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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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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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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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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왕자님의 그건 큰가요?

DUMMY

동쪽 하늘 실피우스산 주위로 새벽빛이 밝아올 무렵.


움머어 움머어


어디선가 소 울음소리가 들렸다. 선착장이었다.


새벽에 잡은 물고기를 팔기 위해 배를 대던 어부가 깜짝 놀랐다. 가축운반선에 실린 소떼가 족히 수백 마리는 되어 보였다.


배에서 내린 소떼를 모으느라 목동들이 정신없다. 호기심이 동한 어부는 친한 창고지기에게 슬쩍 다가갔다.


“형님, 저 소떼는 무엇입니까?”


“아폴로니스 왕자님께서 주문하셨다. 이번 전쟁에 가장을 잃은 과부와 고아들에게 나누어주신다 해.”


“그게 정말입니까?”


“어린 분이 대단해.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봤어.”


성인 남성 중심의 그리스 사회에서 가장의 죽음은 가정의 몰락과 직결된다. 남은 처자식이 생계를 유지하려면 스스로를 노예로 파는 수밖에 없다.


살아남은 병사에게 전리품을 나눠준 경우는 봤어도, 죽은 병사 가족을 위해 돈을 쓴다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번 신전 제의 말일세. 역대급 축제가 될 것 같아.”


창고지기가 말없이 강 하구를 가리켰다. 오론테스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대선단이 보였다.


“축제에 쓸 밀과 포도주를 실은 선단이야. 올리브와 무화과, 소세지, 무화과. 엄청난 물량이 선적되고 있어.”


“혹시 생선은 없나요?”


“앗차! 그러고 보니 생선을 매입한다는 말이 있었지. 시장에 팔지 말고, 페르가몬 상단에 팔게. 2할 더 얹어줄거야.”


“이럴 때가 아니군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형님.”


어부가 허둥지둥 부두로 달려갔다. 항구 창고가 가득 차고 짐을 실은 수레가 끊임없이 창고를 들락거린다.


근래 이렇게 항구가 붐볐던 적이 있었던가.


광장 한 켠은 화덕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화덕 수만 200개에 달했는데 안티오키아 시민을 먹이기 위한 빵을 굽기 위한 것이었다. 화덕 근처엔 도정한 밀포대와 땔감이 작은 언덕을 이루었다.


올림피아드가 열릴 김나지움, 디오니소스 연극제가 열릴 원형 극장도 시설 점검이 한창이다. 부서진 관객석을 수리하고 무대를 꾸미느라 새벽부터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실피우스산 아폴론 신전으로 가는 길도 청소가 한창이다. 신전 고용인들이 분주하게 빗자루를 놀리자 먼지 쌓였던 석회석 벽돌 계단의 하얀색이 드러난다.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다.


도시에 돈을 풀리면서 나타난 마법이었다.


하지만···


마법사는 자신의 마법효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


······


몸단장을 시작한 지 어언 두 시간.


유모와 시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제사 지내고 축제 주관하려면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하는데··· 벌써 체력 게이지 절반이 깎인 느낌이다.


“향유는 아깝지 않아? 신전 가면 목욕재계부터 시킬 텐데 그럼 안바르는 거랑 다를게 없잖아.”


“설마 향유를 바르지 않겠다는 말씀인가요?”


유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게 아니라···”


“왕자님, 오늘 같은 날 절대 몸단장을 아껴서 안돼요. 시민들은 왕자님 외모, 의상, 몸가짐,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왕자님을 평가할 거에요. 신전 가는 길이 짧더라도 깊은 인상을 남기셔야 해요.”


유모 말이 옳다.


축제를 주관하는 내가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어선 안된다. 오늘은 사제, 귀족, 상단주, 시인, 음악가, 체육인··· 안티오키아 대표와 시민들에게 내 이미지를 심어주는 중요한 날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의상을 점검했다.


새하얀 튜닉, 금실 허리띠, 보라색 실크 히마티온(망토), 내 이름이 새겨진 보석 인장 반지, 헤라클레스 금팔찌.


오늘 의상에 들어간 돈만 10만 데나리우스(50억원)가 넘는다.


특히 히마티온.


티레산 뿔고둥에서 얻은 자주색 염료(Tyrian Purple)는 무척 귀한 몸이다. 다른 지방 뿔고둥을 잡아도 티레산 뿔고둥과 같은 자주색이 나오지 않는다. 티레산 뿔고둥 3만 마리 하부 아가미선 분비물을 모아야 내가 입는 히마티온을 겨우 염색할 수 있다.


이런 희소성으로 티리안 퍼플은 부르는게 값인 비싼 염료가 되었고, 자주색 옷은 왕실과 고위귀족만 입을 수 있는 색으로 굳어졌다.


보라색 히마티온의 어깨끈을 조이며 생각에 잠겼다.


(직물과 염색도 대박 사업 아이템이지.)


고대의 옷은 비싸다.


괜히 전쟁터 전사자 옷 벗기고, 예수님 십자가 달렸을 때 주사위 내기로 옷 가져간 게 아니다. 기본 양모 튜닉이 80 데나리우스(4백만원)이며, 인도산 고운 면직물로 짠 튜닉은 500 데나리우스(2천5백만원)도 나간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보니 옷 구매 결정도 쉽지 않다. 평민들은 대부분 품삯을 쪼개 돈항아리에 적금 붓듯 돈을 모아 옷을 사곤 한다. 혹시라도 가죽데기 걸쳤다간 야만인 취급받고 사회에서 매장당하기 십상이다.


염색도 값비싼 공임을 자랑한다.


평범한 튜닉에 표백, 염색 작업을 거치면 가격이 몇 배 뛰고, 금실 자수가 들어가면 다시 몇 배가 뛴다. 린넨 대신 동방의 비단을 사용하면 100배가 뛴다.


“인도 면화 가져다 이집트에서 재배하고, 조면기 방적기 방적기 돌리면 대박인데··· 알고 있어도 실행할 힘이 없네.”


섬유 산업이나 방직 산업은 대표적 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사람이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 추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늘 그렇듯 대박 사업 아이템을 마음속 리스트에 추가할 뿐이다.


드디어 몸단장을 마쳤다.


“수고했어 유모.”


“조심하세요 왕자님. 헤타이로이가 왕자님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


에우메네스가 말하길 안티오키아 귀족 사회가 시끄럽다 한다. 정통성이 부족한 왕의 여덟살 꼬맹이 왕자가 전쟁통에 축제를 여는 것이 불만이란다.


개의치 않고 밀고 나가야 한다. 든든한 방패막이 아폴론신과 종교가 있는데 두려을 게 뭐가 있겠는가.


계속 안티오키아에 남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어차피 나는 떠날 사람이다. 처음 구상대로 안티오키아는 시작 발판 역할로 충분했다. 신화속 영웅이 고향을 떠나 모험을 시작한 것처럼 넓은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똑똑.


보레누스가 들어왔다. 흉갑과 투구, 가슴 메달(로마식 훈장)에 기름칠하고, 깃털 투구 깃을 백공작 깃털로 새로 갈고, 붉은색 망토는 한 번 더 염색하여 뚜렷했다.


못해도 5천 데나리우스(2억5천만원)는 들어갔을 것이다.


의전 준비는 완벽했다.


“자주색 히마티온이 잘 어울리십니다.”


“보레누스도 멋있어. 호위대 준비는 어때?”


“저택 정문에서 대기중입니다.”


“출발하자.”


나는 유모와 시녀의 배웅을 받아 저택을 나섰다. 지난번처럼 백마 주변에 붉은색 스쿠툼이 방진을 짰다.


선두에 선 풀로가 슬쩍 말을 걸었다.


“왕자님, 신전 제의 끝나고 말입니다. 저도 올림피아드 출전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올림피아드는 외국인 출전도 가능해. 참가 수속 해줄게.”


보레누스가 풀로의 옆구리를 찔렀다. 풀로가 아픈 시늉을 하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아이쿠야 감사합니다.”


“대신 풀로는 축제 기간 동안 금주할 것.”


“끄아악! 사방이 공짜술인데 금주라니요?”


보레누스가 고개를 주억였다.


“술 마시고 개 될 바엔 그게 낫겠습니다. 풀로 어떡할 테냐?”


끄으응.


“저기··· 우승 상금이 얼마입니까?”


“1만 데나리우스.”


풀로의 얼굴이 밝아졌다.


“술 좀 못마셨다고 죽기라도 하겠습니까? 당장 출전하겠습니다.”


욕심이 나나 보다. 풀로의 너스레에 고참병들이 피식피식 웃는다.


“개가 똥을 끊지 니가 술을 끊냐?”


“아씨 진짭니다. 저 때문에 형님들도 이리 된 거 아닙니까?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웃기는 자식, 우린 괜찮으니까 니 장가 밑천이나 신경써. 어느 종목 나갈 건데?”


“뭐뭐 있죠?”


“쯧쯧 이런다니까. 종목도 모르고 설레발이냐? 전차 경주, 창던지기, 원반 날리기, 달리기, 멀리뛰기, 권투, 레슬링, 판크라티온··· 엄청 많아.”


“판크라··· 뭐시기요?”


“동방 원정 5년차면 올림피아드 종목 정도는 알아야지. 판크라티온은 불알 가격, 눈 찌르기 빼고 다 허용되는 격투기다.”


“워 워 따악 내 취향이네요 흐흐. 왕자님, 판크라티온 나가겠습니다.”


“멋진 시합 기대할게.”


“맡겨주십시오 하하.”


전장 무쌍을 찍은 풀로가 판크라티온에 출전하면 어떻게 될까?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우리는 아고라를 지나 내성 동문으로 향했다. 동쪽 실피우스산 중턱에 자리잡은 아폴론 신전가는 길이었다.


내성 대로는 신전 제의에 참석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아폴로니스 왕자님께서 오셨다.”


와아아아!


함성 소리와 함께 아낙네와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신전을 통해 소를 받은 과부와 고아들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남편 죽고 집까지 팔 형편이었는데 왕자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전쟁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왕자님께서 주신 소 덕분에 친척집에 입양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인자한 얼굴로 감사 인사에 화답했다.


시민들과 인사하는 동안 수수한 흰색 키튼을 입은 사제가 다가왔다. 신성한 머리띠를 두른 고위직 여신관(hiereia)이었다.


여신관은 남성 중심의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고위직이다. 어릴 때부터 정치와 철학, 문학과 예술을 공부하고, 신관이 된 후 사회 복지 분야에 관여하며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친다.


열여섯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신관 둘이 공손히 예를 올렸다.


“아폴로니스 왕자님을 뵙습니다. 안티오키아 아폴론 신전 제사 담당 신관 아도니아입니다.”


“빈민 구제 담당 헬레네입니다.”


“만나서 반가워 아도니아, 헬레네.”


“봉헌물 준비는 되셨는지요?”


“물론이지.”


하인들이 제사에 쓸 하얀 수송아지와 향료, 음식을 넘겨주었다. 아도니아와 헬레네는 꼼꼼하게 봉헌물을 점검했다.


기미 그릇에 담긴 음식을 하나하나 맛본 뒤 합격 판정을 내렸다.


“제사상은 만족스럽습니다. 신전 제의에 참가할 시민들 음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1만명 분을 준비했어.”


아도니아가 주변을 살폈다.


“오늘 모인 시민 수를 생각하면 모자라지 않을까요?”


“지금 광장에서 빵을 굽고 있어. 부족분은 바로 신전으로 올릴거야. 음식 배분은 신전 고용인이 맡을 수 있지?”


“이쪽도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았어. 양이 모자라 불평 나올 일은 없을 거야.”


아도니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왕자님 덕분에 도시 전체가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그동안 안티오키아는 우울한 날만 있었잖아. 가끔 이런 날도 있어야지.”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헬레네가 미소지었다.


“왕자님께서 빈민에게 베푸신 온정은 널리 기억될 것입니다.”


“널리 기억되는 것 뿐만 아니라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데, 헬레네가 날 도와줄 수 있겠어?”


“무슨 말씀인지요?”


“오늘 분배될 소 말야, 신전의 이름으로 매매 금지 낙인을 찍어줬으면 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 빚이 많은 사람은 소를 받자마자 헐값에 되팔거야. 그걸 막고 싶어.”


“현명한 판단입니다. 과부나 고아에게 필요한 것은 성인 남성을 대신할 노동력이지요. 왕자님 말씀대로 행하겠습니다.”


“요즘 신전 기부는 어때?”


“안티오키아 사정이 어렵다 보니 기부금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에 반해 전쟁 피난민 유입은 늘어 빈민층은 크게 늘었습니다.”


나는 눈을 반짝였다.


신전 사정이 어려운 것은 기회였다. 섬유 사업이나 방직 사업에 안티오키아 빈민을 고용하는 건 어떨까?


나는 사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고, 신전은 빈민 구제 목적을 달성한다. 윈윈 전략이다.


산길이 좁아져 나란히 서서 대화가 힘들어졌다.


나는 말에서 내려 대화를 이어갔다. 지식을 갖춘 여성들과의 대화는 흔치 않은 기회였고 둘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둘의 외모가 뛰어난 것도 즐거움이었다. 아도니아는 날씬한 모델같고, 헬레네는 유모처럼 글래머다. 미모의 여신관과 눈을 마주치자 요염한 눈웃음을 지어온다.


갑자기 생각지 못한 질문이 들어왔다.


“왕자님의 그건 큰가요?”


순간 뇌정지가 왔다.


내 그거? 그게 뭐지? 아니 그보다 이 질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어버버.


“후훗 그거 있잖아요. 야망 말이에요.”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까르르 웃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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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이시스 여신전 +19 22.05.28 4,434 189 13쪽
18 로도스 청동 거상 2 +17 22.05.27 4,413 206 13쪽
17 로도스 청동 거상 +14 22.05.26 4,520 169 13쪽
16 절름발이 천재 필론 +14 22.05.25 4,737 180 13쪽
15 비밀 동맹 +17 22.05.24 4,829 190 13쪽
14 타르수스 노예 시장 +7 22.05.23 4,948 204 13쪽
13 출항 +7 22.05.21 5,166 200 13쪽
12 반칙왕 풀로 +16 22.05.20 5,174 214 14쪽
11 연극과 전차 경주 +8 22.05.19 5,540 224 12쪽
10 처녀 빗치 여신관 +13 22.05.18 6,055 231 14쪽
» 왕자님의 그건 큰가요? +22 22.05.17 6,118 252 13쪽
8 신전 제의 준비 +12 22.05.16 6,141 240 13쪽
7 보레누스와 풀로 +25 22.05.14 6,282 251 13쪽
6 아키우스 클로디우스 +11 22.05.13 6,596 254 14쪽
5 페르가몬 상단 2 +13 22.05.12 7,035 260 14쪽
4 페르가몬 상단 +15 22.05.11 7,373 279 13쪽
3 델포이 신탁 +9 22.05.11 7,897 276 13쪽
2 잘생겨서 엉덩이가 위험하다 +14 22.05.11 9,139 335 13쪽
1 프롤로그 +13 22.05.11 10,007 31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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