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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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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43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21 16:40
조회
954
추천
17
글자
12쪽

서양 파워를 느껴봐!

DUMMY

“베테랑이 제일 약한 게 뭐게?”


정 관장이 물었다.


“글쎄요···. 더 경험 많은 베테랑?”


칠수가 대답했다.


“물론 그것도 있겠지만 내가 원한 대답은 아니야.”


“엄청 기세 좋은 신예?”


심동연이 말했다.


“딩동댕! 정답!”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 가지 않는 칠수였다.


“기세 좋게 덤비라고요?”


“그렇지. 그게 이번 전략 중 하나야”


정 관장의 첫 번째 전략은 ‘초반 러시’였다.


“초반부터 달려들어서 KO를 노리는 거야. 통하지 않을 경우 2단계로 간다”


정 관장은 트리그 전을 위해 무려 세 가지 전략을 짜놓았다.


“두 번째는 너 지난 경기에서 했던 거. 로킥 적립”


트리그가 그레코로만 레슬러 출신이기에 중심을 뒤로 빼고 로킥으로 데미지를 쌓자는 전략이다.


그레코로만 레슬러는 상체 압박이 특기라 하단 태클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칠수 형 지난번 경기는 보고 오지 않을까요?”


인계석이 물었다.


“보고 오겠지. 그런데 본다고 해도 소용없어”


“왜요”


“신예가 너무 빈틈이 없어서 말이지”


정 관장의 말대로 칠수의 지난 경기는 군더더기 하나 없었다.


1라운드를 맘대로 요리했고, 특히 마사토를 끝낸 앞차기는 MMA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술이다.


“세 번째는 뭐죠?”


왠지 마지막 전략이 히든카드일 것 같았다.


“이건 칠수가 테이크다운 당했을 때 쓸 기술이야. 지금 알려줄 게”


정 관장이 링으로 올라갔다.


“언규야, 위에서 나 덮쳐. 풀 가드로”


이언규가 올라와 정 관장을 눌렀다.


“여기서, 이렇게 하는 거야”


정 관장이 한 다리를 이언규의 목 쪽에 올리고 반대 손으로 다리를 눌렀다.


“이렇게 되면, 얘가 움직일 수가 없지”


“그거!”


“러버 가드!!!”


정 관장이 보여준 기술은 ‘러버 가드’였다.


상대를 한 다리로 묶은 뒤 놀고 있는 손으로 타격을 날리는 전술이다.


또 러버 가드는 초크나 오모플라타 등 다른 서브미션으로 연계하기에도 좋은 기술이다.


“우와···. 좋은 전략인 거 같아요. 진짜”


트리그는 타격도 좋지만 정말 무서운 건 테이크다운에 이은 파운딩 펀치다.


풀가드, 하프가드 할 거 없이 위에서 깔고만 있으면 사방에서 펀치를 날린다.


러버 가드는 그런 상대에게 최적화된 전략이다. 서브미션으로 바로 끝내면 좋지만, 미국 선수들은 대부분 그래플링도 능하기 때문이다.


“칠수, 러버 가드 알아?”


물론 칠수도 아는 전략이다.


“알긴 하는데, 별로 써보진 못 했어요”


“언규야, 다시 이리 올라와 봐”


이번엔 칠수를 링에 눕혔다.


“이건 아마 별로 대비하지 않았을 거니까, 바로 성공할 수 있을 거야. 별거 없어. 그냥 이렇게 발을 올려서 한 손으로 꽉 싸잡으면 끝이야.”


정 관장이 칠수의 오른 다리를 이언규의 뒤쪽으로 올렸다.


“얘가 다리가 긴 편이라 잘 올라가네. 언규야. 빠져나오려고 해봐”


힘 좋은 이언규가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좀처럼 탈출하지 못했다.


“이게 목이랑 상체 쪽으로만 일어나야 해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정 관장의 전략을 다시 정리해보면 이랬다.


처음 30초 정도 강하게 러시를 들어간다. 그게 막히면 숨을 고르고 로킥 적립을 시도한다.


러시 중 태클을 당할 수도 있다. 그땐 애써 방어하지 말고 등을 대고 눕는다. 그리고 러버 가드를 쓴다.


“관장님, 지금 보니 되게 똑똑하다.”


전략 수립의 달인인 심동연도 놀랐다.


“임마, 나 이래 봬도 4년제 대학 나왔어.”


정 관장의 전략은 굉장히 빈틈없어 보였다.


특히 거기에 칠수의 독심술이 더해진다면 트리그건 하야토건 못 이길 사람이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뜻밖에 정 관장은 전략 자체에 대한 훈련은 파고들지 않았다.


줄넘기, 타이어 넘기기, 클린치 훈련 등 기본적인 것만 반복했다.


“자, 칠수랑 언규. 어깨 파기 1분 더 시작”


반복되는 체력 훈련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중간중간 스파링을 섞어야 할 만한데, 회견 후 한 달은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하루는 답답한 칠수가 이유를 물었다.


“관장님, 스파링 많이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러자 정 관장이 칠수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옷 갈아입고 어디 좀 가자”


정 관장의 오래된 세단을 타고 향한 곳은 이태원이었다.


이태원 유명한 호텔의 수영장이었다.


“여기 비싸지 않아요?”


“수영장만 쓰는 건 안 비싸”


수영복을 갈아입고 일단 시키는 대로 물에 들어갔다.


“아니, 들어갈 건 없고. 옆에 앉아서 물만 적셔도 돼”


3월의 수영장에 누가 들어올까 싶었지만, 잠시 앉아 있자 밖에서 사람들이 들어왔다.


외국인들이었다.


흑인 남자 하나와 흑인 여자, 그리고 그 뒤로 백인 남자 둘이 들어왔다.


예상했다는 듯 정 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보이냐?”


턱으로 외국인들을 가리켰다.


“음···. 글쎄요. 머리가 짧고 키가 크다.”


“또?”


“냄새가 심하다···?”


그러자 정 관장이 뒤통수를 살짝 날렸다.


“근질을 살펴봐”


그제야 관장이 수영장에 데려온 이유가 짐작 갔다.


외국인들의 근질은 한국인들과 달랐다.


일단 팔다리가 더 길고 두꺼워 선수급이 아닌데도 근육량이 확연히 많았다.


“물론 언규나 이런 애들도 몸이 좋긴 하지만, 약간 자린고비 같은 몸이잖아. 그런데 외국 애들은 달라”


흑인은 그나마 늘씬했지만, 뒤에 들어온 백인 둘은 키가 190cm는 돼 보였다.


갑자기 관장이 백인들에게 다가갔다.


‘뭐 하는 거지···?’


관장과 얘기하던 백인들이 ‘빵’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OK, Go ahead”


“칠수야, 이리 와봐”


그리곤 백인 하나와 칠수가 수영장 안에서 마주 섰다.


관장은 둘을 가까이 붙인 채, 양손으로 서로의 등을 감싸 쥐게 했다.


“발기술 없이 힘으로만 넘기는 거야. No foot skill. 넌 잔기술 쓰지 말고 오로지 힘으로만 넘기려고 해 봐”


관장의 의도는 외국인들의 파워를 느껴보라는 거였다.


190cm의 파워는 칠수의 상상 이상이었다. 이언규나 심동연에게 느껴지는 것과 압박감이 달랐다.


“어우, 안 움직여요!”


당기고 흔들려 해도 무슨 고목처럼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한참을 애썼지만, 백인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


“Your turn!”


관장이 말하자 백인이 힘을 쓰기 시작했다.


“으앗!”


백인이 칠수를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아, 안돼!!”


백인이 칠수를 옆으로 쓰러트리려 했으나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러자 다시 반대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으······. 으악!!”


그렇게 1분 동안 실랑이가 계속됐지만, 용케 칠수는 넘어가지 않았다.


“자, 그만. stop!”


두 손을 떼고 숨을 고르자 백인이 물었다.


“Are you sports man?”


그러자 관장이 대답했다.


“He is fighter”


백인들이 놀랐다는 듯 휘파람을 불었다.


물 밖으로 나와 숨을 고르는 칠수에게 관장이 물었다.


“어때, 소감이?


“넘어뜨리려고 했는데,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기술 없이 힘만 갖고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때 백인이 다가왔다.


“You’re very strong. I was Football player”


미식축구 선수 출신이라는 거였다.


“어쩐지···.”


칠수가 밀린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외국인의 힘을 제대로 느낀 칠수는 좀 더 겸손한 자세로 체력 훈련에 임했다.


서로 계속 몸을 섞다 보니 인계석도 이언규도 심동연의 체력도 덩달아 올라갔다.


4월에 들어서야 스파링과 타격 등 실전 훈련이 시작됐다.


거의 몇 주 만에 링에 올라서자 몸이 마치 나비가 된 듯 가벼웠다.


정 관장은 칠수를 위해 맞춤 스파링을 준비했다.


“1라운드는 러시, 2라운드는 로킥 하면서 적립. 3라운드는 러버 가드다”


라운드별로 심동연과 인계석, 이언규가 번갈아 투입되는 내용이었다.


“워우, 관장님 저 죽이시려고···.”


물론 선수 안전을 위해 풀파워를 쓰는 스파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3분 내내 러시를 한다는 건 일반 체력으로는 엄두도 못 낼 내용이었다.


“더 몰아쳐! 더 들어가!”


거의 2분을 쉬지 않고 펀치를 날리는 칠수였다. 심동연은 가드만 굳게 올린 채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1분 남았어!”


러시가 끝나자 이번엔 전략 싸움이었다.


“인계석은 펀치 위주로 공격 들어가고”


인계석의 펀치와 킥을 피하며 로킥으로 적립하는 연습이었다.


1라운드 3분을 러시하고 나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라운드를 소화하고 나니 이번엔 이언규가 대기하고 있었다.


“누워서 하는 거라 너무 좋다...”


그냥 러버 가드를 하는 게 아니었다.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이언규를 누르는 것이었다.


“야, 좀 숙여봐. 제발”


하지만 팔팔한 이언규는 좀처럼 가드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내용이 경기 1주일 전까지 매일 반복됐다.


베테랑 프랭크 트리그의 파워와 기술을 염두에 둔 훈련이었다.


한 사람과 싸워도 기술이 늘 텐데, 칠수의 스파링 상대는 무려 세 명이었다.


일주 전이 되자 칠수의 체력은 몰라보게 상승해 있었다.


1라운드 러시를 끝내고도 숨 한 번 고르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로킥도 태클을 막아가며 꼬박꼬박 적립했고, 러버 가드 또한 상대를 1분 이내에 묶을 수준이 됐다.


훈련 도중 관장이 다시 칠수를 밖으로 데려갔다.


지난번에 갔던 그 호텔 수영장이었다.


설마 했는데, 그때의 그 백인들을 또 만났다.


“Hi, Guys!”


정 관장이 다가가자 말도 안 했는데 백인들이 알아들었다.


그때의 그 미식축구 백인이 수영장 가운데로 다가왔다.


“으가가가가가가각!!”


목석 같기만 하던 백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Oh, Shit!”


백인의 힘도 만만치 않았으나 칠수의 파워가 위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한쪽으로 쏠리던 백인의 몸이 수영장 바닥으로 ‘풍덩’하고 들어갔다.


“Oh, man. very good!”


동료 백인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칠수야, 뭐 좀 느낀 게 있어?”


그제야 관장의 마음이 이해 가는 칠수였다.


“느낀 거 있죠. 관장님 최고라는 거”


칠수가 집에 돌아오니 소포와 편지가 쌓여 있었다.


쌓인 수준까진 아니지만, 킹스 챔프가 된 후 일주일에 30 – 40통씩 편지와 선물이 날아왔다.


신기하게 여자가 보낸 게 많았다.


편지 등을 보내는 데 익숙한 게 여자라고 하면 이해가 가지만, 당연히 남성팬이 더 많을 텐데 말이다.


한 여성 팬은 축복 팬티를 보내줬다.


아주 비싼 실로 부적처럼 팬티 뒤에 수를 놓았단다.


경기 때 팬티를 못 입는다는 걸 모르시는 분이었다.


또 다른 팬은 한약 한 박스를 보내줬다. 한약이야 항상 먹어도 기운이 불끈불끈 솟는 좋은 선물이다.


편지 한 통은 남자가 보낸 거였다.


내용이 재미있었다.


김준후라는 그 남자는 칠수의 파이터로서의 일생을 스스로 전망했다.


16강 토너먼트에서 고구라 타카노미를 쓰러뜨리고 우승.


이후 5차 방어까지 성공한 후 미국 무대인 UFL로 넘어간다.


UFL에서 2전 만에 타이틀을 따내고 다시 8차 방어 성공.


답답함을 느낀 칠수가 체급 전향을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선물과 봉투를 한 곳에 쌓아놓으며 뿌듯함을 느꼈다.


부모님, 관장님, 동료들, 그리고 소중한 팬들.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말이다.

.

.

.

.

.

트리그 전을 불과 6일 앞둔 어느 날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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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완벽한 전략 19.12.26 815 17 11쪽
17 빰클린치 니킥 +2 19.12.25 856 15 10쪽
16 산 넘어 산, 하야토 19.12.24 882 13 11쪽
15 어려운 퍼즐일 수록 푸는 맛이 있다 19.12.23 880 14 11쪽
14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19.12.22 922 15 9쪽
» 서양 파워를 느껴봐! +2 19.12.21 955 17 12쪽
12 노장의 여유 19.12.20 1,028 13 9쪽
11 크라이드와의 계약 19.12.19 1,050 14 8쪽
10 카운터 앞차기 19.12.18 1,046 14 10쪽
9 야쿠자의 제안 19.12.17 1,114 14 12쪽
8 원펀맨 마사토 19.12.16 1,158 15 9쪽
7 근성의 기무라 19.12.15 1,176 16 8쪽
6 정 관장의 보물 19.12.14 1,256 14 10쪽
5 역습을 위한 역습 19.12.13 1,303 14 10쪽
4 레슬러를 넘어뜨리다 +2 19.12.12 1,417 16 11쪽
3 KO같은 무승부 19.12.11 1,500 17 8쪽
2 주먹은 살아있다 19.12.10 1,616 16 8쪽
1 펜던트, 그리고 알약 +4 19.12.09 2,152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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