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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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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39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18 16:40
조회
1,048
추천
14
글자
10쪽

카운터 앞차기

DUMMY

이번 경기를 준비하며 칠수에게 작은 변화가 하나 생겼다.


바로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에도 일본어를 아주 약간 정도 할 수 있었다.


일본 파이터도 종종 만나고, 싸운 적도 있고, 도쿄 등 일본에도 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 일본어 회화책?”


쉬는 시간 책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심동연이 다가왔다.


“아니, 뭐. 앞으로 일본어 할 일이 좀 있을 거 같아서”


“역시 준비된 파이터네. 우리랑 달라...”


일본어를 배울 때 좋은 점은 상대와 상대 코너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중 각 코치가 여러 주문을 하는 법인데 그걸 알게 되면 상대 전략을 꿰뚫을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칠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지만 말이다.


“칠수 일본어 공부해? 그래, 잘하는 짓이야.”


정 관장이 한마디 건넸다.


“일본 생활 많아질 거 같은데, 조금씩 준비해 놓으려고요”


“그래, 열심히 공부해라. 그래서 최 대표한테 좀 그만 기대자”


그때 입구에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최 대표였다.


“겁나 진짜 양반은 못 되네”


“응? 뭐 내 얘기 하고 있었나 보네?”


최 대표가 테이블에 쇼핑백 몇 개를 내려놓았다.


“그거 뭐야. 선물?”


“아, 이거? 영양제인데 얻었어. 그래서 지나가다 들른 거야. 그건 그렇고, 칠수 훈련 잘하고 있어?”


대회를 불과 닷새 앞둔 상황이었다.


“응, 뭐. 잘하고 있지”


“전략 좀 말 해봐”


“동연아~ 설명해 줘”


심동연이 최 대표에게 전략을 말했다. 공격을 피하며 로킥으로 적립, 포인트를 따내고 적절한 타이밍에 그래플링으로 간다. 푸쉬킥을 활용한다.


거기에 한 가지 추가가 된 게 있다면 위험할 때마다 클린치 작전을 펴는 것이다. 달라붙으면 아무리 타이슨이라도 세게 때릴 수 없다.


“전략 좋네. 그러면 2안은?”


“무슨 2안? 딱 봐도 군더더기 없는 전략이잖아?”


그때 칠수가 다가왔다. 칠수도 2안이 걱정돼 하나 살짝 준비한 게 있었다.


“저 관장님, 생각 좀 해봤는데요”


“그래, 뭐?”


“마사토가 잽을 두세 번 친 다음에, 페이크 주면서 오른손으로 훅 먹이잖아요”


“그렇지”


“훅 페이크를 먹일 땐 위험하니까 피하는 게 맞지만, 잽 페이크 타이밍에 공격을 먹일 수 있지 않을까요. 앞차기라던가?”


“앞차기?”


“네, 발 앞볼로 턱을 노리는 거죠”


“우와, 야. 너 대단하다. 그거 가라데 쪽 기술인데”


최 대표가 감탄했다.


“어떻게 한다는 거야, 한 번 해봐. 야, 동연아. 계석아. 아무나 올라가 봐”


셋 중 체격이 가장 비슷한 이언규가 올랐다.


“이렇게 하면 돼요? 잽 두세 번 치다가, 훅 페이크 한 다음에 고개 푹 숙이고 오버헤드 훅?”


“어, 잘하고 있어. 그렇게 하면 돼. 진짜 때리면 안 되고”


일단 무방비 상태에서 마사토의 전략을 당해보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이언규의 페이크에 헤매다 훅을 턱에 맞아 버렸다.


“그니까, 지금 저거 진짜 펀치였으면 턱이 날아갔지”


칠수가 느끼기에도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들어왔다.


“이번에 한 번 앞차기 노려봐. 잽 타이밍에”


좌우로 위빙을 하던 이언규가 잽을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다가오는 스텝에 맞춰 뒤로 이동하던 칠수가 왼발을 올렸다.


“으악!!”


공격을 양손으로 막은 이언규가 뒤로 날아올랐다.


“와, 겁나 예측 못 했으면 그냥 맞았어요. 대박”


놀란 건 이언규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보고 있던 인계석, 심동연, 최 대표, 정 관장 모두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와, 쟤 왼발이네?”


최 대표가 소리쳤다.


“저게 맞긴 하죠. 왼손 잽 때문에 오른발은 올리기가 힘드니까. 또 오른손 가드가 있어서 왼발 하이킥 길도 막히고요”


타격 전문가 인계석의 눈은 날카로웠다.


“좋아, 칠수. 똑똑해. 좋은 2안이야. 그러면 일단 1안으로 전략적으로 나가다가, 기회가 되면 2라운드쯤 앞차기를 노리자”

.

.

.

.

.

마사토의 전략은 역시였다.


모두가 생각한 그 전략을 초반부터 들고 나왔다.


잽으로 전진하다가 오른손 페이크, 또 페이크, 그러다가 훅


푸쉬킥을 장전할 새도 없이 돌진해 일단 공격을 가드로 막았다.


‘엄청난 파워다’


왼쪽 이마 쪽이 얼얼하게 울렸다.


“칠수야, 침착하고 전략대로!!”


정 관장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진정하기 시작했다.


<일단 상황을 보자.>


탐색전을 시도하려는 모양이었다. 로킥 적립을 하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로킥 적립도 그냥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콤비네이션 공격에 이은 로킥. 원투-로킥. 원원-로킥.


또 ‘원투’와 ‘원원’을 모두 페이크로 준 다음 로킥.


30초 사이 칠수의 로킥이 세 방이나 정확히 들어갔다.


“좋아!! 잘한다!!!”


<들어간다!>


그때 다시 패턴이 시작됐다.


잽 연타에 이은 훅 공격.


이번엔 마음도 읽고 준비도 하고 있었다.


훅이 시작되기 전 발을 쭉 내밀어 마사토를 밀어버렸다.


전략이 막힌 마사토가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섰다.


<전략 대비가 돼 있네. 어쩐다.>


고민하는 마사토에게 다시 로킥 적립을 시작했다.


이번엔 포지션을 사우스포로 바꿔 로킥을 날렸다.


사우스포(왼손 자세)와 오소독스(오른손 자세)는 느낌이 아예 다르다.


오소독스는 왼손과 왼발이 가깝다. 그래서 왼쪽으로는 약한 공격을, 오른쪽으로 강한 공격을 한다.


그러나 사우스포는 정반대다. 즉 약한 공격이 들어오던 왼쪽에서 강한 게 날아오는 거다.


공격 각도도 아예 다르다.


초반 허벅지 쪽을 두드리던 칠수는 이번엔 발목을 노렸다.


두 번은 발목을 아예 후려치고, 그다음엔 쓸어 차기로 중심을 흔들었다.


<저 새끼 왜 저리 잘해?>


상대 코너 쪽의 생각도 들렸다.


그때 상대 코너가 뭐라고 크게 외쳤다.


<막 퍼부으라고?>


말을 못 알아들어도 마사토의 생각은 잘만 들렸다.


펀치를 퍼부으려 할 때를 대비한 것도 있었다.


바로 클린치다.


한쪽 팔을 길게 뻗은 칠수가 다가가 마사토를 단단히 껴안았다.


“스탑! 스탑!”


주심이 와서 둘을 뜯었다.


다시 한 번 러시가 들어왔다.


이번에도 클린치였다.


“스탑! 스탑!”


이때 주심이 칠수를 코너로 몰고 갔다.


“돈 클린치, 오케이?”


주의를 준 것이다.


“오케이, 오케이”


한 번 더 클린치하다가는 카드를 받을 상황이었다.


시계를 보니 1분이 남아 있었다.


히든카드인 하이킥을 먹이기에는 아직 마사토의 상태가 온전해 보였다.


마사토는 펀치가 강한 선수. 그런 선수는 항상 갖고 있는 약점이 있다.


바로 테이크다운에 대한 방어다.


칠수는 테이크다운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원투에 이은 로킥, 다시 원투쓰리에 이은 로킥.


이번 공격은 모두 마사토에 막혔다. 로킥에 맞은 자리가 빨갛게 부었다.


한 번 더 펀치 콤비네이션 페이크를 썼다. 반사적으로 마사토의 다리가 로킥을 막으려고 올라왔다.


‘이때다!’


칠수가 노린 건 테이크다운이었다. 마사토의 왼쪽 다리를 깊게 잡은 칠수가 상대를 흔들었다.


마사토의 중심은 생각보다 좋았다. 한참을 흔들었는데도 깽깽 발로 잘 버텼다.


“좋아, 쓰러뜨려!!”


코너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잡은 허벅지를 흔드는 게 아니라 아래쪽으로 당기며 바닥에 엎드려 버렸다.


“나이스!!!”


쓰러진 마사토는 다리를 굳게 잠그며 풀가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칠수의 전략을 쓰러트리는 것 자체였다. 남은 1라운드엔 딱히 뭘 할 게 아니었다.


바디, 바디, 헤드. 바디, 바디, 헤드.


숏 파운딩을 날리던 칠수가 팔 쪽에서 서브미션을 할 것처럼 마사토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빤한 시도에 마사토가 발버둥 치며 팔을 뺐다.


‘땡땡땡!’


1라운드가 끝났다.


“완벽했어! 지금처럼만 해!”


정 관장이 물을 먹이며 소리쳤다.


“형, 앞차기 언제 할 거예요?”


인계석이 물었다.


“쟤 정신없을 때 한 방 넣을 거야!”


2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마사토가 달려왔다.


테이크다운을 노리는 거 같았다.


하단에 대한 빤한 태클은 스프럴과 가드로 막으면 된다.


그러나 마사토의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


<여기서 어퍼컷>


매서운 숏 어퍼컷을 5cm 차이로 피했다.


생각 읽기가 조금만 늦었어도 KO였다.


맹렬한 공격 후엔 빈틈이 생기기 마련.


칠수가 로킥 없이 원투쓰리, 포파이브까지 반복하며 상대의 가드를 두들겼다.


“좋아! 가자!!!”


한 번 더 태클 시도를 하는 마사토였다.


이번에도 어퍼컷 전략이었다.


칠수는 어퍼컷을 시도하기도 전에 마사토를 멀찍이 두 손으로 밀어버렸다.


<다 막히네. 어떡하지>


점차 마사토에게 초조해 하는 기색이 보였다.


지금이 기회였다.


찬스를 만들기 위해선 미끼가 필요했다.


칠수가 가드를 아래로 내린 채 로킥을 반복했다.


왼쪽으로 톡, 오른쪽으로 톡.


마사토는 발을 정신없이 들어 올리며 방어했다.


<들어가자>


잽을 시작하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잽에 스텝 하나, 두 번째 잽에 스텝 둘.


이때가 포인트였다. 다시는 오지 않을 빈틈.


칠수의 왼발이 아래에서 올라왔다.


‘뻑!!’


뼈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들어갔다.


후속타를 날리려 했으나 이미 마사토는 무릎이 풀린 채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었다.


격투기에서 앞으로 쓰러지는 상대는 실신을 의미한다.


‘땡땡땡땡!’


심판이 달려오는 동시에 경기 종료 공이 울렸다.

.

.

.

.

.

2라운드 3분 2초. 칠수가 킹스 라이트급 챔피언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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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완벽한 전략 19.12.26 816 17 11쪽
17 빰클린치 니킥 +2 19.12.25 857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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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노장의 여유 19.12.20 1,031 13 9쪽
11 크라이드와의 계약 19.12.19 1,054 14 8쪽
» 카운터 앞차기 19.12.18 1,049 14 10쪽
9 야쿠자의 제안 19.12.17 1,116 14 12쪽
8 원펀맨 마사토 19.12.16 1,162 15 9쪽
7 근성의 기무라 19.12.15 1,180 16 8쪽
6 정 관장의 보물 19.12.14 1,259 14 10쪽
5 역습을 위한 역습 19.12.13 1,306 14 10쪽
4 레슬러를 넘어뜨리다 +2 19.12.12 1,422 16 11쪽
3 KO같은 무승부 19.12.11 1,505 17 8쪽
2 주먹은 살아있다 19.12.10 1,621 16 8쪽
1 펜던트, 그리고 알약 +4 19.12.09 2,16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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