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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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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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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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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6,278

작성
08.10.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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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Gloomy Feast - 결말

DUMMY

다음날부터… 준성의 일상은 다른 날들과 변함이 없다고 하면 없겠지만, 다르다 하면 다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한 건 수업이 끝나자마자 시내에서 가족 외식을 한 것이었다. 외식에 앞서 준성은 식당을 알아보는 한편,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구입했다. 신중을 기한 탓에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또한 꽤 많은 곳을 돌아다녀 피곤할 법 한데도 불구하고 준성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 식당에서 유명한 음식은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거에요.”

“그렇구나.”


먹을 음식을 정한 뒤, 웨이터에게 주문을 하고 적포도주가 각자의 잔에 따라졌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걸 보면 시음을 하고 마음에 들면 마신다는 와인을 마시는 법도니 뭐니 나온다지만, 와인이라고 아는 거라곤 몇 종류 되지도 않고 굳이 골치 아픈 내용을 일일이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준성은 포도주를 그냥 잔에 따르도록 했다.


“맛있게 드세요.”


와인이 나오고 곧이어 전체요리가 나왔다. 그렇게 식사는 시작했다. 약 한 시간. 외식은 비교적 간단하게 끝났다. 그렇게 첫날은 외식…


“내일은 주말 농장이라도 가보는 게 어때요?”


외식 중간엔 주말 농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리고 준성의 말 대로 둘째 날은 주말이라는 점을 이용해 가족여행이란 이름으로 근교에 나가 시간을 썼다. 예전부터 주말 농장에 가족끼리 놀러가자는 걸 준성은 학교 수업이 바빠 그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미뤄왔었던 일이었다. 물론 평소에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긴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다고 해야 할까. 준성은 마치 무언가를 준비하듯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 왔을 땐 딸기 종자를 얻어갔으면 좋겠네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처음 지어보는 농사일에 피곤해 지쳤을 게 분명할 준성은 어느 때보다도 활기찼다. 그는 마치 말을 그만두면 입이 붙어버릴 듯 쉬지 않고 끝임 없이 떠들어댔다. 그렇게 주말은 흘러갔다.


“오늘은 시내에서 쇼핑이라도 해요. 핸드폰도 잘 안되잖아요?”


아침밥을 먹으며 준성이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이었다. 그에 정작 당황한 건 부모님이었다.


“응? 아니다. 아직은 쓸 만해.”

“에이, 아들의 선물이에요.”


그 다음날은 그동안 모아놓았던 돈을 모두 털어 부모님께 새로운 핸드폰을 사드리고 다시 남은 돈으로 외식을 했다.


“준성아,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다.”

“예?”

“무슨 일 있는 거니?”


3일 동안 쓴 돈만해도 이미 2백만 원이 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준성이 스스로 모아놓은 돈이라 해도 3일 동안 2백만 원이 넘는 돈을 마구 쓰고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심하게 쓰고 있다고 밖엔 볼 수 없었다. 이쯤 되면 바보라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일은 무슨 일이요. 아, 이 핸드폰은 말이죠.”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해서 준성은 최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저 근교에 나가 놀았던 것이나, 핸드폰 사용법에 대해서만 말을 할 뿐이었다. 그러는 준성의 표정은 바뀐 게 없었다. 오히려 밝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 해서 너무 과장되어 있는 웃음 같은 것도 아니었다. 준성의 웃음은 그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웃음이었다.


----------


“…그렇단 말이지.”


30대 중반의 남자가 며칠 새 자라난 수염을 깎고 있었다. 그러다 핸드폰의 스피커폰에서 흘러나온 여성의 목소리가 끝나자 면도기를 내려놓고 거울 속 면도크림이 묻어있는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이내 면도기를 씻고, 이어서 세수까지 했다. 수건으로 얼굴을 완전히 닦아낸 뒤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면도가 제법 잘 되어있었다.


-예, 타루엘 주인님.


지금까지 면도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온 30대 중반의 남자는 타루엘이었다. 그리고 핸드폰 너머의 여자, 미호에게서 준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미호의 보고는 준성의 행동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 너무나 노골적으로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바보 자식…”


타루엘은 준성이 내린 선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카로마니아로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준성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오로지 한 가지 사실만 말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준성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살 따위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요 며칠 동안 있었던 전투에서 자신의 한계를 잘 깨달았을 것이고, 그 한계 때문에 어쩌면 부모님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을 것이다. 만에 하나 있을 최악의 경우… 그걸 위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준성을 계속 감시하고 그를 지켜라. 난 카로마니아로 돌아가겠다.”

-예, 주인님.


타루엘은 서둘러 새 옷을 걸쳐 입었다. 카로마니아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준비해야 할 게 있었다. 적어도 준성을 구하기 위해서 타루엘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카로마니아로 서둘러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그곳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


“시공의 여신 도리미스에게 고마워해야겠네.”


타루엘은 시공의 열쇠라 불리는 보라색 빛의 보석이 매달려 있는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어느 장소에서든 자유롭게 시공을 넘나들 수 있도록 시공의 문을 열 수 있는 시공의 여신 도리미스의 물건이었다. 언뜻 들어선 대단한 물건이라 할 수 있지만, 타루엘에겐 그저 쓸 만한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이런 물건 없이도 경주만 가도 시공을 초월할 수 있으니까.

그저 지금 같이 갈 길이 바쁜 시간에 꼭 필요한 물건일 뿐이었다.


“공간의 문.”


타루엘의 외침과 함께 그의 앞에 문 형태의 마법진이 펼쳐졌다.


----------


“…쳇.”


준성은 코미디 방송을 보다가 갑자기 혀를 차며 집의 한쪽 벽을 차지한 거대한 새시(sash) 너머의 어두운 밤거리를 내다보았다. 지금껏 신나게 웃으며 텔레비전을 보던 모습과는 전혀 반대의 모습으로 그것도 살기를 담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는 준성에 가장 크게 당황한 건 부모님이었다.


“얘야, 무슨 일 있니?”

“아, 아뇨… 하하. 목 안 마르세요?”


준성은 곧장 냉장고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냉장고 안에는 준성의 기대와는 달리 음료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음료수 핑계라도 대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것이었다. 결국 준성은 다른 연기를 선택해야 했다.


“아, 탄산음료가 없네요. 탄산음료가 마시고 싶은데… 저, 잠시 좀 나갔다 올게요.”


준성은 서둘러 옷을 바꿔 입었다. 그의 느낌상 대충 200m 정도라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다수의 살기가 곧장 집으로 몰려오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준성아, 잠깐 이리와 봐라.”


그러나 준성의 사정을 모르는 부모님은 당연히 준성을 불러 세울 수밖엔 없었다. 결국 옷을 갖춰 입고 나가려던 준성은 인상을 쓰면서도 어쩔 수 없이 부모님 앞에 앉을 수밖엔 없었다. 아버지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준성을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아니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자신이 일 년 동안 가출했던 이유를… 그리고 최근 외박을 했던 이유, 그리고 요즘 다치는 일이 많은 이유, 마지막으로 지금 꼭 나가야 하는 이유를 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모든 걸 설명하기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왠지 말해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해요. 하지만, 전 나가봐야 되요.”

“준성아! 박준성!”


더욱 가까워진 뜨거운 살기… 이제 100m 도 남지 않았다는 강렬한 느낌에 결국 준성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 일로 인해 부모님께 잔소리를 듣는다 해도 그런 건 지금 순간만큼은 중요하지도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당장 나가서 싸우지 않는다면 부모님이 죽을 수 있다는 문제였다.

준성은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갑자기 준성이 전력을 다해 뛰쳐나가자 이리저리 피하며 몇몇은 욕설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것들 역시 준성의 귀엔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막 아파트를 빠져나간 순간… 강한 살기를 느끼고 재빨리 몸을 굴렸다. 그 순간 투명한 빛이 준성이 서있던 곳과 근처에 있던 자동차가 박살나버렸다. 그 충격으로 인해 차의 경보기가 울었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사, 사람 살려!”


준성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따라 질렀다. 그것은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거나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면 지금 이 부근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준성의 얼굴을 볼 것이고 그 중에 준성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다음엔 여러 가지로 골치 아파지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도 이런 걸 생각해낸다는 그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준성의 비명소리와 함께 좋아진 점과 나빠진 점이 있었다. 나빠진 건 소란이 커진 점, 그리고 좋아진 점은 순식간에 주변 정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쳇, 뉴스에 나오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거냐?


준성은 하늘에서 느릿느릿하게 내려오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비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는 남자…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이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자유를... 즐기는 모습은... ... ... ... 데헷! <- 웃지마!

죄송합니다. 생각처럼 잘 안되네요;;; 생각을 못하고 있던 부분인지라...;;;


잡설 3.

심심해서 올리고 갑니다. 내일 갱신은... 있을지 없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하루에 한 편 써서 올리니 비축분이 없는 글쟁이라 평일엔 쓰기가 좀 힘들거든요. 여하튼, 올리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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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0 키리샤
    작성일
    08.10.19 21:47
    No. 1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천누
    작성일
    08.10.20 19:47
    No. 2

    시머스 등장! 이군요.

    준성......ㅠㅠㅠ 자유를 즐기는 모습이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과 동일해서ㅠㅠ뭐랄까 불쌍해요.......
    ......설마 델코님은 주인공 괴롭히는 것이 취미십니까?! 어째 지금까지 준성이 행복해서 웃은 것은 거의 없는 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0.21 06:09
    No. 3

    키리샤 DX 님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0.21 07:04
    No. 4

    천재누피님 :
    에... 그게 말이죠...

    담금질을 하는 중입니다. 데헷! <- 웃지마!

    ㅎㅎ... 적어도 스스로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린 부분에 대해선 책임감을 짊어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위한 담금질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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