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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오로라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11,058
추천수 :
141
글자수 :
323,477

작성
20.05.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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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래된 영상

DUMMY

최수현의 집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집에 도착한 박태수는 안락한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이대로 까무룩 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눈을 감으면 넉넉잡아도 10초 안에는 잠들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소파 앞 원목 테이블 위, 정확히는 노트북 옆에 놓여 있는 메모리칩의 존재가 그 강대한 수면의 욕구마저 참아내게 만들었다.

“흐흐흐. 결국에는 찾아내고 말았구나.”

그 과정에서 무수한 난관을 만났었다. 특히 떡볶이 집 화장실에서의 그 긴장감 넘치던 대치는 지금 생각해도 살이 떨려왔다. 어디 그 뿐인가. 최수현의 집에 몰래 침입하기 위해 배관을 타고 담벼락을 올랐던 일, 또다시 화장실에 숨어서 김진수와 오한수 원장의 대결구도를 목격했던 일 등등 다사다난했던 일들이 폭풍처럼 몰아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했던 메모리칩을 손에 넣었으니 어찌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으랴. 그래서 박태수는 곧바로 메모리칩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이렇게 그 희열, 해냈다는 만족감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혼자서 피식대던 박태수가 드디어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제는 최수현이 남긴 메모리칩 속의 내용을 살펴볼 시간.

“그래, 도대체 무슨 비밀스런 내용이 들어있을지 한 번 보자고.”

막상 내용을 살펴보려고 마음을 먹으니 그제야 긴장감이 몰려왔다. 또다시 최수현이 남겼던, 죽어도 죽은 게 아니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동안 남몰래 마음에 두었었던 최수현이 죽었는데도 그가 이렇게 덤덤할 수 있는 이유가 그녀가 남겼던 저 말을 믿고 싶어서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이 메모리칩을 확인하면 그 말이 진실인지의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박태수에게는 그걸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싸움은 길지 않았다. 결국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겼다.

박태수는 천천히 칩을 노트북에 꽂았다.

그러자 어떤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위이잉.

프로그램 설치는 금방 끝났다. 잠시 기다리자, 무수한 별들이 떠올라 있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이런 글자가 떠올랐다.


[오로라 프로젝트]


그리고는 화면이 바뀌었다.

몇몇 영상이 재생되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촬영된 것처럼 화면이 조잡했으며 흑백이었다. 그 영상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실험을 받고 있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법한 어린 아이도 있었고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도 있었다.

박태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나타나 그 사람들을 어디론가 강제로 끌고 갔던 것이다. 그리고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영상들이 이어졌다. 눈을 까뒤집으며 축 늘어지기 직전까지 이어지는 전기고문은 기본이었다. 어린 아이를 투명한 물탱크에 던져 넣고는 뚜껑을 닫고 자물쇠를 채우기도 했다. 오래 굶은 것으로 보이는 사자의 우리에 어떤 빼빼마른 여자를 집어넣기도 했으며, 심지어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한 남자를 밀어버리기도 했다. 열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포박한 채 기차가 다니는 철로에 묶어두기도 했다.

밤을 새워 노곤하던 박태수는 머리에 누가 찬물을 뒤집어씌운 것 같았다. 이 천인공노할 만행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미친 새끼들이······.”

대부분 잔인하게 죽었다.

죽은 시체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나타나 마치 짐짝처럼 끌어냈다. 그리고는 그 시체들을 한 곳에 모아 묻어버렸다. 그런 일을 하는 놈들은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시종일관 무표정했다.

그런데 갑자기 장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그 잔인한 실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영상이었다.

“!”

박태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한 젊은 여자가 전기고문을 받는 중에 비명을 질렀는데 주변의 유리로 된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천장에 달려있던 형광등마저 박살나버려 실험실이 깜깜해졌다. 잠시 뒤, 불꽃이 튀었다. 그녀를 고문하던 전기고문기에 불이 붙었다. 놈들이 나타나 그녀의 목에 커다란 주사기를 꽂았다. 곧 그녀가 축 늘어지자, 영상은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었다.

이번에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배나온 중년의 아저씨를 밀어버리는 장면이었다. 처음부터 사운드가 없는 영상이었지만, 박태수는 그 아저씨가 내지른 비명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 했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아저씨는 허공에 뜬 채로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이대로 추락한다면 바닥에 대기 중인 크고 작은 바위에 부딪쳐 아저씨의 몸은 곤죽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도저히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

지면과의 거리가 거의 2미터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때, 추락하던 배나온 아저씨의 몸이 갑자기 공중에서 뚝 멈춰버린 것. 그 아저씨조차 자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다 어디선가 사람의 손가락만한 작은 화살이 날아와 아저씨의 목에 꽂혔다. 그 즉시 아저씨는 다시 추락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장면 전환.

이번에는 사자 우리에 던져진 10살 남짓한 여자아이의 영상이었다. 사자는 소녀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처음에는 좌우로 왔다갔다 거리며 경계했지만, 이내 위험요소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천천히 소녀를 향해 다가서기 시작했다. 군침이 도는 지, 그런 사자의 입가에는 침이 흘러내렸다.

소녀는 침착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까지 봐왔던, 영상 속의 다른 사람들과는 뭔가 달라보였다. 그때, 천천히 다가서던 사자가 갑자기 상체를 숙이더니 뒷발에 힘을 주고는 땅을 박찼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사자와 소녀의 거리가 단숨에 지워져버렸다. 사자로부터 맹수 특유의 무지막지한 포악함이 느껴졌다. 박태수는 곧 일어날 끔찍한 일을 상상했다. 저 사자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연약한 소녀를 거침없이 물어뜯는.

“피해! 도망가!”

박태수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나 우려했던 일은, 박태수의 상상 속에서 펼쳐졌던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다른 의미로 꽤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긴 했다. 바로 저 연약해 보이는 소녀에 의해서.

지척에 이른 사자가 소녀의 몸을 향해 앞발을 들이미는 순간, 소녀 또한 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소녀 주변의 일정한 반경 이내의 모든 시간이 멈췄다. 사자는 여전히 공중에 뜬 채로 앞발을 내민 상태였다. 입가를 타고, 수염을 적시며 흐르던 침방울도 공중에 흩날리던 그대로였다. 오직 소녀만 그 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있었다.

소녀가 사자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리고는 잠시 동안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서서히 소녀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사자의 몸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 육중하면서도 고양이과 특유의 유연성을 자랑하는 사자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사자의 몸은 건조해져서 모래처럼 부서져 내릴 것 같았다.

하지만 또다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믿기 힘든 힘을 쏟아내던 소녀가 갑자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던 그녀의 머리카락도 힘을 잃고 떨어져 내렸다. 과도한 힘을 사용한 결과 같았다.

소녀가 쓰러지자, 멈췄던 공간에 다시 활력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굳어가던 사자도 금세 원상태를 회복했다. 이제는 소녀가 위험해졌다. 그때, 일단의 남자들이 우리 속으로 난입했다. 그들은 전기 충격기를 앞세워 사자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고, 그 사이 쓰러져 있던 소녀를 들어 옮겼다. 그렇게 소녀의 영상이 끝이 났다.

박태수는 턱을 떨어뜨린 채로 그 영상을 보다가 남자들의 어깨에 들려 나가는 소녀의 얼굴에 못 박은 듯 시선을 고정했다. 어쩐지 소녀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봤는지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만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기억해냈을 지도 몰랐는데, 아쉽게도 또 다른 영상이 이어지는 바람에 생각을 멈추어야 했다.


다시 이어진 영상은 더 이상 흑백이 아니었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헤어스타일로 미뤄 90년대 초중반 같았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주변에 의료기기들이 보이는 걸로 봐서 병원인 것 같았다.

다시 장면이 전환되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몸은 마치 정신병동의 환자들처럼 침상에 묶여 있었다. 가운을 입은 자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 그들 중 가장 젊어 보이는 한 명이 한 손에는 약병을 나머지 손에는 주사기를 들고 다른 이들에게 무어라고 말했다.

박태수는 그 젊은 의사를 보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오··· 한수 원장? 다, 당신이 왜 거기서 나오지?”

젊긴 했지만 분명 수박성형외과의 오한수 원장이 틀림없었다. 박태수는 그제야 오한수와 최수현의 관계가 단순한 원장과 코디네이터에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영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므로 그 생각을 깊게 하진 못했다.

20대 후반의 오한수가 침상에 묶여 있는 사람들 중 한명에게 다가가 주사를 놓았다. 그러자, 약 5분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자의 피부 속에 마치 살아 있는 벌레가 들어간 것처럼, 피부가 울룩불룩 솟아올랐고, 그 안쪽에서 무언가가 밖으로 튀어나오려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카메라가 그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그걸 본 박태수는 경악했다.

“뭐, 뭐야! 설마······.”

최수현이 자신에게 주사했던 보톡스.

그걸 맞은 뒤 그에게 일어났던 변화가 저 남자에게도 고스란히 나타났던 것이다. 저 기괴하게 비틀려버린 얼굴의 특징은 분명 현재 박태수의 얼굴과 비슷했다.

“마, 말도 안 돼!”

박태수가 그렇게 소리치는 와중에도 영상 속의 젊은 오한수와 다른 의사들은 그런 남자의 얼굴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하지만 그 흥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창 얼굴이 비틀리던 남자의 코에서 갑자기 피가 흐르기 시작하더니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다. 오한수를 비롯한 의사들의 얼굴이 극심한 실망감으로 물들었다.

주사를 투여한 남자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침상에 묶여 있던 사람들 전체에게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 개개인에 따라 버틴 시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에는 모두 죽었다.

“······.”

어느새 박태수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매만지고 있었다. 영상에 나온 대로라면, 그리고 최수현이 주사한 것이 정말로 저 영상 속의 약물과 같은 거라면, 분명 박태수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살아있었다. 비록 흉측한 몰골이 되긴 했지만 건강상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실험을 위해 잡혀온 이들이 모두 죽는 것을 끝으로 영상도 끝이 났다. 더 이상 다른 영상이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이게 끝인가?’

박태수가 그렇게 생각할 즈음, 화면이 바뀌며 글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그 글을 읽으며 그것이 그를 위해 최수현이 남긴 메시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이 살해당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메시지를 미리 남겨놓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

박태수는 그런 사실을 떠올리며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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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날의 기억 (3) 20.06.04 188 3 12쪽
18 그날의 기억 (2) 20.06.03 19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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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영상 20.05.20 391 5 12쪽
7 메모리칩을 찾아서 (3) 20.05.19 395 5 13쪽
6 메모리칩을 찾아서 (2) 20.05.18 428 4 13쪽
5 메모리칩을 찾아서 (1) +2 20.05.15 467 7 12쪽
4 경찰 심문 20.05.14 48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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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넌 누구니? 20.05.12 61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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