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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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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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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477

작성
20.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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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만나긴 했는데

DUMMY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웃긴 게 이 기괴한 얼굴도 매일 보게 되니까 나름 볼만 해졌다.

웃는 상이라고 해야 하나?

뭐 우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흐흑.

박태수는 병원에서 잘린 후, 어떻게든 최수현을 만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다. 별로 좋지 않은 기억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겨우 그녀가 성수동의 한 카페에 자주 간다고 떠들었던 것을 생각해냈다.

휴일에는 그 카페에 앉아 하루 종일 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한다고 했던가?

당시 그 말을 흘려듣는 와중에 하도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콧방귀를 꼈던 기억이 용케도 남아 있었다. 그런 고상한 취미를 가지신 분이, 병원에서는 틈만 나면 입가에 침을 흘리며 졸기 일쑤였으니까.

성수동에는 카페가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검색을 통해 최수현이 말했던 카페를 찾아냈다. 성형외과가 한 달 동안 영업정지를 당했으니 그 기간 동안은 그녀에게 휴일이나 마찬가지 일 터. 만약 그 고상한 취미가 사실이라면 카페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박태수는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마스크로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는 그곳에 갔다.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에 그러고 있자니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기괴한 얼굴을 가렸는데도 지나치는 사람들이 황급히 그를 피해 다닌다.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해치지 않아요!

비록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남자답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고요!

억울한 박태수는 사람들을 붙잡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행위마저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공포가 될 것이다.

박태수는 축 처진 어깨로 카페에 들어섰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가운 커피로 주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원두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잘 갈아서 해주세요.”

“······.”

뭐, 뭐! 그 표정은 뭔데. 아! 그런 의미가 아니었나?

“타지 않게 잘 볶아서 해주세요.”

“······.”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니에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리지널 원두로 드릴게요.”

“네.”

박태수는 허둥거리며 계산을 마치고는 여전히 자신을 경계하는 알바생을 보며, 커피 원두에도 오리지널과 아닌 것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하긴, 성형외과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도 느꼈지만 더 이상 무엇이 오리지널인지 구분하기 힘든 시대가 되긴 했다.

그 또한 마찬가지.

최수현이 시술한 보톡스로 인해 엉망진창으로 뒤바뀐 얼굴을 한 지금의 그는 더 이상 오리지널 박태수라고 볼 수 없을 테니까.

마음이 씁쓸했다. 한편으로는 반드시 오리지널의 스스로를 되찾고 말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그러려면?

이 모든 일의 원흉!

미인이지만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최수현을 만나야만 했다. 그녀를 만나서 할 말도 이미 정해두었다. 괴물로 변한 자신의 얼굴을 다시 되돌려 놓거나······.

“불가능하다면 책임져야지. 암, 그렇고말고.”

잠시 마스크 속에 감춰져 있던 박태수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나름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미소를 띤 결과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커피가 바닥을 드러냈고, 건너편에서 박태수를 흘끔거리며 저희들끼리 숙덕이던 커플이 자리를 떴다.

카페의 마감시간이 다가왔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수 시간 째 버틴 박태수. 벌써부터 그런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알바생이 이제 때가 되었다는 듯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그를 쫓아낼 시간이 온 것이다.

‘흥! 이만 가주시죠. 이상한 손님?’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알바생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박태수에게 다가가려 할 때였다.

누군가 카페로 들어섰다.

알바생이 반사적으로 외쳤다.

“아, 죄송하지만 저희 문 닫을 시간이어서······.”

그렇게 말부터 해놓고 그제야 손님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는 얼굴이었다. 이 카페에 적어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방문하던 여자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워낙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미인이어서 기억에 남았던 손님이다.

알바생은 그녀가 떠날 새라 재빨리 다시 말했다.

“아! 오늘은 늦게 오셨네요! 바닐라 라떼 맞으시죠? 바로 만들어드릴게요!”

그런데 그 여자 손님의 반응이 이상했다.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란 듯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던 것이다. 그녀가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어? 소, 손님!”


박태수는 카페에 있는 내내 출입문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곳에 온 목적이 최수현을 만나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최수현이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그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알바생이 최수현을 향해 무어라고 말을 건네던 그때, 마침 매장을 둘러보려던 그녀와 박태수의 시선이 마주쳤다.

“!”

박태수가 의자를 뒤로 밀어내며 일어섰고, 최수현은 마치 ‘당신이 왜 여기에!’라는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녀가 별안간 뒤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어? 소, 손님!”

그런 알바생의 외침을 뒤로하고 박태수도 그녀를 쫓아 뛰었다.

‘드디어 만났구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넘어질 듯 카페 밖으로 뛰쳐나온 박태수는 재빨리 좌우를 살폈다. 최수현은 빨간 불의 횡단보도를 반쯤 통과해 건너편으로 달리고 있었다.

“수, 수현씨! 거기서요!”

박태수도 빨간 불을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달렸다. 달리기 하나는 자신 있던 터라 그녀와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곧 그녀의 뒷덜미를 잡아 챌 수 있겠다 싶었을 때였다.

빠앙! 빵! 빵아앙!

미처 그를 보지 못한 승용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그를 향해 돌진해왔다.

“허억!”

소스라치게 놀란 박태수가 ‘어버버’ 하다 가까스로 멈췄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승용차는 그의 앞을 막은 채로 급정거했다.

곧 운전자의 욕설이 들려왔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자살하려거든 집에 가서 혼자 뒈져!”

그러나 놀란 심장을 다스린 박태수는 그를 무시 한 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방금 잠깐 멈추는 바람에 거의 다 잡았던 최수현을 놓치게 생겼던 것이다. 그녀는 이미 횡단보도 맞은편의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복잡한 골목으로 숨어버리면 그녀를 놓칠지도 모른다.

“수현씨! 자, 잠깐만 서라고요! 야!”

절규하듯 그렇게 외친 박태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속도를 높였다. 곧 그도 골목에 들어섰다. 저 앞에서 이제 막 왼쪽으로 꺾어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이 잔상처럼 포착되었다. 박태수는 놓칠 새라 그쪽으로 뛰었다.

그때였다.

“꺄아아악! 사, 살려······.”

방금 최수현이 사라진 골목 안쪽으로부터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박태수는 그 공포에 젖은 비명을 들으며 골목으로 진입했다. 그가 골목으로 들어서자, 시커먼 형체의 무언가가 화들짝 놀라며 반대편으로 달아났다. 그 속도가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그리고 남겨진 자리에는······.

“수, 수··· 현씨?”

그렇게도 만나고자 했던 최수현이 바닥에 쓰러진 채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옆구리에서는 새빨간 피가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박태수는 순간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피해 그렇게도 생동감 있게 달아나던 그녀가 지금은 차디찬 바닥에 쓰러진 채로 피를 쏟으며 죽어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

그때, 박태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응급조치를 해야 했다. 어떻게든 그녀를 살려야 했다. 그는 넘어지듯 그녀에게 달려가 피가 흘러나오는 옆구리를 손으로 막았다. 그런데도 피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현 씨! 제발!”

울먹이며 외쳤지만 그녀는 가쁜 숨을 내뱉을 뿐이었다.

‘피, 피가······.’

너무 많이 흘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미 바닥에 흥건히 고였을 정도였다. 손으로 막는 것으로는 출혈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박태수는 그제야 119를 떠올렸다. 더듬거리며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뒀던 핸드폰을 꺼내려는데 피가 묻은 손에서 자꾸만 미끄러졌다.

툭.

그가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다시 주워들기 위해 손을 내밀었을 때였다. 누군가의 손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최수현이었다.

놀란 박태수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최수현이 고통을 참느라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그런 눈빛이었다.


**


“다시 묻겠습니다. 오늘 거긴 왜 갔어요?”

“······.”

박태수는 경찰의 심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내 인생을 책임지라며 때를 써볼 요량이었는데 그 얘길 하자면 불법 시술한 보톡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만 한다. 무자격자의 의료행위에 가담한 죄를 털어놓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왜 대답을 못해요? 그 여자··· 당신이 죽였죠?”

“아닙니다.”

“자 박태수씨. 지금 근처 CCTV 다 조사 중이에요. 곧 증거 나오니까 그때 가서 죄송하다 그러지 말고 지금 다 털어놓자고요.”

“아니라니까요. 형사님 말씀처럼 곧 드러날 거짓말을 왜 하겠어요. 거듭 말하지만 그때 제가 골목에 들어갔을 때 누군가 재빨리 도망가는 걸 봤다니까요?”

“하아··· 정말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시겠다? 그래봐야 박태수씨에게 좋을 거 하나도 없어요. 조금이라도 정상참작이 되려면 지금 자백하는 게 나을 겁니다.”

“······.”

박태수는 경찰이 자신을 아예 범인으로 단정지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야 하나. CCTV에 범인의 모습이 잡혔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만일의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머릿속이 엉망진창, 뒤죽박죽이었다. 최수현이 그의 눈앞에서 죽어가던 모습이 잊히지가 않았다.

‘일단은 생각할 시간을 좀 벌어야겠는데······.’

그러기에는 그를 심문하는 형사가 도무지 가만두질 않는다. 그때 박태수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드라마의 한 장면.

아, 그 생각을 못했군.

박태수가 회심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기 형사님?”

“말씀하세요. 이제 털어놓을 준비가 된 겁니까? 잘 생각하셨어요. 쉽게, 쉽게 갑시다. 솔직히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으로는 안 보이니까, 조서는 내 최대한 정상참작해서 작성해 드릴께.”

형사가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박태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태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전에··· 드라마 같은 걸 보면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드라마요?”

“네. 드라마 같은데서 이런 경우에 왜 그··· 뜨끈한 국밥 같은 거 시켜주고 배불리 먹인 뒤에 취조하는 것 같던데······.”

“······.”

“안되나요?”

“······.”

박태수는 형사의 기대 어린 눈빛이 곧 짜증으로 뒤바뀌는 걸 보았다. 그러나 형사는 이내 체념한 얼굴로 의자에 등을 묻으며 누군가를 향해 외쳤다.

“어이, 김 형사! 여기 국밥 한 그릇만 시켜라! 빨리 가져오라 그러고.”

오! 통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박태수가 얼른 끼어들었다.

“깍두기 많이 달라고 해주세요.”

“······.”


잠시 경찰서 밖으로 나온 윤형철이 담배를 입에 물자, 어느새 따라 나온 김진수가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었다.

“후우······.”

한숨인지 단지 담배연기를 내뿜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든 그 모습을 보며 김진수가 물었다.

“저놈 어떤 것 같아요?”

“글쎄다. 애매모호하네.”

“그래요? 얼굴만 보면 완전 살인자 같이 생겼는데.”

그 말에 윤형철과 김진수가 동시에 유리문 너머의 박태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마치 며칠 굶은 사람처럼 정신없이 국밥을 떠먹고 있었다.

윤형철이 머리를 흔들었다.

“이상한 놈이야. 진술도 어설프고 뭔가 숨기는 것도 있어. 근데 딱 범인이라는 감은 안 온단 말이지. 막 살인을 저지른 놈이 저렇게 태연하게 국밥을 처먹는 것도 좀 그렇고.”

“고단수 아닐까요? 일부러 저러는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정말 싸이코라는 건데··· 에이, 모르겠다. 일단 증거수집 끝나면 뭔가 나오겠지. 아무래도 쉽게 가긴 텄어. 아! 그보다 병원 건은?”

“수박성형외과요?”

“어, 저 자식 피해자와 거기서 함께 일했다고 했잖아.”

“알아보라고 해서 지금 조사 중인데 그게 좀 이상해요.”

“이상하다니? 뭐가?”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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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실전감각을 키워라 (5) 20.06.12 148 2 12쪽
24 실전감각을 키워라 (4) 20.06.11 145 4 12쪽
23 실전감각을 키워라 (3) 20.06.10 155 3 13쪽
22 실전감각을 키워라 (2) 20.06.09 165 3 12쪽
21 실전 감각을 키워라 (1) 20.06.08 186 3 12쪽
20 그날의 기억 (4) 20.06.05 187 4 12쪽
19 그날의 기억 (3) 20.06.04 188 3 12쪽
18 그날의 기억 (2) 20.06.03 195 3 12쪽
17 그날의 기억 (1) 20.06.02 210 2 12쪽
16 털어놓다 +1 20.06.01 220 4 12쪽
15 포장마차 혈전 (2) 20.05.29 217 2 12쪽
14 포장마차 혈전 (1) 20.05.28 236 3 12쪽
13 신은 공평하다 20.05.27 267 4 12쪽
12 힘을 흡수하다 +2 20.05.26 292 4 12쪽
11 진술 20.05.25 280 4 12쪽
10 강민호의 능력 20.05.22 319 4 12쪽
9 미션을 받다 20.05.21 385 4 12쪽
8 오래된 영상 20.05.20 391 5 12쪽
7 메모리칩을 찾아서 (3) 20.05.19 395 5 13쪽
6 메모리칩을 찾아서 (2) 20.05.18 428 4 13쪽
5 메모리칩을 찾아서 (1) +2 20.05.15 467 7 12쪽
4 경찰 심문 20.05.14 480 6 12쪽
» 만나긴 했는데 20.05.13 525 7 12쪽
2 넌 누구니? 20.05.12 616 5 13쪽
1 유혹 +2 20.05.11 938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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