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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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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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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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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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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연극과 전차 경주

DUMMY

시민들이 어딜 먼저 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연극을 보고 싶다면 디오니소스 원형 극장으로, 올림피아드가 보고 싶다면 김나지움으로, 전차 경주와 검투사 경기가 보고 싶다면 전차 경주장으로 가면 된다.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물었다.


“왕자님, 어디부터 가실 건가요?”


“원형 극장. 연극인부터 만나자.”


그리스 연극.


기원전 500년경 디오니소스 신을 찬미하는 디시램보스(Dithylambos) 향연에서 사제가 몸짓과 웅변으로 대중을 교화시킨 것이 연극의 시초였다.


이후 에스킬루스, 소포클레스 등 위대한 극작가가 나타나면서 그리스 3대 비극이 쓰여졌고, 연극은 수준 높은 공연 예술로 진화하였다.


이번 축제 기간에 나는 거액의 상금을 걸고 연극 경연대회를 열었다. 최고 연극팀을 뽑아 로마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상금 소식을 들은 그리스 전역의 극단이 안티오키아에 모여들었다.


무대 뒤.


극작가, 배우, 무대 연출, 분장팀이 뒤죽박죽 섞여 최종 리허설이 한창이다. 한쪽에선 울고, 다른 한쪽에선 미친듯이 웃고···


보레누스가 고함쳤다.


“아폴로니스 왕자님께서 오셨다. 모두 주목하라.”


뚝.


물주 도착 소식에 시끄럽던 무대 뒤가 조용해졌다.


“연극 경연에 참가한 경연 참가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한 가지 소식을 전하겠다. 이번 경연에서 신탁 수행에 동행할 연극단을 선발할 예정이다. 선발 인원은 최상의 대우를 보장받을 것이며 매춘 강요 같은 부당 행위는 일체 없을 것이다.”


배우들이 술렁였다.


그리스 문화 수준을 끌어올린 연극이었지만, 연극 배우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낮았다. 연극만으로 생계를 잇기 어려웠다. 배우들은 공연이 끝나고 찾아온 귀족을 따라가 몸을 팔곤 했다.


“왕자님, 최상의 대우는 어느 정도입니까?”


“연극단 모두에게 매년 2천 데나리우스(1억원)를 기본급으로 지급하겠다. 또한 공연 수익은 비용을 제하고 연극단에 골고루 나눠줄 생각이다.”


와아아아.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동행할 연극단은 라틴어 공연이 가능해야 한다.”


함성과 환호가 뚝 끊어졌다.


그리스 연극을 라틴어로 공연하라니··· 너무 생뚱맞은 요구였다. 다들 고개를 갸웃하는 가운데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잘생긴 배우들 틈 조그맣고 볼품없이 생긴 사내였다.


“왕자님께선 로마 공연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라틴어 공연만으로 내 의도를 정확히 맞추다니···


“자네 이름이 뭔가?”


“아르고스입니다. 아르고스 극단 연출가이자 극본을 쓰는 극작가입니다.”


“아르고스 말이 맞다. 나는 로마에서 라틴어 연극을 공연할 생각이다.”


“왕자님, 연극에서 언어를 바꾼다는 말은 모든 걸 바꾼다는 말과 같습니다. 대본 각색부터 배우 발성까지 전부 바꿔야 합니다. 로마 공연이 성공하려면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아르고스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문화 수준이 높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다. 언어 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 사상, 유머 감각 등 문화적 배경도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나는 아르고스 이름을 되뇌이며 기억했다. 이번 경연에서 수상한다면 한 자리 맡겨도 좋으리라.


“연회를 준비했다. 든든히 먹고 멋진 공연을 보여주길 바란다.”


음식과 포도주가 제공되자 환호성이 터졌다.


어느새 2만 명 수용이 가능한 디오니소스 원형 극장이 시민으로 가득 차있었다. 오랜만에 즐기는 연극 공연에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나는 코러스 바로 앞자리 귀빈석으로 돌아왔다.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가운데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감미로운 꽃향기와 함께 폭신한 감촉이 양옆에서 느껴진다.


경연이 시작되었다.


보통 배우 다섯 명, 코러스 열 명으로 구성된 연극단은 1인 다역을 소화한다. 배우들이 재빨리 가면을 바꿔쓰며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눈앞에서 노래하고 시를 낭송하고, 춤추고 연기한다.


영화에 유튜브에 길들여진 내게 라이브 공연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었구나.


나도 모르는 새 연극에 푹 빠져들었다.


첫 경연이 끝나고 두 번째 경연을 위한 무대 교체 겸 휴식이 주어졌다.


“로마 사람들이 그리스 비극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니.”


“즉답이네요.”


“전투민족 정서상 비극은 인기가 없을 테니까. 대신 영웅 일대기를 담은 웅장한 서사시가 인기를 끌거야.”


“연극 배경이 되는 서사시부터 써야겠군요.”


“낮에 말한 트로이 기억나지? 아폴론 신이 예언을 통해 트로이 생존자를 로마로 인도하고, 나라를 건국하는 서사시 어때?”


“호호 통할 수 밖에 없겠어요. 은근 잔머리도 잘 쓰신다니까.”


아도니아와 헬네네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점점 눈이 감겨온다. 긴장이 풀리니 피곤이 몰려왔다. 여덟 살 몸으로 새벽부터 축제 주관을 위해 뛰어다녔으니 그럴 만했다.


푹신 푹신.


익숙한 감촉이 나를 받친다.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응.”


“아까처럼 헤으응 눈나 소리 듣고 싶어요.”


“... 헤으응 눈나.”


둘은 까르르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의식이 멀어지는 가운데 푹신한 감촉이 싫지 않았다.


* * * * * * * * * *


전차 경주장이 이른 아침부터 시민이 꽉꽉 들어찼다.


본래 전차 경주는 올림피아드 종목이었는데 인기가 워낙 높아 전차 경주장을 짓고 따로 시합을 개최한다.


놀랍게도 현대 F1 레이싱처럼 전문 프로팀이 운영된다.


구단주가 있고, 구단주는 팍티오(factio)라 부르는 전차팀을 운영한다. 전차 정비팀, 마구간 운영팀이 하부 조직으로 소속되어 전차 기수를 보조한다.


전차 레이스는 4개 팀이 출전하는데 빨강, 파랑, 하양, 초록으로 구분한다.


전차팬은 소속팀 색깔 옷을 입고 응원한다. 축구팀 서포터즈랑 똑같이 응원가를 부르고 상대팀을 야유한다. 흥분하면 상대 서포터즈와 패싸움을 벌이는게 훌리건이랑 똑같다.


전차와 기수가 경기장에 입장하였다. 기수가 천천히 경기장을 돌며 트랙 적응 시간을 갖는다.


각 구역 관중들이 가만 있지 않았다.


소속팀 선수가 지나가면 환호를, 상대팀 선수가 지나가면 야유를 퍼부었다.


“빨갱이 색기들 조져버려.”


“퍼랭이 색기들 바다 속에 쳐넣어.”


“흰둥이는 허연 돌가루 날리는 채석장 노예가 딱이지.”


“초록은 바르바로이(야만인)와 떡쳐서 낳은 종자다.”


마지막으로 기수를 따라 내가 입장했다.


엄청난 함성이 터졌다.


와아아아!


수만 명 함성이 경기장에 메아리치는게 박력이 장난이 아니다.


“아폴로니스 아폴로니스.”


절로 뽕이 차오른다.


“이 맛에 축제를 여는구나.”


나는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하고 출발선 단상에 올랐다.


내 역할은 프로야구 시구자처럼 경기 시작을 알리는 역할이다.


펄럭 펄럭.


비단 손수건이 땅에 닿은 순간 시합이 시작되었다.


두두두두두.


네 대의 전차가 일제히 출발선을 박차고 나가며 함성이 더 커졌다.


귀빈석의 에우메네스가 나를 맞이했다.


“에우메네스는 하얀색이랬나?”


“하얀색 니케(그리스 승리의 여신) 전차단에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말은 박트리아에서 수입했고, 기수는 스키타이 출신입니다.”


“호오, 박트리아(인도 북부, 아프가니스탄)는 천리마의 본고장이잖아.”


“아시는군요. 다른 전차단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초록색 헤라클레스 전차단은 그리스 전역의 축제에 참가해 11연승을 기록한 괴물입니다.”


“전차 경주는 말과 기수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해?”


“2두 전차는 말, 4두 전차는 기수가 중요합니다. 곡선 주로가 관건입니다. 기수는 채찍과 기합 소리로 네 마리 말의 속도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바깥말은 빠르게 안쪽말은 느리게 속도를 유지해야 전차가 뒤집히지 않습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사두 전차(콰드리가 quadriga)는 코너링이 중요하다. 속도를 위해 전차를 가볍게 개량하여 전복되는 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혹시 상대 전차와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첫 번째 코너는 네 팀 모두 무사히 통과했다. 일곱 바퀴를 돌고 결승선을 지나야 하므로 아직 속도를 낼 때는 아니었다. 신중하게 상대 전차의 역량을 재고 있으리라.


다음 코너를 돌 때 유심히 관찰했다. 확실히 녹색팀 기수의 코너링이 부드러웠다.


그때였다.


철썩!


빨강팀 기수가 녹색팀 말에게 채찍을 날렸다. 말이 날뛰자 녹색팀 기수가 속도를 줄였다.


반칙을 당한 녹색팀 관중이 들끓었다.


“쉬벌 빨갱이 색기야 죽고 싶냐?”


하필 응원 진영이 붙어있었다. 녹색팀 진영이 빵조각과 포도주 도기잔을 투척했다. 빨강팀 진영에서도 음식쓰레기가 날아왔다.


“근본없는 야만인 초록 색기야, 한 판 뜰까?”


퍽 퍽.


멱살잡이와 함께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 시대에 경찰이 있을 리 없다. 당황한 내게 보레누스가 눈빛을 보냈다.


십인대로 집단 난투극을 상대할 수 있을까?


내가 주저하자 보레누스가 입을 열었다.


“관중 소요는 초기에 진압해야 합니다. 지금 바로 출동해야 합니다.”


“알겠어.”


허락을 내리자 보레누스와 십인대가 출동했다. 보레누스는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거침없이 전진하였다.


보레누스의 차가운 눈빛을 본 관중들이 흠칫 길을 열었다.


퍽 퍽 퍽!


난투극 현장에 도착한 보레누스는 글래디우스를 칼집채 휘둘러 훌리건을 두들겨 팼다. 이어 십인대가 스쿠툼을 좌우로 밀어붙여 공간을 확보했다.


그래도 뻐팅기는 놈이 있기 마련이다.


스르릉.


보레누스가 말없이 칼을 뽑아들자 얼굴이 헬쓱해졌다.


“덤빌 테냐?”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소란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다녀왔습니다.”


“수고했어. 솔직히 좀 불안했어.”


보레누스가 피식 웃었다.


“주먹질 하는 놈은 칼밥 먹은 놈을 이길 수 없습니다.”


등골에 땀이 차오른다. 역시 로마군은 내 편일 때 든든하다.


시합은 어느새 여섯 바퀴에 접어들었다. 한 바퀴 남았다.


녹색팀은 집중 견제를 받아 계속 아웃코스로 코너를 돌았다. 거리에서 꽤 손해 본 상황. 코너에서 막힌 녹색팀이 직선 주로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나왔다. 곡선 주로에서 막히면 나오는 뱀길 주행입니다.”


정말 뱀이 기어 움직이듯 전차가 움직였다. F1 드리프팅처럼 바퀴를 브레이크 삼아 좌우 무빙을 넣은 것이다.


슈발··· 전차 경주에서 드리프팅을 볼 줄이야.


현란한 무빙에 세 팀의 공조가 깨졌다. 녹색 기수가 빈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네 팀 모두 말머리를 나란히 하는 상황.


남은 것은 마지막 코너.


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벌집을 쑤신듯 소음이 진동으로 느껴진다.


녹색팀 기수가 전차를 인코스 빨강팀 전차에 살짝 부딪쳤다. 양쪽 모두 휘청였으나 먼저 균형을 잡은 건 녹색이었다.


인코스를 차지하더니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코너링에 돌입했다.


“무모해. 뒤집어질거야.”


녹색팀 기수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기계로 조종해도 빡센 코너링을 말도 안통하는 짐승 넷을 부려 돈다니··· 저녀석 전생이 센타우루스라도 된 단 말인가.


두두두두두.


그런데 저 미친놈이 해냈다.


세 팀이 속도를 줄일 때 녹색팀 기수는 목숨을 건 코너링을 보란듯이 해냈다. 코너에서 거리를 벌린 녹색팀 기수가 당당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와아아아!


경기장이 함성으로 들끓었다. 이 정도 승부면 인정할 수 밖에 없으리라.


다시 내가 나설 차례였다.


시상대에 오른 녹색팀 기수가 녹색 투구를 벗었다.


각진 얼굴에 건장한 체격, 금발머리. 놀랍게도 그는 야만인 게르만족이었다.


“전차 경주 우승자 부흐발트, 아폴로니스 왕자님께 인사 올립니다.”


“멋진 시합이었다 부흐발트.”


“아폴론 신의 가호 덕분입니다.”


나는 월계수관을 씌우고, 금화가 가득 찬 지갑을 건넸다.


“점심 만찬에 초대하고 싶다. 참석하겠는가?”


“영광입니다 왕자님.”


축제를 주관하는 나는 자연스럽게 스포츠와 예술계 인사를 만나 안면을 텄다. 나중에 로마에 가면 지금 경험과 인맥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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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이시스 여신전 +19 22.05.28 4,439 189 13쪽
18 로도스 청동 거상 2 +17 22.05.27 4,418 206 13쪽
17 로도스 청동 거상 +14 22.05.26 4,526 169 13쪽
16 절름발이 천재 필론 +14 22.05.25 4,742 180 13쪽
15 비밀 동맹 +17 22.05.24 4,836 190 13쪽
14 타르수스 노예 시장 +7 22.05.23 4,953 204 13쪽
13 출항 +7 22.05.21 5,172 200 13쪽
12 반칙왕 풀로 +16 22.05.20 5,181 214 14쪽
» 연극과 전차 경주 +8 22.05.19 5,547 224 12쪽
10 처녀 빗치 여신관 +13 22.05.18 6,063 231 14쪽
9 왕자님의 그건 큰가요? +22 22.05.17 6,124 252 13쪽
8 신전 제의 준비 +12 22.05.16 6,151 240 13쪽
7 보레누스와 풀로 +25 22.05.14 6,287 251 13쪽
6 아키우스 클로디우스 +11 22.05.13 6,602 254 14쪽
5 페르가몬 상단 2 +13 22.05.12 7,042 260 14쪽
4 페르가몬 상단 +15 22.05.11 7,380 279 13쪽
3 델포이 신탁 +9 22.05.11 7,905 276 13쪽
2 잘생겨서 엉덩이가 위험하다 +14 22.05.11 9,155 335 13쪽
1 프롤로그 +13 22.05.11 10,024 31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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