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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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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46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17 16:4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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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4
글자
12쪽

야쿠자의 제안

DUMMY

12월 초 월요일, 슈퍼 멀티 짐은 그 어느 때보다 한가로웠다.


지난 주말 코리아FC 대회가 끝났기 때문이다.


대회엔 심동연과 인계석이 동반 출전했다.


심동연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상대를 판정으로 꺾었다.


인계석은 1라운드 뒤돌려 차기로 KO를 거두며 라이트급의 강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러니까 이해해야 해. 니들 둘이 청소하는 거 말이야. 알았지?”


“네에~”


이언규와 칠수가 벌써 한 시간 째 체육관을 쓸고 닦고 있었다.


심동연은 경기 후 온몸이 성한 곳이 없었고, 인계석도 사흘 동안 휴가를 얻었다.


경기 직후의 휴식은 선수에겐 당연한, 아니 의무와도 같은 거였다.


한가로운 월요일 낮의 적막을 깬 건 화려한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의 등장이었다.


짙은 눈썹과 깊은 눈, 빽빽한 턱수염이 한국 느낌은 아니었다.


“정 관장님~ 또 보네요~”


코리아 FC의 왕경호 국장이 손님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오, 왕 국장님. 어쩐 일이야. 출근 안 했어?”


“아니, 손님이 오셨잖아”


왕 국장은 냉장고에서 드링크 몇 개를 꺼내 손님과 정 관장, 칠수들에게 나눠줬다.


“얘가 걔구나, 나 알아?”


왕경호가 소파에 깊게 앉아 다리를 꼬았다.


“네, 알고 있습니다. 코리아FC 왕경호 국장님이죠”


칠수가 고개를 90도로 접었다.


“그럼 이쪽은?”


왕경호가 수염 난 사내를 가리켰다.


“글쎄요, 누구신지···. 혹시 일본 분?”


그러자 정 관장이 손을 내밀었다.


“곤니찌와, 와타시와 정복남데스”


“요로시꾸 오네가이시마수. 와타시와 제이슨데스”


정 관장이 제이슨을 가리키며 말했다.


“왜 그때 말했던, 킹스 보러온 크라이드 관계자”


염탐 차 관중석을 찾은 그 조폭 출신의 크라이드 관계자였다.


“아니, 왕 국장님. 코리아FC가 크라이드랑 제휴 관계예요?”


“응, 우리 나름대로 관계가 있어. 이번에 뛴 일본 애 하나도 크라이드 쪽에서 왔는걸”


“아, 그 혹시 니바로 승리한 걔?”


“그렇지. 일본 쪽이 워낙 그래플링이 좋잖아”


직접 보진 않았지만 칠수도 TV로 지켜봤다. 거의 점프를 하다시피 태클을 들어간 일본 파이터가 상대의 무릎을 돌려 그대로 꺾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가 왜 왔는지 알 거 같아?”


왕 국장이 물었다.


“뭐···. 설마 얘?”


정 관장이 칠수를 가리켰다.


“그래, 맞아. 제이슨이 이미 지난번 킹스 대회 보고 갔다고 하더라고. 나한테 연결 좀 시켜달라고 해서 데려왔지”


“오호, 코리아 FC 쪽으론 안 데려갈 건가 보네?”


“뭐, 주고받고 하는 거지. 우리 슈퍼 멀티 짐 이미 너무 많아. 거기서 한두 명 정도 잘라야 하는데 말이야”


사실로 듣기에 슈퍼 멀티짐의 성적은 아주 좋았다. 이언규, 인계석, 심동연 모두 최근 승리를 거뒀다.


“오마에와 조칠수루니 칸신가아루”


제이슨이 몸을 앞으로 당기며 말했다.


“뭐라는 거야?”


왕 국장이 번역했다.


“칠수한테 관심 있대”


단도직입적이었다.


이어지는 제이슨의 말은 처음보다 길었다.


“크라이드로 오면 계약금 2천만 원, 회당 파이트 머니 500만 원을 주겠대. 정확히는 2백만엔, 50만엔”


“대애박!!”


이언규가 칠수의 목을 감싸 쥐었다.


“형, 가면 맛있는 거 많이 사줘야 해요!”


칠수는 고민이 됐다.


고민하는 건 정 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우리가 알겠지만, 킹스랑 계약했어. 세 경기”


타이틀전을 치르고도 두 번을 더 싸워야 한다.


크라이드 측은 그에 대한 해결책도 갖고 왔다.


“크라이드가 킹스랑 관계가 좀 있어. 옛날엔 좀 싸웠지만. 자기가 잘 말해서 경기 수를 줄여보겠대. 어차피 좋은 선수가 좋은 무대로 넘어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


크라이드는 격투기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와 같았다. 헤비급 세계 챔피언의 대전료가 무려 1억이라고 알려졌었다.


또 일본은 물론 한국 무대에서도 인기가 있어, 크라이드 출신 격투기 선수는 각종 쇼 프로에 초청될 정도다.


“내년 4월에 라이트급 그랑프리가 열린대. 16강짜리. 거기에 킹스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하는 거지”


“근데 얘 아직 챔피언 아니야. 하하”


‘원 펀치’의 강자 마사토라는 난적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자 다시 제이슨이 무어라 말했다.


“이길 거라고 본데. 어차피 걔 못 이기면 크라이드도 관심 없대”


조건은 괜찮았다. 계약금 2천만 원이라면 2007년 기준으로 꽤 좋은 대우다. 링스는 계약금도 없었다.


“칠수야, 니 의사가 제일 중요해. 어떻게 할래?”


왕 관장이 물었다.


칠수에게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아, 구와바라한테 좀 미안하네요. 하겠습니다”

.

.

.

.

.

마냥 좋아할 순 없었다.


일단 마사토를 꺾고 킹스 챔피언이 돼야 한다.


챔피언은 칠수에게 꿈만 같은 자리다.


가장 좋았던 성적은 2018년 2연승을 거둬 코리아FC 4강에 오른 일이다.


정신적으로 가장 마음을 다잡았던 시기였고 그러다 보니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4강에서 길로틴으로 패했다. 상대가 초크를 노리고 있다는 정 관장의 말을 흘려들었다.


그런데 지금의 22살 칠수에게 타이틀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마사토만 꺾으면 된다.


“마사토가 여기서 고개를 숙이면서 훅을 돌린다고요. 어깨를 빼면서 날아와서 좀 길어요”


휴가를 마친 인계석이 타격을 도왔다.


“걔가 리치가 긴 편이라 저랑 비슷할 거예요. 이 주먹 피하는 연습을 하면 돼요”


마사토는 왼손으로 두세 번 페이크를 주고 달려오다시피 오른손 훅을 뻗는다. 훅을 뻗을 때 왼손으로 가드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빈틈도 없다.


“그럼 난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자 정 관장이 끼어들었다.


“공격하려 하지 말고 타이밍 봐서 푸쉬킥으로 밀어. 상체를 뒤로 빼고”


“푸쉬킥요. 잘 못 하는데···. 이렇게 밀면 돼요?”


“아니, 발바닥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골반도 앞으로 내밀면서 발 볼, 발끝 쪽으로 쭉 미는 거야.


푸쉬킥은 격투기에서 흔히 쓰이는 공격기술이다. 말 그대로 발끝으로 상대를 미는 킥이다.


충격을 주는 킥은 아니다. 다리 길이를 이용해 거리를 벌리는 기술이다. 물론 일류 선수의 경우 발끝으로 명치를 가격, KO를 유도하기도 한다.


“계석아, 연습 한 번 해보자. 미친 듯이 일단 들어와 봐”


“좋아. 타이슨처럼 돌진해볼게요”


“뭐라고? 아직 잘 모르겠는데”

“갑니다!”


인계석이 더킹과 펀치 페이크를 주면서 들어왔다.


“지금!”


“흐앗!”


칠수의 발이 인계석의 얼굴 쪽으로 다가갔다.


“으악!”


인계석이 미끄러지듯 옆으로 피했다.


“야, 거기 말고. 얼굴도 좋긴 한데, 일단 푸쉬킥은 바디쪽 공략하는 거야. 명치, 복부”


“얼굴로 하는 것도 물론 공격법인데, 성공률도 낮고 다음 동작 연계도 힘들어요. 상대의 명치 쪽을 노려서 거리를 벌리는 게 주목적이에요”


한 시간을 연습하니 낯설었던 푸쉬킥도 어느 정도 장착이 됐다.


“좋아, 이제 좀 하네. 유용하게 활용해야 해”


“관장님. 이런 전략이면···. 로킥은 어떨까요? 로킥으로 저축하는 방식이요”


칠수가 말했다.


로킥은 종합격투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무기다. 킥으로 상대의 다리 쪽을 공략한다.


로킥이 무서운 건 칠수의 말대로 데미지가 ‘쌓이기’ 때문이다. 로킥을 열 방 이상 같은 부위에 맞으면 다음 라운드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오, 로킥으로 데미지 쌓고, 피하면서 판정 따내기?”


“보니까 얘가 KO패가 없더라고요. 판정이랑 서브미션인데, 1라운드에서 로킥 좀 주고, 2라운드에서 테이크다운 하는 거죠”


“괜찮은 전략인데. 그렇게 할까?”


“괜찮은 거 같아요”


인계석도 동의했다.


전략을 위해 관장이 주문한 건 ‘체력’이었다.


2라운드에 승부를 보기 위해선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칠수는 아침마다 5km씩 로드워크를 뛰었다. 원래도 이틀에 한 번 하던 강도를 두 배로 높인 것이다.


“아니, 근데 왜 관장님이 안 오고 동연이 니가 달리냐?”


첫날 칠수의 옆엔 심동연이 달리고 있었다.


“나랑 계석이랑 언규랑 번갈아서 함께 뛸 거야. 감시 겸 우리 운동 겸”


동연의 주문대로 풀파워의 80% 수준으로 일단 달렸다.


“16분 30초···. 빠른 거야?”


“80% 치곤 느린 건 아니지”


로드웍 양이 느니 초반엔 체력이 팍팍 줄었다.


몸을 섞고 테이크다운하고 펀치 뻗는데에도 체력이 중요했다. 다리도 욱신거렸다.


“내가 임마 다 대책 세워놨어. 밤 10시에 너희 전부 여기 갔다 와”


‘스타마사지’라 적힌 명함이었다.


“마사지요? 돈이 어디 있어서?”


심동연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돈 안 들어. 그냥 아는 형님네인데. 이야기하니까 니네 30분씩만 해주겠대”


“여기 설마 물 빼주는데 아니죠?”


이언규가 물었다.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건 모르겠고 일단 너흰 해당 안 돼”


정 관장 지인이 직접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선수 모두에게 여성 마사지사가 붙었다.


“격투기 하신다고요?”


마사지사가 물었다. 수건을 덥고 하는 건식 전신 마사지였다.


“네, 31일 날 싸워요”


“오늘 밤은 몸이 아플 수 있어요. 그런데 자주 오실 거라고 하니까 할수록 유연해질 거예요”


마사지사의 손은 매서웠다. 칠수도 서른 넘어 스웨덴 스타일의 마사지를 몇 번 받았는데 비교가 되지 않았다.


“어억! 윽! 아파요!”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고통이 점차 줄었다. 마사지사들과도 친해졌다.


그중 가장 친해진 건 아리사라는 이름의 태국 마사지사였다. 한국말을 굉장히 잘했다.


“오빠, 이거 선물이에요”


아리사가 준 건 작은 복주머니였다.


“복주머니네···?”


“아래 누르면 불이 켜져요”


그 말대로 따라 하자 주머니 속에 있는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풍등이라고 해요. 하늘에 띄우는 거”


“아, 그 풍등?!”


“그거 가방에 달고 다니면 꼭 승리할 수 있을 거예요”


선물은 아리사만 준 게 아니었다.


집에서도 어머니가 부적을 챙겨줬다.


“이게 뭐예요?”


“비싼 거야, 꼭 들고 다녀”


어머니가 칠수의 가방을 가져왔다.


“아니다, 아니다. 너 싸움 하니까 빤스에 넣어라”


“네?!”


찬장에서 비닐 팩 하나를 꺼내더니 그 속에 부적을 넣었다. 비닐 팩을 부적 모양으로 접더니 테이프를 붙였다.


“꼭 빤스에 넣고 다녀. 알았지?!”


엄마의 명령이니 일단 들어야겠지만 칠수에겐 고민으로 다가왔다.


팬티 속엔 이미 펜던트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펜던트를 넣고 부적을 넣고.


경기 승패를 떠나 참 찝찝할 거라 생각됐다.


달리고 훈련하고 마사지 받고의 일상이 금세 일주일을 넘었다.


마사지의 성과는 확실했다.


달리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셋째 날 16분 10초를 기록한 칠수는, 다섯째 날 15분 50초를 찍었다.


8일 째 되는 날의 파트너는 이언규였다.


“언규야, 나 한번 풀파워로 뛰어볼 건데. 괜찮겠어?”


“아휴, 제가 형보다 한~참 어리잖아요”


“한 살 어린놈이...”


그런데 둘의 거리가 3km 지점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형! 같이 좀!”


“미안! 기록 찍어볼 거야!”


마사지의 영향인지 근육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결국, 이날 칠수는 로드워크 시작 후 최고 기록을 찍었다.


“14분 30초라···.”


이언규는 거의 16분이 다 돼 들어왔다.


“아씨, 중간에 한 번 넘어졌어···.”


“괜찮아?”


“그나저나 형 기록 몇이에요?”


이언규에게 시계를 보여줬다.


“대박! 이거 좀만 더 하면 선수급 가겠어요!”


“선수는 무리고. 일단 1km만 더 달리자”


칠수가 태양이 뜨는 방향으로 박차고 나갔다.


“아, 형! 저 형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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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쿠자의 제안 19.12.17 1,117 14 12쪽
8 원펀맨 마사토 19.12.16 1,163 15 9쪽
7 근성의 기무라 19.12.15 1,180 16 8쪽
6 정 관장의 보물 19.12.14 1,260 14 10쪽
5 역습을 위한 역습 19.12.13 1,306 14 10쪽
4 레슬러를 넘어뜨리다 +2 19.12.12 1,422 16 11쪽
3 KO같은 무승부 19.12.11 1,505 17 8쪽
2 주먹은 살아있다 19.12.10 1,621 16 8쪽
1 펜던트, 그리고 알약 +4 19.12.09 2,16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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