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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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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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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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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타르수스 노예 시장

DUMMY

장거리 기동력은 항속거리와 작전 범위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였다.


“3단 노선은 갑판 3개 층을 노잡이가 쓰잖아. 여기에 수백명이 먹을 식수와 식량을 채워야 해. 적재 공간은 적고 먹일 인원은 많아. 그래서 작전 기간이 3일 밖에 안돼. 반면 삼각돛 범선이 돛조정에 필요한 선원이 많다해도 마흔 명이면 충분해. 노가 없으니 적재 공간도 넉넉하고. 내 계산으로 삼각돛 함대는 최소 30일 바다에 떠있을 수 있어.”


에우메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중해에 널린 게 항구고 기항지입니다. 지중해 3/4이 로마 땅이고 로마는 언제든 원하는 항구에 정박할 수 있습니다. 항해 기간이 긴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에우메네스는 해전을 맞붙어서 싸우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어.”


“맞붙지 않고 이기는 해전도 있습니까?”


에우메네스의 고정 관념을 깰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가정해보자. 로마의 3단 노선 함대가 로마에서, 내 삼각돛 범선 함대가 안티오키아에서 각각 출발하여 중간 지점에서 해전을 벌인다.”


“중간 지점이면 아테네 부근이 되겠군요.”


“3일씩 정박하는 로마 함대와 정박할 필요가 없는 내 함대. 누가 먼저 아테네에 도착할까?”


“우리 함대가 최소 7일 먼저 도착합니다.”


“어라? 도착해 보니 로마 함대는 이제 중간쯤 왔네. 손빨고 적을 기다리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게 좋겠지?”


“... 그렇습니다.”


나는 지도에 표시된 내 함대를 크게 우회시켰다.


헉!


에우메네스가 헛숨을 들이켰다.


충격과 공포였다.


오스티아.


내륙 수도인 서울의 운송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인천과 같은 로마의 항구 도시다. 인구 백만을 먹여살리는 로마의 목줄과 같은 오스티아가 내 함대에 의해 봉쇄당하였다.


“여길 막아버리면 시칠리아와 이집트 밀 공급이 끊어져.”


······


“여기서 문제. 로마 해군 사령관은 어떤 수를 취할까? 로마로 회군 아니면 안티오키아로 진격?”


“회군입니다.”


“맞았어. 잃을 게 많은 쪽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법이야.”


굶주림의 공포에 휩싸인 로마 시민이 원로원을 닥달할 테고, 원로원은 로마 구원 명령을 전할 것이다. 해군 사령관은 회군할 수 밖에 없다.


“로마 함대가 되돌아올 때까지 난 항구 시설 파괴, 상선 나포 등 적의 전력을 깎아먹을거야.”


······


“이게 끝이 아냐. 로마 함대가 돌아올 즈음 난 다시 이동할거야.”


이번엔 함대를 시칠리아 주도 시라쿠사로 옮겼다.


“시라쿠사 밀 저장 창고만 불태우고 빠진 다음 폼페이, 네아폴리스(나폴리)를 공략해. 아! 해군항이 있는 브린디시움(브린디시)도 빼놓을 수 없지. 여기 조선소는 반드시 불태워야 해.”


“... 맞붙지 않고 이긴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군요.”


나는 씨익 웃었다.


“이제 이해했나 보네. 적의 경제력을 떨어뜨리고 전쟁 수행 능력을 깎는 것을 통상파괴전이라 불러. 범선 함대가 장거리 기동력을 발휘하면 우리는 싸우지 않고도 적의 전력을 깎을 수 있어.”


에우메네스가 혀를 내둘렀다.


이건 미친 전략이었다. 당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화날까···


에우메네스는 먼훗날 맞붙게 될 적 사령관에 미리 애도를 표했다.


배는 느렸고 시간은 충분했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하프를 연주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바람이 바뀌고 배가 속도를 되찾았다. 호위함에서 수신호가 올랐다.


“왕자님, 해적선이 보입니다.”


“붉은색 깃발을 달도록 해. 약속 신호야.”


붉은색 기를 올리자 접근하던 해적선이 멀어졌다. 우리 배에 접근하는 배 모두가 그랬다. 이 해역의 배가 전부 해적선이라 생각하니 쫄린다.


휴우우.


나는 심호흡으로 평정을 유지하며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북쪽에서 소형 해적선 10척이 마중나왔습니다. 선두에 붉은색 깃발을 달았습니다.”


“속도를 늦춰라. 호위함은 간격을 좁힌다.”


상대방 얼굴 표정이 뚜렷이 보일 만큼 거리가 가까워졌다. 널판지만 대면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거리였다.


붉은 기를 단 기함 뱃머리에 해적 두목이 나타났다. 이제 15살이 되었을 법한 앳된 얼굴이었다. 의외였다.


저쪽도 날 알아본 모양이다.


“네가 셀레우코스 제국 아폴로니스 왕자인가?”


“그렇다. 너는 누구냐?”


“본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카르타고 해군 분함대장 한노 바르카다.”


바르카?


설마 한니발의 바르카 가문은 아니겠지. 내 표정을 눈치챈 한노가 꼿꼿이 허리를 세웠다.


“하하 한니발의 증손자가 바로 나다.”


맞네.


보레누스가 앞으로 나섰다.


“해적, 셀레우코스 제국의 왕자님께 예를 갖춰라.”


“하하하 코딱지만한 도시 국가 왕족 나부랑이에게 예를 바치라고? 웃기지 마라.”


스르릉.


보레누스가 무심한 눈으로 글래디우스를 뽑았다. 해적들이 일제히 칼을 빼어들었다. 널판을 사이에 두고 양쪽이 대치하였다.


내가 나섰다.


“한노, 나는 대화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쪽이 대화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군. 아버지를 뵙기엔 너무 어려서 말야."


부우우웅.


갑자기 묵직한 무언가 내 머리 위로 지나갔다.


필룸이었다. 2kg이 넘는 로마군 투창이 레이저 송구하듯 날아갔다.


퍽!


필룸은 해적선 메인 마스트 깊숙이 꽂혔다. 풀로가 우둑 손가락을 꺾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휘이익 퍽!


무언가 풀로의 뺨을 스치며 날아갔다.


화살이었다.


퍽!


필룸과 마찬가지로 화살이 우리 배 메인 마스트에 꽂혔다.


어느새 한노 손에 단궁이 들려있었다. 잠깐 투창을 바라보는 사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엄청난 속사였다.


“해적선 열 척을 보고 쫄지 않은 점은 인정해주지. 따라와."


한노는 우리를 타르수스로 안내했다.


타르수스.


타르수스는 킬리키아 주도로 과거 아테네, 로도스와 함께 그리스 학문 3대 도시로 명성을 날린 도시다.


지중해 해적이 들어온 후 타르수스는 바뀌었다.


견고한 도시 성벽은 해적 요새로, 시민들이 자유로이 거닐던 도시 광장은 쇠사슬에 묶인 노예 시장으로, 지성을 갈고 닦는 아카데미아는 해적 파벌 본거지가 되었다.


나는 말없이 항만을 바라봤다.


한 번에 백 척 이상 정박할 수 있는 대형 항구가 둘이었다. 오른쪽 부두에 정규 해군 못지 않은 대형 3단 노선이 줄지어 있었다. 함대 규모만 본다면 로마 해군에 필적한 규모였다.


대충 배 숫자로 계산하니 2만 명 이상.


부두 안쪽으로 커다란 조선소가 보였다.


놀라웠다.


선박용 목재를 다듬는 작업, 나무못으로 판재를 이어붙이는 작업, 용골에 청동제 충각을 씌우는 작업··· 모든 작업은 분업화되어 함선 건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중해 해적은 단순한 무장 집단이 아니었다. 국가급 생산 시스템을 지닌 군사 국가였다.


왼쪽은 하역 부두였다.


해적에게 붙잡힌 사람들이 줄지어 배에서 내린다. 목줄로 엮인 사람들이 생선 두름 보는 것 같다.


긴장된다.


보레누스가 날 일깨웠다.


“스쿠툼 진영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알았어.”


약속대로 나는 보레누스의 지시를 따랐다. 붉은 방패벽이 나를 감싸고 풀로가 나를 근접 경호하였다.


성안은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백인, 흑인, 아랍인, 남자, 여자, 노인, 아이···


광장 한 켠에 노예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성이 헐벗은 채 어시장 생선 마냥 경매에 붙여졌다.


“자 자, 2,800 데나리우스까지 나왔습니다. 앗! 11번 손님 200 데나리우스 더.”


“33번 손님 200 받고 200 더. 3,200 데나리우스입니다. 이 미모에 나이는 열 여섯. 게다가 처녀입니다. 3,200 데나리우스면 거저입니다 거저.”


“17번 손님 300 더! 3,500 데나리우스입니다. 아리따운 노예가 여러분의 밤을 만족시켜드립니다. 3,500에서 올릴 분 더 없으신가요?”


땅 땅!


“17번 손님 3,500 데나리우스(1억 7천500만원) 낙찰 축하드립니다.”


다음 경매는 누가 봐도 귀여운 미소년이었다. 벌거벗은 소년 옆에 근육질 감독관이 거세용 집게와 칼을 들고 있었다.


집게를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공포에 얼어붙었다.


한노가 히죽 웃었다.


“걱정마 왕자. 왕자 외모라면 여기 올라도 열 배 가격은 받겠지만 귀족은 특별대우야. 몸값만 지불하면 당장 풀어줘.”


정신이 아득해지는 가운데 한 사람이 떠올랐다.


카이사르.


카이사르는 로도스 유학 도중 지중해 해적에게 붙잡혔다. 이때 해적 몸값 요구액이 12만 데나리우스(60억원)였다. 대범한 카이사르는 자신의 몸값이 적다고 화를 내며 30만 데나리우스(150억원)로 몸값을 올렸다.


해적들은 귀하신 몸이 된 카이사르의 안전을 보장했고, 카이사르는 행동의 제한을 받지 않고 해적선을 돌아다녔다. 해적선 선장과 친하게 지내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몸값이 도착하고 풀려난 카이사르는 재빨리 행동에 나섰다. 도시 해군을 끌고 추격에 나서 방심한 해적을 죽이고 돈을 되찾았다.


미리 익혀둔 해적선 구조, 선장에게 들은 항로 정보가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담대한 카이사르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원해서 온 곳이다.


정신차려야 한다.


“대화를 청한 상대에게 자격을 운운하더니 이젠 같잖은 협박을 하는군. 카르타고 수준이 그것 밖에 안되나?”


“뭐라고? 이 꼬마가 죽고 싶어 환장했나?”


“셀레우코스 제국은 자마 회전에서 패한 한니발 장군을 해군 사령관으로 모셨다. 쫓겨온 카르타고 해군에게 기항지를 제공한 것도 셀레우코스 제국이다. 비록 로마에 패하고 한니발 장군을 내보내야 했지만 우린 최선을 다했다. 너희는 어떠한가?”


······


“네가 한니발의 후손이고 카르타고인의 긍지를 간직하고 있다면 그 격에 맞게 행동하라.”


······


“어리다고 깔봤던 것 같다. 사과하마. 지금부터 왕자를 내 손님으로 받아들이겠다.”


한노는 정중히 나를 안내하였다.


조금 더 가니 장물 시장이 나타났다. 마을과 상선에서 약탈한 전리품을 가득 쌓아놓고 파는 것이 안티오키아 시장과 다를게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호객 멘트였다.


“이집트산 밀 팝니다. 어제 약탈한 따끈따끈한 햇밀(?)입니다.”


“키프로스산 올리브 팝니다. 너무 맛있어서 상선 선장을 살려줬습니다. 맛보고 가세요.”


어질어질한 멘트와 함께 호객꾼 무리가 접근했다. 로마 호위대와 함께 있는 내가 로마 귀족으로 보였나 보다.


한노가 막아섰다.


“내 손님이다. 찝쩍대지 말고 꺼져.”


“쉬벌 이 바닥에 니 손님 내 손님이 어딨어? 나라 잃은 병신은 머리도 안돌아가나봐. 손님이 물건 찾지 주인 찾냐?”


“죽고 싶나?”


스르릉.


한노가 칼을 뽑았다. 상대도 가만 있지 않았다. 호객꾼 해적 무리가 일제히 칼을 뽑았다.


보레누스가 다시 나섰다.


“우린 물건을 사러 온 것이 아니다. 길을 비켜라.”


호객꾼 해적이 눈치를 봤다. 딱 봐도 정예 로마군이었다.


보레누스의 수신호에 호위대가 움직였다.


척 척.


기계처럼 움직이는 방패벽은 전혀 틈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말한다. 길을 비켜라."


보레누스의 살기에 눌린 주변 해적이 주춤주춤 물러섰다.


카악 퉷!


호객꾼 해적이 물러가고 시장이 조용해졌다.


“해적이라고 모두 친한 건 아닌가 보네.”


“파벌간 알력 싸움은 존재한다. 동지중해 해적 입장에서 보면 우린 굴러온 돌이야.”


한노 말대로 카르타고 해적은 굴러온 돌이다. 동지중해 해적은 홀로 먹던 것을 둘이 나눠먹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파벌간 알력 싸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내성에 들어서니 깨끗한 시가지와 귀족 저택, 그리고 널찍한 아카데미아가 나타났다.


카르타고 해적이 위치한 아카데미아는 강의동 네 곳, 원형 극장과 공중 목욕탕, 신전과 정원이 딸린 커다란 캠퍼스였다.


아카데미아 정문에 경비 병력이 보였다. 가까이 가자 경비대가 칼을 뽑아들었다. 로마 호위대를 보고 반응한 것이리라.


이번에도 한노가 나섰다.


“내 손님이다. 칼을 거둬라.”


“앗! 도련님, 오셨습니까?”


“아폴로니스 왕자를 데려왔다. 아버지 계시는가?”


“공회당 건물에 계십니다.”


로마 호위대를 보는 시선이 좋지 않았다. 캠퍼스 중심에 있는 공회당에 들어갈 때까지 따가운 시선이 이어졌다.


공회당 내부는 내가 상상했던 해적 소굴이 아니었다.


파피루스 문서가 오가며 분주하게 서류 작업중인 아저씨들이 잔뜩 있었다. 그 안쪽에 청동 갑옷에 붉은 망토를 맨 장교들이 작전판을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


푸근한 몸집의 아저씨 한 명이 다가왔다. 둥그런 체형과 다르게 예리한 눈매를 갖고 있었다. 한노와 똑같은 눈매였다.


“아폴론 신을 닮은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히밀코 바르카입니다.”


“반갑습니다 한니발의 손자 히밀코. 셀레우코스 제국 왕자 아폴로니스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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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로마 쩔더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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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오벨리스크 건립 +9 22.06.02 4,039 181 14쪽
22 코미테스가 되다 +7 22.06.01 4,112 171 13쪽
21 신성 재판 +8 22.05.31 4,161 170 13쪽
20 처녀신의 도시 +8 22.05.30 4,366 181 13쪽
19 이시스 여신전 +19 22.05.28 4,434 189 13쪽
18 로도스 청동 거상 2 +17 22.05.27 4,414 206 13쪽
17 로도스 청동 거상 +14 22.05.26 4,520 169 13쪽
16 절름발이 천재 필론 +14 22.05.25 4,737 180 13쪽
15 비밀 동맹 +17 22.05.24 4,830 190 13쪽
» 타르수스 노예 시장 +7 22.05.23 4,949 204 13쪽
13 출항 +7 22.05.21 5,167 200 13쪽
12 반칙왕 풀로 +16 22.05.20 5,174 214 14쪽
11 연극과 전차 경주 +8 22.05.19 5,540 224 12쪽
10 처녀 빗치 여신관 +13 22.05.18 6,055 231 14쪽
9 왕자님의 그건 큰가요? +22 22.05.17 6,118 252 13쪽
8 신전 제의 준비 +12 22.05.16 6,144 240 13쪽
7 보레누스와 풀로 +25 22.05.14 6,282 251 13쪽
6 아키우스 클로디우스 +11 22.05.13 6,596 254 14쪽
5 페르가몬 상단 2 +13 22.05.12 7,035 260 14쪽
4 페르가몬 상단 +15 22.05.11 7,373 279 13쪽
3 델포이 신탁 +9 22.05.11 7,897 276 13쪽
2 잘생겨서 엉덩이가 위험하다 +14 22.05.11 9,139 335 13쪽
1 프롤로그 +13 22.05.11 10,007 31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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