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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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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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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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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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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Gloomy Feast - Ending

DUMMY

무언가 공기가 가득 찬 풍선이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놈들.”


바로 벌레들의 알이었다. 준성이 지금까지 마법을 끝도 없이 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생산 공장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할 만큼 줄어드는 만큼 채워지는 수가 많았고,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던 탓에 아예 불태워버린 것이었다. 아직 살아있을 지 모를 사람들의 구조 요청까지 무시한 광기어린 행동이었지만, 준성에게 있어선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다. 물론 그것을 관철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저 피하고 싶을 뿐이었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었다.

준성은 천천히 지면에 내려앉았다. 벌레 떼는 완전히 소멸된 것 같았다. 전쟁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게임에서나 영화에서 보던 전쟁터의 광경을 보는 듯 했다. 조금씩 주위의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짓이 조금씩 확실하게 인식되었다. 몸이 다시 떨려왔다.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떨리기 시작한 손이 무서웠다.


“아악! 아아아악!”


준성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준성은 부모를 잃은 충격 때문인 건지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살육의 현장에 대한 충격 때문인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너무 과하게 쓴 불레 탓에 몸에 무리가 온 건지.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비명을 지르다 숨이 멎을 듯이 꺽꺽 거리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부정맥으로 인해 좋지 않았던 심장에 무리가 온 탓이었다.


“앗!”


그 광경을 넋놓고 쳐다보던 무명의 인도자 엘린 세스타도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자신이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에게 걸어둔 강한 속박이 깨진 탓이었다. 그것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애초에 이곳에 넘어와 속박의 마법을 쓴 건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 뿐이었고, 외부의 영향이 아닌 내부의 영향으로 인해 속박이 파괴되어 부셔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도망쳤나?”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의 기척이 빠르게 사라졌다. 지금 당장 날아서 쫓아가기엔 시머스의 도주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였다.


에에엥~ 에에엥~


거기다 상황이 종결되고 나자 이제야 들어오고 있는 소방차와 경찰차들도 큰 걸림돌이었다. 이번 작전의 가장 큰 목표물인 준성을 소방관들이나 경찰들이 발견하기 전에 재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중요한 일인 만큼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은 포기할 수밖엔 없었다.


“벨로드 에르테르프를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기절한 준성의 곁에 머리를 찰랑거리며 무명의 인도자 엘린 세스타가 내려앉았다. 소방차와 경찰차가 무너진 건물 더미에 발목이 묶여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무명의 인도자 엘린 세스타는 재빨리 시공간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소방관과 경찰들이 도착했을 땐, 준성과 엘린 세스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순례자들은 물론이거니와 호법자들도 벨로드 에르테르프가 넘어왔다는 사실을 접하고 대책 마련에 힘을 기울였다. 특히 순례자들이 가장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인도자에 숨어들어 있는 순례자들의 첩보에 따르면 벨로드 에르테르프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라고 했지만, 언제라도 깨어나게 된다면 인도자의 절대적인 전력이 될 것이 분명한 이상,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각자가 모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각.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 오비트 던컨과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으로 인해 다른 모든 일에서 배제되어 지금은 순례자의 또 다른 탑으로 파견지가 바뀐 채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이었다. 그녀가 이번에 파견된 순례자의 탑이 있는 곳 자체가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다른 순례자의 탑의 작전을 돕는 일을 제외하고는 딱히 이렇다 할 작전도 없는 평화로운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좌천된 것이었다.


“준성이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 세계를 그토록 싫어했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던 준성은 결국 인도자가 될 수밖엔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애초에 그것이 준성의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규를 할 만큼 싫어했던 이 세계를 준성이 받아들일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선택해야 할 만큼 준성의 정신력이 강하기를 빌 뿐이었다.

어차피 한번 도주 경력이 있는 위험인물. 그런 준성을 인도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무언가 걸림돌을 만들어놓을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다시 죄책감이 밀려들어왔다. 피의 군주가 가지는 의미조차 모른 채 그저 이 세계에 끌려와 죽음에 대한 경험을 하고 그것에 대한 기억조차 잃을 만큼 충격을 받아 부분 기억상실까지 걸려버렸었다. 그리고 그 이후 준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순 없었지만, 분명 좋은 모습으로 카로마니아로 넘어오진 않았을 것이다. 한숨이 밀려나왔다.


“박 준성 씨를 만나고 싶습니까?”


갑자기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에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은 불길이 치솟는 칼을 재빨리 뽑아 자세를 잡고 몸을 돌렸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실내. 바네사는 자세를 잡았다.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착각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너무나 고요한 실내였다.


“누구냐!”


바네사는 재빨리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주위를 살폈다. 은신을 하고 있다 해도 방안 어딘가에 이질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다. 불청객은 분명 그 곳에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방안 어디에서도, 그리고 천장에서도 갑자기 말을 건넨 여자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모습을 보여라!”

“이런, 그 칼부터 좀 치워주시겠습니까? 그렇게 살벌하게 있어서야 모습을 드러낼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바네사는 여자의 말을 들으며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움직이지 않고 있기에 찾을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말하는 동안이라도 조금은 움직일 테니 분명 실내 어딘가에 숨어있는 여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였다. 있는 위치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찾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그 대신 여자의 신분을 확인하고자 했다. 처음 들었던 말이 준성을 돕고 싶냐? 라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생각할 수 있는 세력은 인도자였다.


“인도자인가?”

“감이 좋은 편이시군요. 예, 맞습니다.”


역시.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에 더욱 긴장하며 칼을 힘껏 쥐었다. 인도자라는 결론에 도달한 건 그리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같은 순례자였다면 굳이 이렇게 모습을 숨기면서까지 접근하진 않았을 것이며, 호법자였다고 해도 순례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접근을 해왔을 테니 남은 건 가장 큰 패를 쥐고 있는 인도자 외엔 남지 않는 것이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건가요? 인도자의 배포가 고작 이것밖엔 안 되는 줄 몰랐군요.”


결국 바네사는 승부수를 걸었다. 결국 순례자로서 인도자를 도발하기로 한 것이었다. 적어도 조금이라도 자신이 속해있는 소속에 애정이 있다면 누구라도 발끈할 수밖엔 없는 분위기로 몰고 가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걸려들지도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승부수였다.


“…좋습니다. 어쩔 수 없죠.”


마치 거울이 깨지듯 파창! 하는 소리와 함께 바네사의 바로 앞에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도발에 걸려든 것이 아닌 줄다리기에서 공격을 포기한 듯이 포기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바네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바네사도 예전에 있었던 순례자의 탑에서 한두 번 본 기억이 있는 인도자였다. 바로 빛과 미모의 여신 레이지스의 비서인 무명의 인도자 엘린 세스타였다.


“무명의 인도자?”

“예, 그렇습니다. 이제, 칼을 거둬주실 수 있으십니까?”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는 불로 만들어진 칼을 사라지게 했다. 싸움의 의지를 푼 것이었다.


----------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과 무명의 인도자 엘린 세스타 접촉 확인.


한 시간 가량 대화를 주고받은 바네사와 엘린 세스타가 인도자들의 본거지를 향해 떠나자 그 첩보는 곧바로 순례자와 호법자에게 전달되었다. 서로에게 첩자를 심어 서로의 움직임을 알아오고 있었던 탓에 세세한 움직임 전부를 알 순 없지만, 이렇게 눈에 띄는 움직임을 알 수 있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있었다.


“그렇구나.”


그러나 보고를 받는 타루엘은 그리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개가 인간의 언어를 한다는 것보다 덜 놀라는 눈치였다. 너무나 담담하게 미호의 보고를 받고 있는 타루엘이었다. 그러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리고 보고를 받고 난 타루엘은 곧바로 고민에 빠졌다.

인도자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이번엔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 어떤 바보라 해도 그 다음 일은 모를 수 없게 되었다. 어떤 계략을 쓰던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를 이용해 벨로드 에르테르프를 붙잡고 있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빛과 미의 여신 레이지스가 가이아 여신을 찾는 일은 더욱 쉬워질 것이었다. 그건 있어선 안 되는 일. 타루엘은 미호를 쳐다보았다.


“라드린느에게 지금 당장 벨로드 에르테르프를 불러들이도록 해라.”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건, 자신이 키운 벨로드 에르테르프. 이온 퓨릭스였다. 분명 인도자들은 이온 퓨릭스를 죽이기 위해 애쓸 것이다. 만에 하나 순례자들이 키운 벨로드 에르테르프인 박 준성이 죽었다면 이온 퓨릭스를 채가기 위해 애썼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예, 주인님.”


타루엘에게 절을 한 미호가 재빨리 방을 빠져나갔다. 이제 더는 느긋하게 방관할 수만 없게 되었다. 레이지스가 벨로드 에르테르프를 이용해 다음 수를 쓰기 전에 자신도 대비를 해야 했다. 지금 당장은 준성까지 해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까지 계획에 포함이 된다면 가차 없이 베어버려야 할 것이었다.

만일 죽여 버릴 생각이 있었다면 미호를 빼오지 않고 미호에게 명령해 준성을 죽여 버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누가 벨로드 에르테르프의 이름을 이어받은 자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택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엔 없었다. 준성이 벨로드로 거듭나도록… 그렇다곤 해도 인도자가 채어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기에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을 찾아가 준성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까지 했었지만, 이미 모든 건 늦어버린 상태…

그렇기에 타루엘에게 남은 선택은 준비였다. 적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를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제, 당신을 만나러 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요. 가이아이시여.”


타루엘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사냥꾼들(Hunters)의 주인공이었던 이온 퓨릭스와 우울한 축제(Gloomy feast)의 주인공인 박 준성이 드디어 벨로드 에르테르프로서 완전한 성장을 이루고 3부에서 부딪히게 됩니다.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될지, 아니면 간접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게 될 지는 3부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잡설 3.

2부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그러나 준성의 복수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싸움이 아직 시작되지 못했으니까요.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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