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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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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50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22 16:40
조회
923
추천
15
글자
9쪽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DUMMY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였다.


일본 격투기의 성지라 불리는 장소로 크라이드 대회가 열린다.


“사이타마···. 내가 여길 와볼 줄이야.”


이언규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규, 여기 처음이구나? 너희도?”


정 관장이 물었다.


“저도 처음”


심동연이 말했다.


“저도···.”


처음이라 말했으나 사실 칠수는 다녀간 적이 있다.


회귀하기 전인 2011년 크라이드 마지막 대회를 직관했다.


칠수가 겪은 미래에선 크라이드가 2011년 문을 내렸다.


이유는 금전 문제로 인한 도산이었다.


야쿠자, 탈세, 돈세탁 등 돈과 관련해 얽혀있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엔 개미굴에서부터 조짐이 보이는 법. 도산하기 1년 전쯤부터 그 기미가 보였다.


파이트머니를 못 받았다는 사람이 속출했고, 광고비 결제가 자꾸 미뤄졌다. 한 유명 파이터는 경기 당일까지 입금이 되지 않자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그래서 칠수가 갖고 있는 작은(?) 목표 중 하나는 늦어도 2010년까지 크라이드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상적인 건 좋은 전적을 쌓고 미국 최고, 세계 최고의 무대인 UFL로 넘어가는 일이다.


2008년 크라이드와 UFL의 수준은 거의 비슷했다.


이전까진 UFL이 좀 뒤처졌지만, 특유의 탄탄한 매치 메이킹과 팬들이 원하는 경기를 바로 잡아준다는 점에서 크라이드와 달랐다.


그에 반해 크라이드는 ‘드라마’와 ‘스토리’가 있었다. 선수들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아주 잘 살리고 관련된 홍보 영상을 많이 만들었다.


사실 칠수도 관련 영상을 찍었다. 칠수의 컨셉은 ‘격투 바보’ 청년이었다.


매일매일 격투기만 생각하고 격투기만 바라보고, 하는 거라곤 격투기밖에 없는 격투 바보 캐릭터였다.


“격투 바보라니. 나 바보는 아닌데”


“홍보 영상 있는 게 어디냐. 코리아FC는 그런 것도 없다.”


칠수가 투덜대자 심동연이 위로했다.


대기실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제이슨이 나타났다.


“컴온 칠수”


칠수를 데리고 무대 뒤쪽으로 돌아가더니 다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고레와 난데스까?”


이게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제이슨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엄지를 세웠다.


“오프닝 세리모니”


크라이드는 오프닝부터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대표인 나카타가 훈토시(기저귀 모양의 남성 팬티)를 입고 북을 두드리면 화려한 조명과 음악에 맞춰 선수들이 등장한다.


일렬로 등장할 때가 있었고 하늘에서 나타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방식이었다.


어둠 속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데 크라이드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잔잔한 선율에 신나는 비트. 크라이드만의 특징이다.


‘둥, 둥, 둥, 둥’


크라이드 대표 나카타가 대회 차수인 스물두 번 만큼 북을 내리쳤다.


그리고 앙칼진 목소리의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 소개를 시작했다.


“First Fighter! 교쿠라아아아아아아 ‘볼트!!!’ 하아아아 얏토!!!!!”


첫 경기에 나서는 교쿠라 볼트 하야토를 외쳤다.


대기 중인 칠수에겐 보이지 않았지만, 목을 꺾고 어깨를 돌리며 몸을 푸는 하야토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하야토 특유의 준비 동작이다.


두 번째 선수, 그리고 세 번째 토마스 트리그 소개가 이어진 뒤 드디어 칠수 차례가 됐다.


“He is from korea! ‘카쿠토 빠가(격투 바보)’ 조~ 칠~ 쑤~~~~!!!!!”


대기실이 통째로 올라가며 환한 빛이 칠수를 쏘았다.


칠수가 서 있는 곳은 관중석과 링이 한눈에 보일 만큼 높았다.


옆에서 풍겨오는 선수들의 땀내, 그리고 큰 경기장 특유의 에어컨 냄새, 화려하게 돌아가는 조명.


이게 바로 칠수가 꿈꾸던 무대고 격투기를 하는 이유였다.


“으아아아아악!!”


칠수가 고함을 크게 내뱉었다.

.

.

.

.

.

첫 경기에서 하야토는 엄청난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상대가 상대라 어쩔 수 없다”


정 관장은 칠수의 몸을 풀어주는 와중에도 시선을 TV에 고정하고 있었다.


하야토의 상대는 ‘좀비’라는 별명을 가진 노아킴 한센. 덴마크 출신 파이터로 깡마른 몸매에 창백한 피부가 흡사 좀비를 연상케 하는 선수다.


둘 다 테크니션답게 다양한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았다.


하야토가 펀치로 다운을 시키면 한센이 하체 관절기로 응수하고, 다시 하야토가 탈출하면 이번엔 한센이 니킥을 날렸다.


“우와아아아아!!”


하야토가 한센의 무릎을 잡고 백드롭을 던져 버리자 대기실이 큰 함성으로 가득 찼다.


“칠수야, 저 기세 꺾으면 안 돼. 알았지? 한 번 재미있게 싸워 보자”


상대인 토마스 트리그와는 선수 소개 전에도 잠시 인사를 나눴다.


“We can make good fight!”


칠수를 보자마자 어깨를 두드리며 인사했다.


<그래도 넌 나한테 안 될 거야>


호승심 강한 서양 사람답게 마음속으로는 승리를 외치고 있었다.


“오늘 전략 뭐였는지 다시 한 번 말해 봐”


심동연이 경기 전략을 물었다.


“초반 30초 러시, 그다음에 엉덩이 뒤로 빼고 로킥 전략. 테이크다운 당하면 러버 가드”


“오케이, 좋아. 트리그 오른손 조심하고. 전략대로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


하야토와 한센의 경기는 3라운드까지 갔다.


둘 다 멋진 경기를 펼쳤으나, 좀 더 많은 다운을 뺏은 하야토 쪽이 승리했다.


“와···. 난 둘 다 자신 없어···.”


한 체급 위인 심동연이 혀를 내둘렀다.


경기가 끝나자 바로 입장이 시작됐다.


홍코너인 칠수가 먼저 등장 라인에 섰다.


“아, 얘 등장 음악 뭐로 했냐?”


정 관장이 물었다.


“칠수 형이 부탁한 거 그냥 넣었어요”


이언규가 말했다.


“그니까 그게 뭐냐고”


“뭐였지, 형?”


“DJ BUCK의 ‘bounce with me’요”


칠수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전주가 시작됐다.


마치 카우보이가 말을 몰고 가는 듯한 10초간의 연주가 흐른 후 가사가 시작된다.


“가사 나올 때 다 같이 춤춰주세요”


칠수가 뒤를 돌아보자 정 관장이 난감하다는 듯 양손을 어깨 위로 들었다.


<하나! 둘! 원투쓰리포!!>


<바운스위드미 바운스위드미 바운스위드미 바운스!!>


정 관장도 심동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음악에 맞춰 팔을 공중으로 휘저었다.


관중들의 환호와 조명, 하늘에 터지는 폭죽까지. 사이타마의 런웨이를 달리는 기분은 쾌감 그 자체였다.


“더 춰야 해?!”


팔을 젓던 정 관장이 물었다.


“달릴까요?”


“달리자!!”


춤을 멈춘 칠수가 전속력으로 링까지 질주했다.


링 쪽으로 향하자 입장 요원이 몸을 체크했다.


글러브에 이물질은 없는지, 팬티는 제대로 입었는지 등을 본다.


펜던트가 걸리긴 했으나 항상 그렇듯 항문 쪽으로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오케이”


심판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칠수가 링으로 올라 로프를 한달음에 건너뛰었다.


링 중앙에서 스트레칭을 하는데 다시 경기장이 어두워졌다.


토마스 트리그의 등장 차례였다.


트리그는 항상 그렇듯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컨트리 음악에 맞춰 천천히 걸으며 통로 양쪽 관중들과 여유롭게 인사를 나눴다.


“쟤는 긴장을 안 하네요”


칠수가 말하자 정 관장이 끄덕였다.


“저런 애들이 무서워. 긴장을 안 해”


트리그는 너무나도 여유가 있었다.


링에 오른 후에도 링을 한 바퀴 돌며 칠수와 정 관장, 이언규와 심동연과도 악수를 나눴다.


<하던 대로만 하면 이긴다!>


마음속으로도 베테랑다운 여유가 넘쳐 흘렀다.


선수 소개가 이어진 뒤 선수들이 링 중앙으로 모였다.


그런데 너무 여유가 넘치던 트리그는 이때까지도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있었다.


주심이 모자를 가리키자 그제야 모자를 링 밖으로 던졌다.


원반처럼 날아간 모자라 링 사이드의 관중석까지 날아갔다.


“노 헤드버팅, 노 엘보, 노 로블로, 노 바이트. 오케?”


“오케!”


“Yes, Let’s make good fight”


글러브 터치가 이어진 후 칠수와 트리그가 각자의 코너로 물러섰다.


“유 레디?!”


심판이 칠수를 가리켰다. 칠수가 엄지를 세웠다.


“유 레디?!”


이번엔 트리그가 팔을 들었다.


“파이트!!”

.

.

.

.

.

세계 최고 크라이드 무대, 조칠수와 토마스 트리그의 라이트 그랑프리 16강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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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완벽한 전략 19.12.26 817 17 11쪽
17 빰클린치 니킥 +2 19.12.25 858 15 10쪽
16 산 넘어 산, 하야토 19.12.24 884 13 11쪽
15 어려운 퍼즐일 수록 푸는 맛이 있다 19.12.23 882 14 11쪽
»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19.12.22 924 15 9쪽
13 서양 파워를 느껴봐! +2 19.12.21 957 17 12쪽
12 노장의 여유 19.12.20 1,032 13 9쪽
11 크라이드와의 계약 19.12.19 1,054 14 8쪽
10 카운터 앞차기 19.12.18 1,049 14 10쪽
9 야쿠자의 제안 19.12.17 1,117 14 12쪽
8 원펀맨 마사토 19.12.16 1,163 15 9쪽
7 근성의 기무라 19.12.15 1,181 16 8쪽
6 정 관장의 보물 19.12.14 1,260 14 10쪽
5 역습을 위한 역습 19.12.13 1,306 14 10쪽
4 레슬러를 넘어뜨리다 +2 19.12.12 1,422 16 11쪽
3 KO같은 무승부 19.12.11 1,505 17 8쪽
2 주먹은 살아있다 19.12.10 1,621 16 8쪽
1 펜던트, 그리고 알약 +4 19.12.09 2,16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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