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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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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6,278

작성
08.11.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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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벨로드 에르테르프 - 여신 가이아

DUMMY

6개월을 고생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것도 여행 명목으로 머물 수 있는 체류 기간인 6개월을 모두 쓴 뒤에 출국하는 것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자료 하나 구할 수 없다는 참담한 결과는 이온과 피리야 모두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그렇다고 해서 불법으로 눌러앉아 있을 순 없었다. 우선은 보고도 해야 하고, 달리 생각한 것도 있으니 돌아가기로 했다. 귀향에 필요한 3일간의 여행의 시작이었다.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6개월이면 오래 버틴 건가.”


말이 전혀 통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세계 공통어 중 하나인 마레크 제국 어를 이용해 주로 관광지만 다녔으니 말이 통하지 않은 건 없었다. 그저 모든 대화를 마레크 제국어로 해야 했다는 불편함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다 해도 비행정에 오르는 이 순간, 그 생활도 다 끝나버리고 있었다. 이제 타루엘의 성으로 돌아가 며칠간은 편하게 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타루엘의 성까지 가는 길은 약 이틀이 걸릴 만큼 매우 긴 비행이었다.


“보고 드립니다.”


이온과 피리야는 타루엘의 성에 도착하자마자 보고서를 작성해 미호에게 건네주었고, 그걸 받은 타루엘은 이온과 피리야를 불러들였다. 그에 미호의 안내를 받아 타루엘 앞에 엎드려 보고서의 내용을 다시 보고하기 시작했다. 이미 보고서로 받기도 했고, 이온과 피리야가 파드베르그 왕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보고했던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보고 내용이었기에 타루엘의 표정은 크게 달라질 게 없었다.

세상의 중심이라는 단서만 가지고 동서양 대륙의 중심에 자리한 파드베르그 섬으로 향했지만, 그 단서만으로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은 매우 적었다. 그나마 가이아 여신과 관련이 깊은 신들의 신전에서조차 가이아 여신의 신전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는 단서는 없었다.

마치 누군가 깨끗하게 지워버린 것처럼…


“…보고는 이상입니다.”

“…수고했어요.”


우인족(牛人族, 케우)중 한 종족이며 저돌적인 물소의 뿔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한 수우인족(水牛人族 우르케르)의 30대 여성의 모습을 한 타루엘 베루카야가 이온과 피리야의 보고가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떼고 보고서를 들어올렸다. 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보고서의 내용과 한 치의 차이도 없는 보고였기에 조금은 맥이 빠졌다.


“이만 물러가보도록 해요.”


이온과 피리야가 절을 하고 밖으로 나가자 타루엘은 다시 시선을 보고서에 맞췄다. 어쩌면 벨로드 에르테르프라는 피의 이름을 이을 계승자를 선출해 그로 하여금 가이아 신전을 찾게 한다는 건 허황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의 세여신이 말한 새로운 피의 역사가 가이아의 품으로 향하리라. 라는 노골적인 예언 때문이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왜 보여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대가 있는 곳을…”


타루엘은 보고서를 책상 위에 던지듯 내려놓으며 한손으로 이마를 받쳐 들었다. 세상일 그 무엇도 쉬운 일이라곤 결코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


보고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피리야는 의자에 앉아 덱샤를 꺼내 쥐고는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몸이 굳어버렸고,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가 다시 감겼다. 그리고 경직된 그 자세 그대로 마치 깊은 수면에 빠져버리듯 고개를 숙였다. 바로 메르니 림베에 직접 접속한 것이다.

피리야가 다시 눈을 떴을 땐, 2년 전 자신이 살았던 집에 도착해있었다. 그러나 주위를 확인하기도 전에 피리야는 먼저 호흡이라는 걸 할 수 없으며, 동시에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걸 먼저 느껴야했다.


“메르니 림베는 언제 접속해도 숨이 안 쉬어 지는 건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피리야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방안을 걸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하미프릴은 현실세계였다면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을 테지만, 몇 년 전 바꿔놓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점이라면 몇몇 고장 났다는 빨간 등이 뜨는 제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 정도. 현실과 거의 똑같지만, 가상의 현실… 즉, 메르니라는 조직화된 집합 안에 공존하는 세상이었다.


“흠… 여기부터 가봐야 하는 건가.”


피리야는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갔다. 메르니 림베라는 가상현실 속에는 현실의 모습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피리야는 허공에 반투명한 화면을 띄우고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이내 만족한 결과가 나온 듯 허공에 떠있는 화면에 확인을 누르자 주위의 풍경이 마치 맹수가 발톱으로 할퀴듯 길게 그어지기 시작했고, 그 풍경은 피리야가 어느 집 앞에 도착하는 순간 멈춰 섰다.


“아직 여기에 살고 있으려나?”


피리야는 정리할 필요 없는 옷매무새를 다시 정리한 뒤 문으로 다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에 집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60대 정도의 미인족(未人族, 메다키)의 남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그 여성을 보자 피리야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어머! 피리야. 이게 얼마만이니.”

“오랜만이에요.”


피리야는 어서 들어오라는 미인족 남성의 손짓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의 금요일 오후.

길었던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이제 봄기운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직은 바닷바람이 매서운 추위를 몰고 다니는 항구에서 준성은 시간이 어서 흘러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들어올 배는 모두 들어온 상태이고, 혹시 있을지 모를 추가 입항을 기다릴 뿐이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준성이 하는 일이라곤 그저 배에 실려 있는 짐을 옮기는 것뿐이기에 들어올 배가 없다면 그 외의 잡다한 일들만 하면 될 뿐, 크게 할 일이 없기에 퇴근이 빨라질 때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지금 준성과 마찬가지로 휴게실에서 추가 입항을 기다리는 일꾼들 모두 기대하고 있는 일이었다.


“야! 신참!”


그러나 그 기대를 무너뜨리는 외침이 들려왔다. 준성은 누굴 부르는지 알고 있었기에 재빨리 일어나 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네.”

“너, 내일 시간 되지?”

“예?”


평소 무뚝뚝한 견인족(犬人族, 듀가트)의 이 남자가 자신에게 시간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상관이라는 것뿐, 친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이기에 당황스러웠다. 그러자 그 남자는 팔짱을 끼더니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명령조로 입을 열었다.


“너, 내일 짐꾼 좀 해라.”


짐꾼. 다른 말로 하면 트럭 운전수 정도라 말할 수 있었다.

준성은 내일이라는 말과 짐꾼이라는 말에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내일 상단에서 나가는 상단 소속 상인들 중에서 짐꾼이 필요한 상인들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상단에서 일꾼을 붙여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웬만큼 큰 상회를 운영하는 상인이 아닌 이상, 굳이 일꾼을 하나 빼면서까지 빌려줄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큰 상회라면 이미 자기들의 일꾼이 있을 텐데 굳이 돈을 쓰면서까지 상단의 일꾼을 빼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알았냐?”

“예? 아, 그… 그런데, 내일 어떤 상회의 짐을 옮기면 되는 건가요?”


준성은 자신이 한동안 대답이 없어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 상관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그의 턱을 향해 멍한 시선을 고정하고 지금 가장 궁금한 질문부터 던졌다. 어떤 상회가 일꾼을… 그것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사람이 아닌 이제 들어온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신참을 데리고 가려는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내일 옆 도시로 가는 상회다. 마침 그곳에 짐꾼이 부족하다고 해서 널 추천했으니까. 잔소리 하지 말고 다녀와라.”


바로 옆의 도시라면 길어야 몇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짐꾼으로써 준성이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의뢰받은 짐만 무사히 옮겨주면 될 일이니까.


“아, 예! 감사합니다!”

“응, 그래. 수고해라.”


준성의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친 남자는 이내 시선을 돌려 휴게실 내부를 쳐다보았다.


“반각(30분) 뒤에도 추가 입항이 없으면 퇴근이다. 퇴근하기 전에 주위 청소를 잊지 말도록!”

“예!”


퇴근이라는 말에 방안엔 활기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용어 설명>


상단 :

상회가 모여 만든 이익단체


상회 :

한 명의 회장을 중심으로 세워진 상점. 혹은 회사.


반각 :

각은 시간의 단위이다.

반각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이 되는 데 가령 자시 반각일 경우는 12시를 의미하지만, 반각만 따로 쓰일 경우 30분을 의미한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죄송합니다. 늦어진 것도, 그리고 내용이 짧은 것도;;;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허리를 대못으로 푹푹 쑤시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핑계가 될 수 있을...까요;;;

핑계가 뭐가됬든... 죄송합니다. 연재주기를 어기지 않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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