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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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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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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감각을 키워라 (5)

DUMMY

손 여사는 미리 준비한 자료를 노트북 화면에 띄워 놓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당신이 신경 써야 할 상대는 이 다섯 명이야. 아마 모두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거야.”

박태수는 그 이름들을 훑어보았다.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폭주기관차’, ‘난폭원숭이’, ‘커플파괴자’, ‘신의 한숨’, ‘지옥의 파수견’ 이었다.

“······.”

이름을 뭐 이따위로 지었냐고 생각하다가 문득, 자신의 것도 만만찮게 유치하다는 사실에 현타가 왔다. 물론 붉은 까마귀라는 이름은 강민호가 지은 것이긴 했지만.

아무튼, 박태수는 조용히 손 여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더러는 고개를 끄덕였고, 잠깐씩 짧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진지한 태도로 그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덕분에 박태수는 브리핑이 끝났을 때 그 다섯 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그럼 나머지 선수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나?”

“······.”

“왜···?”

“정말 이상하네? 당신, 오늘 진짜 다른 사람 같아.”

“음······.”

“평소였다면 이런 브리핑도 달가워하지 않았을 거잖아. 그때 뭐라고 했었지? 아, 맞다. 몇 대 치고 박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될 건데 뭐 하러 머리 아프게 그런 걸 미리 알아? 라고 그랬었잖아.”

“하하하! 그, 그랬었지.”

“······.”

박태수는 속으로 뜨끔했다.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강민호가 될 수는 없었으니까.

한동안 의심어린 시선으로 박태수를 쳐다보던 손 여사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뭐 제아무리 천하의 붉은 까마귀라도 오성급 경기는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지. 그래도 너무 긴장하지는 마. 내가 본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니까.”

“고, 고맙군.”

“그런 의미에서··· 보자, 시합 시작까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네? 잠깐 긴장 좀 풀어줄까?”

손 여사가 묘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어, 어떻게?”

“뭘 어떻게 야? 가끔 하던 대로지.”

그녀가 그렇게 대답하더니 돌연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

화들짝 놀란 박태수가 그 잠깐 사이에 속옷 차림이 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자, 잠깐!”

“왜?”

“오, 오늘은 안 돼.”

“?”

“시합도 치르기 전에 녹초가 될 순 없잖아.”

“호호호. 그런 거야? 하긴 오성급 경기니까. 그럼 끝나고 나서 잠깐 보고 가. 그때도 거절하면 가만 안 둘 거야.”

“아, 알았어.”

박태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단 시간을 벌긴 했는데, 시합이 끝난 뒤에는 또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 지 까마득하다.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고.

다행히 손 여사가 작별을 고했다.

“그럼 푹 쉬어. 시간 되면 알려줄게.”

“그래. 고마워.”

손 여사는 벗어놓았던 옷을 다시 주섬주섬 입고는 출입문으로 향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뒤돌아서서 물었다.

“있다가 저녁도 같이 먹을까?”

“어··· 그, 그래.”

“오랜만에 육회 어때? 소주도 한잔 할 겸.”

“조, 좋지.”

박태수는 아무생각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저 손 여사가 빨리 나가줬으면 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손 여사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걸 보지 못했다.

손 여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돌리고는 손을 들어올렸다.

“그럼 있다 봐.”


손 여사는 박태수와 함께 있던 컨테이너를 빠져나오자마자 출입문에 등을 기댄 채로 표정을 굳혔다.

‘강민호가 아니야.’

그를 의심한 것은 순전히 여자의 직감이었다. 강민호는 나름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남자다. 자이언트 강은 헛소리를 지껄였지만, 사실 손 여사와 강민호는 아직 그렇게 깊은 사이가 아니었다. 그저 가끔씩 함께 식사를 하고 또 아주 가끔 함께 잠자리를 가지는 정도.

그러나 손 여사가 강민호에게 호감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오늘 따라 그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특유의 대범한 성격과 거기서 오는 능글맞음, 그러면서도 세상 두려울 것 없는 사람이 바로 강민호였다.

그래서 미끼를 던져봤다.

육회에 소주.

둘 다 손 여사가 끔찍이 싫어하는 것들이다.

투기장을 관리하면서 하도 피를 많이 본 까닭인지 육회는 보기만 해도 역했다. 고량주나 보드카와 같이 도수 높은 술을 좋아하는 그녀는 소주도 그리 즐기지 않았다. 강민호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손 여사가 식사 메뉴로 육회를 먹자고 했고, 거기다 소주를 곁들이자고 했는데 강민호는 전혀 거리낌 없이 그러자고 대답했던 것.

‘도대체 누구지? 쌍둥이?’

그럴 리가 없음은 손 여사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알기로 강민호는 천애고아였으니까. 그저 답답해서 그런 생각을 해본 것 뿐.

‘일단은 지켜보겠어.’

하지만 강민호의 껍질을 뒤집어 쓴 그를 용납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한 설명은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볼 생각이다. 만약 진짜 강민호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다면?

허공을 향한 손 여사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


윤형철은 천안의 한 물류창고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의 옥상 위에 서 있었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망원경으로 물류창고의 곳곳을 탐색하는 중이었다.

CCTV를 통해 오한수가 머물던 곳을 확인한 그는 조용히 집 앞에서 놈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서는 오한수를 발견했고,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그를 미행했다.

처음 놈이 물류창고에 도착했을 때, 곧바로 차에서 내려 놈을 체포하려 했다. 그런데 무언가 느낌이 쌔했다.

평범한 물류창고라고 볼 수 없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보였던 것.

물류창고가 무슨 비밀스런 곳이라고, 곳곳에 주변을 경계하는 자들이 가득했다. 그런 자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우락부락했다. 건들거리는 자세만 봐도 조직폭력배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좋지 않은데······.’

아무래도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윤형철은 어쩔 수 없이 오한수가 물류창고로 들어가도록 내버려뒀다. 대신에 주변을 살피어 물류창고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렇게 한동안 그곳을 탐색했다.

‘으음······.’

삼십분 남짓한 시간 동안 무수한 차량들이 물류창고로 들어갔다. 하나같이 고급 외제차다. 이 또한 저곳이 평범한 물류창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윤형철은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아니, 윤 형사님. 지금 어디세요?”

“수사 중이야. 나중에 보고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부탁 하나만 하자.”

“···말씀 하세요.”

“여기 천안에 있는 물류창고인데 주소 알려 줄 테니까 뭐하는 곳인지 좀 알아봐. 주인이 누군지도 알아보고. 최대한 빨리 좀 부탁하자.”

“천안이라고요? 왜 거기까지 가셨데? 뭐 일단 알겠습니다. 근데 어디서 이상한 짓 하시는 거 아니죠? 예를 들면 서장님이 하지 말란 일이라거나······.”

“아냐, 인마. 그런 걱정 말고 빨리 알아봐주기나 해.”

“그럼 다행이고요. 흐흐.”

윤형철이 주소를 불러주고는 통화를 종료했다. 다시 망원경으로 놈들을 살피는데 생각보다 빨리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알아봤어?”

“네. 거기 주소가 이상하게 눈에 익는다 싶더니 알고 있던 곳이더라고요.”

“뭐? 어떻게 알고 있는데?”

“왜 그 기억 안 나세요? 며칠 전에 김 형사한테 칼을 휘둘렀던 그 겁 대가리 상실한 조폭 새끼 있잖아요. 신나게 얻어터져서 잡혀온 놈.”

“어··· 광견파?”

“네, 그 새끼들요. 잡혀온 놈들 중에 이철중이라고, 왜 좀 호리호리하고 광대뼈가 튀어나와서 신경질적으로 보였던 놈 있죠?”

“어, 기억나.”

“물류창고가 그놈 부친 소유더라고요. 당시에 그놈 인적사항 조사하면서도 좀 이상하긴 했어요. 부친이 사는 곳은 전라도 광주였거든요.”

윤형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럼 실소유주가 아닐 가능성이 크네?”

“뭐 그렇죠.”

“그럼 실제 소유는 광견파라고 봐야겠지?”

“더 알아봐야겠지만, 아마도요.”

“뭐하는 곳인지는 알아냈고?”

“주로 중국에서 개사료를 수입해서 유통할 때까지 보관하는 창고에요. 정확한 건 세무자료를 요청해봐야 알겠지만 구라일게 빤하죠.”

“뭔가 구린 냄새가 나는 거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냄새야 나죠. 근데 선배, 거기 천안이에요. 상대는 광견파고요. 서장님 아시면 난리 납니다.”

“걱정 마. 별일 없을 테니까. 나 그렇게 무모한 놈 아니야.”

“알겠습니다. 아무튼 빨리 돌아오세요.”

“그래, 고맙다.”

전화를 끊은 윤형철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했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자면, 이대로 서로 돌아가 놈들에 대한 보고를 올리고 광역수사대나 천안 관할서에 수사를 넘겨줘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맘속에서는 직접 놈들을 잡아넣어야 한다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오한수 때문이다.

애초에 광견파 놈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오한수 만큼은 꼭 그의 손으로 잡고 싶었다. 서장이 포기하라며 압력을 넣어서, 그에 대한 반발 때문에 더 그랬다.

‘어쩌지?’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액정에 뜬 이름은 김진수였다. 하필이면 이때 광역수사대로 파견 나간 그가 전화를 걸어왔던 것.

잠시 망설이던 윤형철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는 그렇게 전화를 받으며 생각했다.

‘인마, 너도 참 타이밍 죽인다. 선배 잘못 둔 대가로 오늘은 고생 좀 하자.’


**


드디어 오성급 경기의 첫 시합이 시작되었다.

박태수는 시간 맞춰 도착한 직원의 뒤를 따라 여러 개의 컨테이너를 붙여 만든 대형 경기장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와아아아!”

먼저 우렁찬 함성이 고막을 때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후끈한 열기와 함께 시큼털털한 땀 냄새가 밀려들었다. 경기장 안은 유난히 더웠다. 높은 천장에 선풍기 몇 대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더운 바람만 순환될 뿐이었다. 관중석은 가면을 쓴 사람들로 빼곡했다.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입고 있는 옷들은 하나같이 명품이었다. 대부분 남자였지만 드문드문 긴 머리를 한 이들도 있었다.

직원은 박태수를 참가자들을 위해 비워둔 자리로 이끌었다. 무대를 중심으로 좌측 맨 끝의 아래쪽이었다.

이미 그곳에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박태수가 도착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 날아와 꽂혔다. 그 중에는 자이언트 강의 것도 있었다.

놈과 시선이 마주치자, 자이언트 강이 피식 웃으며 엄지를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미친 새끼.

좀 전에 목 졸려 죽을 뻔했던 걸 순식간에 잊은 모양이다. 하긴 머리가 좋았으면 이런 짓을 하고 살진 않겠지.

박태수는 애써 놈을 무시하고는 빈자리에 앉았다.

곧 첫 번째 경기의 선수들을 소개하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제 시작이네?’

박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무대에 오르는 선수들을 주시했다. 이제 곧, 그 또한 저 무대에 올라야 할 것이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지금은 참가한 선수들의 실력이 어떤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아마 몇 차례의 시합을 지켜보다 보면, 대략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또다시 관중들의 환호소리가 커졌다.

“우와아아! 화끈하게 보여줘!”

“다 죽여 버려!”

그런 외침 속에 첫 시합의 출전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알고 있듯이 오성급 경기는 투기시합에서 무패를 기록한 선수들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이곳의 출신들은 아니었다.

스타더스트의 메인은 이곳 천안이지만, 전국 각지에서도 크고 작은 경기가 비밀리에 개최되고 있었다. 지금 무대 위로 오른 이들은 각각 제주와 인천 지역에서 무패를 자랑한 싸움꾼이었다.

곧 경기가 시작되었다.

동시에 박태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경악했다.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작가의말

선작과 조회수가 처참해서 미리 예약을 걸어두고 가급적 방문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 확인하니 꽤 늘었네요^^

오늘로 1권 분량입니다. 2018년에 공모전 참가해서 완결까지 달렸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이 정도로 묻히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튼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로라 프로젝트도 조회수와 관계없이, 가급적이면 완결까지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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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Dirty Fight 20.06.18 136 2 13쪽
27 실전감각의 키워라 (7) 20.06.16 139 2 12쪽
26 실전감각을 키워라 (6) 20.06.15 137 2 12쪽
» 실전감각을 키워라 (5) 20.06.12 148 2 12쪽
24 실전감각을 키워라 (4) 20.06.11 145 4 12쪽
23 실전감각을 키워라 (3) 20.06.10 154 3 13쪽
22 실전감각을 키워라 (2) 20.06.09 164 3 12쪽
21 실전 감각을 키워라 (1) 20.06.08 186 3 12쪽
20 그날의 기억 (4) 20.06.05 187 4 12쪽
19 그날의 기억 (3) 20.06.04 188 3 12쪽
18 그날의 기억 (2) 20.06.03 195 3 12쪽
17 그날의 기억 (1) 20.06.02 210 2 12쪽
16 털어놓다 +1 20.06.01 219 4 12쪽
15 포장마차 혈전 (2) 20.05.29 217 2 12쪽
14 포장마차 혈전 (1) 20.05.28 236 3 12쪽
13 신은 공평하다 20.05.27 267 4 12쪽
12 힘을 흡수하다 +2 20.05.26 292 4 12쪽
11 진술 20.05.25 280 4 12쪽
10 강민호의 능력 20.05.22 318 4 12쪽
9 미션을 받다 20.05.21 385 4 12쪽
8 오래된 영상 20.05.20 391 5 12쪽
7 메모리칩을 찾아서 (3) 20.05.19 395 5 13쪽
6 메모리칩을 찾아서 (2) 20.05.18 428 4 13쪽
5 메모리칩을 찾아서 (1) +2 20.05.15 467 7 12쪽
4 경찰 심문 20.05.14 480 6 12쪽
3 만나긴 했는데 20.05.13 524 7 12쪽
2 넌 누구니? 20.05.12 616 5 13쪽
1 유혹 +2 20.05.11 938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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