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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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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42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23 16:40
조회
881
추천
14
글자
11쪽

어려운 퍼즐일 수록 푸는 맛이 있다

DUMMY

공이 울리자마자 칠수가 튀어나갔다.


인계석에게 배운 펀치 콤보가 1단계였다.


레프트 두 번, 그리고 라이트 스트레이트.


페이크를 두세 번 섞어준 후 이번엔 라이트 두 번, 레프트 훅.


트리그는 달려오는 칠수를 뒷걸음질 치며 피하고 있었다.


<피하다가···. 껴안아 버리자>


상단 공격을 숙여 피한 트리그가 태클을 시도했다.


그레코로만 레슬러는 칠수가 예상한 것처럼 하단은 별로 시도하지 않는다.


고개를 숙인 트리그는 칠수의 허리를 안으려 했다.


이번엔 칠수가 피했다.


트리그가 안으려 할 때 뒤로, 다시 안으려 할 때 뒤로 물러섰다.


꼭 어린이 놀이 중 ‘우리 집에 왜 왔니’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두 번의 테이크다운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이번엔 트리그가 멈춰 섰다.


약속한 30초는 아직 15초나 남은 상황, 칠수가 다시 러시를 시작했다.


이번엔 처음 콤보와 달랐다.


잽 두 번에 바디, 원투에 이은 플라잉 니였다.


바디 한 방이 꽂히고 플라잉 니 또한 예상 못 했다.


하지만 회심의 점핑 니는 트리그의 어깨 쪽에 꽂히고 말았다.


준비한 러시를 모두 마친 칠수가 트리그를 강하게 밀어 링 중앙으로 멀어졌다.


“우와아아아아아!!!!”


번개 같은 공방에 관중석이 환호로 물들었다.


“칠수야, 됐어. 포인트 앞섰으니 이제 침착해!!”


두 번째 전략은 로킥 적립이었다. 로킥을 먹여주며 중심을 뒤로 뺀 채 간간이 펀치를 섞는다.


틈틈이 펀치를 뻗는 칠수와 다르게 트리그는 계속 피하며 상황만 살폈다.


<어디로 들어간다...>


쉽사리 루트를 공략하지 못하는 트리그였다.


머뭇거리는 상대에겐 공격이 최고.


펀치 페이크를 쓰던 칠수가 기습 앞차기를 시도했다. 지난 경기에서 마사토를 쓰러트린 공격이다.


“와우!!”


트리그가 입으로 소리를 내며 뒤로 뛰었다. 칠수의 영상을 본 티가 났다.


“됐어, 진정해. 너무 들어가지 마!!”


<들어가자!>


갑자기 트리그가 양 훅을 날리며 다가왔다. 키 작은 트리그의 짧은 공격은 백스텝만으로 충분했다.


<이때 클린치!>


트리그의 의도는 생각을 읽지 않아도 쉽게 파악 가능했다. 결국, 상체를 압박하고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예상보다 강한 트리그의 압박에 칠수가 옆으로 앞구르기를 시도했다.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은 앞구르기 같은 크고 화려한 동작을 좋아한다.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야, 그런 거로 체력 빼지 마!!”


예상한 코칭이었다.


1분이 넘는 타이밍인데 트리그는 공격을 한 번도 성공하지 못 했다.


<일단 맞추기라도 해야 하는데...>


생각에서 초조함이 느껴졌다.


초조한 트리그가 펀치를 뻗기 시작했다.


훅 위주의 강한 공격이 아니라 잽과 원투, 원투쓰리포 공격이었다.


초조하거나 급할 땐 훈련에서 많이 쓰던 게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머리 위주의 공격은 방어하려 하면 초심자도 가능하다. 뒤로 물러서면 되기 때문이다.


여유 넘치는 칠수는 물러서지 않고 위빙만으로 트리그의 공격을 피했다.


<x발! 맞추기만 하면!>


트리그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깨가 벌어지며 앞으로 다가왔다.


‘이때다!’


너무나도 쉬운 허점이 칠수의 눈에 보였다. 태클 타이밍이었다.


트리그의 허리를 감싸 쥔 채 유도식으로 다리를 걸어 후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칠수의 테이크다운에 관중석이 다시 달아올랐다.


하지만 트리그는 레슬러, 칠수가 올라서려 하자 엉덩이를 뒤쪽으로 당기며 상체를 세웠다.


자잘한 파운딩으로 얼굴을 몇 방 때린 칠수는 다시 트리그를 밀어 세우며 스탠딩을 유도했다.


<한 방을 못 때리네, 어쩌지?>


3분이 다 돼가는 상황에 공격 성공 0번. 심각해도 너무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칠수가 방어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펀치와 로킥을 이미 열 번 이상 맞췄고 테이크다운도 성공했다.


<손싸움을 하자!>


그때 트리그가 시도한 건 손싸움이었다. 칠수의 앞 손을 잡고 클린치로 접근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그렇게 양손을 편 상태는 항상 빈틈이 많기 마련. 칠수가 앞차기를 할 것처럼 페이크를 준 뒤 푸쉬 킥으로 명치를 맞췄다.


“좋아! 잘한다!!!”


명치에 꽤 정확하게 맞았는지 트리그가 저만치 물러서 가슴을 만졌다.


“들어가! 들어가!”


머뭇거리는 트리그에게 칠수가 따라붙어 펀치를 퍼부었다.


<클린치>


위기에 몰리자 주특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이것까지 예상한 칠수는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니킥을 날렸다.


칠수의 니킥이 트리그의 머리에 강하게 꽂혔다.


“좋아! 끝내!”


그로기 상태의 트리그에게 달라붙었지만, 이번엔 칠수의 오산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두 팔과 다리로 칠수를 단단히 움켜쥔 것이다.


‘진정하자, 진정해’


트리그의 의도를 눈치챈 칠수는 이참에 그냥 쉬기로 마음먹었다.


“스탑, 스탠드업!”


10초 이상 공방이 없자 심판이 일어날 것을 주문했다.


“30초 남았어!!”


트리그의 왼쪽 눈이 크게 부어올라 있었다. 절대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왼쪽이 안 보이네>


상대 생각을 읽은 칠수가 트리그의 왼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약점이 보이면 약점을 공략한다. 종합격투기의 정석이었다.


트리그도 눈치챈 거 같았다. 왼쪽을 두들길 거라는 걸.


그러나 칠수는 머리 위주의 단순한 공격을 하지 않았다.


페이크, 다시 페이크. 그러다 머리. 다시 바디 공격. 그러다 오른손 어퍼.


다양한 방식으로 시야가 좁아진 트리그를 괴롭혔다.


‘땡땡땡댕!!’


코너로 들어오는 칠수를 정 관장이 글썽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칠수야”


“네, 관장님”


“너 몇 대 맞았냐?”


“음, 같이 엎어졌을 때 자잘하게 두세 방?”


그러자 정 관장이 칠수를 꼭 껴안았다.


“사랑한다, 진짜. 왜 이렇게 잘하냐!”


옆에서 심동연이 둘을 떼 놨다.


“사랑은 끝나고 하시고요. 칠수야, 너 러버 가드 할 거야?”


칠수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가 바로 러버 가드였다.


“굳이 할 필요 있을까?”


정 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칠수의 내심은 하고 싶었다.


몇 달 가까이 준비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체력 바닥났다 싶으면 해보려고”


몇 마디를 나누자 다시 2라운드가 시작됐다.


트리그의 전략이 바뀐 거 같았다.


자세가 낮아졌다.


자세가 낮다는 것 또한 예상 가능한 전략이었다.


<하단 태클>


그런데 하단 태클은 1라운드 때 칠수가 가져갔던 중심 빼기 포지션으로 쉽게 방어할 수 있다.


또 밑으로 들어오는 상대는 단지 손으로 머리를 미는 것과 스프럴를 섞는 거로 막을 수 있다.


<간다!!>


너무 빤한 공격이지만 트리그가 들어왔다.


“어이쿠!!”


소리를 내며 칠수가 뒤로 물러섰다.


트리그가 재차 미끄러져 들어왔다. 무릎을 바닥에서 떼지도 않았다.


“칠수야! 잡히면 안 돼!!”


마치 가지 말라며 애인의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연인 같았다.


“Fuck!!”


태클이 실패로 돌아간 트리그가 일어나서 소리 질렀다.


30전 넘는 베테랑이 3전짜리 초짜에게 농락당하는 상황이었다.


이번엔 상체 태클을 시도했다.


조금 여유로워진 칠수가 일부러 테이크다운을 당했다.


“야! 야!”


초조해진 코너와 달리 칠수는 여유롭게 등을 대고 누웠다. 잠깐의 휴식이 마치 침대처럼 편했다.


칠수는 풀가드 자세를 단단히 유지한 채 트리그의 양손을 잡았다. 트리그가 포지션을 유지하려는 듯 얼굴을 칠수 가슴 쪽으로 단단히 박았다.


이 자세는 칠수가 원했던 자세다. 머리가 가까이 오자 기다렸다는 듯 오른발을 뒷목과 등 사이 쪽으로 둘렀다.


“좋아!”


칠수가 작게 소리치자 트리그도 뭔가 잘못된 걸 깨달은 눈치였다.


<러버 가드?>


트리그가 속마음으로 칠수의 기술을 외쳤다.


이미 칠수의 왼손은 자신의 오른발을 꽉 잡아당기고 있었다.


러버 가드에 갇힌 선수는 딱히 특별히 무언가를 할 게 없었다.


칠수가 놀고 있는 오른손으로 트리그에게 숏 펀치를 날렸다.


양손을 허우적거리며 막았으나 시야가 좁아진 트리그에게 이마와 코, 턱 쪽으로 나뉘어 들어오는 펀치는 무척이나 막기 힘들었다.


“거기서 끝내!!”


러버 가드 시작부터 그 짧은 10초 정도의 시간 동안, 칠수의 오른손이 거의 10번 넘게 들어갔다.


“기브업? 기브업?”


심판이 트리그에게 포기 의사를 물었다.


트리그는 얼굴이 벌에 쏘인 것 마냥 부어오르면서도 오른손 엄지를 세웠다.


트리그가 칠수의 그립을 떼어내려 양손으로 발목 쪽을 더듬거렸다. 그러자 트리그의 왼쪽에 허점이 생겼다.


칠수가 다리 그립을 등 쪽으로 돌리며 오른쪽으로 크게 돌았다. 백 포지션에 성공했다.


백을 내준 트리그가 칠수를 떼어내기 위해 몸을 바닥에 굴렀다. 포지션 전환을 통해 위로 올라설 심산이었다.


그러나 칠수는 두 다리로 트리그의 사타구니 쪽을 단단히 조이고 있었다. 트리그의 어깨 공격 정도를 피하며 뒤로 누운 채 양손 공격을 시도했다.


“기브업? 기브업?”


거의 무방비로 얻어터지는 트리그에게 심판이 다시 한 번 외쳤다.


트리그가 다시 엄지를 세웠다.


순간 칠수는 약간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또 그래플링이 사실 트리그의 영역이라는데 생각도 마쳤다.


<뒤집어 버리겠어.>


트리그가 계속 상위 포지션을 노리고 있었다.


그래서 칠수는 트리그가 몸을 일으키는 틈을 타 그의 등을 세게 밀어버렸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스탠딩 싸움을 시도했다.


“스탠드업!”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트리그에게 심판이 일어서라고 주문했다.


트리그의 안면은 양 눈부터 입가 할 거 없이 모두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트리그의 코너에선 코치가 흰 수건을 만지고 있었다.


“No give up!!”


수건 던지려는 걸 눈치챈 트리그가 외쳤다.


다시 30전 베테랑이 허우적대며 태클을 들어왔다.


체력 빠진 트리그의 동작은 너무나 똑똑히 보였다.


칠수가 엉덩이를 뒤로 빼며 펀치를 하나둘 트리그에게 꽂았다.


속절없이 두들겨 맞던 트리그가 더는 못 버티겠다는 듯,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주짓수 파이터가 권투 선수에게 흔히 해 버릇하는 ‘이노키-알리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이노키-알리’도 여유가 있을 때나 하는 전략.


심판의 눈에도 칠수의 눈에도 그건 단지 싸우기 싫다는 뜻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코치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았다.


트리그 쪽 코치가 수건을 심판의 얼굴 쪽으로 날렸다.


‘땡땡땡땡!!’

.

.

.

.

.

2라운드 3분 25초. 칠수가 크라이드 첫 번째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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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완벽한 전략 19.12.26 816 17 11쪽
17 빰클린치 니킥 +2 19.12.25 857 15 10쪽
16 산 넘어 산, 하야토 19.12.24 883 13 11쪽
» 어려운 퍼즐일 수록 푸는 맛이 있다 19.12.23 882 14 11쪽
14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19.12.22 923 15 9쪽
13 서양 파워를 느껴봐! +2 19.12.21 957 17 12쪽
12 노장의 여유 19.12.20 1,031 13 9쪽
11 크라이드와의 계약 19.12.19 1,054 14 8쪽
10 카운터 앞차기 19.12.18 1,049 14 10쪽
9 야쿠자의 제안 19.12.17 1,116 14 12쪽
8 원펀맨 마사토 19.12.16 1,163 15 9쪽
7 근성의 기무라 19.12.15 1,180 16 8쪽
6 정 관장의 보물 19.12.14 1,259 14 10쪽
5 역습을 위한 역습 19.12.13 1,306 14 10쪽
4 레슬러를 넘어뜨리다 +2 19.12.12 1,422 16 11쪽
3 KO같은 무승부 19.12.11 1,505 17 8쪽
2 주먹은 살아있다 19.12.10 1,621 16 8쪽
1 펜던트, 그리고 알약 +4 19.12.09 2,16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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