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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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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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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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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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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omy Feast - 선택

DUMMY

딸깍…


준성의 머릿속에서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살의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변한 준성은 시머스를 노려보며 한편으론 바네사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뭐라고 했지?”

“훗, 네 부모와 네 친구들이 이렇게 된… 이크!”


준성은 시머스의 얼굴을 향해 기습적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것은 아쉽게도 시머스의 코끝을 스치며 지나갈 뿐이었다. 적잖게 놀란 표정의 시머스.


“하, 하하하 드디어 싸울 기분이 생긴 건가?”

“닥쳐, 한마디만 더 하면 그땐 산 채로 찢어버릴 테니까.”

“꼴에 협박인가?”

“충고다.”


준성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주먹을 다시 내질렀다. 그러나 이번엔 시머스의 코끝을 고사하고 옷깃하나 스치지 못하는 주먹질이었다. 그대로 팔을 베어버릴 수 있는 거리까지 물러난 시머스는 칼을 준성의 팔을 향해 그대로 베어 내렸다. 그러나 그 칼날은 준성의 팔에 닿는 순간 멈춰버렸다. 외적인 방해가 아닌 시머스 스스로 멈춘 것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거리를 두며 물러났다.


“충고라… 좋지. 이젠 결심을 굳힌 것 같으니 제대로 덤벼봐.”


칼을 쥐라는 뜻이었다. 시머스는 지금 준성을 비웃고 있었다. 아니 무시하고 있었다. 그에게 피의 군주가 될 자질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고작 분기(憤氣) 하나만으로 앞뒤 안 가리고 덤비는 꼴부터가 이미 자질 문제를 떠나 실패한 칼이라는 결론만 내려질 뿐이었다.


“우선 자리를 옮기자.”


이미 죽었다 하지만 바네사의 시체가 훼손되는 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준성은 먼저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하르멘스와 바네사에게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온 준성은 곧바로 칼을 만들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물이 부셔지며 콘크리트 사이로 튀어나온 철근들이 많이 보였다. 준성은 그 철근을 양 손으로 거머쥐었다. 몇 초간의 시간이 흐르자 쇠가 붉은색으로 바뀌며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서서히 검은색으로 굳어가는 것 같더니 이내 콘크리트를 부수며 쇠가 뽑혀 나왔다. 뽑혀 나온 쇠는 더 이상 쇠뭉치가 아닌 두 자루의 칼이었다.


“지르 레므르(롱소드와 비슷한 크기의 칼)가 주 무기라더니…”


시머스는 하르멘스가 죽은 건지 재확인 하고 있는 듯 하르멘스 곁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를 쳐다본 뒤 다시 엉성한 자세로 칼을 쥐고 있는 준성을 쳐다보았다. 분명 익숙하지 않은 검술을 쓰려는 것이 분명했다. 시머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칼을 쥔 이상 난 주저 없이 널 죽일 거야. 그러니 지르 레므르로 바꿔 들어.”

“…….”


준성은 말없이 싸울 자세를 취하고 시머스를 노려볼 뿐이었다. 준성은 지금 시머스의 말은 들리지도 않고 있었다. 집중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고 그 한계점이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히 10분. 그 안에 시머스를 제압하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올리는 데만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준성의 상황을 모르는 시머스는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짧게 흔들더니 양 손으로 칼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 칼의 면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려 준성에게 보여주려는 것 같은 행위를 한 뒤 곧바로 달려들었다.

후웅.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준성은 시머스가 휘두른 칼을 피하고 어느새 시머스의 옆으로 빠져있었다.


‘살인은 안 돼. 살인만은 안 돼. 칼만 뺏고 전의만 상실하게 하면 돼.’


준성은 그렇게 끊임없이 되뇌면서 주변 환경에 집중했다. 점점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다르게 자신의 심장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전신에 피가 흐르는 느낌이 손끝, 발끝까지 느껴졌다. 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눈앞에 보이는 형체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준성은 모르고 있었지만, 키메라와의 혈투와 살육의 기회로 인해 불레가 항상 준성의 몸 주위로 퍼져 나와 준성의 근처까지 오는 물체에 반응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준성은 그 일그러지는 형상에 놀라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반대로 몸을 굴려 그 물체를 피했다.


“이 자식이!”


그 물체는 바로 시머스와 시머스가 휘두른 칼이었다. 바네사나 하르멘스가 피하지 못한 공격을 준성은 가볍게 피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준성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었다. 준성은 오로지 시머스 한명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실력 면에서 시머스보다 못한 바네사가 하르멘스에겐 준성이라는 고민거리가 있었고, 그것은 전투 중간에도 쉽사리 놓을 수 없는 큰 화두였기 때문에 그 만큼 전투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결국 둘 다 죽을 수밖엔 없었을 뿐이었다.


‘고동소리… 이건 내 심장. 저건… 익숙하지 않은 고동 소리… 뜨거운 느낌… 살기.’


준성은 그 익숙하지 않은 심장의 고동소리를 내는 시머스에게 달려들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살기에 집중력이란 이름의 본능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매우 빠르고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눈을 뜨고 있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없었다. 분명 귀가 막힌 게 아니지만 귓가에 들리는 건 없었다. 오로지 어렴풋이 보이는 흐릿한 주변의 모습들과 소리. 그리고 손끝의 감각 만에 의존해 빠르게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자식!”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듯 했다. 그리고 앞에서 빠르게 들어오는 흰빛을 내는 물체를 보았다. 준성은 재빨리 몸을 틀어 그 물체를 흘려보냈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그걸 듣고 준성이 재빨리 두 자루의 칼을 교차해 시머스의 칼을 묶어버리려는 순간, 또 다시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재빨리 교차해있던 손을 풀고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욕지거리와 함께 방금 전까지 준성이 있던 장소에 무언가 거대한 힘이 발생했다가 사라졌다.


“설마 내가 어떤 공격을 할 지 알고 있다는 거냐?”


그럴 리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시머스의 이 말도 준성의 귀엔 누군가 벌이 귓가에서 윙윙대는 것과 비슷한 소리로 들릴 뿐이었으니 주변 환경에 대해선 아무런 대비도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준성은 시머스가 뭐라고 떠들던 들리지도 않았기에 그에 반응할 생각조차 하지도 않고 칼을 역수로 쥐고 덤벼들 뿐이었다.


“빌어먹을 자식!”


시머스가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이번엔 준성이 달려오고 있는 곳에 네 개의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준성이 그 마법진 안에 들어오는 순간 그 마법진에서 유리 같은 외형을 가진 거대한 골렘이 튀어나와 준성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준성은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순식간에 너무나 많은 량의 살기가 사방에서 들어오자 당황한 것이었다. 그리고


“어? 으악!”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이었다. 준성은 재빨리 골렘의 주먹을 피했다. 그러나 네 마리의 골렘이 내지르는 주먹 전부를 피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준성은 결국 칼로 방어했지만 차에 치이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골렘의 주먹에 맞아 허공에 떴다가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크윽!”


호흡마저 흐트러져버렸다. 고작 한대 맞았을 뿐인데도 전신이 후들거렸다. 준성은 힘겹게 눈을 떴고, 그 순간 자신의 몸 위로 떨어지는 유리처럼 투명한 골렘의 주먹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맞는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워터 필러(water pillar)!”


준성은 재빨리 마법 주문을 외쳤고, 그 즉시 물기둥이 폭발하듯 블록들을 가르며 솟구쳐 골렘의 주먹을 막아냈다. 그 즉시 준성은 몸을 굴려 그 골렘에게서 떨어졌다. 준성은 다시 호흡을 고르며 집중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젠 시머스를 제압하는 게 목적이 아닌 살기 위해서였다. 조금씩 자신의 심장이 내는 고동소리가 커져가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불레와 살기의 기운이 다시 정상적으로 들려왔다. 준성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거대한 살기에 덤벼들었다.


“공격해!”


그 순간 시머스 역시 자신의 골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네 마리의 골렘은 다시 준성을 포위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준성은 순서가 없이 그저 난타되는 골렘의 주먹들을 발 빠른 쥐처럼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고 있었다. 마치 준성에겐 그 모든 공격이 어느 순간 어떤 식으로 들어올지 다 보이고 있고, 또한 다 알 수 있다는 듯이… 덕분에 체면을 구겨가는 건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이었다.


“저게 어떻게?”


준성은 이제 더 이상 피하는 게 지루해진 것인지 조금씩 반격하기 시작했다. 준성이 쥐고 있는 두 자루의 칼 모두에 검푸른 색의 빛이 씌워져 칼이 빛나기 시작했다. 준성은 이제 들어오는 주먹질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며 칼을 휘둘러댔다. 그러자 유리처럼 투명한 골렘의 몸이 이리저리 베어져나가기 시작했다.

준성은 가장 먼저 덤벼들던 골렘의 주먹을 향해 직선으로 베어버린 뒤 주먹 위로 뛰어올라 손목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그 상태로 어깨까지 뛰어올라 골렘의 목을 쳐버렸다. 본능이 시키는 데로 움직인 것이었겠지만, 그러나 아쉽게도 골렘의 약점은 머리에 있는 게 아니었다. 머리를 잃은 골렘은 남은 손을 주먹 쥐고 자신의 몸에 올라탄 준성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준성은 골렘의 팔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그 공격을 피했다.

다시 바람소리가 일었고, 뒤이어 지면이 큰 소리로 울렸다. 뛰어내리는 준성을 향해 또 다른 골렘이 발로 찍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준성을 죽이진 못했다. 발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몸을 구부려 피해를 줄인 뒤, 두 칼을 발바닥에 찍어 그대로 발을 갈라버리고 공격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었다. 발바닥이 부셔진 골렘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버렸다. 고통은 없지만, 균형이 맞지 않은 탓이었다.


“후… 후… 후… 후…”


준성은 재빨리 흔들리는 호흡을 가다듬고 회전하며 칼을 놓았다. 그러자 샤볼떼와 싸웠을 때와 마찬가지로 칼의 손잡이가 양손에서 나온 검푸른 색 줄에 묶여있었다. 또 다른 골렘의 주먹이 내려왔다. 준성은 재빨리 그 공격을 피해 몸을 굴린 뒤 일어나 갑자기 춤을 추듯 두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검푸른 색 줄에 묶여 있는 칼 역시 흔들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순식간이었다. 네 마리의 골렘 모두가 준성의 춤사위가 만들어낸 회오리치는 칼의 움직임으로 인해 난도질당해 이리저리 흔들리다 모두 다 파괴된 것은…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헉, 헉, 헉, 헉…”


준성은 호흡을 가다듬더니 시머스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당황한 시머스에게 있는 힘껏 몸을 부딪쳐 함께 뒹굴었다. 그 와중에 시머스는 칼을 놓치고 말았고, 둘의 몸이 멈추는 순간 준성은 시머스를 올라타고 그의 목에 칼끝을 겨누고 있었다. 눈빛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난 가지 않아. 내게 더 큰 화가 미칠 거라고? 상관없어. 다 내 손으로 지킬 거니까.”


준성은 찡그린 시머스의 얼굴을 향해 그렇게 비웃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부탁드립니다.


잡설 2.

본문의 준성이 보여주는 집중력에 대한 묘사는... 거의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쓴 것입니다. 추가로 저 상황에서 전 대학교 체육대회에서 탁구 5위했던 아이의 스파이크를 몇 번 받아쳐 냈었습니다. 탁구 배운 지 한시간 만에요. 물론 전적으로 봐줬다는 전제조건은 분명 있습니다만... 여하튼, 받아쳐 봤었죠. 전부 홈런으로 끝나버렸지만... ㅡ_-)a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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