예 전투와는 무관한 능력을 가졌다. 그는 남들 보다 기억력이 월등히 좋았다.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을 정도. 그 외에 체력적인 면에서는 보통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건 힘이 좋아서 근접 격투에 능한 10번과 손에서 불을 만들어낼 수 있는 21번이었다. 특히 10번은 무사히 놈들 사이로 뛰어들 수만 있다면 일당백의 실력을 보여줄 것이다.

‘4번이 총알을 막아주면 가능해!’

33번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그의 얼굴을 유심히 보고 있던 오 팀장이 피식 웃었다. 그건 어디로 보나 비웃음임이 명백했다.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하지만 소용없다. 설마하니 우리가 여태 네놈들의 초능력에 대한 방비도 하지 않았을까.”

“!”

그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그제야 저 하얀 가운을 입은 놈들이 그들의 능력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그들 자신들보다도.

그런 놈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들을 맞이했을까?

놈들은 대체 뭘 준비했을까.

33번이 침중한 눈빛으로 동료들을 돌아봤다. 모두가 제대로 한 방씩 먹은 얼굴이었다.

33번은 일부러 강하게 나갔다.

“헛소리! 우리의 능력은 설사 미리 알고 있다고 해도 쉽게 방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야!”

그렇게 외쳤으나, 오 팀장을 비롯한 하얀 가운을 입은 놈들의 얼굴은 평온하기만 했다.

오 팀장이 또다시 그를 비웃었다.

“흐흐흐. 그럼 어디 한 번 시도해 보든지. 왜? 겁이 나서 망설여지기라도 하는가? 용기를 내라고. 그래봐야 죽기 밖에 더 하겠어? 어차피 죽은 목숨이었잖아. 그러니까 시원하게 한 번 덤벼보라고.”

“해보라면 못할 줄 알고!”

33번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흥분하며 그렇게 쏘아붙였다. 아니, 실제로도 곧장 능력을 발휘해 놈의 뒤로 근거리 공간이동을 하려고 했다. 만약 놈들이 준비한 비장의 한 수가 정말 존재 한다고 해도, 적어도 오 팀장 저 놈 만큼은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도대체 뭘 본건지, 덜덜 떨고 있는 10번의 목소리가 그런 그의 행동을 막았다.

“형··· 저, 저기를 좀 보세요.”

“?”

의아한 얼굴로 10번을 쳐다본 33번이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저, 저건······!”

그리고는 그저 턱을 떨어뜨린 채로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33번은 비로소 놈들이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건 지금까지 줄곧 놈들이 갈망해오던 실험의 결과물이었다.

정말이지 끔찍하기 짝이 없는.

절대 사람의 얼굴이라고 볼 수 없는 이목구비에, 피부에서는 진물이 흘러내렸고, 팔과 다리 또한 기괴하게 비틀려버린 존재.

놈들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능력자의 힘을 약물로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주입, 인위적인 능력자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인한 무수한 괴물이 탄생되었다. 그런 괴물들은 신체의 균형이 무너진 탓인지 대부분 하루를 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그러나 적어도 죽기 전까지는 마치 그들처럼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 막 인큐베이터를 빠져나오고 있는 괴물들이, 바로 하루의 생존을 허락받은 실패작들이었고.

“미친 새끼들······.”

아마도 이놈들은 자신들을 상대하기 위해 일부러 저 실패작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저들이 곧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놈들이다.

저들 실패작 또한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대부분 노숙자였거나 소정의 금액을 받고 제약회사의 임상실험에 참여한 참가자들일 뿐이다.

그러니 이건 명백한 살인이다.

그때, 오 팀장이 33번을 비롯한 일곱 명의 생존자를 가리키며 외쳤다.

“모두 제압해라. 아니, 다 죽여 버려라! 제약 없는 능력의 발현을 허용하마!”

그러자, 실패작들이 동시에 크아아악! 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그들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곧 실패작들의 몸에서 익숙한 기운들이 뭉게뭉게 뿜어져 나왔다.

“젠장! 모두 막아! 일단 실패작들부터 처리해야 해.”

33번이 그렇게 외치자, 그들 모두도 서서히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능력의 복제에 실패한 실패작들과 오리지널들 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실패작들은 강했다.

능력이 더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이성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 반면, 33번을 비롯한 생존자들은 놈들과의 싸움에 목숨을 걸 수 없었다. 그들을 처리하고 난 뒤에도 하얀 가운을 입은 저 사악한 놈들을 또 상대해야 하니까.

게다가 실패작들은 전부 전투능력을 주입받은 상황. 4번과 5번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생존자들이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생존자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며 조금씩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크아악! 제, 제기랄!”

21번이 사방을 향해 둥근 모양으로 뭉친 불덩이를 던지며 인상을 찡그렸다.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렸고 아랫배로부터 찢어질 듯이 뒤틀리는 고통이 올라왔다.

과도하게 힘을 사용한 부작용이었다.

다른 이들도 힘겨워하긴 마찬가지.

이미 스무 몇 차례나 근거리 공간이동을 한 33번은 손가락을 들어 올릴 힘조차 남지 않아서 숨만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19번은 공격을 시도할 틈도 없이, 실패작들이 쏘아 보내는 뇌전과 불덩이들의 궤적을 염동력으로 비틀어내기에 바빴다.

유일하게 10번이 실패작들 사이에 난입해 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도 지쳐 보이긴 마찬가지. 특히나 등에 38번을 업고 있는 바람에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느라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

4번은 방어막을 생성해 겨우 실패작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5번을 지켜내고 있을 뿐.

그런 불리한 싸움의 양상 속에 놈들, 정확히는 오 팀장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하! 이놈들 꼴좋구나! 그러게 얌전히 실험의 재료로 있을 것이지, 어디서 감히 우리에게 대적할 마음을 품어. 이것이 바로 네놈들이 가진 헛된 희망의 결과이다. 으하하하!”

10번은 그 말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더욱 힘을 쏟아냈다. 주변에 온통 그를 죽이려는 살기가 가득했다. 힘과 체력은 차고 넘쳤다. 그러나 실패작들 중에도 그의 능력을 주입받은 놈이 존재했다. 그 놈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이대로는 버티는 것이 고작.

그러나 10번은 그런다고 쳐도, 나머지는 버티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동료들이 모두 당하고 나면, 자신 역시도 끝내는 당하고 말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으아아아! 죽어! 제발 죽으라고!”

10번이 그렇게 절규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 그의 귓속으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움을 멈추고 날 풀어줘요.”

“!”

38번이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린 것이다. 10번은 놀라는 한편, 가슴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희망의 씨앗이 싹트는 것을 느꼈다.

“그, 그래!”

얼른 그렇게 대답한 다음,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실패작을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놈이 다른 실패작들과 함께 뒤엉키며 뒤로 내동댕이쳐졌다.

그 틈에 10번이 38번과 자신의 몸을 묶고 있던 끈을 잡아 뜯었다. 투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38번이 그의 등에서 내려섰다.


38번이 깨어남으로 인해, 일순 장내의 분위기가 변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10번을 비롯한 생존자들은 희망에 찬 표정이었고 오 팀장을 비롯한 하얀 가운들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그녀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아무 생각 없는 실패작들이 38번에게 달려드려 하자, 오 팀장이 황급히 외쳤다.

“잠시 대기! 저 아이는 죽이면 곤란해.”

그러자, 놀랍게도 실패작들은 마치 전원 공급이 중단된 기계처럼 그 자리에서 동작을 멈췄다.

오 팀장이 38번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너에게는 한 번 더 기회를 주마. 지금이라도 이쪽으로 넘어오면 오늘의 일은 없었던 걸로 해주겠다. 너는 그럴 가치가 있지.”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만큼 38번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 테다. 이곳에 있는 다른 생존자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게다가 38번은 지금까지 놈들의 실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녀 덕분에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실험이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었다.

그러니까 38번은 놈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38번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다소 지친, 그리고 화가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회를 준다고? 내가 방어프로그램을 해제하기 위해 메인 시스템을 장악했을 때 뭘 본 줄 알아?”

“?”

모두가 그녀의 뜬금없는 말에 의문을 가졌다.

놈들을 쏘아보는 38번의 눈빛에 분노가 깃들었다. 그녀의 음성에도 그런 분노가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가족··· 날 이곳으로 납치하면서 남은 가족들··· 그들을 어떻게 했지?”

그제야 오 팀장을 비롯한 하얀 가운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당연하게도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 누군가 실험체들의 행방을 추적하지 않도록 그들의 가족들은 사고를 위장해 다 죽여 버렸다.

생존자들이 동요했다.

38번의 가족을 죽였다면 그들의 가족 또한 같은 처지가 되었을 것이니까.

“이, 이, 이··· 악마 같은 놈들!”

19번이 울먹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다른 이들도 저마다 감당할 수 없는 분노에 몸을 떨고 있었다.

오 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너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는 종종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너의 부모님은 나라를 위해, 더 크게는 전 인류를 위해 희생하신 거야.”

“개소리 집어 쳐!”

흥분한 33번이 자신의 근거리 공간이동 능력도 펼치지 않은 채, 놈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탕!

“크흑!”

놈들 중 하나의 총구에서 불이 뿜었고, 동시에 33번이 허리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나머지 생존자들이 달려 나가려 했으나 19번이 막았다.

“기다려.”

그리고는 염동력을 사용해 쓰러진 33번을 그들 쪽으로 옮겨왔다.

그때까지도 놈들은 그저 생존자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오 팀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보다시피, 우리에게는 너희들을 상대할 실패작들도 있고 너희들의 목숨을 순식간에 빼앗을 무기도 있다. 그러니까 괜한 저항 말고 항복해.”

놈의 말대로 더 이상 승산이 없었다. 아니, 모두 그런 줄 알았다. 38번이 다시 입을 열기 전까지는.

38번이 말했다.

“과연 그럴까? 참고로 난 아직 내 능력을 모두 사용해 본 적이 없어. 하지만 지금부터는 한 번 사용해 볼 생각이야.”

38번의 능력은 1분 남짓한 일정 반경의 시간 정지, 그리고 오늘 메인 시스템을 장악했던 것처럼 전류가 통하는 물체의 통제였다. 하지만 그런 거대한 힘을 오래도록 유지하진 못했다. 한 번 힘을 사용하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정신을 잃어야 했다.

그런데 그게 능력의 전부가 아니라니?

오 팀장, 그러니까 오한수는 등골을 타고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불길함을 느낀 그가 뭐라고 입을 열려는 찰나, 38번의 머리카락이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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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실전감각을 키워라 (5) 20.06.12 148 2 12쪽
24 실전감각을 키워라 (4) 20.06.11 145 4 12쪽
23 실전감각을 키워라 (3) 20.06.10 156 3 13쪽
22 실전감각을 키워라 (2) 20.06.09 165 3 12쪽
21 실전 감각을 키워라 (1) 20.06.08 186 3 12쪽
20 그날의 기억 (4) 20.06.05 188 4 12쪽
» 그날의 기억 (3) 20.06.04 190 3 12쪽
18 그날의 기억 (2) 20.06.03 19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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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포장마차 혈전 (1) 20.05.28 23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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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강민호의 능력 20.05.22 319 4 12쪽
9 미션을 받다 20.05.21 385 4 12쪽
8 오래된 영상 20.05.20 392 5 12쪽
7 메모리칩을 찾아서 (3) 20.05.19 395 5 13쪽
6 메모리칩을 찾아서 (2) 20.05.18 428 4 13쪽
5 메모리칩을 찾아서 (1) +2 20.05.15 46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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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넌 누구니? 20.05.12 61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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