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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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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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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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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실전감각을 키워라 (6)

DUMMY

첫 시합의 출전선수는 제주에서 올라온 돌하르방과 인천 출신의 살인조개.

이들은 무대에 오른 직후, 아무런 전조도 없이 곧장 서로에게 주먹을 날렸다. 박태수가 놀란 까닭은 그 주먹에 실린 기세가 예상보다 훨씬 더 대단했기 때문.

빡! 빠악!

서로의 얼굴에 틀어박힌 주먹.

둘의 고개가 틀어졌고, 그 방향으로 침과 뒤섞인 피가 튀었다.

“우와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박태수는 속으로 장난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합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과격했다. 돌하르방과 살인조개는 마치 서로 누가 더 맷집이 좋은지 겨루기라도 하는 것처럼 치고받았다.

무식한 놈들······.

그래도 저런 방식이 통하니까 지금까지 한 지역에서 무패를 기록했을 것이다. 박태수는 둘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돌하르방과 살인조개는 비슷한 유형의 파이터였다. 날렵함, 민첩함과는 거리가 멀다.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는 유형이었다.

하필이면 그렇게 비슷한 싸움 방식을 선호하는 둘이 만난 까닭에 첫 번째 시합부터 유혈이 낭자했다.

‘······.’

잠시 시합을 지켜보던 박태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격투 시합 따위가 아니야.’

첫 시합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서야 감이 왔다. 이런 건 절대 격투 시합이 아니다. 이건 마치 영화에서나 보았던, 콜로세움에서 목숨을 내놓고 생사투를 벌이는 노예결투가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것 같았다.

문제는 곧 박태수도 저 무대 위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전신에 피 칠을 한 채로 서로에게 주먹을 날려대는 저 돌하르방과 살인조개처럼.

‘이건 아닌데······.’

선택의 여지가 있었으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선택권이 없었다. 강민호의 조언대로라면 미션의 진행률을 100퍼센트로 올리기 위해서는 실전경험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실전경험을 쌓을 유일한 수단이 이 투기시합에 참여하는 것이고.

박태수가 그런 생각을 할 무렵, 드디어 첫 시합의 승자가 결정되었다.

쿵!

둘 중 하나가 마치 썩은 고목처럼 뒤로 나자빠진 것이다. 여전히 두 다리로 서 있는 자는 돌하르방이었다.

돌하르방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으하하하하하!”

그의 기쁨에 찬 웃음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관중들 중 일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목이 터져라 그의 이름을 외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미쳐가고 있었다.

곧 사회자가 돌하르방의 승리를 선언했고, 운영위원으로 보이는 덩치들이 올라와 기절한 살인조개를 들것에 실어 나갔다.

사회자가 외쳤다.

“오랜만에 열린 오성급 경기답게, 첫 번째 경기만으로도 이곳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욱 기대되는 경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에 이 네임을 모르는 분은 없겠죠? 자, 이어질 두 번째 경기의 선수는 바로 폭주기관차입니다!”

사회자는 잠시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가 폭주기관차라는 말을 내뱉자마자,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함성이 쏟아졌기 때문.

박태수는 귀를 틀어막으며 생각했다.

‘아, 드디어 실력자가 나오는구나.’

폭주기관차는 손 여사가 그에게 조심해야 할 상대로 꼽은 다섯 중 하나였다. 그만큼 오늘 참가한 선수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라는 얘기였다.

잠시 관중들의 함성이 가라앉길 기다린 사회자가 말을 이었다.

“자, 아직 흥분하기에는 이릅니다. 이에 맞설 선수 또한 기대하셔도 좋거든요. 폭주기관차를 상대할 선수는 바로······.”

사회자가 그렇게 시간을 끌자, 관중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로 그의 입을 주시했다.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들릴 때에야 비로소 사회자가 선수의 이름을 호명했다.

“바로 자이언트 강입니다!”

자이언트 강.

유일하게 박태수도 아는 인물이었다.

박태수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오늘 주차장에서 그와 잠시 손속을 나누기도 했다. 덕분에 자이언트 강의 실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 시합을 통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이언트 강에 대한 관중들의 환호소리도 폭주기관차에 못지않았다. 그 또한 지금까지의 시합에서 보여준 것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 탑 파이브에 드는 실력 좀 보자고.’

박태수가 그렇게 생각할 무렵, 경기가 시작되었다.

먼저 공격에 들어간 것은 폭주기관차였다. 괜히 그런 닉네임을 가진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는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자이언트 강도 키만 멀대 같이 큰 것이 아니었다. 박태수도 느낀 바 있듯이 그는 그 거대한 몸집에 비해, 몸놀림도 상당히 빠른 축에 들었다.

‘역시!’

자이언트 강이 재빠르게 옆으로 비켜나 폭주기관차의 태클을 피해내고는 곧바로 반격의 주먹을 날렸다.

쉿!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폭주기관차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역시 이 정도는 피하는군.’

자이언트 강은 주먹을 회수하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미 놈이 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바다. 폭주기관차의 지난 시합 영상을 미리 살펴봤기 때문에 놈의 몸놀림이 얼마나 재빠른지 알고 있었다.

자이언트 강은 놈에 대해 파악한 바를 떠올렸다.

‘경기 내내 폭주기관차라고 불릴 정도로 무자비한 공격을 쉴 새 없이 퍼붓고도 숨소리 하나 거칠어지지 않는다지?’

그만큼 우월한 체력을 가졌고,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투지가 끊이지 않는 것이 바로 놈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다.

그렇다면?

‘장기전으로 가면 곤란해.’

놈을 상대하려면 무조건 속전속결로 나가야 한다. 먼저 지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문제는 폭주기관차의 장점은 그뿐만이 아니라는 것. 고작 그 정도였다면 상위 다섯 안에 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놈은 거의 모든 면에서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크윽!”

자이언트 강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금 몇 번인가 서로 공격을 피하고 흘려내었고, 거리를 재며 맞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했었다. 그러다 딱 자이언트 강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날 그 틈을 노리고 놈이 맹수처럼 몸을 던졌던 것.

자이언트 강은 화들짝 놀라며, 재빠르게 옆으로 몸을 굴렸다. 그런데도 폭주기관차는 보통 사람이라면 거의 불가능한 각도로 몸을 꺾으며 기어이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던 것이다.

자이언트 강이 입가를 타고 흐르는 침을 소매로 닦았다. 그러면서 폭주기관차를 노려보는데, 놈이 입을 열었다.

“제법 재빠른 놈이었군.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도망 다닐 수 있을까? 그러다 지치면 넌 죽어. 내 약속하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속도가 줄어들면 그 다리부터 부러뜨려 버릴 거다.”

“흥! 입으로는 뭔들 못해. 내 다리가 부러지기 전에 네놈 팔이나 잘 간수하시지. 한 번만 더 이 몸에 손대면 아주 가루를 만들어 줄 테니까.”

“뭐라고? 이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잡을 자신 있으면 잡아봐. 이 무식한 새끼야. 내가 오늘 네놈의 이름을 폭주기관차가 아니라 탈선기관차로 바꿔 줄 테니까.”

“······!”

자이언트 강의 도발이 제대로 먹혔다.

폭주기관차는 성격 또한 급박했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그를 상대했던 선수들 대부분이 지레 겁먹어서 이런 식의 도발을 날렸던 적이 없었다. 그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막말에 눈이 뒤집어졌다.

“죽여 버릴 테다!”

갑자기 그렇게 외친 폭주기관차가 진짜로 폭주해버렸다. 그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그는 진심으로 자이언트 강을 잡아 죽이고자 했다.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자이언트 강을 노려보며,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다.

반면, 자이언트 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됐다! 이제는 피하지 않아도 돼!’

그가 폭주기관차를 도발한 것은 순전히 의도한 바였다. 지치지 않는 체력에다 타고난 싸움꾼일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놈을 이기려면 자이언트 강의 본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본래라면 힘들었겠지.’

하지만 현재의 그는 달랐다. 아니, 지금 막 달라졌다. 화장실에서 오한수라는 사람을 만났고 그가 능력을 주었다.

‘아이언 아머라고 했었지?’

오한수가 그의 팔에 주사를 놓으며 말했다. 이 능력의 이름이 아이언 아머라고. 그리고 방금 그의 주먹을 맞고도 멀쩡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아이언 아머의 효과였다고.

오한수는 주사를 맞은 뒤 대략 두 시간 후부터 능력이 발현될 거라고 했다. 능력이 생겼는지 어떻게 아냐고 물으니, 그는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고만 했다.

그리고 방금 자이언트 강은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약효가 돌기 시작하자, 먼저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전신에서 묘한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모르긴 해도 지금 체온을 잰다면 40도를 훌쩍 넘어갈 것 같았다.

그런 다음, 피부에서 변화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저 좀 당기는 것 같더니, 점차 석고를 붙인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가 바로 자이언트 강이 폭주기관차에게 막말을 쏟아내던 시점이었다.

그때, 자이언트 강은 생각했다.

‘놈은 이 능력을 몰라. 그러니까 최대한 도발해서 덤벼들도록 만든 다음에 공격에 당하는 척 방심을 유도해야해.’

아이언 아머는 단순히 신체를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능력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합에서 이기려면, 그것도 폭주기관차와 같은 강자를 상대로 이기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또한 공격을 성공시켜서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니까.

그래서 열심히 놈을 도발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폭주기관차는 이성을 잃고 달려들고 있었다.

아무튼, 지금이 기회였다.

자이언트 강은 자신을 향해 쇄도해오는 폭주기관차를 보며 짐짓 놀란 표정을 만들어냈다. 그걸 본 폭주기관차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자신의 기습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끝이다!”

폭주기관차가 그렇게 외치며 섬광처럼 주먹을 뻗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속도, 너무나 가까운 거리였다. 누가 봐도 곧 놈의 주먹에 적중한 자이언트 강이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퍼억! 우드득!

실로 끔찍한, 뼈가 부러지다 못해 으스러지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입을 크게 벌린 채 경악한 자는 공격을 허용한 자이언트 강이 아닌, 폭주기관차였다. 곧 그의 입에서 신음과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어떻게···?”

자이언트 강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뭐가 어떻게 란 거야. 이 무식한 새끼야! 네놈의 주먹이 솜방망이 같아서 그런 거지. 아주 간지러워 죽는 줄 알았네. 흐흐.”

그리고는 마치 혼이 나간 듯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만 있던 폭주기관차의 복부에 기습적으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커, 커헉!”

제아무리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라도 이처럼 무방비 상태에서 제대로 된 일격을 허용하고도 무사할 순 없었다. 폭주기관차의 등이 새우처럼 굽었다. 입에서는 피와 뒤섞인 침이 흘러나왔다.

자이언트 강은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등을 굽힌 채로 걸죽한 액체를 게워내는 놈의 뒤로 돌아가 팔꿈치로 놈의 등을 가격했다.

콰직!

“으흐윽!”

신음과 함께 앞으로 넘어지려는 폭주기관차의 팔을 잡아 자신의 겨드랑이에 끼웠다. 그 상태로 자이언트 강이 말했다.

“내가 그랬지. 한 번만 더 내 몸에 손대면 네놈의 팔을 몽땅 가루로 만들어 주겠다고. 애석하게도 난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야.”

그러자, 폭주기관차가 팔을 빼내려 용을 썼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제대로 붙잡힌 팔을 쉽게 빼낼 순 없는 법이었다.

“아, 안 돼! 그, 그만! 내가졌어. 그, 그러니 팔은······.”

공포에 질린 폭주기관차가 그렇게 애원했다.

자이언트 강은 놈을 비웃으며 말했다.

“이미 늦었어, 새끼야.”

그리고는 어떻게 해볼 틈도 없이 폭주기관차의 팔을 비틀어버렸다.

우드드드득!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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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실전감각의 키워라 (7) 20.06.16 13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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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실전감각을 키워라 (5) 20.06.12 147 2 12쪽
24 실전감각을 키워라 (4) 20.06.11 145 4 12쪽
23 실전감각을 키워라 (3) 20.06.10 154 3 13쪽
22 실전감각을 키워라 (2) 20.06.09 164 3 12쪽
21 실전 감각을 키워라 (1) 20.06.08 186 3 12쪽
20 그날의 기억 (4) 20.06.05 187 4 12쪽
19 그날의 기억 (3) 20.06.04 188 3 12쪽
18 그날의 기억 (2) 20.06.03 195 3 12쪽
17 그날의 기억 (1) 20.06.02 2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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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포장마차 혈전 (2) 20.05.29 217 2 12쪽
14 포장마차 혈전 (1) 20.05.28 236 3 12쪽
13 신은 공평하다 20.05.27 267 4 12쪽
12 힘을 흡수하다 +2 20.05.26 292 4 12쪽
11 진술 20.05.25 280 4 12쪽
10 강민호의 능력 20.05.22 318 4 12쪽
9 미션을 받다 20.05.21 385 4 12쪽
8 오래된 영상 20.05.20 391 5 12쪽
7 메모리칩을 찾아서 (3) 20.05.19 395 5 13쪽
6 메모리칩을 찾아서 (2) 20.05.18 428 4 13쪽
5 메모리칩을 찾아서 (1) +2 20.05.15 467 7 12쪽
4 경찰 심문 20.05.14 480 6 12쪽
3 만나긴 했는데 20.05.13 524 7 12쪽
2 넌 누구니? 20.05.12 616 5 13쪽
1 유혹 +2 20.05.11 938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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