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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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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41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16 16:40
조회
1,162
추천
15
글자
9쪽

원펀맨 마사토

DUMMY

그래도 기무라는 괜찮은 파이터였다.


정신을 차리고 칠수 쪽으로 다가와 승리를 축하했다.


<분하다!>


들리는 생각 또한 패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패배의 아픔 정도였다.


“너도 잘 했어.”


칠수가 손가락으로 기무라를 가리키며 엄지를 세웠다.


기무라의 실력은 34살 때의 모습으로 싸웠을 때도 이길 수 있을 정도였다.


칠수의 당시 프로 전적은 5승 5패. 승리가 절반뿐이었지만 패배한 내용도 대부분 전략 미스, 혹은 방심 때문이었다.


“정신만 바짝 차리면 타이틀까지 갈 수 있는 녀석인데”


당시 정복남 관장이 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링에서 내려오자 킹스 대표 구와바라와 이덕교 기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칠수 선수, 파이팅 포즈 좀”


칠수가 정 관장과 이언규, 인계석, 최 대표를 끌어당겼다.


“요번 승리 소식은 한국 포털 쪽에도 올라갈 겁니다. 정말 멋있었어요, 칠수 선수. 무려 전승!!”


“아니에요, 운이 좋았어요”


구와바라도 칠수의 선전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구와바라 대표가 얘기 좀 하자네”


최 대표와 구와바라, 정 관장과 칠수가 귀빈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로 향하며 봉투부터 먼저 건넸다.


천 엔짜리 150장. 지난번보다 5만 엔이 올랐다.


“구와바라 대표는 항상 새로운 신예 발굴이 집중하고 계시데”


최 대표가 구와바라 전담 통역을 맡았다.


“그리고 칠수 너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상품성도 있는 친구가 필요했대”


그러며 구와바라가 정 관장 쪽을 바라봤다.


“소레데와, 타이투루와 돈나 도카?”


일본어이지만 칠수도 확실히 알아들었다.


‘타이투루’


타이틀전을 의미했다.


최 대표가 정 관장과 칠수의 손을 동시에 붙잡았다.


“타이틀전 하자는데···?!”

.

.

.

.

.

구와바라 대표가 이끄는 킹스는 꽤 탄탄한 단체다.


2002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2007년까지 쉬지 않고 대회를 개최했다. 칠수가 출전한 이번 대회가 29번째였다.


킹스는 회귀하기 전에도 열리고 있었다. 그때가 칠수 기억으로 거의 90회를 넘긴 상태였다.


1년에도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단체가 문을 여닫는다.


한국이나 일본에도 많게는 대여섯 개씩의 대회가 시작한다.


그러나 그중 2년 이상 꾸준히 열리는 대회는 한두 개가 될까 말까다.


“구와바라 형, 대단한 사람이지. 일본에서 야쿠자 안 낀 단체가 적은데, 야쿠자 손길을 자기가 다 막아내고 있어.”


최 대표가 말했다.


“파이터 출신이에요?”


인계석이 물었다.


“파이터는 아니고, 대학교 때까지 유도 선수 했어. 상비군까지 올라갔대”


킹스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기 야쿠자가 구와바라를 습격한 일이 있었다.


야쿠자의 칼이 구와바라의 복부를 찔렀으나, 구와바라는 칼을 뽑아 이빨로 끝을 부러뜨려 버렸다.


“그래서 구와바라 이빨 위쪽 절반이 틀니야”


“아, 그래서 게네가 무서워서 도망갔나 보구나”


“아니, 그때 구와바라도 야쿠자 서너 명 골로 보내버렸대”


“대단한 양반이네···.”


진심으로 놀란 인계석이었다.


“그건 그런데, 2전 만에 타이틀전이라면 너무 빠른 거 아녜요?”


칠수가 물었다.


“유서 깊은 단체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수 이동도 많은 편이지. 특히 여기서 잘 나가는 선수들은 크라이드(KRIDE)나 미국의 UFL로 빠지기도 하고”


“크라이드요?”


크라이드는 2007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격투 단체다. ‘크라이드 챔프가 세계 챔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라이트급 지난번 챔피언도 크라이드로 간 걸로 알고 있어. 지금 챔프도 방어전 한 번 못 했어. 잠정 챔프전 승리하고 온 거야”


“그나저나 최 대표, 챔피언 누구야? 얼굴 좀 보자”


정 관장의 말에 최 대표가 인터넷을 뒤졌다.


“다치바와 마사토라고, 체급 내 KO펀처지”


다치바와 마사토는 라이트급치고는 작은 키인 173cm였다. 하지만 탄탄하고 다부진 체격이 마치 사모아인 같아 보일 정도다.


“8전 6승 2패. 6승 모두가 KO네···.”


“보면 KO도 전부 1라운드야. 전부 다 오른손 펀치”


“암튼 내일 그쪽 관장이랑 만나서 타이틀전 이야기 하자고 하니까···. 비행기 혹시 예약됐으면 저녁 이후로 미루라고”

.

.

.

.

.

마사토는 실물이 훨씬 우람했다.


팔뚝도 경량급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두꺼웠다.


하지만 이미지와 달리 굉장히 겸손했다.


먼저 칠수에게 다가와 두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조칠수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


생각도 별것 없었다.


<이 선수를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챔피언치곤 무척 겸손한 생각이었다.


오히려 관장의 속이 컴컴했다.


<딱 보니 마사토 밥이네. 펀치 KO>


구와바라가 타이틀 계약서를 하나씩 내밀었다. 계약서는 영어로도 동시에 적혀 있었다.


그런데 날짜가 이상했다.


“12월 31일요?!”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시기였다.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에서의 12월 31일은 특히나 특별했다.


가족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모여 오순도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새해를 맞이한다.


그래서 TV에서도 특집 방송들이 많다. 크라이드도 매년 넘버링 대회를 그 날 개최하고 있다.


“이거 방송되는 건가요?”


정 관장의 질문을 최 대표가 통역했다.


“하이”


크라이드와 맞불을 놓는 셈이다.


“와, 저 TV 타는 건가요···?”


첫 두 경기는 TV 방송이 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한 달쯤 후 녹화 방송으로 중계된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12월 31일 라이브야. 아, 나 면도 좀 해야겠네”


정 관장이 수염을 만졌다.


“이발도 좀 하라고”


최 대표가 정 관장의 짧은 머리를 비볐다.


서류에 서명하고 나자 끝쪽에 앉아 있던 남자가 카메라를 들이댔다.


“파이팅 포즈 구다사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라고 했다.


쭈뼛쭈뼛 포즈를 취하는데 구와바라가 한마디를 던졌다.


“그렇게 하지 말래”


그리곤 직접 구와바라가 포즈를 취했다.


눈썹은 하늘 높이, 눈에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주먹도 칠수의 코끝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 좀 싸우는 시늉 좀 해야지, 파이팅 포즈가”


두 선수는 구와바라의 말대로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칠수의 주먹이 마사토의 턱밑에, 마사토의 주먹은 칠수의 관자놀이 쪽에 바싹 다가왔다.


“찍는대요. 하나, 둘, 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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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수의 타이틀전 소식은 한국 포털에도 자그맣게 실렸다.


‘KO머신 조칠수, 12월 31일 링스 타이틀 정복 위해 출격’


“야, 이덕교 기자가 하나 써줬네”


정 관장이 기사를 출력해 들고 왔다.


“오, 기사 보니까 대단한 일이긴 하네. 지금 한국에 일본 타이틀 보유한 사람이 없대”


“당연히 없죠. 해외 쪽 챔프가 지금 아예 없을 걸요?”


심동연이 말했다. 심동연은 현재 한국 최고의 대회인 코리아FC 미들급 준결승에 올라 있다.


“동연이가 코리아FC 먹고···. 칠수가 킹스 먹고···. 챔피언 동시에 두 명 되겠네”


“우리도 끼워 주시죠”


이언규가 말했다. 이언규와 인계석도 모두 코리아FC 소속이었다. 이언규는 웰터, 인계석은 칠수와 같은 라이트급이었다.


“근데 코리아FC 쪽에서 칠수 가지고 뭐라 안 해요?”


선수 소속만 봐도 알 수 있듯 슈퍼 멀티 짐은 코리아FC와 밀접한 관계다. 칠수를 제외한 모든 프로가 그쪽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 왕경호가 지랄지랄 하더라. 왜 자기한테 안 보여줬느냐고. 내가 뭐 알았나? 처음 너 몸 푸는 걸 최진호가 본 걸 어떡해”


왕경호는 코리아FC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국장이다. 코리아FC 대표인 왕경남과는 형제지간이다.


그런 왕 씨 형제는 최 대표와 관계가 좋지 않다. 공식 석상에 함께 자리한 걸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왕 씨들과 최진호의 관계는 칠수도 익히 알고 있었다. 술자리에서 한바탕 치고받고 한 게 원인이었다.


“애들도 아니고 남자가 싸울 수도 있지···. 참, 나”


정 관장이 혀를 챘다.


심동연의 훈련을 도우러 가는데 정 관장이 칠수를 불러 세웠다.


“야, 너 잠깐 안으로 들어와 봐”


정 관장이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그때 기무라인지 미우라인지 이겼을 때, 관중석에 크라이드 관계자 와 있었다.”


“크라이드요?”


크라이드는 2007년 현재 일본 최고의 대회, 세계 최고의 대회다. UFL이 조금씩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최고는 크라이드라고 불린다.


“대표 이런 건 아니고 똘마니 야쿠자들이야. 게네가 선수 보러 다니는 애들이거든. 그러니까 니가 이번 경기 이기면 크라이드 쪽에서도 연락이 올 거야”


정 관장의 마지막 한 마디가 칠수의 가슴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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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체육관에도 세계 최고 대회 나가는 선수가 생기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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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완벽한 전략 19.12.26 816 17 11쪽
17 빰클린치 니킥 +2 19.12.25 857 15 10쪽
16 산 넘어 산, 하야토 19.12.24 883 13 11쪽
15 어려운 퍼즐일 수록 푸는 맛이 있다 19.12.23 881 14 11쪽
14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19.12.22 923 15 9쪽
13 서양 파워를 느껴봐! +2 19.12.21 957 17 12쪽
12 노장의 여유 19.12.20 1,031 13 9쪽
11 크라이드와의 계약 19.12.19 1,054 14 8쪽
10 카운터 앞차기 19.12.18 1,049 14 10쪽
9 야쿠자의 제안 19.12.17 1,116 14 12쪽
» 원펀맨 마사토 19.12.16 1,163 15 9쪽
7 근성의 기무라 19.12.15 1,180 16 8쪽
6 정 관장의 보물 19.12.14 1,259 14 10쪽
5 역습을 위한 역습 19.12.13 1,306 14 10쪽
4 레슬러를 넘어뜨리다 +2 19.12.12 1,422 16 11쪽
3 KO같은 무승부 19.12.11 1,505 17 8쪽
2 주먹은 살아있다 19.12.10 1,621 16 8쪽
1 펜던트, 그리고 알약 +4 19.12.09 2,16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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