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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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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44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14 17:20
조회
1,259
추천
14
글자
10쪽

정 관장의 보물

DUMMY

승리하고 내려오는 칠수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훈련을 도와준 선수였다. 기무라라는 이름이었다.


기무라가 함께 있는 최 대표에게 무어라 말했다.


“뭐라 그러는 거예요?”


칠수의 질문에 최 대표가 난색을 보이고 있는데 기무라가 영어로 말했다.


“Next fight! with me!”


정확히 알아들었다. 자신과 싸우자는 거였다.


그러자 뒤에서 일본 관계자들이 달려들었다. 기무라를 말리는 분위기였다.


<죽여 버리겠어.>


일본 선수들의 생각은 비교적 단순했다. 일방향 적이었다.


칠수로선 아무 문제 없었다.


원래 이 바닥이 함께 훈련한 사람과도 싸우고 그러는 곳이다.


더더군다나 적의 스파이 노릇까지 한 사람이면 싸울 이유가 충분했다.


“아······. 좀 그런데”


최 대표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대표님, 왜요? 체급도 맞을 거 같은데?”


심동연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쟤 전적 많아···. 10전 넘어···.”


“10전이요?!”


이 바닥에서 10전이면 베테랑 축에 속했다. 칠수의 2019년 전적도 아마 경력을 제외하고 10전 5승 5패였다.


너 죽고 나 죽는 승부에서 열 번이라는 건, 군인이 전투 열 번을 치른 거나 비슷한 경우였다.


최 대표가 일본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자세한 내용을 가져왔다.


“쟤 11전이야···. 11전 5승 6패”


성적 자체는 별로 좋지 못했다.


“저 할 수 있어요. 싸우자고 해요!”


칠수가 가슴을 내밀었다.


최 대표가 고민하는데 일본 측 관계자가 다시 다가왔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최 대표가 칠수에게 다가왔다.


“너만 좋으면 괜찮대. 시합은 두 달 후···. 괜찮겠어?”


그러자 심동연이 가로막았다.


“두 달 너무 빠르잖아요, 대표님”


“뭐가 어때, 얘 몇 대 맞지도 않았어.”


최 대표의 말대로 칠수가 입은 피해라고는 종아리 쪽이 부은 것과 입가가 살짝 찢어진 게 다였다.


“저 좋아요. 해요. 어이! 기무라! 싸우자! I will fight!”


칠수가 손을 하늘로 쳐들자 기무라도 똑같은 동작으로 응수했다.


그러다 기무라의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기무라의 엄지가 바닥을 가리켰다.


<죽여 버리겠어.>


“좋아! 기대할게!”


칠수는 박수를 치며 엄지를 내밀었다.


경기가 끝나자 엑스파이트 이덕교 기자가 달려왔다.


“칠수 선수, 축하합니다. 파이팅 포즈 한 번 취해주시죠”


포즈를 취하려던 칠수가 심동연과 최진호 대표를 끌어당겼다.


“같이 찍어야죠”


이덕교 기자는 불모지에 가까운 격투기 바닥에서도 알아주는 언론인이었다.


격투기 언론이라는 게 1년 있고 옮기고, 또 1년 있고 옮기고를 반복했는데 이 기자는 2000년 정도부터 무려 7년을 구르고 있었다.


훗날 2019년에도 언론인을 하고 있으니 거의 2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파는 셈이다.


“본인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네···. 개봉동에 사는 스물두 살 조칠수입니다. 장우대학교 이제 2학년으로 복학하고요, 컴퓨터 전공. 형제는 없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 전략이 뭐였나요? 어퍼컷 그거 준비한 건가요?”


“사실 타이밍 태클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빤한 전략 같아서요. 그래서 페이크도 줄 겸 준비했어요”


“아니, 무슨 어퍼컷이 이렇게 ‘빡’ 하고 들어가더라고. 정말 대단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차에 올라타는데 최 대표가 봉투를 내밀었다.


“수고했다. 파이트 머니야. 많지는 않아. 천 엔짜리 백 장. 요건 동연이 용돈 하고”


봉투를 받아들고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첫 승, 프로 무대에 처음 섰다는 걸 말이다.


지금으로 회귀하기 전, 같은 시기에 ‘진짜’ 데뷔전을 가졌다.


상대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타격가였다.


첫 경기에서 칠수의 전략은 장기전이었다.


빠른 발과 로킥을 활용해 포인트 싸움을 하려 했다.


하지만 상대 또한 발이 빨랐다. 게다가 레슬러였다.


30초 만에 바닥에 드러누운 칠수는, 그 후 2라운드까지 계속 하늘만 보고 있어야 했다.


0승 1패와 1승 0패의 차이.


비록 숫자 하나일 뿐이지만 선수에게는 큰 차이로 다가왔다.


1승 0패 선수에게는 전자는 절대 불가능한 기록에 도전할 수 있었다.


바로 ‘무패’, ‘전승’이었다.


다년간의 경험과 독심술까지 갖고 있는 칠수에게 조금은 욕심 내 볼만 한 기록이었다.


꿈의 크라이드 제패, UFL 무대.


머릿속으로 갖은 공상을 하는데 최 대표의 말이 마음으로 다가왔다.


“너 챔피언 할 수 있어. 두고 봐”

.

.

.

.

.

두 달이라는 시간은 별로 길지 않았다.


오전부터 낮까지는 체육관에서, 오후는 편의점에 있다 보니 일주일이 하루처럼 흘러갔다.


상대 기무라는 그래플러였다.


직접 몸을 섞진 않았지만 만두 귀를 갖고 있었다.


‘만두 귀’라는 건 만두 모양의 귀를 뜻한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걸 반복하면 귀가 만두 만큼이나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른 귀를 바늘로 찌르고, 상처를 치료하고. 그 작업을 반복하면 귀가 마치 뒤집힌 것 같은 모양이 된다.


“그니까 걔 그래플링 하루 이틀 한 애가 아니라니까”


옆에서 목격한 심동연의 말이었다.


“찾아보니까 걔 고등학교 때 레슬링 했더라고”


정복남 관장도 심동연의 말에 공감했다.


“뭐, 그 정도면···. 저 이길 수 있으면 돼요, 형”


바닥에 누워 있던 이언규가 말했다.


“하하···. 너를 어떻게 이겨”


"에이, 지난 스파링에서도 거의 다 이겨놓고"


그래플러, 특히 레슬러의 특기는 비슷했다.


강력한 그래플링, 그리고 강한 펀치였다.


레슬링 선수들은 코어 운동을 무자비할 정도로 반복한다.


중심의 힘이 좋기에 살짝 뻗은 펀치로도 KO가 나온다.


“지난번처럼 어퍼컷은 안 될 테고···. 어떤 전략을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정복남의 옆에서 심동연이 말했다.


“그래플링 어때요? 얘, 서브미션 패배 많던데”


심동연이 기무라의 기록을 들고 왔다.


6패 중 무려 3패가 서브미션 패배였다.


걱정이라는 눈빛으로 정 관장이 말했다.


“칠수야, 너 혹시 트라이앵글 초크 가능해?”


당연히 아는 기본적 기술이었다. 하지만 칠수에겐 아직 연기가 필요했다.


“음, 본 적은 많은데. 해본 적은 별로···.”


“이리 와봐, 내가 알려줄게”


트라이앵글 초크는 상대 목 쪽 경동맥을 발로 조여 따내는 서브미션이다.


보통 깔린 선수가 상위 포지션에 많이 거는 기술이다. 암바로 자연스레 연결될 수도 있다.


“암바 하는 척하다가 발로 감싸도 되고, 이렇게 상대가 붙어 있으면 밀치면서 발이 잽싸게 올라와야 해”


정복남 관장이 이언규를 상대로 기술을 몇 번 시연했다.


“할 수 있겠어? 해 봐”


머뭇거리던 칠수의 발이 단번에 이언규의 목을 감쌌다.


“윽···. 탭! 탭!”


서브미션만 준비해선 안 됐다.


서브미션까지 가는 과정도 중요했다.


“분명 얘가 태클을 들어올 거야. 처음에 몇 번은 막아주다가”


태클을 몇 번 막다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태클을 받아주는 작전이었다.


“그렇게 하면 너 체력도 지킬 수 있고, 풀 가드를 잡을 수 있어. 풀 가드를 잡아야 서브미션 따기 쉽다”


사실 정 관장이나 이언규가 하는 말은 칠수도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칠수의 그래플링은 거의 보라 띠에 근접한 갈띠였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그래플러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2019년 평균적 국내 선수 수준은 되는 상황이었다.


트라이앵글만 연습하던 칠수가 하루는 답답함에 다른 동작을 선보였다.


트라이앵글에서 어깨를 감싸고 들어가는 오모 플라타 기술이었다.


오모 플라타는 상대의 어깨를 아작내는 기술이다.


발로 어깨 쪽을 감싸고 뒤로 돌아서며 걸 수 있다.


서브미션까진 연계가 되지 않더라도 포지션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고, 그렇게 ‘크루서픽스(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만들어 계속 펀치를 먹일 수도 있다.


“얘, 뭐야. 오모 플라타 한 거야?”


“아, 형 좀! 살살!”


졸지에 모르모트가 된 이언규가 투정을 부렸다.


그때 심동연이 옆으로 다가왔다.


“칠수야, 나랑 한 번 그래플링 매치 하자”


심동연은 슈퍼멀티짐의 간판선수.


레슬링은 이언규보다 못했지만 2007년 당시 벌써 갈띠 정도의 수준을 갖고 있었다.


심동연이 앉은뱅이 상태로 손짓했다. 들어오라는 신호였다.


칠수가 위에서 심동연의 두 손을 맞잡으며 매치에 돌입했다.


“어이, 쟤 봐라. 잘한다니까”


칠수는 심동연의 뒷목을 먼저 선점하며 우위를 가져갔다.


하지만 칠수에겐 너무 유리한 게 있었다.


생각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띄우고, 상위 포지션>


심동연이 뒤로 누우며 칠수를 차올리려는 동작을 취했다.


생각이 보이는 칠수는 너무 쉬웠다. 심동연이 발로 차는 틈을 타 몸을 재빨리 옆으로 돌렸다.


“오케이, 사이드 포지션!!”


그렇게 칠수는 거의 3분을 포지션에서 우위를 점하며 유리한 게임을 계속했다.


그러다 고민이 생겼다.


전적도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이, 심동연을 이기면 이상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할수 있는 전력을 다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거 같았다.


결국, 마음을 굳힌 칠수는 팔을 미끼로 내주고 풀마운트를 차지했다.


“좋아! 포지션 좋아. 뭐라도 해봐”


심동연이 브릿지를 시도했으나 칠수의 발이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그만, 그만!”


다리를 빼고 일어선 칠수에게 심동연이 소리를 질렀다.


“관장님, 얘 되게 잘해요! 이거 실수야. 내가 진 거 같아”


심동연이 분하다는 듯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와, 너 미친 거 같다. 이 새끼 경험 있는 거 분명한데?”


심동연은 주짓수 띠는 없지만 고등학교 때 레슬링 경험이 있었다. 실력도 갈색띠 수준이었다.


또 아직 전적이 많진 않지만 프로 경기에서도 항상 그래플링에서 우위를 점했다.


땀을 닦고 있는 칠수에게 정 관장이 다가왔다.


정 관장이 칠수의 허리를 꼭 잡고 하늘 높이 안아 올렸다.

.

.

.

.

.

“너 이 새끼 보물은 보물이다. 나랑 같이 챔피언 한 번 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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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완벽한 전략 19.12.26 816 17 11쪽
17 빰클린치 니킥 +2 19.12.25 858 15 10쪽
16 산 넘어 산, 하야토 19.12.24 883 13 11쪽
15 어려운 퍼즐일 수록 푸는 맛이 있다 19.12.23 882 14 11쪽
14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19.12.22 923 15 9쪽
13 서양 파워를 느껴봐! +2 19.12.21 957 17 12쪽
12 노장의 여유 19.12.20 1,031 13 9쪽
11 크라이드와의 계약 19.12.19 1,054 14 8쪽
10 카운터 앞차기 19.12.18 1,049 14 10쪽
9 야쿠자의 제안 19.12.17 1,116 14 12쪽
8 원펀맨 마사토 19.12.16 1,163 15 9쪽
7 근성의 기무라 19.12.15 1,180 16 8쪽
» 정 관장의 보물 19.12.14 1,260 14 10쪽
5 역습을 위한 역습 19.12.13 1,306 14 10쪽
4 레슬러를 넘어뜨리다 +2 19.12.12 1,422 16 11쪽
3 KO같은 무승부 19.12.11 1,505 17 8쪽
2 주먹은 살아있다 19.12.10 1,621 16 8쪽
1 펜던트, 그리고 알약 +4 19.12.09 2,16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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