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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45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24 16:30
조회
883
추천
13
글자
11쪽

산 넘어 산, 하야토

DUMMY

칠수는 일본 현지 인터뷰와 행사 등을 마치고 경기 다다음날 한국으로 왔다.


그런데 공항에서 예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


수십 명의 여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워워워, 저거 뭐야?”


앞서 나가던 심동연이 갑자기 멈췄다.


“뭐, 왜?”


정 관장이 심동연을 제치고 나아갔다.


“야, 야, 너 기다리는 애들이야!”


뒤쪽에 있던 칠수가 앞을 바라봤다.


‘우유빛깔 조칠수’

‘사랑해요 조칠수’

‘칠수 없이 사나마나’


“빨리 앞으로 나가, 임마. 너 기다리잖아”


정 관장이 칠수의 등을 떠밀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칠수가 나타나자 여성 팬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오빠, 사랑해요!!”


“사인해 주세요!!!”


어안이 벙벙했지만 일단 팬들에게 인사하고 함께 포토 타임을 가졌다.


“사인해 주세요!!”


“사인...요? 없는데?”


“임마, 지금 하나 멋있게 만들어 봐”


팬들만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니다.


방송 3사를 비롯한 공중파 카메라가 일제히 출동해 있었다.


“조칠수 씨,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승리한 소감이 어떠신지요?”


“칠수 선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챔피언까지 예상하고 계신가요?”


이런 인파와 방송사들의 카메라 세례는 2019년의 칠수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때의 카메라와 팬들은 모두 칠수의 동료, 아니면 다른 사람을 찾아왔다.


2019년에는 심동연의 인기가 좋았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파이터로 세계 최고 무대인 UFL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었다.


컨텐더급은 되지 못했지만 최고 3위까지 찍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칠수 선수?”


잠시 2019년을 다녀왔던 칠수의 눈앞에 마이크 다발이 들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마디 하고 인터뷰 마치시죠”


순간 당시의 설움이 북받쳐 눈시울이 불거졌다.


“세계 최고 파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하야토를 꺾고 챔피언까지 나아가겠습니다”

.

.

.

.

.

일주일의 휴가를 보장받았지만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매일같이 하야토, 화장시에서도 하야토. 하야토 영상만 보고 또 찾아봤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난감했다.


별로 빈틈이 없어보였다.


전적도 27승 4패. 트리그보다 5살이나 어린 파이터가 전적이 더 많았다.


수 싸움에 능했고 서브미션, 펀치, 킥, 레슬링 할 것 없이 모든 기술이 좋았다.


그나마 패배에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모두 외국 파이터라는 점이다.


외국인과의 대결은 모두 비슷하게 흘러갔다.


파워에서 밀리며 링 중앙을 뺏겼고, 키와 리치 모두에서 우위를 놓쳤다.


“결론은 파워인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 외엔 아무래도 답이 없어 보였다.


현지에선 반대편 블록의 고구라 타카노미와 하야토의 대결을 ‘드림 매치’로 분류하고 있다.


역대 최고의 일본 라이트급 파이터라 할 수 있는 하야토.


그리고 데뷔 후 10전 10승 10KO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거두고 있는 고구라.


크라이드 16강 경기 방송에서도 고구라와 하야토를 라이벌 구도로 잡고 집중 보도했다.


두 선수 모두 현재 상대에만 집중하겠다는 식으로 대답했으나, 현지 팬들과 언론의 반응은 달랐다.


“고구라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야토 선수도 KO로 꺾을 수 있나요?”


모든 인터뷰가 이런 식으로 흘렀다.


그래도 하야토의 이번 상대는 조칠수.


일본 언론도 조칠수에 대해 일말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4전 4승 4KO에 1서브미션.


신인이라 하기엔 너무나 완벽한 성적이었으니 말이다.


최근 찾은 영상에 칠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8강에서 한국의 조칠수 선수와 싸우게 됐는데요. 어떤 전략으로 임하실 건가요?”


그러자 하야토가 답했다.


“아주 기세가 좋은 젊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타격도 그래플링도 모두 좋습니다. 힘든 경기가 될 것 같진 하지만 그래도 제 경험과 기술로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주 모범적이고 정답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집에서 뒹굴던 휴가 마지막 날, 칠수는 지갑과 핸드폰 하나만 주머니에 넣은 채 장충체육관으로 향했다.


심동연과 이언규, 인계석이 동반 출전하는 코리아FC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나갔지만, 팬들의 눈은 날카로웠다.


“꺅, 조칠수다!!!”


순식간에 팬들이 칠수를 에워싸고 핸드폰으로 찍어댔다.


팬들의 환대에 답하고 티켓을 끊으려는데 뒤에서 누가 팔짱을 꼈다.


“왜 크라이드 선수가 여길 와! 염탐 왔어?”


고개를 돌려보니 코리아FC의 왕경호 국장이었다.


“안녕하세요 국장님”


왕경호는 형 왕경남 대표와 함께 코리아FC의 전반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냥 들어가. 뭘 표를 끊어”


왕 국장이 칠수를 끌고 들어갔다.


“너 쉬는 기간이지? 동연이 응원 온 거야?”


이날 경기의 메인이벤트는 심동연의 미들급 결승전이었다.


“네, 뭐. 심심하기도 하고 응원도 할 겸”


“지금 계석이 하고 있을 걸?”


왕 국장의 말에 경기장으로 달려갔다.


들어가보니 인계석이 벌써 2라운드 째 경기를 하고 있었다.


인계석의 상대는 그에 못지 않은 타격 전문가였다.


경기 전 예상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타격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인계석은 히든 전략을 준비했다.


그래플링이다.


정 관장의 지시로, 매일 30분 씩 이언규, 칠수, 심동연과 돌아가며 그래플링을 했다.


계속해서 발전한 인계석의 그래플링은 급기야 이언규에게 탭을 받아낼 수준이 됐다.


“아, 이거 실수야! 방심!”


물론 방심이 약간 있긴 했지만, 입식 격투기 출신 선수가 그래플러에게 탭을 받아낸 것이다.


난간 쪽에 기대고 서 있자 가드가 1등석 쪽으로 연결되는 문을 열어줬다.


“팬입니다. 조칠수 선수”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보이는 아무 자리에 앉았다.


인계석의 전략은 2라운드 중반 이후 가동될 예정이었다.


시계는 2분 경과를 가리키고 있었다.


“인계석 파이팅!!!”


칠수가 소리치자 정 관장이 돌아봤다. 이언규와 심동연은 경기 준비 때문에 나오지 않았다.


순간 상대 선수가 러시를 시작했다. 펀치만으로 이루어진 매서운 공격이었다.


그러나 인계석은 그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상대의 양 허벅지에 깊게 태클한 인계석이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인계석의 판정승에 이어 이언규까지, 슈퍼 멀티 짐은 판정 행진을 거듭했다.


“계석이도 판정승, 언규도 판정승, 나도 판정승인가?”


심동연이 테이핑을 돕는 칠수에게 물었다.


“넌 임마 KO로 이겨야지”


“근데 쟤 KO패 없어”


심동연의 상대는 ‘히스테리 강’이란 별명의 김강희였다. 평소엔 아주 얌전하다가도 링만 올라가면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붙은 별명이다.


“어차피 동연이 포인트 게임할 거니까. 판정도 봐야지”


정 관장이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최근 칠수가 치고 올라왔지만, 슈퍼 멀티 짐의 간판은 2019년이나 지금이나 모두 심동연이었다.


칠수가 크라이드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심동연의 속셈은 코리아FC 정복 후 미국 UFL로 직행하는 거였다.


“김강희 꺾고 6승 기록하자”


칠수가 대기실 밖으로 나가는 심동연에 말했다. 칠수는 예정된 코치진이 아니라 링 사이드에 설 수 없다.


“OK, 무조건 승리”


하지만 경기 내용은 몹시 위험했다.


‘히스테리 강’이 경기 초반부터 미친 듯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아, 김광희 선수 기세가 매섭습니다. 이러다 1라운드 KO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아나운서석 바로 뒤에 앉으니 중계 멘트가 또렷이 들어왔다.


“그래도 심동연 선수, 뒷심이 있는 파이터죠. 지켜봐야 합니다”


거의 1라운드 4분여를 밀리던 심동연이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좋아!!!”


칠수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해설자들이 뒤를 돌아보더니 칠수에게 목례를 건넸다.


“지금 저희 뒤에서 크라이드의 조칠수 선수가 심동연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네, 조칠수 선수도 최근 크라이드에서 멋진 승리를 거뒀죠. 심 선수와 같은 체육관입니다”


1라운드는 포인트에서 밀렸지만, 그래도 막판 1분의 선전으로 2라운드를 기대하게 했다.


2라운드는 심동연이 초반부터 그래플링을 유도했다. 김강희도 피하지 않고 같이 맞불을 놨다.


김강희가 서브미션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심동연은 아랑곳 않고 그를 누르는데 집중했다.


“네, 서브미션 시도가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심동연 선수 너무 움직이지 않는 거 같은데요?”


“아닙니다. 심동연은 위에서 포지션을 유지하며 쉬지 않고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겁니다. 위에 있는 한 시간은 심동연 선수의 편입니다”


3라운드도 2라운드의 재탕이었다. 달려드는 김광희를 심동연이 타이밍 태클로 넘어뜨렸다.


“우우우우우우!!”


“재미없다!!!!”


어쩔 수 없이 야유가 튀어나왔다.


“저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선수 입장에서?”


“선수로선 어쩔 수 없습니다. 준비한 전략을 계속 수행해야 합니다”


1라운드 김광희, 2,3라운드는 당연히 심동연이었으나 경기가 연장으로 갔다.


정 관장이 판정단 쪽으로 가 따지는 모습이 보였다.


“아, 국장님 저거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어느새 칠수 옆에 왕경남이 앉아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근데 판정단은 우리랑 관계 없어~”


연장 라운드는 2,3라운드와 달랐다. 심동연이 맞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


“치고 받아!!!”


김광희의 펀치를 심동연이 피하고, 원거리에서 로킥과 미들로 방어했다.


칠수 덕에 푸쉬킥마저 장착해 거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앞차기 시도해!!”


칠수가 소리쳤다.


신기하게 그 소리가 들렸는지 심동연이 다리를 앞으로 올렸다.


“와우우우우우우!”


거의 맞을 뻔한 앞차기 공격에 관중이 비명을 질렀다.


심동연의 승리는 역시 1분 정도 남았을 때 정해졌다.


입식만 고수하는 김광희를 다시 넘어뜨렸기 때문이다.


“이겼다!”


“눌러놔!!”


그래도 챔피언이란 쉬운 게 아니었다.


“제 1 심판, 10 대 9. 청코너 심동연”


“제 2 심판, 10대 9. 홍코너 김광희”


김광희 판정이 나오자 다시 야유가 쏟아졌다.


“제 3 심판, 10대 9. 연장라운드 심판 2대 1 판정으로 청 코너 심동연 선수가 승리했습니다!!”

.

.

.

.

.

“챔피언이 쉽지 않아”


칠수의 눈앞엔 온몸을 붕대로 감은 심동연이 누워 있었다.


안와골절, 손가락 골절, 발가락 찰과상 등 데미지가 심각했다.


“나도 챔피언 되려면 저렇게 누워 있어야 하나?”


인계석은 손가락을 삐끗해 부목 정도만 받치고 있었다.


“전승인 동연이 형이 저 정도니까, 1패 있는 너는 더 심할 거야”


이언규가 말했다. 이언규는 다리가 다쳐 목발을 집었다.


한숨을 쉬던 정 관장이 칠수에게 다가왔다.


“너 혹시, 집에서 쉬면서 하야토 영상만 찾아 봤냐?”


“네, 뭐. 거짓말은 못 하겠네요”


그러자 이언규가 칠수의 등을 두드렸다.


“칠수 형, 근데 좋은 소식 있어요”


“뭐?”

.

.

.

.

.

“관장님이 하야토 약점 찾아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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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완벽한 전략 19.12.26 816 17 11쪽
17 빰클린치 니킥 +2 19.12.25 858 15 10쪽
» 산 넘어 산, 하야토 19.12.24 884 13 11쪽
15 어려운 퍼즐일 수록 푸는 맛이 있다 19.12.23 882 14 11쪽
14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19.12.22 923 15 9쪽
13 서양 파워를 느껴봐! +2 19.12.21 957 17 12쪽
12 노장의 여유 19.12.20 1,031 13 9쪽
11 크라이드와의 계약 19.12.19 1,054 14 8쪽
10 카운터 앞차기 19.12.18 1,049 14 10쪽
9 야쿠자의 제안 19.12.17 1,116 14 12쪽
8 원펀맨 마사토 19.12.16 1,163 15 9쪽
7 근성의 기무라 19.12.15 1,180 16 8쪽
6 정 관장의 보물 19.12.14 1,260 14 10쪽
5 역습을 위한 역습 19.12.13 1,306 14 10쪽
4 레슬러를 넘어뜨리다 +2 19.12.12 1,422 16 11쪽
3 KO같은 무승부 19.12.11 1,505 17 8쪽
2 주먹은 살아있다 19.12.10 1,621 16 8쪽
1 펜던트, 그리고 알약 +4 19.12.09 2,16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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