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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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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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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3,477

작성
20.06.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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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털어놓다

DUMMY

잠시 뒤, 겨우 화를 가라앉힌 윤형철이 김진수에게 물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냐? 너 인마, 원래 좀 둔하잖아. 어디 칼에 찔렸는데 모르고 있을 수도 있어. 잘 살펴봐라.”

김진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제가 둔하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저보단 여기 강민호 관장님이 다치셨죠. 관장님 아니었으면 저 다시는 선배 못 볼 뻔 했습니다.”

“그거 아쉽네.”

“······.”

그렇게 농담을 던진 윤형철이 강민호, 아니 강민호의 모습을 한 박태수를 향해 돌아섰다. 솔직히 말해서 박태수는 윤형철을 상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오늘 김진수와의 술자리를 통해 알게 된 사실 때문이다.

지난 번, 오한수 원장에 대해 진술을 하러 갔던 그 때 윤형철이 자신에게서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모양.

‘이상하네? 놀라는 연기를 제대로 했었는데?’

그런데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정말로 감이 좋은 형사라는 얘기다.

박태수는 여전히 무언가를 숨기고 있으며, 심지어 현재는 강민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감 좋은 윤형철이 또다시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의심하게 될지도 몰랐다.

아무튼, 박태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거나 말거나, 윤형철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저 미련한 자식의 선배 되는 윤형철입니다. 괜히 저런 놈과 엮여서 부상까지 당하시고···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 아닙니다. 밤낮없이 고생하시는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겸손하시네요. 아무튼, 공식적으로도 저희 쪽에서 선생님께 따로 감사를 표할 겁니다. 들어보셨죠? 용감한 시민 상, 뭐 그런 거요.”

“그렇군요. 진짜 괜찮은데.”

“받으세요. 저 난폭한 놈들 잡은 공로도 있으시고 또 받아두면 헬스클럽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네?”

“헬스클럽에 상장 걸어두셔도 좋고요. 아마 저희 출입기자들이 기사도 써드릴 거니까요.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아··· 뭐 그러네요.”

박태수는 시큰둥하니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강민호였다면 좋아했을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니까.

그때 김진수가 끼어들었다.

“선배, 관장님 피곤하신데 이만 보내시죠.”

“아, 내 정신 좀. 그래야지 부상도 당하셨는데. 그럼 관장님은 이만 들어가셔도 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저희가 또 부를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푹 쉬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안 그래도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던 박태수가 얼른 윤형철과 김진수에게 인사를 건네고 경찰서를 빠져나가려 했다.

그런데, 막 밖으로 나가려던 그를 윤형철이 불렀다.

“아! 잠시만요. 강민호 관장님?”

그가 빠른 걸음으로 박태수의 옆으로 다가왔다. 마치 무언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다는 얼굴이었다.

당연하게도 박태수는 잔뜩 긴장했다.

‘또 왜 그러지? 뭔가 실수했나? 이번에야말로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지난번에도 박태수가 느끼기에는 완벽한 연기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의심을 피하지 못했으니까.

박태수가 그렇게 긴장한 채로, 윤형철이 이상한 얘기라도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마치 누가 들으면 곤란하단 듯이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속삭였다.

“하나 궁금한 게 있어서요.”

박태수도 덩달아 소리를 죽여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김진수 형사, 저 놈 제 후배라서 제가 잘 알거든요.”

“그런데요?”

“도대체 어떻게 하셨기에 저 놈이 관장님께 술을 샀죠?”

“······.”

“제 평생 소원이 저 놈에게 술 한 잔 얻어먹는 거였는데······.”

“저도 잘······.”

박태수가 어이없단 듯이 그렇게 대답하자, 윤형철이 입맛을 다셨다.

“비밀이군요. 하긴 그런 기술을 쉽게 알려줄 수는 없겠지요. 아무튼, 잘 알겠습니다. 그럼, 어서 들어가 보세요.”

“그, 그럼 이만.”

그렇게 박태수는 겨우 경찰서를, 아니 윤형철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박태수가 떠나자, 이번에도 윤형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의 얼굴이 자못 심각해보였다.

윤형철이 김진수를 향해 뒤돌아서며 물었다.

“저 사람, 언제부터 알았다고?”

“네? 무슨 말씀이세요?”

“강민호 관장 말이야. 네 녀석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냐고.”

“아, 선수생활 하실 때 팬이었다니까요? 직접 만난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그래? 어떻게 만났는데?”

김진수가 오늘 박태수를 미행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박태수의 집에서 나오는 강민호 관장에게 자신이 먼저 말을 걸었다는 것까지.

그 이야기를 듣고 나자, 윤형철의 얼굴이 더욱 심각하게 변했다.

“그것 참 신기한 일이네.”

“또 뭐가요?”

“그게··· 음··· 아니다. 다음에 좀 더 확실해지면 얘기하자.”

윤형철이 무어라고 입을 열려다가 생각을 돌린 것처럼 그렇게 대답했다. 김진수는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


경찰서를 빠져나온 박태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밤을 꼬박 샜지만 몸은 마치 방금 자고 일어난 것처럼 최상의 상태였다.

삐비비빅 삑삑.

평소처럼 도어락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시커먼 것이 훅 하고 달려들었다.

“으악!”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들어 막았다.

그런데.

턱!

손에 야구방망이가 잡혔다.

그걸 휘두른 놈, 그러니까 진짜 강민호가 박태수의 손으로부터 야구방망이를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박태수는 자신의 집에, 기절한 강민호를 아무렇게나 내버려 뒀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떠올렸다.

“······.”

강민호는 여전히 한 30년은 늙어버린 모습.

그는 구부정하게 굽은 등과 핏발이 선 눈동자, 그 아래로 거의 콧잔등까지 내려온 다크서클까지, 그런 모습으로 이마를 찌푸리며 용을 쓰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수는 잡고 있는 야구방망이에서 별반 위협적인 힘을 느끼지 못했다. 괜스레 강민호가 측은해졌다.

“이러지 마시고 우리 대화로 해결합시다.”

그렇게 말하자, 강민호는 마치 부모님의 원수를 마주한 사람처럼 박태수를 노려봤다.

박태수가 재차 입을 열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거 압니다. 그런데 그거 나도 마찬가지에요. 나라고 지금 이 상황이 마냥 좋은 건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우리 대화 좀 합시다.”

강민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태수는 그가 쥐고 있는 야구방망이에서 서서히 힘이 빠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다행히 강민호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테이블을 마주 한 채로 강민호는 바닥에, 박태수는 소파에 앉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강민호였다. 그가 여전히 부모의 원수를 노려보듯이 박태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말을 지껄일지 기대되는군.”

박태수는 머릿속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니, 스스로 생각해도 강민호가 자신의 설명을 이해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너무 말이 안 되는 사실들 투성이니까.

고민하던 박태수의 머릿속에 메모리칩이 떠올랐다.

“일단 이것부터 좀 보시죠.”

박태수가 노트북을 켜며 그렇게 말했다.

지이이잉.

시피유가 돌아가고 곧 화면이 켜졌다. 박태수는 강민호가 볼 수 있도록 노트북의 화면을 돌렸다.


[미션 Lv. 1]

힘과 체력의 증명

강민호가 되어 그의 경험과 능력을 흡수하라. 단순한 육체적인 능력을 넘어서 그가 숨기고 있는 진정한 초능력을 간파해내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진행률 : 62.7%


강민호는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은 채, 박태수가 보여주는 노트북의 화면을 노려보았다.

‘미션? 미션이라고?’

게다가 그 미션의 내용은 강민호, 즉 자신이 되어 경험과 능력, 초능력을 빼앗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

머릿속이 복잡했다. 처음에는 또 다른 능력자가 나타났고 그런 놈에게 당했다고만 생각했다. 언제고 자신처럼 능력을 가진 강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항상 해왔으니까.

그래서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박태수의 태도를 보고도 믿지 않았다. 그저 그가 자신을 기만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화면, 정확히는 미션이라는 것의 내용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놈들이 보낸 게 아니란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박태수가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이 화면부터 보여준 이유는 이걸 보고 관장님을 찾아갔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제가 관장님이 되었다는 설명을 위해섭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저도 잘 모르겠고요.”

박태수는 제 입으로 얘기하고도 뭔가 구차했다. 당연히 강민호로부터 ‘어디서 헛소리를!’이라거나 ‘개수작 말고 진실을 털어놔라!’와 같은 반응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민호의 표정이 묘했다.

왠지 납득하는 얼굴이지 않은가!

그리고 실제 강민호는 빠르게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고, 덕분에 어느 정도는 박태수의 말을 이해하는 중이었다.

잠시 기다리자, 강민호가 다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 프로그램은 어디서 났지? 아니, 이걸 준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지? 혹시 연락이 가능한가?”

그렇게 연이은 질문이 쏟아졌다.

박태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지금은 연락도 안 되고요. 혹시··· 최수현이라고 아십니까?”

“최수현?”

“네. 굉장한 미인입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나?”

“올해 스물아홉일 겁니다.”

강민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최수현이라······.

기억에 없는 이름이었다. 하긴, 그때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강민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치면, 나이도 소용없다. 이름과 나이는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성별은 바뀌지 않는다. 강민호는 ‘그 일’이 있기 전까지 함께 생활했던 이들 중 여자들을 떠올렸다.

그러자, 한 소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찼다.

‘그래, 그 녀석이라면······.’

갑자기 강민호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강민호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박태수는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강민호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했다. 그러다 종내에는 지금 이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다소 괴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강민호가 물어왔다.

“자네는 그럼, 그 최수현이라는 그 여자의 부탁을 받은 건가?”

“부탁이라니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 프로그램이 담긴 메모리칩을 저에게 준 사람이 바로 그녀니까요.”

“어떻게 그녀를 만났는지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나?”

“그야 어렵지 않지요.”

박태수는 걱정했던 것보다 강민호의 반응이 호의적이었던 바람에, 그렇게 신이 나서 최수현과의 첫 만남부터 그녀가 누군가의 칼에 찔려 쓰러졌던 때의 일, 그리고 그 이후 그녀의 집에 숨겨져 있던 메모리칩을 찾아온 것까지의 일들을 모두 설명했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뒤, 강민호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정말 그녀가 맞나 보군. 살아 있었어!”

“수현 씨를 안다는 말씀인가요?”

“그런 것 같네.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이와 자네가 말하는 그 최수현이라는 여자는 동일 인물이 맞을 걸세.”

그리고 둘의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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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8 테드창
    작성일
    20.06.01 10:14
    No. 1

    안녕하세요. 재미있어요! 쾅 누루고 갑니다.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제 소설도 한번 들려서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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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실전감각을 키워라 (4) 20.06.11 145 4 12쪽
23 실전감각을 키워라 (3) 20.06.10 154 3 13쪽
22 실전감각을 키워라 (2) 20.06.09 165 3 12쪽
21 실전 감각을 키워라 (1) 20.06.08 186 3 12쪽
20 그날의 기억 (4) 20.06.05 187 4 12쪽
19 그날의 기억 (3) 20.06.04 188 3 12쪽
18 그날의 기억 (2) 20.06.03 195 3 12쪽
17 그날의 기억 (1) 20.06.02 210 2 12쪽
» 털어놓다 +1 20.06.01 220 4 12쪽
15 포장마차 혈전 (2) 20.05.29 217 2 12쪽
14 포장마차 혈전 (1) 20.05.28 236 3 12쪽
13 신은 공평하다 20.05.27 267 4 12쪽
12 힘을 흡수하다 +2 20.05.26 292 4 12쪽
11 진술 20.05.25 280 4 12쪽
10 강민호의 능력 20.05.22 319 4 12쪽
9 미션을 받다 20.05.21 385 4 12쪽
8 오래된 영상 20.05.20 391 5 12쪽
7 메모리칩을 찾아서 (3) 20.05.19 395 5 13쪽
6 메모리칩을 찾아서 (2) 20.05.18 428 4 13쪽
5 메모리칩을 찾아서 (1) +2 20.05.15 467 7 12쪽
4 경찰 심문 20.05.14 480 6 12쪽
3 만나긴 했는데 20.05.13 524 7 12쪽
2 넌 누구니? 20.05.12 616 5 13쪽
1 유혹 +2 20.05.11 938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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