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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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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46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19 16:40
조회
1,050
추천
14
글자
8쪽

크라이드와의 계약

DUMMY

비록 한국인이었지만 야유는 별로 없었다.


‘무사도’를 숭상하는 민족만큼 실력으로 따낸 승리에 환호가 이어졌다.


킹스 대표 구와바라가 올라와 벨트를 채웠다.


복싱 쪽 벨트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검은 벨트에 차갑게 새겨진 ‘킹스’라는 문양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x발, 내가 챔피언을 배출하네. 눈물 안 흘리려 했는데”


정 관장은 승리 순간부터 지금까지 바닥만 보고 울고 있었다.


“관장님, 다음은 저예요. 승리를 만끽하세요!”


심동연은 자기 일만큼 기뻐하며 방방 날아다녔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다.


상대인 마사토가 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승리 포즈를 한 번 취한 칠수는 바로 마사토 측으로 달려갔다.


마사토는 의료용 침대에 누운 채 목 깁스를 하고 있었다.


“마사토상, 꼬메나사이”


사과 인사를 건넸다.


KO가 목표였지 상대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이게 격투기의 순리였다.


“다이조부요, 다이조부”


괜찮다는 마사토였다. 목소리는 멀쩡한 거 같았다.


구와바라에게 물어보니 턱뼈가 깨졌단다. 턱뼈는 별로 강한 부위가 아니라 한 번 깨지면 또 깨질 위험이 있다.


보통 이런 상태를 두고 파이터들은 ‘맷집을 갉아먹었다’고 말한다.


“정말 미안하네. 어쩌면 좋냐”


정 관장도 실려 가는 마사토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연말 경기니만큼 다른 타이틀전도 많았다.


헤비급, 미들급 타이틀 전이 각각 열렸는데 모두 챔피언이 방어했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하나같이 ‘완벽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략도 좋았고, 특히 마사토를 쓰러트린 ‘앞차기’에 대해 극찬했다.


“앞차기는 어떻게 생각한 전략인가요?”


한 일본 격투기 기자가 물었다.


“마사토 선수의 단골 전략을 보는데 훅에 들어가기 전 잽 타이밍에 빈틈이 보이더라고요. 가드 때문에 가로 공격은 어려워 보였는데 세로는 가능해 보였어요. 거리 때문에 훅은 어려워 보여 앞차기를 택했습니다”


“혹시 일본 가라데에서 본 기술인가요?”


역시 일본 쪽의 질문이었다.


“가라데에도 이 기술이 있는 거로 알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전 어렸을 때 태권도를 했습니다. 태권도 기술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거 같습니다”


“다음 상대는 누가 좋을 거 같나요?”


방어전에 대한 질문이었다.


“사실 제가 제 상대에만 집중해서···. 구와바라 대표님이 찍어주시는 상대라면 가리지 않겠습니다”


회견을 마친 칠수에게 또 뜻밖의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코리아FC 왕경호 국장과 크라이드의 제이슨이 와 있었던 것이다.


구와바라와 제이슨, 왕경호 등의 만남은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회견을 마친 구와바라가 칠수 쪽과 제이슨들을 데리고 귀빈 대기실로 들어갔다.


“이 자리는 조칠수 선수의 다음 거취를 정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왕경호가 한국말과 일본말로 한 번씩 말했다.


“크라이드 쪽은 바로 조칠수 선수를 데려가고 싶어 합니다”


이 내용 또한 구와바라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턱을 괸 구와바라가 이번엔 두꺼운 다리까지 꼬았다.


“하지만 칠수 선수는 우리 킹스와 얼마 전 세 경기를 계약했습니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아 있죠”


그러자 크라이드의 제이슨이 특별한 제안을 내밀었다.


킹스의 정규 TV 방송이었다.


“크라이드에서 링스 경기를 정규 채널 중 하나인 ‘유지1’에서 한 차례 내보내 주겠다고 합니다”


“유지1??”


‘유지1’은 크라이드가 중계되고 있는 채널이었다. 거기에 링스를 한 번 송출하겠다는 소리였다.


크라이드측은 이미 서류까지 가져왔다. 서류에 유지TV 중계권에 대한 보장 각서 내용이 담겼다.


“아니, 우리 칠수를 위해 이렇게까지”


정 관장의 입이 귀까지 올라갔다.


<유지TV면 괜찮지.>


구와바라는 이미 속으로 반쯤 승낙한 상태였다.


결국, 킹스와 크라이드는 조칠수의 양도에 합의했다.


2008년 상반기 내에 유지TV에서 킹스를 한 차례 내보낸다는 조건이었다.


조칠수의 양도 서류도 따로 작성했다.


그날과 그 다음 날은 링스가 챔피언을 위해 마련한 호텔에서 쉬었다.


칠수의 코치진이 모두 쉴 만큼 큼직한 숙소였다.


“와, 나 일본 1급 호텔 처음 와본다”


일본 경험이 좀 있는 정 관장도 감탄했다.


하지만 칠수와 정 관장은 별로 쉴 시간이 없었다.


한국 언론들의 전화가 쉬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기자님. 칠수 선수요? 아, 지금은 좀 안 되고 밤 10시 딱 맞춰 전화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아, 네. 김 기자님. 아, 진 기자님이라고요? 네, 진 기자님. 진짜로. 진짜로 자정에 전화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식 연락처가 정 관장 것으로 돼 있기에 일차적인 분주함은 그가 가져갔다.


“예, 장우대학교 2학년 컴퓨터공학과. 장우대학교. 장! 우! 대학교요. 안양에 있는 거요. 네!”


통화 상태가 좋지 않아 몇 번이나 소리를 쳐야 했다.


인터뷰는 다음 날 오후가 돼서야 좀 잠잠해졌다.


“뭐, 일본 챔피언이 없으니까. 당연한 일이지”


인계석이 수영장 벤치에 누워 말했다.


“칠수야, 이게 인기인, 유명인이라는 거야. 그냥 즐겨”


심동연도 한마디 보탰다.


그래도 일단 먹을 건 배불리 먹었다.


경기 끝난 다음 선수가 가장 집중하는 게 바로 식사와 휴식이다.


룸서비스를 시키고 또 시키고, 또 시켜 먹었다.


계약금으로 받은 200만엔 중 무려 15만 엔을 이틀 식비로 사용했다.


계약대로 60만 엔은 관장에게, 인계석과 심동연, 이언규에게도 10만 엔씩 쥐여줬다.


“야, 너 110만엔 있는데 그중에 15만 엔을 쓴 거야?”


정 관장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손엔 닭 다리가 있었다.


“아뇨, 파이트 머니도 있잖아요. 그것도 정산해드려야 하는데?”


“아냐, 그건 네가 그냥 가져. 난 60만엔이면 돼”


“그럼 오늘 밤에 관장님이 쏘시죠”


심동연이 보챘다.


“좋아. 이따가 스카이라운지 간다”


이튿날 호텔을 나서려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딱 봐도 ‘어깨’라고 쓰여 있는 사람들이었다.


“야···. 야쿠자인 거 같은데?”


인계석이 정 관장의 뒤로 몸을 숨겼다.


“아나따와 다레데스카?”


일본어를 공부 중인 칠수가 물었다.


“제이슨가 오쿠다”


야쿠자 쪽의 대답이었다.


“제이슨이 보냈대요”


그러자 야쿠자가 한마디 더 보탰다.


“에어뽀트”


공항에 데려다주겠단 소리였다.


짐을 챙겨 나오자 밖에 고급 세단 두 대가 서 있었다.


1시간 정도의 공항길을 야쿠자와 나란히 앉아 가야 했다.


“편하긴 한데···. 마음은 안 편해”


심동연이 말했다.


“나도 동감이야.”


칠수가 억지 미소를 지었다.

.

.

.

.

.

그날 저녁 칠수는 등 뒤에 챔피언 벨트를 숨긴 채 안방 문을 두드렸다.


“아버지, 주무세요?”


칠수의 아버지는 엄마보다도 훨씬 격투기를 반대했다.


몸만 상하고 출세도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아버지, 이거”


칠수가 봉투를 내밀었다.


용돈을 뺀 나머지 80만 엔이었다.


“이게 뭐냐?”


따로 설명하지 않고 벨트를 내밀었다.


“이거···. 챔피언 벨트 아니니?”


칠수 엄마가 벨트를 어루만졌다.


“너, 요즘도 싸우고 다니냐? 격투기인지 뭔지?”


칠수 아빠의 언성이 높아졌다.


“야, 너 잠깐 나가 봐. 아빠랑 내가 얘기할게”


침대에 누워 책을 보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애비다”


“네, 들어오세요”


아버지의 손에는 벨트와 봉투가 들려 있었다.


“수고했다. 챔피언 아무나 되는 거 아닌데”


칠수 아빠가 벨트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하나뿐인 자식인데. 하고 싶은 거 하게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대신 몸 사리면서 해야 한다”


“아,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리고 이건 네가 가져가라. 우리 돈 모자라지 않아. 오히려 네가 시합 준비하며 필요한 게 많을 거야”


코치진의 든든한 전략.


그리고 가족의 따뜻한 격려까지.


선수로서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찾기도 힘들었다.


3전 3승의 22살 파이터, 킹스 챔프 조칠수.


4전부터는 벨트를 반납하고 크라이드라는 큰 무대에서 새 도전에 나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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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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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완벽한 전략 19.12.26 815 17 11쪽
17 빰클린치 니킥 +2 19.12.25 856 15 10쪽
16 산 넘어 산, 하야토 19.12.24 882 13 11쪽
15 어려운 퍼즐일 수록 푸는 맛이 있다 19.12.23 880 14 11쪽
14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19.12.22 922 15 9쪽
13 서양 파워를 느껴봐! +2 19.12.21 955 17 12쪽
12 노장의 여유 19.12.20 1,028 13 9쪽
» 크라이드와의 계약 19.12.19 1,051 14 8쪽
10 카운터 앞차기 19.12.18 1,046 14 10쪽
9 야쿠자의 제안 19.12.17 1,114 14 12쪽
8 원펀맨 마사토 19.12.16 1,158 15 9쪽
7 근성의 기무라 19.12.15 1,176 16 8쪽
6 정 관장의 보물 19.12.14 1,256 14 10쪽
5 역습을 위한 역습 19.12.13 1,303 14 10쪽
4 레슬러를 넘어뜨리다 +2 19.12.12 1,417 16 11쪽
3 KO같은 무승부 19.12.11 1,500 17 8쪽
2 주먹은 살아있다 19.12.10 1,616 16 8쪽
1 펜던트, 그리고 알약 +4 19.12.09 2,153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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