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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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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47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20 16:40
조회
1,031
추천
13
글자
9쪽

노장의 여유

DUMMY

슈퍼 멀티 짐 선수부의 훈련은 낮 1시부터 저녁 7시까지다.


7시 이후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훈련이 진행되고, 선수부 두 명이 번갈아 코치를 본다.


많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한 달을 날 만한 비용을 받는다.


하지만 칠수는 하루 6시간의 훈련만으로는 너무 감질 맛이 났다.


더 큰 꿈을 위해선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한 상황.


일단 칠수는 아침에 하던 5km 로드워크를 계속하기로 했다.


아침 7시에 기상, 7시 30분부터 8시까지 로드워크, 샤워 후 2시간 동안 일본어를 공부한 뒤 밥을 먹고 체육관에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혼자만 달리려 했으나 선수부가 모두 참가하게 됐다. 이언규와 심동연, 인계석도 너나 할 거 없이 로드워크에 참가했다.


“형 혼자만 강해지시려고?”


한두 살 터울의 선수들이라 그런지 친구 같기도 하고, 때로는 라이벌 같기도 했다.


장단점도 조금씩 달라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코치가 돼주기도 했다.


이언규가 레슬링, 인계석이 타격, 심동연이 경기 운영과 심리전을 맡았다.


사실 칠수의 실력은 세 동료보다 뛰어났다.


2019년 전적에 최근 것까지 더하면 무려 13번이나 프로에서 싸웠다.


또 칠수는 회귀하기 전에도 실력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훈련 중엔 펜던트가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마음을 읽으면서 훈련해봐야 실력 향상에 도움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1월 들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심동연이었다.


심동연은 1월 열리는 코리아 FC 결승을 준비하고 있었다.


심동연의 결승 상대 김대성은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유도와 태권도가 특기였다.


“유도와 태권도라니, 별로 도와주지도 못하겠는데?”


선수부 중 유도를 배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러려고 내가 있는 거 아니겠냐?”


다행히 정복남 관장이 유도 경험이 있었다.


심동연은 머리가 좋았다.


레슬링과 타격을 각각 때 놓으면 이언규나 인계석만은 못하지만, 심리전에 능했고,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침착했다.


결승 상대에 대한 전략도 확실했다.


복싱 기술을 활용한 펀치 공략이었다.


“킥 거리보다 가깝게 유지한 다음에 펀치를 단발, 두 발 정도 섞어 주려고요”


심동연의 작전 수립 능력은 오히려 정 관장을 능가했다.


“상대가 태클이나 후리기 들어오면 어떻게 하려고?”


“중심을 약간 뒤로 뺀 다음에 펀치로 승부 보려고요”


실제 심동연의 전략은 쉽게 공략하기 힘들었다.


이언규와 인계석, 칠수가 상대 김대성의 스타일대로 경기해보았으나 빈틈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계석아 킥 좀 더 넣어야 해. 통통 뛰어다니면서!”


중심이 뒤에 있어 로킥과 바디 공략이 쉽지 않았고, 상단 공격은 모두 가드로 커트하고 있었다.


또 심동연의 좌우 움직임이 매우 좋아 킥 공격만으로는 포인트를 쌓기가 힘들었다.


“야, 너 그러다 판정 가면 어쩌려고?”


칠수가 물었다.


“애초에 판정 전략인데?”


심동연의 대답이었다.


경기는 정말 심동연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김대성이 태권도 스텝으로 계속해서 킥을 퍼부었으나, 심동연은 전후좌우로 요리조리 피하며 한두 발 씩 상대의 안면을 두드렸다.


초조해진 김대성이 태클을 시도했으나 유도식 테이크다운은 거리를 두고 싸우는 심동연에겐 큰 효과가 없었다.


2라운드 양상은 달랐다.


심동연이 초반부터 기습 태클에 성공했다.


유도 선수의 큰 약점은 등을 대고 있을 때다.


심동연은 그런 김대성의 단점을 제대로 알고 있는 듯, 개비기와 파운딩을 적절히 섞어가며 2~3분을 버텼다.


“스탑! 일어나!”


초조해진 김대성이 막바지 킥 러시를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심동연이 멋들어진 테이크다운을 성공했다.


“얘는 국내용 그릇이 아니야.”


우승 뒤풀이에 참가한 왕경호 국장이 말했다.


“오, 그러면 동연이 해외로 내보내겠다는 거야?”


정복남 관장이 물었다.


“에이, 그건 아니지. 일단 국내에서 10차 방어만 하자. 중간중간 크라이드도 내보내 줄게”


2월엔 이언규와 인계석의 경기가 있었다. 정 관장도 심동연도 자리를 뜨기 힘들었다.


그래서 크라이드 라이트 토너먼트 기자회견엔 칠수 혼자만 참가해야 했다.


“혼자라고 우는 거 아냐?”


최진호 대표가 농을 던졌다.


혼자라곤 해도 일본 현지 가이드는 최 대표가 도맡아 했다.


“대표님이 계시잖아요”


회견이 열리는 장소는 도쿄 도내의 한 호텔이었다.


“칠수 선수, 안녕하세요! 대표님도 오랜만입니다”


엑스파이트의 이덕교 기자가 이미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별고 없으셨습니까”


칠수와 최 대표가 인사했다.


“칠수 선수 혹시 상대 알고 계세요?”


“아뇨, 회견에서 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크라이드 16강 토너먼트의 대진은 기자회견장에서 발표될 예정이었다.


“제가 먼저 와서 대진을 살짝 물어봤는데, 이미 나온 거 같더라고요”


이 기자가 말했다.


“뭐 들은 것 좀 있으세요?”


최 대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저한테 들었다고 하지 마세요. 토마스 트리그 같아요”


“토마스 트리그요????”


“예전에 UFL 챔피언 잠깐 했던 걔?!”


토마스 트리그는 라이트급에서 내로라하는 강자 중 하나였다.


2008년 기준으로 35살이나 되는 노장이었지만, 30전 넘게 경기하며 여러 단체의 챔피언을 지냈다.


트리그도 이미 상대를 알고 있는 거 같았다.


칠수와의 거리가 가까운 게 아니었는데도 저쪽에 앉아 유심히 칠수 쪽을 쳐다봤다.


트리그와 칠수의 경기는 토너먼트 중 두 번째였다.


두 선수가 무대 가운데로 나와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트리그의 키는 175cm 정도로 보였다.


팔도 다리도 별로 긴 체형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체 근육은 마치 보디빌더 같았다.


경험 많은 노장답게 사진 촬영에도 여유롭게 응하며 무대 자체를 즐겼다.


“Hey, Let’s get it on. We can make good fight”


매너도 훌륭했다.


최 대표는 대진 자체가 불만이었다.


트리그는 출전 선수 중 가장 베테랑, 칠수는 가장 신인급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코리아FC의 왕경호 국장이 보여 구석으로 끌고 갔다.


“아니, 칠수 상대 왜 저래? 트리그가 뭐야, 트리그가?”


최 대표의 이마엔 핏대까지 서 있었다.


“아, 그거? 에이, 어차피 쟤 못 이기면 우승도 못 해”


그건 맞는 말이었다.


라이트급 토너먼트의 우승 후보는 두 일본 파이터였다.


‘볼트’라는 별명을 가진 교쿠라 하야토, 그리고 10승 10KO 전적을 가진 오구라 다카노미였다. 두 선수는 각각 1경기와 8경기에 배치됐다.


“제가 트리그를 이기면, 하야토랑 싸우게 되나요...?”


칠수가 침을 삼키며 물었다.


“아마도 그렇겠지···?”


이 자리에서 칠수는 크라이드의 대표 나카타 노부히코를 처음으로 만났다.


“하지메마시떼, 와타시와 조칠수데스”


그동안 갈고 닦은 일본어 공부의 성과가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아, 하이하이. 도조 요로시쿠”


나카타는 일본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크라이드를 개국 때부터 지금까지 끌고 온 장본인이다.


MMA 선수로도 잠시 활동했지만 이내 격투기를 접고 크라이드 운영에만 전념했다.


“되게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네요”


“그러니까 크라이드를 벌써 몇 년째 끌고 오고 있겠지”


칠수는 최 대표를 졸라 두 인기스타인 하야토와 오구라에게도 인사하러 다가갔다.


하야토는 소문대로 친절하고 예의가 발랐다.


<착하게 생긴 청년이네>


생각도 깨끗했고 다음 상대가 될지 모르는 칠수에게도 깍듯하게 대했다.


하지만 오구라는 달랐다.


‘파이어볼 키드’라는 별명답게 주위 몇 미터 근처부터 활활 타오르는 기백이 느껴졌다.


“어~ 도조”


인사말도 아주 짧았다.


악수를 나눴으나 칠수에 대해 별생각이 없는 거 같았다.


<약해 보이는 신인이군>


알고 보니 최 대표는 오구라 다카노미의 팬이었다.


“오구라가 저래 봬도 평소에 친절한 애야”


오구라와 하야토는 2019년의 칠수도 잘 알고 있는 유명 파이터다.


하야토는 이미 은퇴를 했고, 오구라는 UFL까지 진출했으나 별로 좋은 전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었다.


하야토의 스타일은 별명인 ‘볼트’처럼 날카로운 타격이 강점이다. 슬로비디오로 돌려야 보일 만큼 아주 빠른 타격을 자랑한다.


오구라의 주 무기는 오른손 펀치다. 주먹이 너무 단단하고 세서, 가드를 해도 쓰러질 정도다.


“칠수야”


최 대표가 말했다.


“네”


“쟤네를 이겨야 우승하는 거야. 할 수 있지?”


그때 눈앞으로 상대 토마스 트리그가 지나갔다. 여유 넘치는 트리그가 칠수에게 윙크까지 날렸다.


“네...”

.

.

.

.

.

나름 자신을 쥐어짜 낸 게 그 정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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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완벽한 전략 19.12.26 816 17 11쪽
17 빰클린치 니킥 +2 19.12.25 858 15 10쪽
16 산 넘어 산, 하야토 19.12.24 884 13 11쪽
15 어려운 퍼즐일 수록 푸는 맛이 있다 19.12.23 882 14 11쪽
14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19.12.22 923 15 9쪽
13 서양 파워를 느껴봐! +2 19.12.21 957 17 12쪽
» 노장의 여유 19.12.20 1,032 13 9쪽
11 크라이드와의 계약 19.12.19 1,054 14 8쪽
10 카운터 앞차기 19.12.18 1,049 14 10쪽
9 야쿠자의 제안 19.12.17 1,117 14 12쪽
8 원펀맨 마사토 19.12.16 1,163 15 9쪽
7 근성의 기무라 19.12.15 1,180 16 8쪽
6 정 관장의 보물 19.12.14 1,260 14 10쪽
5 역습을 위한 역습 19.12.13 1,306 14 10쪽
4 레슬러를 넘어뜨리다 +2 19.12.12 1,422 16 11쪽
3 KO같은 무승부 19.12.11 1,505 17 8쪽
2 주먹은 살아있다 19.12.10 1,621 16 8쪽
1 펜던트, 그리고 알약 +4 19.12.09 2,16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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