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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디온 님의 서재입니다.

불법 영혼 계약을 멈춰주세요(마법 탐정 가문 1)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기디온
작품등록일 :
2019.12.14 13:01
최근연재일 :
2019.12.19 00:31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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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14,431

작성
19.12.1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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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1장. 토끼굴에 빠지다

즐거운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DUMMY

성훈은 대답 대신 침대 옆의 간이 소파 비슷한 의자를 향해 손짓을 했다.


“일단 좀 앉아. 다리 아프겠다.”


세민과 은지는 작은 소파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성훈은 갑작스레 상체를 일으키더니, 옆에 있던 조그마한 스탠드의 문을 열어젖혔다. 안에는 작은 냉장고가 들어 있었는데, 상체를 뻗어 손잡이를 열려고 낑낑거리는 성훈을 보다 못한 세민이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 안을 보니, 병문안에 흔히 가져올법한 작은 유리 주스병들이 안을 꽉꽉 채우고 있었다.


"먹을래? 엄마랑 아빠랑 주스 잔뜩 가져다주셨는데, 난 못 먹어." 성훈이 권유했다. 세민은 선뜻 알로에 주스가 담긴 초록색 병을 집었지만, 은지는 잠자코 있었다.


"넌 왜 안 먹어?" 뚜껑을 둘러싼 비닐 띠를 벗기면서 세민이 물었다.


"수술이라서. 오늘 저녁에 들어가는데, 그 전까진 물도 못 먹어." 색색깔의 병들에게 애잔한 시선을 던지면서 성훈이 대답했다. 세민은 괜스레 그 앞에서 태연하게 주스를 먹는 것이 기만처럼 느껴져, 병을 돌려 놓으려 했지만 성훈에게 저지당했다.


“아냐, 먹어. 애초에 나, 이런 음료수 못 먹어.”


“단 거···싫어해?” 세민이 물었다. 초코소라와 소시지빵을 함께 사서 다행이었다.


“아, 아니···나 축구 하잖아. 그래서 몸 관리해야 해서···간식 자체를 잘 못 먹어.” 멋쩍은 웃음을 날리면서 성훈이 말했다. 세민은 애물단지가 된 흰 봉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나름 잘 골라온 거였다고 생각했는데···역시 눈치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건가.


“아···미안. 빵···갖고 왔는데, 역시 못 먹나···” 세민이 중얼거렸다. 성훈은 손을 저었다.


“아냐, 아냐. 마음은 고마우니까, 너라도 많이 먹어. 너 빵 좋아하잖아.”


“내···내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세민이 물었다. 물론 빵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그걸 얘한테 말했던가?


“맨날 교실 책상에서 빵 먹고 있으니까.” 성훈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결정하기도 전에 은지가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뭔 소리야, 어디서 넘어졌는지를 모른다니? 어디 이상한 곳도 아니고, 학교인데.” 은지가 물었다. 성훈은 코를 찡긋거렸다.


“그게···음, 일단 처음부터 얘기해야겠네. 어제 내가 학교 끝나고 나서 학교 운동장에서 슛 연습을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거야. 처음에는 약간 싸래기비라서 별 일 아니라 생각했지. 곧 지나갈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데 이게 점점 거세지더니, 이젠 축구공이고 뭐고 전부 젖어버린 거야.” 세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젯밤은 아예 전기가 나가버릴 정도였으니. 다행히도 아침에 고쳐지긴 했지만.


“히익···엄청 추웠겠다.” 은지가 옆에서 말했다. 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엄청 추웠지. 아예 감각이 안 느껴지더라고. 어쨌든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공이랑 콘을 집어넣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 정문으로 향했어. 그런데 저 멀리서···왜, 언덕이니까, 헤드라이트가 보이잖아. 막차인 거야. 저거 놓치면 난 집에 걸어가야 하니까, 진짜 죽기살기로 뛰었거든.”


목소리가 거칠어진 성훈은 헛기침으로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달려가고 있는데...거의 밑까지 내려온 참에 갑자기 땅이 쑥 꺼졌어. 그리고선 다리가...”


성훈은 방금 발목이 부러지기라도 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세민도 덩달아 발목이 동정심으로 아려왔다. 합기도에서 한 번 발차기를 하다가 발목을 삐기만 했는데도 너무 아파 숨이 안 쉬어졌는데, 발목이 아예 부러질 정도면···정말 안 죽은 게 다행인 건가.


“그대로 기절해버린 건지,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고 엄마가 옆에 있더라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 안 나. 누가 신고를 해준 건지도 모르겠어. 그리고선 어제부터 이 상태야.” 성훈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데...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세민이 천천히 물었다.


은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 학교 언덕길은...구멍이랄 게 없잖아? 기껏해야 옆의 보도블럭인데, 거기서 아무리 발을 헛디뎌봤자 삘지언정, 너처럼 발목이 부러질 수 있을 리가 없는데.”


“혹시 다리가 어디까지 빠진 건지, 기억 나?” 세민이 물었다. 성훈은 턱을 손으로 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화에서 나올 법한 제스쳐가 지극히 현실에 충실한 성훈에게서 나오자, 미묘한 웃음이 재채기처럼 나올락말락 입술을 간질였다.


“음···글쎄. 그런데 바닥에 닿을 때까지 약간 ‘어?’라고 할 만한 시간이 있었어. 꽤나 깊었을 거야. 아마···적어도 내 허벅지까지?” 성훈이 대답했다. 세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배수구 같은 거···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왜, 우리 도로 옆에 빗물 빼내는 그거 길게 뻗어 있잖아. 정문 근처에 빠질 만한 구멍이라면 그런 거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은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글쎄···그런데 그때 그 배수구가 열려 있었나? 게다가 보통 그런 거면 보이지 않을까?” 은지가 물었다. 세민은 성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성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근데 그때 비도 엄청 내리고, 가로등이 번개 때문에 완전히 나갔더라고. 정말 한치 앞이 안 보였어. 내 밑에 배수구가 열려 있었어도, 아마 몰랐을 것 같아.”


“하긴. 우리 집도 완전히 전기가 나가버렸거든.” 세민이 납득했다. 은지는 처음 듣는 소식인지, 굉장히 놀란 모양이었다.


“나갔었어?” 은지가 물었다.


“뭐야, 너희 집은 안 나갔어? 어디 살길래?” 성훈이 물었다.


“응? 아···나, 저쪽, 홈마이너스 쪽에 새로 생긴 거 있잖아. 최근 거기로 갔거든.” 은지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세민은 그러거나 말거나, 새로 얻은 정보를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곱씹었다. 배수구라 말한 게 자신이긴 했지만, 어쩐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납득이 안 가는 대안이었다.


우선 배수구는 보도블럭에서 꽤나 떨어져 있었고, 그 사이에는 엄청 큰 나무들이 꽤나 빽빽하게 한 줄로 심어져 있었다. 게다가 버스 정거장은 정문 바로 앞에 있는데, 거기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리던 성훈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나무들 사이를 정확히 뚫고 지나가서 배수구에 안착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현실적이었다. 오히려 나무에 부딪혀 의식을 잃은 거라면 모를까.


“그런데···그럼 넌 정확히 운동장에서 정류장까지 갈 때 어디서부터 뛰기 시작한 거야?” 세민이 물었다.


“나? 그···이제 딱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벚꽃 길이 있잖아. 그래도 핸드폰 불빛은 있었으니까, 그걸 비추면서 갔어. 아스팔트가 보이는 곳만 따라가면 되니까···”


그렇다면 세민의 가설은 더더욱 말이 안되었다. 아스팔트 위에서만 달렸다면, 그건 중간의 차도를 따라 달렸단 뜻인데 거긴 배수구랑 거리가 너무 멀었다.


“허어···이상하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거기서 다리가 부러질 수가 있지?” 세민이 중얼거렸다. 또다시 생각에 잠겨들려던 찰나, 은지의 핸드폰이 갑자기 날카로운 전자음으로 정적을 찢어놓았다.


“미안, 미안! 잠깐 나갔다 올게!” 핸드폰의 스피커를 손으로 가리면서 은지가 속삭였다. 총총걸음으로 뛰어나가는 은지의 등을 성훈은 한동안 눈으로 좇았다.


“···근데 말이야, 왜 그렇게 관심이 있는 거야?” 성훈이 갑자기 옆에서 물어왔다.


오랫동안 투명인간이나 다름없는 생활에 익숙해진 세민은 느닷없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침묵을 지키다가, 한 박자 늦게 성훈의 질문이 자신에게 향한 것을 알아차렸다. “어?...”


말문이 막힌 건 세민이었는데, 왜인지 성훈이야말로 똑같이 볼이 빨개지면서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아니···아무래도···그냥 뛰다가 다리를 삔 것 뿐인데, 되게···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아···그게, 음···” 세민은 거짓말을 해줄지, 곧이곧대로 털어놓을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정말···거짓말을 너무 못해도 못해서 큰일이었다.


“그냥···내 생각이긴 하지만, 누군가가 애들에게 해코지를 하고 다니는 것 같아서.”


성훈은 오랜 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세민은 또다시 온몸이 수치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또···또 이상한 말을 해버렸구나.


“정말로···그렇게 생각해?” 성훈이 다시 조용히 물었다. 놀랍게도 성훈은 굉장히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을 마주칠 수가 없어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그-글쎄···그냥, 지금 우리 학교에 벌써 몇 번째나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잖아. 너 전에도 최소연이나, 이예나나···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세민이 얼버무렸다. 물론, 진짜 이유는 그 메시지에 적어버린 명단이었지만···축구 선수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다리가 부러진 이유가 자신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가 있겠는가.


“그럼···내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행동을 했다는 건가?” 성훈이 중얼거렸다. 순간 아침의 침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예상 외로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에 세민은 서둘러 위로를 해주려 했다.


“그-그럴 리가 없어! 넌···다른 사람에게 일부러 해를 끼치진 않았을 거야. 그냥 뭔가 오해가 있거나, 엄청 꼬인 사람이겠지. 넌 기본적으로 누구든 돕고 보는 성격이잖아.”


“내가?” 성훈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그야, 날 도와주기도···했고···” 세민이 말꼬리를 흐리며 중얼거렸다. 아···또 자신의 착각이었나. 애초에 날 도와준 게 다른 사람인가? 그때 양호실에서 본 건 환각인가?



“성훈아!” 그때 뒤에서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와 세민의 자학의 흐름을 깨버렸다. 성훈은 활짝 웃으면서 선생님께 손을 흔들었다.


“어쩌다가 그리 다리가 부러졌어? 공을 차야지, 딴 데를 차면 어떡해.” 선생님이 장난스럽게 타박했다. 성훈은 큭큭 웃었지만, 이내 듣기만 해도 고통스러워 보이는 마른 기침을 했다. 아···맞다. 오늘 물 한 방울조차 안 먹을 상태였을 텐데 말을 그렇게 시켜댔으니···세민은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빵 봉투를 만지작거렸다.


“어, 세민아. 그거 성훈이 주려고 사준 거야?” 봉투를 눈치챈 선생님이 물었다.


“어-아? 네! 그-그런데 성훈이는 잘 안 먹는다고···”


“어, 뭐야? 너가 사온 거였어? 그럼 줘. 난 못 먹지만 동생들은 좋아할 거야.” 성훈이가 손을 뻗으면서 말했다. 갑작스런 태세 변환에 약간 놀라면서도 세민은 말없이 빵 봉지를 손에 쥐여주었다.


이윽고 선생님과 성훈은 담소를 조금 나누었지만,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인지 성훈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이 쩍 벌어지는 하품을 했다. 선생님은 그걸 나가라는 신호로 해석했는지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섰다.


“그래···성훈아, 몸조리 잘 하고, 빨리 학교에서 보자. 알겠지?” 선생님이 말했다. 목이 굉장히 아팠는지 성훈은 대답 대신 고개를 꾸벅 숙였고, 세민은 선생님을 따라 서둘러 병실을 나섰다. 미약한 기침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자신이 생각없이 고통을 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래서, 성훈이랑 잘 얘기했어?” 선생님이 물었다.


“···네. 그럭저럭···은지도 왔더라고요.” 세민이 대꾸했다.


“성훈이 병문안?”


“어···할머니가 입원한 모양이라, 그것 때문에 오긴 했지만···갑자기 전화를 받더니 없어졌어요.”


“할머니?” 선생님이 뜬금없이 되물었다.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네···왜요?”


“아, 아니야.”


“은지가 거짓말한 것 같아요?” 세민이 놀라 물었다. 왜 굳이 그런?—


“응? 아, 아니. 할머니는 계셔. 지난번에 학교 오셨지. 그런데···그, 음, 워낙 정정하셔서. 병원에 계실 거라곤 생각도 안 했어.” 선생님이 대답했다. 김이 팍 빠진 세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이엔 원래 장사 없어요.”


선생님은 왜인지 웃음을 또 터뜨렸지만, 세민은 전혀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왜 웃길려고 한 것도 아닌데 자꾸 웃는 거지? 가인처럼 만인의 친구가 된다든가, 그런 건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 정도로 말을 이상하게 하는 건가···


이윽고 차에 탄 세민은 미끄러져 지나가는 빌딩들의 상이 망막 위를 훑고 지나가도록 놔뒀다. 전부 다 회색에다가, 빨갛고 하얗고 노란 원색의 간판들이었다. 분명 나왔을 때는 해가 머리 위로 쨍쨍 내리쬐고 있었는데, 벌써 하늘은 반 이상이 먹물 같은 밤으로 덮이면서 네온 사인들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의 증거가, 비정하게 밤 속에서 빛났다.


도대체···왜 온 거지. 공부나 했으면 좋았을 텐데. 뭐하러 이상한 사람 취급당한 거지. 애초에 이딴 사건이 정말로 누가 일으킨 거면 뭐 어때? 그냥 미친 놈이 관심 좀 끌려는 행각일 텐데.


아니, 이미 알지 않았나? 세민은 항상 비정상적이고 특별하고 신비한 무엇을 꿈꿨었다. 이 세상에, 따분하고 현실적이고 틀에 박힌 것 이외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런 세상에 그런 것조차 없었으면, 자신이 파고들 틈은 없었으니까.


그 간단한 깨달음에 자신도 모르는 채 하루종일 지고 다녔던 죄책감이 갑자기 불어나 몸 구석구석에 납처럼 스며들었다. 한심했다. 오컬트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신이, 유일하게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는 공부가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내팽겨치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자신이 너무나도 미워졌다.


차라리 가인이라도 없었다면 덜 한심했을 텐데. 가인. 쓰잘데기 없는 공부 따위가 아니어도, 너무 다양한 매력과 능력을 타고나서 어느 걸 써야 할지 망설이는 가인. 모델, 프로그래머, 친구, 학생회장···원하는 것이라면 모두 얻는 가인. 아직도 혼자서 초등학교 시절이란 덫에 발이 걸린 채 세상에서 도망치려고 버둥거릴 때, 저 먼치 세상을 향해 앞서나가는 가인.


그 결론에 다다르고 나서야 세민은 겨우내 차창에 비친 자신의 치졸한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가인과 학교에서 같이 다니기 싫은 것은, 가인이 초등학교에서 자신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음침하고 병자 같은 자신 옆에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가인이 같이 보이는 것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을 뿐이었다.


“하하하···” 자신도 생각 못하는 사이에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조와 자학이 반 섞인, 음침하고 우울한 소리였다.


“응? 세민아, 방금 뭐라 했니?”


세민은 창가 속의 네온 사인들을 꿋꿋이 바라보았다. 얼마나 열심히 보았는지, 눈앞에서 일렁이며 녹아내리기 시작할 정도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참 어두워서요.”


선생님과 헤어지고 나서 터덜터덜 집에 돌아오자, 평소에는 바로 나와서 반겨주던 작은아빠는 온데간데 없고 묘한 정적만이 흘렀다. 세민은 육성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위로가 필요한 때에, 아빠는 온데간데 없고···하여튼, 안 좋은 일은 항상 한꺼번에 닥쳐왔다.


가방을 내려놓고 거실에 들어서자, 가인이 갑자기 자신의 방문을 벌컥 열고 나와 세민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어우···미친. 넌 또 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세민이 다그치려 했지만, 말을끝내기도 전에 세민의 말을 가로막았다.


“야, 세민아. 이건 더 이상 안돼. 우리가 잡아야겠어.” 가인이 다짜고짜 말했다.


“···뭘?”


“범인. 네 말이 맞아. 지금 우리 학교엔 미친 놈이 있어.”




댓글과 선작, 추천을 먹고 살아요


작가의말

캐릭터 짜투리 설정: 세민은 녹차를 굉장히 좋아한다. 가인은 겁나 싫어해서 맨날 민트초코가 비정상이냐 녹차가 비정상이냐 싸우고 있다. 가인이 항상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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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4장. 준의 실종 19.12.19 10 0 14쪽
18 13장. 뱀 눈의 남자(2) 19.12.18 10 0 11쪽
17 13장. 뱀 눈의 남자(1) 19.12.18 11 0 12쪽
16 12장. 폴록의 복수 19.12.17 9 0 14쪽
» 11장. 토끼굴에 빠지다 19.12.15 13 0 16쪽
14 10장. 예술가의 고뇌 19.12.14 13 0 14쪽
13 9장. 병문안 19.12.14 24 0 15쪽
12 8장. 복수의 클럽 19.12.14 14 0 15쪽
11 7장. 폭풍의 언덕 19.12.14 19 0 13쪽
10 6장. 케이크와 커피와 가십 19.12.14 16 0 17쪽
9 5장.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19.12.14 11 0 17쪽
8 4장. 첫 피(3) 19.12.14 11 0 11쪽
7 4장. 첫 피(2) 19.12.14 54 0 13쪽
6 4장. 첫 피(1) 19.12.14 13 0 14쪽
5 3장. 사랑의 학교 19.12.14 15 0 12쪽
4 2장. 그림자 도서관 19.12.14 29 0 15쪽
3 1장. 쌍둥이의 자리(2) 19.12.14 29 0 12쪽
2 1장. 쌍둥이의 자리(1) 19.12.14 120 0 11쪽
1 프롤로그. 바다에서 걸어나온 남자 19.12.14 8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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