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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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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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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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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 제의 준비

DUMMY

백인대장(Centurion)


백인대장은 로마 군단의 중대급 현장 지휘관으로 백인대(80명, 수석 백인대는 160명)를 이끌고 부대 전술을 지휘하고, 돌격 명령이 떨어지면 선두에 나서 돌격한다. 적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지휘관부터 노리기 마련이고, 백인대장 사상자 비율은 사병 사상자 비율보다 훨씬 높다.


목숨을 건 전투에서 살아남은 백인대장은 전투의 달인으로 진화한다.


고참병(Triarii)


로마군은 3열 대열로 적을 상대한다. 전열에 힘세고 체력 좋은 젊은 신병을 배치하고, 중열에 숙련병을 배치한다. 전투의 향방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순간, 고참병 3열이 투입된다. 고참병의 조직적이고 노련한 움직임은 군단의 승리를 가져오는 핵심 열쇠다.


백인대장의 현장 지휘력과 고참병의 전투 감각.


둘의 존재는 로마로 하여금 비길 전투를 이기고, 평범한 승리를 대승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로마도 짬밥 쌓인 백인대장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인지하고 있다.


아까 보레누스가 말한 백인대장 연봉만 봐도 그렇다. 보통 5천 데나리우스(2억원)에서 6천 데나리우스(3억원) 받는데 고대 낮은 물가 수준과 평민 신분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대우가 아닐 수 없다.


바라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이런 건가.


흐뭇한 미소로 보레누스를 바라봤다.


백인대장 보내준다길래 기분좋았는데 그냥 백인대장이 아니라 수석 백인대장을 보냈다. 대대 2인자를 개인 호위에 보낼 줄이야···


이건 대박이다.


“따로 시키실 일은 없습니까?”


보레누스가 방 한 켠에 놓인 짐들을 바라봤다. 현장을 한 번 훑어보고 내가 이사할 것을 감잡았나 보다. 현장 지휘관답게 상황 판단이 빨랐다.


“에우메네스가 짐을 가져가기로 했어. 궁전 바깥에 수레가 있을거야.”


“궁전 바깥까지 저희가 나르겠습니다.”


보레누스가 부하를 불러왔다. 실행력도 끝내준다.


한 명이 눈에 띄었다. 키 2미터에 텁석부리 수염을 기른 근육질 거한이었다.


“저 친구는 풀로입니다. 힘은 곰처럼 세고, 생긴 것 답지 않게 판단도 빠릅니다. 왕자님 근접 경호를 맡을 녀석입니다.”


풀로가 씨익 웃더니 걸어왔다. 다른 병사 둘이 옮긴 짐 상자를 한손으로 번쩍 들더니 양쪽 어깨에 둘을 메고 나갔다.


“와··· 힘이 장사네.”


“풀로는 폰투스 원정에서 총사령관을 구출한 영웅입니다.”


“상대가 폰투스였다면 카타프락토이(마갑을 걸친 중기병)가 있었을 텐데?”


“알고 계시는군요. 풀로는 적 카타프락토이의 기병창을 낚아채 말을 뺏어타고 돌격하여 사령관을 구출했습니다.”


무쌍을 찍었다는 말인데··· 보레누스 말대로라면 풀로는 엄청난 인재였다. 이정도면 암살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어째서 저런 인물을 제대시킨거야? 나이도 젊잖아.”


“풀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술만 마시면 개가 됩니다.”


술이라고?


“잠깐! 지난주 광장에서 헤타이로이 딸의 옷을 벗겼다는 괴한이···”


보레누스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 저녀석입니다.”


보레누스는 아키우스와 얽힌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제서야 수석 백인대장이 내게 온 이유가 이해되었다.


“연판장은 처음부터 널 몰아낼 모략이었네.”


······


어쩐지 아까부터 보레누스 안색이 안좋더라니···


낙하산 상사를 모시고 대대를 유지해야 했으니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아키우스는 그걸 자신을 향한 도전으로 생각했을 테고, 귀족다운 술수로 보레누스를 내쳤다.


“보레누스, 난 아키우스와 달라. 현장 지휘관으로서의 네 경력을 존중할 것이고, 안전에 관한 네 판단을 우선하겠어. 앞으로 잘 부탁해.”


“...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자님.”


보레누스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키우스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가 남은 듯 보였지만 상관없다. 내가 보레누스를 웃게 만들 것이다.


저택에 짐을 푼 후 에우메네스와 보레누스에게 지중해 해적 정보를 구했다.


“지중해 해적은 히스파니아(에스파냐)에서 시리아까지 지중해 전역에서 활동하는 해적 집단입니다. 총규모는 천 척 이상이며 해적과 해적 가족, 관계자들을 합해 20만 명 이상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듣는 순간 기가 질렸다. 이정도면 고대 시대 핵폭탄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이 정도로 세력을 키울 수 있었지?”


“로마 동방 원정 결과 그리스계 제국이 몰락했습니다. 전쟁으로 정부 통제가 약화되자 해적들이 킬리키아 지방 내륙으로 진출했습니다.”


“어라 해적이 내륙 진출을 할 이유가 있어?”


“목재 때문입니다. 내륙 삼림을 손에 넣고 항구에 조선소를 세워 해적선을 건조하였습니다.”


“... 그래서 천 척이 되었구나. 전부 한 조직은 아니지?”


“지중해 해적은 크게 네 개 파벌로 구분됩니다. 서지중해 해적, 로마 해적, 에게해 해적, 카르타고 해적입니다.”


“각자 영역이 있구나. 잠깐 기다려봐. 지도에 영역을 표시해보자.”


나는 파피루스 종이를 대고 지중해 지도를 그렸다.


에스파냐,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그리스, 터키, 시리아, 이집트, 북아프리카···


나무펜이 움직일 때마다 익숙한 지중해 지형이 그려졌다. 주변이 조용해서 쳐다보니 에우메네스와 보레누스가 놀란 얼굴이었다.


“이게 지중해입니까?”


“응.”


“왕자님은 안티오키아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나간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정밀한 지도를 그릴 수 있는지요?”


나는 기도 자세를 취하며 미소지었다.


“내겐 헤르메스신의 축복이 있잖아. 여행자의 가호.”


“맙소사. 헤르메스(머큐리) 신의 지도라니···”


내친 김에 산맥과 강, 도시를 표시했다. 지리 정보가 추가될수록 에우메네스와 보레누스 입이 점점 크게 벌어졌다. 상업 전문가와 군사 전문가답게 지도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다.


보레누스가 충고했다.


“왕자님, 제가 군단 사령관이라면 이 지도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길 것입니다. 반드시 기밀로 보관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할게.”


보레누스가 조심스레 지도를 짚었다.


“에스파냐와 북아프리카 해안 연고의 서지중해 해적, 사르데냐 섬, 시칠리아 섬, 이탈리아 반도, 아드리아 해를 주무대로 삼는 로마 해적. 이 둘은 근거지가 멀어 우리와 접점이 없습니다.


나머지 둘이 에게 해 해적, 카르타고 해적으로 우리가 조심해야 할 해적입니다. 둘 다 동지중해를 기반으로 활동합니다. 에게 해 해적 활동 영역은 그리스 해안, 이오니아이며, 카르타고 해적은 에게해와 시리아, 키프로스, 이집트 해안입니다. 둘의 공통분모는 여깁니다.”


보레누스가 안티오키아 바로 위를 가리켰다. 킬리키아 지방의 주도 타르수스였다.


“지중해 해적 소굴 타르수스. 이곳에 지중해 최대 노예 시장이 있습니다.”


본래 타르수스는 셀레우코스 제국의 주요 도시중 하나였다. 아테네, 로도스와 더불어 3대 학술도시로 명성을 날렸고, 많은 외국 유학생이 그리스 철학을 배우기 위해 타르수스 아카데미아를 방문하였다.


셀레우코스 제국이 암살과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지자 해적이 킬리키아 지방을 점령하였다. 학문의 도시는 해적 소굴이 되었고, 지중해 최대 노예 시장으로 바뀌었다.


노예제와 노예시장.


노예가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 고대 사회 구조에서 안정적 노예 공급은 중대한 사회 문제다.


누가 공급을 담당하는가?


지중해 해적이다.


해적은 작물 추수하듯 해안가를 약탈하고 노예를 잡아들인다. 잡은 노예는 노예 시장을 통해 지중해 전역으로 공급한다. 가끔 대규모 전쟁이 터지고 전쟁 포로가 나오면 노예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지중해 해적은 노예 사냥을 중지하여 물동량을 조절한다.


지중해 해적은 로마와 그리스계 제국 노예 공급을 책임지는 필요악이었다.


문제는 로마의 세력 확장이었다.


로마 영토가 이탈리아 반도에 머물렀을 때는 해적 피해가 적었다. 노예 공급이 주로 동지중해 해안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중해를 제패하면서 로마는 해적 피해에 직접 노출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동방 원정의 여파로 그리스계 제국이 무정부 상태에 빠지면서 해적의 세력 확장이 용이해졌다. 해적의 힘이 지나치게 커진 것이다.


로마 공화정은 딜레마에 빠졌다.


노예 공급을 우선할 것인가 해적 피해를 줄일 것인가.


로마의 선택은 후자였다. 폼페이우스 해적 토벌이 3년 후 시작된다.


나는 이 정보를 이용할 방법을 구상했다.


해적에게 직업인 해적을 빼면 숙련 선원과 해군이 남는다. 이들은 다년간 배를 타며 지중해 바다를 익힌 항해 베테랑이자 실전 경험을 가진 잠재적 해군이다. 이들을 빼돌리면 향후 교역 선단 구성과 함대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눈여겨 보는 집단은 카르타고 해적이었다. 카르타고 해적은 카르타고 멸망 후 카르타고 해군 출신이 조직한 해적 집단이다. 로마에 대한 적개심이 장난이 아니라 로마 상선만 보면 눈깔 뒤집혀 끝까지 쫓아간다 한다.


대로마 공동 전선을 주장하면 괜찮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에우메네스, 궁금한 게 있어. 페르가몬 상단이 보석 광산을 소유하고 있다 했지? 광산 노예는 어떻게 구해?”


“광산 노예는 노예 시장을 통해 직거래합니다.”


“매매 의사는 어떻게 전달하는데?”


“안티오키아 노예 시장에 정기적으로 노예를 공급하는 해적 함대가 있습니다. 이들에게 구입 의사를 전달합니다.”


“노예 시장에 연락책이 있다는 말이네. 지금 만날 수 있을까?”


“가능하긴 합니다만···”


잠시 후 나는 에우메네스가 마련한 백마에 올라탔다. 페르시아에서 들여온 멋진 말이었다.


문제가 발생했다.


쩍벌 포즈에 속옷이 보인다. 안그래도 옷 짧아서 허전해 죽겠는데···


“아 젠장 바지마렵네.”


나는 벌개진 얼굴로 고삐를 잡았다.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말이 움직이면서 하마터면 낙마할 뻔 했다. 보레누스가 재빨리 말을 진정시켰다.


두 번째 문제는 등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말이 걸을 때마다 오뚜기마냥 앞뒤로 흔들리는게 장난이 아니었다. 이대론 10미터도 못가서 떨어질 판이다.


나는 자주색 히마티온 어깨끈을 풀러 허벅지를 감싸고, 안장 양옆에 가죽끈을 매어 임시 등자를 만들었다.


“무얼 만드시는지요?”


“발 지지대. 다리가 짧아서 말 몸통을 못조이겠어.”


에우메네스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등자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했다. 해 떨어지기 전에 노예 시장에 가야 한다.


의전 준비가 끝났다.


자주색 히마티온을 걸치고 백마에 올라탄 나. 내 주위를 붉은 방패벽이 빈틈없이 감쌌다. 뭐랄까··· 든든한 로마군에게서 대통령 리무진에 손대고 달리는 경호원 포스가 느껴진다.


이 맛에 의전받나 보다.


도각 도각.


한층 안정된 움직임으로 나아갔다. 나는 최대한 허리와 어깨를 펴고 전방을 주시했다.


늦은 오후 햇살을 받은 황금빛 머리칼이 산들 바람을 타고 반짝였다. 마침 해를 등진 상태라 내 주위로 후광이 일었다.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등장이다. 아고라에 도착하자 시민들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아폴로니스 왕자님 행차시다. 길을 열어라.”


보레누스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광장이 웅성거렸다.


“무슨 일이지? 로마군이 왕자님을 호위하고 있어.”


“근위대 녀석이 그랬어. 저 로마군이 왕자님 신탁 수행 호위대래.”


“어떻게 로마군이 호위대로 온거야? 로마는 왕실을 싫어하잖아.”


“그야 왕자님 능력 때문이겠지.”


“로마도 왕자님을 알아보는구나. 하긴 저 외모에 신의 축복을 받은 분이니···”


여기저기서 호의적인 말이 들렸다.


말을 멈춰세우고 광장 시민을 향했다.


“안티오키아 시민들이여, 나는 셀레우코스 제국 왕자 아폴로니스다. 아폴론 신의 부름을 받아 신탁 수행을 떠날 생각이다. 떠나기 전 신전 제의를 드리고 축제를 열겠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


“올림피아드와 디오니소스 연극제도 열리는 겁니까?”


“물론이다. 주신 아폴론께 드리는 제의인만큼 가장 성대하게 축제를 열 것이다.”


와아아아아!


전쟁통에 축제가 끊어진지 여러 해다. 얼마만에 열리는 축제인가. 시민들이 열광하였다.


“셀레우코스 제국 만세.”


“아폴로니스 왕자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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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로마 쩔더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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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코미테스가 되다 +7 22.06.01 4,117 171 13쪽
21 신성 재판 +8 22.05.31 4,166 170 13쪽
20 처녀신의 도시 +8 22.05.30 4,371 181 13쪽
19 이시스 여신전 +19 22.05.28 4,439 189 13쪽
18 로도스 청동 거상 2 +17 22.05.27 4,418 206 13쪽
17 로도스 청동 거상 +14 22.05.26 4,526 169 13쪽
16 절름발이 천재 필론 +14 22.05.25 4,742 180 13쪽
15 비밀 동맹 +17 22.05.24 4,836 190 13쪽
14 타르수스 노예 시장 +7 22.05.23 4,953 204 13쪽
13 출항 +7 22.05.21 5,172 200 13쪽
12 반칙왕 풀로 +16 22.05.20 5,181 214 14쪽
11 연극과 전차 경주 +8 22.05.19 5,547 224 12쪽
10 처녀 빗치 여신관 +13 22.05.18 6,063 231 14쪽
9 왕자님의 그건 큰가요? +22 22.05.17 6,124 252 13쪽
» 신전 제의 준비 +12 22.05.16 6,152 240 13쪽
7 보레누스와 풀로 +25 22.05.14 6,287 251 13쪽
6 아키우스 클로디우스 +11 22.05.13 6,602 254 14쪽
5 페르가몬 상단 2 +13 22.05.12 7,042 260 14쪽
4 페르가몬 상단 +15 22.05.11 7,380 279 13쪽
3 델포이 신탁 +9 22.05.11 7,905 276 13쪽
2 잘생겨서 엉덩이가 위험하다 +14 22.05.11 9,155 335 13쪽
1 프롤로그 +13 22.05.11 10,024 31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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